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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집, ‘이야기가 있는 장소’로의 초대 | 조이여울 01 집의 조건. 온기와 시선 당신이 모르는 퀴어들의 마을 | 시시선 집들은 언제나 함께여서 지켜졌다 | 낭미 ‘딸의 방’을 벗어나서 | 라일락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에디의 동네 | 에디 반려묘와 함께, 떠돌며 머물며 나를 찾아가는 집 |황주 02 다른 집을 상상하다 그때 집을 샀다면 사막에 별을 보러 가지 못했겠지 | 구정인 오늘도 나는 독립합니다! |진성선 무모하고도 행복한 ‘부쟈놀이’ | 이충열 오래된 농가에서 삽니다 | 길날 건반을 눌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 박목우 임대주택을 좋아하는 편 | 홍혜은 에필로그 자기만의 방과 모두를 위한 도시가 필요해 | 임경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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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들은 언제나 실재한다. 여기, 지도에는 없지만 그래서 시작과 끝의 경계가 어디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마을이 있다. ‘망원동’에는 퀴어들이 산다.
--- p.17 시시선, 「당신이 모르는 퀴어들의 마을」 중에서 계약금을 치를 때 여든이 넘은 집주인은 깐깐하게 굴었다. “남편은 뭐해요?” 지방에 있다고 둘러대자 집에 성인 남자가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집 주기 싫은데….” 한마디 하는 것이다. --- p.37 낭미, 「집들은 언제나 함께여서 지켜졌다」 중에서 창문이 없어 빛도 안 들어오고 환기도 제대로 안 되는 열악한 주거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며칠 만에 반평생 내 몸을 떠나지 않았던 아토피가 말끔히 나았다. 그동안 자유롭 지 못한 환경은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아프게 했구나…. --- p.65 라일락, 「‘딸의 방’을 벗어나서」 중에서 속옷, 치마, 화장품 등은 트랜스젠더 여성인 내가 원하는 젠더 표현을 하기 위해 꼭 필요했지만, 부모님에게 이것들은 ‘아들’이 갖고 있으면 안 될 물건들이었다. --- p.83 에디,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에디의 동네」 중에서 부동산 주인이 내 주민등록증을 보더니 “여기에는 그런 분들 많이 산다”며 알아서 집주인에게 잘 말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이런 동네’가 아니었다면 나도 쉽게 말할 수 없었을 텐데. --- p.93 에디,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에디의 동네」 중에서 그래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결국 피가 섞인 가족이 아니라 진짜 공동체로서의 삶이다. 반려동물들과 함께 지낼 수 있고, 삶은 혼자 스스로 일구더라도 힘들고 지칠 때 서로 위로가 되어주는 공동체. 다툼이 있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인격체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를 꿈꾼다. --- p.120 황주, 「반려묘와 함께, 떠돌며 머물며 나를 찾아가는 집」 중에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봉이와 함께 집을 이고 메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살 예정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지금과 같은 한계에 아마도 계속해서 부딪힐 것이다. 고양이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키우다니, 뭐 하는 짓이냐고 손가락질 받기도 할 것이고, 이방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불이익을 겪을 것이다. --- p.124 황주, 「반려묘와 함께, 떠돌며 머물며 나를 찾아가는 집」 중에서 ‘대출금에 매이면 여행도 못가겠지. 치킨 한 마리 시킬 때도 고민하게 될지 몰라.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다 받아서 해야 되겠지.’ 내가 그리는 삶이 아니었다. --- p.142 구정인, 「그때 집을 샀다면 사막에 별을 보러 가지 못했겠지」 중에서 답답했다. 누군가에게 나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을뿐더러 원하지도 않는다! 행여나 집 안에서 다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의 주체는 나다. 그들이 내게 취해야 할 태도가 있다면, 그건 건물 임대인으로서 가진 의무를 상식과 절차에 맞게 임차인에게 제공하는 것뿐이다. --- p. 157 진성선, 「오늘도 나는 독립합니다!」 중에서 ‘이화동 부자집’에서 그야말로 ‘부쟈놀이’를 마음껏 하면서, 나는 집이라는 공간이 삶의 질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는지 다시금 절감했다. 그럴수록 마당 있는 부잣집에 대한 애착이 커졌고, 동시에 혼란에 휩싸였다. ‘이 좋은 환경을 가난한 내가 누리는 게 맞나? 사치와 허영은 아닐까? --- p.184 이충열, 「무모하고도 행복한 ‘부쟈놀이’ 」 중에서 ‘방랑하며 배우는 자’라고도 불리던 그 길 위의 수행자들은 내가 깨기 전인 이튿날 새벽에 바람처럼 또 어딘가로 떠났다. 며칠 후에 나이 지긋한 디가 그들이 ‘자이나교도들‘임을 알려주었다. --- p.207 길날, 「오래된 농가에서 삽니다 」 중에서 실제 밤하늘 별들이 반짝이는 소리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리 느껴지는 소리를 비롯하여 이곳에서는 참 다양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도시에서라면 좀체 들을 수 없 는 온갖 새 소리며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방에서 몇 발짝만 걸어 나가도 향긋한 풀 내음과 꽃 내음을 들이켤 수 있다. --- p.212 길날, 「오래된 농가에서 삽니다 」 중에서 타인이 내 삶으로 파고드는 시린 순간을 아직 잘 견뎌내지 못한다. 