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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오쿠토와
12월, 고텐바 1월, 라우스 앞바다 2월, 도쿄 2월, 오쿠토와 에필로그 |
Yuichi Shinbo,しんぽ ゆういち,眞保 裕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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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센조가타케산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타고 짙은 안개와 함께 눈이 구름을 이끌고 왼쪽에서 몰아쳤다. 순간 시야를 가리며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온통 흰색이 되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흰색 어둠이 펼쳐졌다. 화이트아웃이다. --- p.30 지아키는 눈 쌓인 오쿠토와 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어지는 산 봉우리들을 완전히 뒤덮은 때 묻지 않은 흰 눈에 틀림없이 누구나 눈길을 빼앗기리라. 그 아름다움 뒤에는 사람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혹독한 추위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가즈시는 스스로 걸음을 옮겨 그곳으로 갔다. 가자. 지아키는 생각했다. 가즈시는 이따금 자기를 만나기보다 산에 가는 쪽을 선택하기까지 했다. 그 산에 내 발로 들어가 보자. 그리고 가즈시가 말하던 눈 쌓이는 소리를 들어 보자. 나도 틀림없이 뭔가 느낄 수 있겠지. 그래서 가즈시도 내게 겨울 오쿠토와를 보여 주고 싶다고 했으리라. 가자. 오쿠토와의 산으로. 가즈시가 사랑하고, 가즈시를 앗아 간 겨울 오쿠토와로. --- p.59 도가시는 자기만 살아남은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요시오카, 역시 너였구나. 개폐소를 점거한 침입자들은 요시오카의 약혼녀를 데리고 갔다. 그 여성을 구해 내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무라세를, 그리고 이와사키를 대신 자기 저승길 동무로 골라 데려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 야말로 사소한 우연 때문에 나만 목숨을 건졌을 리 없다. 맞지, 요시오카? 아니라고는 못 할 거야. 알았어. 도가시는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그렇게 해서 네 속이 풀린다면야. --- p.141 아직 부족한가……? 도가시는 생각에 잠겼다. 더 심한 고통에 시달린 뒤에야 쉴 수 있다는 건가? 아직도 더 많은 고통을 맛보아야 하는 거로구나. 그런가? 잘 알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뜻은 알겠다. 그렇다면 나를 실컷 고통스럽게 해다오. 추위에 얼어붙어 신경 줄이 끊어졌는지 고통도 못 느끼고 손발도 움직이지 않는다. 제발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일 수 있게 얼어붙은 몸에 입김을 불어 얼어붙은 신경을 녹여다오. 그러면 그 온기에 기대어 몸을 움직이겠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손발을 움직일 힘으로 삼겠다. 자, 죽어 가는 이 몸뚱이에 저승에서 손길을 뻗어 나를 채찍질해다오. --- p.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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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판매 120만 부!
전설이 된 심포 유이치의 걸작, 20년 만에 전격 복간! 심포 유이치의 전설이 된 걸작, 『화이트아웃』이 20년 만에 복간되었다. 1995년 첫 출간 이후 최단 기간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화이트아웃』은 일본에서만 12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심포 유이치는 이 작품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를 차지했고,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2000년에 영화화되면서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일본 아카데미 상 여러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신인이었던 심포 유이치 작가의 인생을 바꾼 작품인 것이다. 오쿠토와 댐 관리 직원 도가시는 절친한 동료 요시오카와 눈보라를 뚫고 조난자를 구하러 나갔다가 혼자만 살아 돌아온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도가시는 요시오카의 약혼자가 댐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근무일이 아님에도 댐에 남아 있던 도가시는 예기치 못한 테러에 휘말리게 된다. 테러리스트에 의해 댐이 점거된 가운데, 홀로 탈출에 성공한 도가시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고뇌한다.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모든 길이 차단된 고립된 설산. 인질이 된 동료들과 동료의 약혼자를 구해낼 수 있는 사람은 도가시뿐이다. 도가시는 이번에야말로 모두를 살리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홀로 댐으로 향한다. 오직 댐에 대한 지식과 설산에 대한 경험만을 믿고서. 『화이트아웃』은 장르소설로서 흠결을 찾아보기 힘든 작품이다. 조직적인 집단에 의한 대규모 사건의 발생, 강력한 의지를 가진 주인공의 사투, 저마다의 사연과 동기를 가지고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인물들, 정교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예기치 못한 반전까지. 이 모든 요소가 빈틈없이 작동하면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한다. 댐과 설산, 등산에 대한 치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탄탄하게 진행되는 전개는 대단한 흡인력을 보여주는데 무엇보다 댐의 구조와 원리, 겨울 산과 산행에 대한 경험을 활용하여 홀로 테러리스트들과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방식은 감탄을 자아낸다. 백미는 끝없이 쏟아지는 눈과 설산에 대한 생생한 묘사다. 마치 몰아치는 눈보라가 피부에 와닿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되어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눈이 이토록 공포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로울 만큼 눈과 설산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오감을 압박해 온다. 『화이트아웃』은 탁월한 산악 모험 소설이자 액션 스릴러 소설이지만 무엇보다 감동의 휴먼드라마다. 시시각각 변화해가는 도가시의 심리와 내적 갈등은 매우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테러, 대자연과 맞서 싸우는 한 인간의 사투는 근래 작품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숭고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도가시가 맞서 싸우는 것은 테러이기도 하지만, 자신 안에 내재한 후회와 죄책감이기도 하다. 화이트아웃은 짙은 안개나 눈보라 때문에 사방이 하얗게 가로막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모든 길이 사라지고 주변이 모두 가로막힌 것만 같은 느낌. 한 치 앞도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몰린 것만 같은 시간. 이 소설은 인생의 화이트아웃 속에 서 있던 인간이 다시금 불굴의 의지로 생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대의 고전이 된 소설 『화이트아웃』은 걸작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명작의 생명력을 만끽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