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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phine Bertho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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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되어 오 년 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소녀
다시 ‘산 자들의 세상’으로 돌아오다! 프랑스 문단의 새로운 재능 델핀 베르톨롱 피해자의 관점으로 다시 쓴 범죄의 기록 『트위스트』는 1998년 전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던 나타샤 캄푸슈의 실종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로, 열한 살에 납치된 마디손이 오 년 후 극적으로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며, 감금 상태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성숙해지는 아이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가해자의 시선을 따라 포르노그래피처럼 피해자의 고통을 즐기는 일부 납치 서사와 달리, 『트위스트』는 피해자의 눈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재구성한다. 납치범에게 굴하지 않고 그에 맞서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하면서 필요한 것을 얻어내려 애쓰는 영리하고 매력적인 주인공 마디손의 일기, 마디손의 어머니가 사라진 딸을 그리워하며 쓰는 편지, 마디손이 짝사랑하는 테니스 선생님 스타니슬라스의 자기고백적 에세이가 반복적으로 교차되면서 맞물리는 흥미로운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델핀 베르톨롱은 여섯 살 때부터 시와 소설을 쓰며 글쓰기에 재능을 드러내다 이른 나이에 데뷔한 프랑스 문단의 신예다. 스무 살에 집필한 『망가진 레이스』로 빌뢰르반 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2년 올리비에 아부 감독의 영화 <예스 위 캔>의 시나리오를 맡아 극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파리에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내 이름은 마디손 에샤르. 이건 SOS야!” 소설의 중심축은 마디손이 지하창고에서 써내려가는 일기다. 우리 속 짐승처럼 유폐된 마디손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글쓰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일어난 일을 종이 위에 펼쳐놓으면 고약한 햄스터처럼 마음을 갉아먹는 불안이, 손으로 잡아 찢어버릴 수 있는 물질적인 것으로 변하는 듯” 느껴졌다고 마디손은 말한다. 그리고 ‘생각만 해도 주먹을 물어뜯고 싶어지는 까만 볼보의 날’ 있었던 일을 들려준다. 그날은 마디손의 중학교 입학일이었다. 하굣길에 비가 세차게 내렸다. 새끼 고양이 래리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마디손 옆에 까만 볼보가 멈춰 섰다. 차창이 내려가고 한 남자가 동물병원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의 고양이가 아프다는 말에 마디손은 병원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려고 그 차에 훌쩍 올라탔다. 길을 가던 중 남자가 갑자기 약품을 적신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았고, 마디손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후 마디손은 열한 살부터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오 년이나 되는 세월을 그 남자의 집 지하창고, 3평이 안 되는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게 된다. “때때로 이 끔찍한 사건이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져.” 납치범은 오랫동안 마디손을 스토킹하면서 납치 계획을 철두철미하게 세워왔다. 그의 소원은 황당하게도 마디손의 사랑을 얻는 것으로, 마디손이 자신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마디손은 그의 뜻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탈출 의지를 절대 굽히지 않는다. 가족마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해서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남자의 가스라이팅을 피하는 마디손의 전략은 ‘이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남자는 이름이 라파엘이라고 했다. 그러나 마디손은 믿지 않는다. 그의 끊임없는 거짓말이 지긋지긋해진데다, 그와 마디손의 아빠의 이름과 같다는 게 우연이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았던 것이다. 마디손은 일기장에서 그를 R라고 지칭하며, 현실에서도 ‘라파엘’이라고 부르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그의 진짜 이름을 알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름과 관련된 마디손의 또다른 전략은 마음속에서 자신을 ‘트위스트’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트위스트’라는 별명은 일종의 말장난으로, ‘마디손’이 1960년대 미국에서 트위스트와 함께 유행한 춤인 ‘매디슨’의 프랑스식 발음인 데서 연유한다. 사진작가인 마디손의 할아버지 카프드비엘이 마디손을 자주 ‘트위스트’라는 별명으로 불렀으며, 마디손을 모델로 한 같은 제목의 사진집을 출간한 적도 있다. 마디손은 R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견딜 수 없다. 사랑하는 가족이 지어준 이름이 아빠인 척 흉내내는 자에게 침범당하는 것으로 느꼈을 터이다. 그래서 마디손은 혼자 생각할 때, 스스로에게 말을 걸 때 ‘트위스트’라는 별명을 쓴다. 자신을 ‘트위스트’로 명명하는 것은 R가 멋대로 상상하고 규정하는 ‘어린아이 마디손’이 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디손은 R의 의도대로 길들여지기를 단호히 거부하고 그의 손길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나가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굳게 다진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R가 나를 모른다는 거야. 그는 트위스트라는 내 이름을 알지 못해. 그래, 트위스트는 방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시 산 자들 가운데로 올라왔어. 내 말 잘 들어. 나는 여기서 나갈 거야. 언제, 어떻게 나갈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금 당장 너에게 맹세할 수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거야. 작은 영웅, 마디손 좁은 방에 갇혀 있으면서도 마디손은 심신의 단련을 멈추지 않는다. 몸이 약해지지 않도록 식사를 거르지 않고, 자신이 직접 안무를 짜 ‘눈꽃 속의 춤’이라고 이름 붙인 춤을 추며 운동을 하고, R를 졸라 열두 살 생일 선물로 백과사전을 받아내서 항목을 하나하나 공부해간다. 무엇보다,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영리하고 용감한 마디손이 이뤄내는 성취는, 절대로 잃지 않는 희망과 유머감각은, 그녀를 작은 영웅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대단하다. 마디손의 또다른 놀라운 점은 어린 나이에도 R를 꿰뚫어보고 있다는 점이다. R의 ‘푹 익은 수박 같은 머리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해, 백과사전을 독파하며 나날이 풍부해지는 어휘력으로 설명해나간다. 나아가 마디손은 아이를 강제로 붙잡아둔다고 ‘대단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라고 일침을 놓는다. 지하창고에 여자애를 가둬둔다고 강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라고도. 진정한 힘은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불꽃처럼 강한 마음의 힘으로 ‘산 자들의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마디손의 여정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