삶에 관심을 가지고 싶다고 하면서도 다시 무감동해지는 순간들을 맞는다. 그럴 때 나는 욕실 청소를 하고 밥을 안치고 된장찌개를 끓여 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작은 일에 마음을 여는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본다. --- p.233 박목우, 「건반을 눌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중에서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딱 정해져 있다. 죽을 때까지 빌려 쓸 수 있는 임대주택에서, 적정 주거비를 지출하면서, 공유 자전거와 공유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식구들과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서 잘 살다가 죽는 것이다. --- p. 265 홍혜은, 「임대주택을 좋아하는 편」 중에서 공간의 퀴어링으로 성별의 식별이 무의미해져 가고, 그로 인해 설명과 증명이 무의미해지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또 다르게 모두가 안전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를 더 안전하게 하는 것은 여성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보호하는 방식의 정책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퀴어링하는 방향의 정책이 아닐까. --- p.276 임경지, 「자기만의 방과 모두를 위한 도시가 필요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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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집들이 환대의 공간이기를!
집보다 중요한 진짜 집 이야기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집’을 삶과 관계를 담은 터전으로서 이해하기보다 '자산'으로써 주목하면서, 사람들에게 '내 집은 어떠한지, 나의 삶은 어떠한지’ 집과 삶을 연관 지어 돌아보고 생각할 기회마저 앗아버렸다. 코로나가 퍼진 2000년 이후에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진 만큼, 집에서 살아가는 삶 자체가 더 중요해졌다. 그 영향으로 시설이 좋은 집을 찾고 구하고 고치는 온갖 정보와 프로그램이 각종 매체에 올라왔고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그런 집을 구경하고 나면, 선망과 대리만족 사이 어딘가 씁쓸함이 남는 건 왜였을까? 물려받은 재산이 없이는 복권 같은 행운을 얻거나, 도박 같은 투기를 해야 얻을 수 있는 집 이야기 말고, 그저 삶을 살기 위해 애쓰는 보통의 우리들이 살아가는 집에 대한 이야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책을 기획한 조이여울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편집장은 열두 편의 글을 다 읽고 “집에 대한 새로운 시선, 좋은 집이란 무엇인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집의 의미와 도전은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가 거쳐 간 집들이 떠올랐고, 집에 대한 생각과 상상력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집에 대해 중요한 것을 정작 놓치고 살아가고 있었음을,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안전과 희망이 어떠한 모습일지 하나의 등불로써 일깨워 줄 것이다. 부동산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많은 매체들은 집테크라 불리는 신조어를 써가며 투자를 부추기기에 바빴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에게는 가정관리사로서 집테크를 전담해야 하는 역할로 밀어 넣거나 살림과 인테리어 정보와 기술을 갖춘 것을 여성 능력으로 치부해 왔다. 그래서 어느새 ‘집’이라는 말은 누군가를 위축되게 만들었고, 삶의 터전으로서 아름다움보다 스스로를 비루하게 만드는 도구에 더 많은 역할을 할당받았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일까! 독립을 일구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말랑말랑하고 따듯한 용기와 도전 그런데 진짜 집에서 진짜 삶을 살아가는 이 책의 필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근본적인 삶의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자신이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성찰하고 고민하며, 그에 맞는 집을 꾸려가는 열두 명의 필자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탈가정 청소년, 한부모 가족 여성 양육자, 퀴어 가족, 장애 여성, 프리랜서 예술가 등 우리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정체성 중에 한두 가지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그 정체성에만 갇히지 않고 마을과 이웃과 어울리고 조직하며 집과 삶을 통합해서 살아간다.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는 독자들에게 집과 삶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펼쳐질 수 있도록 더 많이 말하고 삶을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건네줄 것이다. 삶의 터전으로서의 집보다 '자산'으로서의 집만 생각하며 살아온 많은 사람들에게 '내 집은 어떠한지, 나의 삶은 어떠한지' 스스로 묻고, 살아보고 싶은 이상적인 집을 어떻게 현실의 즐거운 나의 집으로 실현할 것인지 생각해보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