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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지하철
매일 오르고 내리니 어느덧 어른이 되어 있었다
전혜성
싱긋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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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지하철을 탄다는 건
안드로메다행 열차
지하철 삼합
동족상생의 밤
지하철, 가장 리얼한 텔레비전
그날 이후
서브웨이 로맨스
자리와 임자
내가 사랑한 역 I
내가 사랑한 역 II
지하철 급 논란
매너손과 여성 전용칸
지하철 예찬

에필로그

저자 소개 1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광고캠페인 디렉터로 광고와 함께 살아온 워커홀릭. 오래도록 상업적 글을 쓰며 광고를 만들었다. 글과 그림,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며 이성과 감성, 안정과 모험, 클래식과 모던처럼 상반된 둘의 조화를 사랑한다. 내 생각을 쓰며 남 생각도 하면서 곱게 늙고 싶은 소박한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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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00g | 120*188*9mm
ISBN13
9791191278811

책 속으로

지하철 안에서 나는 착하면서 못되었고 못되면서 착했다. 무례와 이기를 모르던 나는 그러한 사람들과 부딪히며 물들어갔고, 이미 물들 대로 물든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과 부딪혀 무례와 이기를 전파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걷던 초딩이 버스를 타는 중딩으로, 지하철을 타는 고딩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과 함께 나는 어른으로 진화했다. 일주일에 한 번 지하철을 타고 나와 어른 행세를 하다가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지하철을 타는 직장인이 된 것이다. 벽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호그와트를 열어주던 9와 4분의 3 플랫폼의 카트는 이제 지옥 같은 신세계를 열어준다.
--- 「지하철을 탄다는 건」 중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서울의 긴 지하철 노선에서 중요한 건 승차역보다 하차역이라는 것을. 부산의 지하철은 놀기 위해 내렸다면 서울의 지하철은 살기 위해 내려야 한다는 것을.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에 덧붙여 서울로 보내진 사람은 서울의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가 어디이든 안드로메다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 「안드로메다행 열차」 중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면 한 번쯤은 보게 된다. 푹 자고 일어나 잠깐 어디인지 확인하고 당황한 기색 없이 자연스레 역에 내리는 사람들. 자다가 움찔할지언정, 내릴 즈음에는 놀라는 기색 없이 도착역 즈음에서 그저 스르르 눈을 떠, 머쓱함 한번 추스르고 툭 내리면 끝. 푹, 스르르, 잠깐, 툭으로 마무리되는 고도의 숙면자들. 나는 그들의 숙면을 오랫동안 부러워해왔다.
--- 「지하철 삼합」 중에서

1, 2, 3, 4, 5, 6, 7…… 어떤 라인이든 어느 역이든 타고 보면 자리 주인은 있고 내 자리만 없다. 지하철 불변의 법칙이다. 자리에 앉으려면 운이 좋아야 하는 수밖에 없다. 내 자리 운의 지분은 내 앞사람이 다 갖고 있다. 앞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 것이다. 이런고로 내 앞에 앉은 사람이 곧 내릴 상인가,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한다.
--- 「자리와 임자」 중에서

사람은 부정적 감정이 격해지면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공감받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과장은 대개 내게 힘든 감정을 느끼게 한 대상을 완벽히 이상한 인물로 만들어 나는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으로 책임소재를 확실히 구분 지음으로써 끝이 난다.
--- 「지하철 급 논란」 중에서

나만 좋고 상대는 불편한 상황은 너무도 많다. 나만 좋자고 이기와 무례를 행하는 사람 속에서 나는 꾸준히 예민해졌고, 어느 순간 나도 내로남불하며 이기적인 개개인이 모여 단단하게 커져버린 지하철 내 집단적 이기심에 한몫했을 것이다.

