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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도마뱀의 기분 싱잉볼 양손잡이의 악수법 고도를 점치는 새들의 그림자가 기울어지는 각도로 이만큼 가까이, 여분의 인생 수학자의 예감 성에 당신 자신의 구체화 눈사람 아저씨와 함께 시소 타기 코다 깃발1 2부 룸메이트 수건돌리기 술래가 술래에게 강박도 없이 깊이도 없이 열리고 열리는 마음과 함께 두 눈 감으면 펼쳐지는 세계의 끝에서 파도와 문진 돌의 무게를 기억하는 물은 마르지 않는다 잠수부의 사랑 얼음 이전에 음악 해동 유물론자가 진실을 받아 적을 때 비눗방울은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까 타오르는 빛 커브를 돌 땐 누구나 인간적인 얼굴이 된다 토르소 계단 밤, 산책자의 세계 열리는 등 너머로 얼굴이 보일 때 술래가 술래에게2 3부 드라이플라워1 눈부신 미래 음악 이전에 눈사람 싱잉볼 악사의 고독 마음 열기 드라이플라워2 끝없는 마음 살살 눈사람의 고독 세수 깃발3 목장갑 남아있는 일요일 깃발2 분위기의 완성 싱잉볼 세계의 끝에서 만난 눈사람 실내 음악 부록 이토록 문학적인 순간에 경복궁 앞에서 쓴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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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하는 자들만이 뒤를 돌아본다 다시 만나기 위해 서로에게 마음을 두고 가면서 이것을 앙금이라 부를까 미련이라 부를까 내가 두고 온 것이 무엇인지 나조차 알 수 없을 때 감은 두 눈 속에서 작은 빛을 본다 그 빛이 환하다. 내가 찾던 얼굴이 곧 드러날 것이다. --- 「열리는 등 너머로 얼굴이 보일 때」 중에서 2) 쓰고 지우고를 몇 차례 반복하자 한 번도 본 적 없던 해안선이 나타난다 따라 걸으며 쓴다 밀물과 썰물이 몇 번이나 다녀가야 이 밤이 지나갑니까 얼마나 망설였습니까 ...... 다다르는 해안선의 끝에서 종이 위에 있던 돌 하나를 있는 힘껏 던져본다 바닷속으로. 숨을 천천히 내뱉는 속도로 한 겹의 파도가 밀려오고 나는 해변가에 서서 온몸으로 그 마음을 다 맞고 있다. --- 「파도와 문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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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출발한 독립문예지 『베개』의 국내 시인선 다섯 번째 시집입니다. 최소한 시집 한 권 분량의 이상의 작품을 꾸준히 써왔으며 가깝게나 멀리서 『베개』와 인연을 맺은 시인들의 작품집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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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나간 것, 어두운 것에서부터 눈멀도록 밝고 절대적인 미래 사이에서 그녀는 얼음의 시간, 호수와 바다의 물의 시간, 돌의 시간, 음악의 시간을 지나고, 아마도 우리가 문학적으로 사랑할 수 있을 눈보라의 시간까지 펼쳐 보여준다. 저 모든 시간들을 사람의 관계라는 알 수 없음, 뜻대로만 되지는 않음을 통해 이야기한다.
누가 자신의 삶에 대해 ‘이미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인은 우리가 아는 현실에 대하여 마치 하나의 평행우주 같은 나머지 절반의 다른 현실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두 현실 사이에서 그녀는 긴 호흡으로 균형을 유지한다. 이는 아무도 위탁한 적이 없으나 이 세계 속 관계의 불통과 막연함, 그 가엾음으로부터 출발한 과업이다. 그러한 ‘균형’을 아는 자가 잠시 누리는 사랑의 시간이 있을 것이다. 두 세계를 사는 고단함이 사라지는 평정의 시간, ‘젖은 얼굴들이 밤바람에 조용히 말라가며’(「실내음악」) 눈을 떠도 깨어나지 않는 꿈 같은 시간. 소통하는 사랑을 갈망했던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균형의 노고’라는 사랑의 과업에서 실패하고 그런 사실조차 망각했을까. 시인 호수정은 이 시집에서 실패하면서도 놓지 않는 ‘사랑에 관한’ 경건주의적 여정을, ‘세계의 끝’을 향하는 여행과 계절들을 보여준다. 누군가 그런 삶을 살아낸다. 이런 시인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시인은 시집 원고를 먼저 보내온 적이 없고, 반대로 편집자가 우연히 그녀의 어떤 자세를 엿본 다음에 그간 써온 시들을 보여달라 청한 경우였다. 그러길 잘했다. 우리가 보는 세계가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는 듯한, 우리가 잃어가는 시인들의 전통에서 그녀가 무언가 깊고 정성스럽게 이야기한다. 그 동작과 호흡이 갈망과 더불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 조원규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