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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컷오프 생일 Black Sheep 컵 Selfie 우로보로스 Blind Talk Blind Film 스핀오프 눈사람 죽이기 Ghost 파도 로그인 손목시계 Crimson Waltz 수족관 일치 알리바이 누리에게 요리 수업 베개 회전문 써밍 아리아드네 멸종 축성 기도 피크닉 2부 스케쳐 햇볕 극장 방충망 장마 캠퍼 숲 꿈 바로크 상자 스토킹 Blind Walk 주말 의자 뉴스 몽타주 목소리 무향실 백업 즉흥곡 레트로 아포페니아 체리피킹 레몬마켓 시실리안 디펜스 해적 도어슬램 커튼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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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
꼬리만 남은 고양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순서를 지키며 사라진다 나는 오래된 밴드의 연주를 듣다 몸을 떨었다 해가 진다 오후는 절망적인 포즈로 앉아 붉은 해골을 쓰다듬고 평생 네 이야기만 하다 늙는 상상을 했다 빈 교실에 앉아 차례가 되면 손을 들고 싶었는데 시점도 없는 공원에 갇히는 건 싫어서 공원이 사라질까봐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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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출발한 독립문예지 『베개』의 국내 시인선 첫 두 권이 나왔습니다. 최소한 시집 한 권 분량의 이상의 작품을 꾸준히 써왔으며 가깝게나 멀리서 『베개』와 인연을 맺은 시인들의 작품집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등단여부를 가리지는 않으나, 우선적으로 비등단 시인들의 자유롭고 외로운 활동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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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피크닉처럼
권경욱의 시집에서 시간은 마술처럼 흐른다. 도무지 눈 앞의 시간을 믿을 수 없는 화자가 여기 있다. 그는 ‘태어나기 전부터 들이친 햇빛’에 눈이 부시고 눈을 감으면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고 눈을 한 번 더 감으면 그제야 깨어나는 것 같다. 그것은 끝나지 않는 여행의 감각, 실재하는 삶의 감각이다. 한밤의 피크닉처럼. 계속해서 이어지는 다음 행선지로 핏빛 춤을 추며 ‘멍한 손목을 낚아채는 아이에게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언제나 보통 빠르기로 이것을 미워할 순 없는’ 화자는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생겨나는 이상한 시간이 있다. ‘시점도 없는 공원에 갇히기 싫지만’ 공원이 사라지는 것도 두려워 눈을 감은 채로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사라지는 공원에서 우리는』은 첫 시집이 가지는 알 수 없어 빛나는 물음들로 가득 차 있다. 시인은 눈을 감고 손을 뻗어 답이 아닌 다음 물음을 향해 간다. ‘거대한 인형 뽑기 통’이자 불량품만 거래되는 ‘레몬 마켓’인 이 세상에서 눈을 감으면 건너갈 수 있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건 권경욱의 시가 가진 특별함이다. 이 특별한 감각이 독자들을 각기 다른 시간에 다른 속도로 낯선 공원에 데려다 줄 것이다. ‘모두 같은 기차에 탔는데 창밖으로 다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처럼.’ 나는 과거의 미래의 어느날 그곳에 가 본 적이 있다. 시점도 없는 공원, 사라지는 공원. 거기서 언젠가 우리는 만날 것이다. - 강성은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