--- 「지하철 예찬」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내가 이렇게 이기적이었나?’
지옥철에서 살아남기 위한 작가의 고군분투기


혼돈의 지하철, 그래도 나는 탄다
저자가 서울에 올라와 처음으로 등교하는 지하철 안. 빠질 사람은 모두 빠지고 오랫동안 앉아 있어 꼬리뼈가 아파올 때쯤 눈에 띄는 사람이 등장한다. 구루마에 쌓아놓은 물건 중 하나를 집어올리며 지하철의 빈 공간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채우는 베테랑 프레젠터, 첫번째 잡상인이다. “눈뜨자마자 입에 넣어진 모닝 삼겹살”과 같은 소음이 지나가고 난 뒤 서울 지하철도 처음, 대학교 등교도 처음인 저자는 불안과 초조에 휩싸이려 하는데,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두번째 잡상인이 등장한다. 두번째 잡상인이 지나가자 이번에는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소쿠리 한 번에 스윽 몸 한 번.” 그러자 주변에 앉은 서울 사람들이 가방을 평평하게 만들더니 눈을 감는다. 처음 보는 광경에 어리둥절해 있자 이번에는 뽕짝 리듬과 함께 세번째 잡상인이 들어온다.


“걷던 초딩이 버스를 타는 중딩으로, 지하철을 타는 고딩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과 함께 나는 어른으로 진화했다.”


이 책은 복잡함이 기본값인 지하철과 장거리 등하교?출퇴근이 기본값인 작가의 만남이 만들어낸 지하철 생존기이다. 10대부터 40대까지 지하철과 관련된 기억들을 차근차근 늘어놓는데, 지하철이라는 익숙한 공간과 저자의 구체적인 묘사 덕에 영상을 보듯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저 노는 게 좋았던 10대에도, 친구들과 술 마시느라 막차를 전전하던 20대에도, 직장 생활을 하던 30대에도, 그리고 지금 40대에도 여전히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이 변한 만큼 저자도 성장했고, 성장한 만큼 지하철에서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지옥 같은 신세계”가 열린 것이다.


“내가 나이 먹고도 운전을 안 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술 마시고 운전하면 안 되니까, 나는 오늘 운전을 할 수가 없다. 숙취가 있는 상태로 운전하면 안 되니까, 나는 내일도 운전을 할 수 없다. 오늘내일만 마시고 말 게 술인가? 그러니까 나는 매일 운전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30년 차 지하철 생활자인 저자는 그동안 지하철을 꼼꼼히 관찰했다. 아니, 애써 보려 하지 않아도 날마다 비슷한 듯 다른 드라마가 눈앞에서 방영됐다. 저자가 기록한 지하철의 모습은 지하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다. “잡상인 많고 시비가 잘 붙는 1호선, 모든 복잡한 지하철 중에서 최고의 복잡함을 자랑하는 2호선, 담배빌런이 왔다간 4호선, 환승 구간이 길어도 너무 긴 5호선, 출퇴근 새로운 지옥철의 대명사로 등극한 9호선”과 같은 각 라인의 특성부터 지하철에서 마주친 훈훈한 광경, 민폐 승객들, 지하철을 타고 흐르는 러브라인, 지하철과 관련된 즐거운 추억까지 말 그대로 ‘희노애락 지하철 환장 실화’이다.


이기와 무례, 양보와 배려

“스마트폰 잘 보겠다고 양팔로 버티는 자리 확보, 욕구 채우겠다고 남의 몸을 더듬고 움켜쥐는 성추행범, 급한 것도 아닌데 끊지 않고 계속하는 고성의 통화, 한 사람의 공간을 완벽히 잡아먹는 커다란 백팩, 다 내리지도 않은 사람들을 밀치고 타는 급한 마음”


상상만 해도 환장할 것 같은 지하철을 저자는 30년이나 탔다. 수없이 오르내리며 보고 겪은,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들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하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며 ‘내가 사랑한(‘좋아한’이 아니다) 역’을 꼽기도 한다. 이토록 유용한 지하철이 ‘지옥철’이라 불리게 된 배경을 더듬으며 인간 실격 양성소로서의 지하철을 돌아봄으로써 마치 거울을 비추듯 지하철 안에서의 우리 모습도 돌아보게 만든다. 어떻게 하면 집단적 이기와 무례에서 벗어나 양보와 배려로 똘똘 뭉친 지하철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고민이 담겨 있다.

지하철을 빼고는 저자의 삶을 논할 수 없다. 저자에게 지하철은 안전한 교통수단이자 눈앞에서 생생하게 방영되는 텔레비전이며 논란을 몰고 다니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동반자이다. 저자는 오늘도 덜컹이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일의 지하철은 조금 더 따뜻하기를, 자리를 두고 눈을 부라리는 게 아니라 눈 마주치면 살포시 미소 지어주는 사람들로 가득하기를 꿈꾸며 날마다 지하철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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