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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序文
인물人物 1부_ 인간의 자격 2부_ 화의 나라 3부_ 투명인간 4부_ 사람 친구 5부_ 이름 없는 고통 6부_ 아는 여자 7부_ Broken Hallelujah 8부_ 다윗과 밧세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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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43. 좋은 작가가 되고 싶었던 대필작가, 대필작가로서도 실패한, 막 일용직 가사도우미가 된, 이런 나를 내 가족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외로운 사람, 꽤 증오가 깊은 사연 있는 악플러, 다소 고지식한 연상의 먹물 아내, 1년 전 아이를 유산한, 조울증이 있는 며느리 독한 년, 좋은 출판사에 다니는 제일 예쁘고 제일 자랑스럽고 제일 가여운 딸, 언제부턴가 거기 있어도 타인의 기억에 남지 않게 된 투명인간, 공부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공상하기를 좋아하고 인간을 좋아했던,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한,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중년의 어린애, 이렇다 할 이름 없는 자질구레한 고통들을 끌어안은, 자살카페 회원, 가파른 내리막길 위에 서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아주 평범한, 순하지는 않아도 선한, 선했던 여자.
--- p.9, 「인물人物」 중에서 강재 27. 아무튼 부자가 되고 싶은, 모두의 오빠, 아들, 주로 대부분은 모두의 애인, 그런 역할대행서비스 운영자, 최저시급 10만 원, 스스로 1인 기업가라 부르는, 호스트였던, 연상에게 늘 인기 있는, 상대가 스스로는 가질 수 없을 시간을 파는 남자, 아마도 아버지를 닮았을, 엄마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아들, 보통의 세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친 세상에 두 발 당당하게 꽂고 서 있는,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인 친구, 또 누군가에게는 어른인 척하지만,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여린 남자친구, 어떤 이에게는 제비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실속 없는 젊은 애, 지금 있는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 갖춘 사람들과 섞이기 위해, 위험을 감당하며 더 가파른 계단을 뛰어넘으려는, 아직은 아버지도 필요하고 엄마도 필요한 청년의 어린애, 마음 한 곳에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소중히 남아 있는, 가파른 오르막길 앞에서 방향을 잃어가는, 얼마 전까지 소년이었던 남자. --- pp.14~15, 「인물人物」 중에서 #54 창숙의 골목. 밤 부정│아부지. 이 박스 좀 이제 그만 주우러 다니면 안 돼? 이제 어디서 사가지도 않는다면서. 창숙│왜 안 사가. 그래도 사갈 사람은 다 사가. 부정│아부진 뉴스도 안 봐? 이제 30원도 안 된다는데… 고생만 직싸게 하구… 창숙│(버럭) 아이구 아부지 직업인데 왜 그걸 하라 마라 해. 내가 너 출판사 그만 나가라고 하면 좋냐? 부정│…… 쉬던 몸을 일으켜 가져온 박스를 원래 있던 박스와 합쳐서 묶으며, 창숙│너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 부정│둘은 뭔데… 창숙│이게 돈 되는 일 같았으면 아부지 차례까지 오지도 않어. 벌써 큰 기업에서 차 불러다가 다 걷어갔지. 비싸져서 괜히 줍는 사람 많아지는 것보다 아부진 지금이 한결 나니까 잔소리 하지 말어. 부정│(잠시 아버지 보다가, 일어나 거들며) …그래도 힘들잖어… 창숙│세상에 힘 안 드는 일이 있냐… 너 하는 일은 쉬워? 부정│…… 창숙│힘들지? 부정│…… 창숙│다 그러고 사는 거여. --- pp.96~97, 「1부 인간의 자격」 중에서 #20 모텔. 503호 잠시 부정 보다가, 먼저, 앉은 채로 침대에 풀썩 눕는 강재. 가만히 보는 부정. 누운 채로 잠시 천장을 보다가, 눈을 감는. 강재│이런 말 처음 해보는데… 부정│…… 강재│얘기를 듣다 보니까… 생각이 나서요… 부정│…… 강재│난… 정반대였거든요. 근데… 하고 눈을 뜨는 강재. 강재│그게 결국 같은 얘기 같아서… 부정│…… 강재│난… 집에 있어도… 또 집에 가고 싶었거든요. 부정│…… 강재│아주… 어릴 때부터… 해가 질 때쯤에… 집에… 방에 이렇게 가만히 누워 있으면 심장으로… 이상하게 시냇물이 졸졸졸… 흘러가요… 부정│…… 강재│그러면… 방금 밥을 먹었는데도 이상하게 배가 고픈 거 같기도 하고… 가족이랑 있는데… 분명히 엄마랑 있는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부정│…… 강재│견딜 수가 없어져요… 부정│…… 강재│집이니까 집에 갈 수도 없고… 엄마랑 있으니까 엄마를 만나러 갈 수도 없고… 돌아버리는 거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부정│…… 강재│근데… 지금 가만히 들어보니까… 그때 그게 결국 이런 거였네…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부정│…… 강재│어떤 사람하고… 가만히… 누워 있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같이… --- pp.407~409, 「7부 Broken Hallelujah」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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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금 괜찮은가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다. 아름다운 내레이션과 명대사의 감동을 그대로!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김지혜 작가의 무삭제 대본집 출간! 인생의 중턱에서 문득,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빛을 향해 최선을 다해 걸어오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JTBC 토일드라마 「인간실격」 대본집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여자 ‘부정’과 아무것도 못될 것 같은 자신이 두려워진 청춘 끝자락의 남자 ‘강재’. 격렬한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두 남녀의 가슴 시린 여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 「인간실격」은 내면을 파고드는 깊은 통찰과 결이 다른 감성으로 수많은 시청자들의 인생 드라마로 등극하였다. 쉼표 하나까지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완벽히 연기해낸 명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선과 치유와 성장의 순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무삭제 대본집을 통해 「인간실격」이 우리의 삶에 건네준 위로와 공감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될 것이다. 또한 “‘실격’에서 시작해 ‘인간’만이 남는 과정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김지혜 작가의 말처럼, 대본집을 펼쳐 부정과 강재가 빛을 찾아가는 과정을 찬찬히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밝은 빛 속으로 성큼 들어와 있는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인간실격」의 아름다운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 김지혜 작가의 세심하고 꼼꼼한 설정 자료 수록 『인간실격 : 김지혜 대본집』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은 김지혜 작가의 세심하고 꼼꼼한 설정 자료들이다. 「인간실격」 인물들이 살아온 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인간실격」 타임라인’, 부정이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오기까지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상세하게 들려주는 ‘이부정에 대하여’, 부정과 정수의 단지형 아파트, 강재와 창숙의 복층형 원룸 오피스텔 등 인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인간실격」 안에서 어떤 의미와 상징을 지니는지 설명해주는 ‘공간 설정 자료’, 결혼식장에서 강재가 입은 벽돌색 수트, 호텔 쉼 503호에서 부정이 입은 블루 코트와 파란 구두처럼 의상과 소품에도 서사와 감정을 담아낸 ‘의상 참고 자료’ 등을 통해 「인간실격」의 아름다운 세계 속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다가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