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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응급실과 음식 1장_응급실의 정기거주자 보안요원, 환자분류 간호사, 그리고 행정직원 응급의학과의사 간호사 2장_응급실의 임시거주자 모든 생명은 심장으로 통한다 칼잡이 중의 칼잡이 영혼의 집을 고쳐라 응급실의 이방인 피라미드의 맨 아래 홀로 죽음을 맞이하다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다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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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응급실이 어떤 공간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또 누가 어떤 방식으로 환자를 진료하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의료진도 응급실과 관련이 없는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하면 응급실에서 이루어지는 진료를 종종 오해한다.
--- p.6 그러다보니 직원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도 역시 맛이 없다. 특별한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환자에게 제공하는 식사를 만드는 인력이 직원식당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근무하는 병원과 레지던트 시절 수련한 대학병원 모두 직원식당의 음식이 엄청나게 맛없다. 레지던트 시절에는 ‘이 병원 어딘가에는 훌륭한 재료로 최대한 맛없는 음식을 만드는 법을 탐구하는 비밀 연구소가 있을 것’이라는 농담을 내뱉기도 했다. --- p.17 이런 이유 때문에 응급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환자를 기존의 전통적인 임상과에서 바로 진료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몇몇 의사는 ‘응급실은 인턴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들은 과연 그렇게 인턴에게 맡겨둔 응급실에서 얼마나 많은 ‘예방 가능한 사망’이 발생했는지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했을까? --- p.45 그러다보니 심장내과의사는 자신이 당직인 날에는 팽팽한 긴장 가운데 시간을 보낸다. 병원에서 연락하면 언제든 20~30분 내에 관상동맥조영술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일단 혈액검사 결과부터 확인하자’ 같은 태도는 심장내과의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심근경색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맹렬하게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기병처럼 망설이지 않고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해야 ‘좋은 심장내과의사’다. 외과의사의 모든 치료가 필연적으로 수술로 이어지는 것처럼, 심장내과의사의 모든 치료도 결국에는 관상동맥조영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p.82 애초에 인턴은 단순한 ‘레지던트 수련의 준비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전문과목을 경험하여 임상의사로서의 자질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그러니 전문의 혹은 고년차 레지던트의 감독 아래 적극적으로 진료에 참여하는 것이 ‘이상적인 인턴 수련’이다. 하지만 이상이 현실을 이기지 못하고 뒤틀리는 일은 매우 흔하고, 인턴 수련도 그중 하나다. --- p.134 이른아침, 경광등의 요란한 빛을 내뿜으며 응급실 입구에 멈춘 구급차는 불길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깊은 밤에 응급실에 도착한 구급차가 훨씬 심각한 환자를 이송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른아침의 구급차가 심각한 환자를 데려올 가능성이 크다. 깊은 밤에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향하는 환자는 심각한 질환이 발병한 후 시간이 그리 경과하지 않은 상태일 가능성이 큰 반면, 이른아침에 구급차가 데려오는 환자는 밤새 방치된 상태일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홀로 생활하면 그런 위험이 한층 크다. 또, 가족과 함께 살아도 몇몇 질환은 알아차리기 힘들다. --- p.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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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의 둘도 없는 관찰자 겸 이야기꾼
한 편의 휴먼드라마를 표방하는 여타 메디컬에세이와 달리, 저자가 들려주는 응급실 이야기는 재치와 위트로 가득하고, 심지어 지적으로 유익하기까지 하다. 탄산음료의 독보적인 인기 속에서 에스프레소를 고집하는 ‘괴팍한 비주류’의 길을 택한 이유, 사람을 가리며 난동을 피우는 안하무인 보호자 이야기, 고참 간호사의 인턴 길들이기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까지,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시시콜콜한 일화들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그뿐만 아니라 색깔분류법을 최초로 사용한 도미니크장 라레, 소아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아브라함 자코비의 이야기 등 따로 공부하고 찾아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의학사 지식까지 얻어갈 수 있다. 또한 ‘태움’으로 대표되는 가혹행위와 코로나19 대유행이 일으킨 차별과 혐오의 물결을 들여다보며, 의료계 안팎에 존재하는 사회문제도 같이 짚어본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느냐’, 아니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느냐’. 목적만 다를 뿐,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쟁과 매우 비슷하다.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군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의 협력이 필요한 것처럼, 응급실에 내원한 중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려면 의료진뿐만 아니라 행정직원과 보안요원 같은 다양한 직종의 지원이 필수다. _112쪽 응급실이라는 청진기로 세상사에 귀를 기울이다 저자에게 응급실이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매일의 삶이 이어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응급실은 흰 벽과 천장과 바닥, 수많은 의료기구, 수술복과 가운 차림의 의료진과 저마다 다른 이유로 찾아온 환자들이 매일 같은 듯 다른 듯 스치며 만들어가는 곳이다. 저자는 의학 기술의 발달과 사회의 변화, 메뉴 선정과 음료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을 풀어내며 지금까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생생한 응급실 관찰일지를 전한다. 병원과 세상을 잇는 연결통로이자 대문, 문간방인 응급실을 청진기 삼아 세상을 들여다보면, 응급실에 대한 오해도 풀고, 이 세상도 조금은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몇몇 의사는 ‘응급실은 인턴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들은 과연 그렇게 인턴에게 맡겨둔 응급실에서 얼마나 많은 ‘예방 가능한 사망’이 발생했는지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했을까? _4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