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영어 노래만 들리면 귀를 막고 울어버릴 정도로 영어거부감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당시 억대 연봉 영어학원 강사였던 제가 너무 바빠 정작 제 아이의 영어 노출이나 조기영어교육 같은 건 엄두도 못 냈거든요. 그런데 저를 대신해 행복이를 돌봐주시던 행복이 외할머니가 ‘일곱 살이 됐는데도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니 걱정된다’며 무작정 영어학원에 몇 달 보낸 것이 도리어 아이의 격렬한 영어 거부로 이어졌습니다.
--- p. 8

저는 우리말 독서로 잠재력을 키워오다가 초등 이후에 영어 괴력을 발휘한 아이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영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계속 실력이 좋아져 1~2년 후에는 자기 학년 아이들 수준을 따라잡고 2~3년 후에는 최상위권이 된 아이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이유로 우리말 능력 향상을 주안점으로 삼고 영어 적기교육을 시켰습니다.
--- p. 44

이 책을 통해 최소 3가지 방식으로 아이의 영어 공부를 코치할 수 있습니다. 제가 했던 ‘엄마표 영어’, 학원 공부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엄마도움표 영어’, 엄마가 못하는 부분만 동영상 강의나 과외로 갈음하는 또 다른 ‘엄마도움표 영어’입니다. 동영상 강의는 틀린 문제만 들을 수 있어 시간 절약 면에서 좋고, 과외는 선생님께 요청해 필요한 영역만 배울 수 있습니다. 엄마표 영어에 자신이 없다면 일부 외부의 도움을 받는 ‘엄마도움표 영어’로 아이의 영어를 성공시키세요.
--- p. 54

아이가 영어의 전 영역(리딩, 리스닝, 문법, 라이팅, 스피킹 등 5대 영역)을 고르게 잘한다면 좋겠지만, 유독 어려워하는 영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과형 뇌구조를 가진 아이의 경우 문법과 구조 분석을 잘하지만 언어적인 감각이 떨어집니다. 반면 문과형 뇌구조를 가진 아이의 경우 언어 능력은 좋으나 문법과 구조 분석을 어려워합니다. 엄마표 영어를 하면 이런 아이의 특성에 맞게 공부의 속도와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 p. 59

아이들의 성향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공통된 성향들이 있어서 그 기준으로 아이들의 유형을 나누곤 합니다. 제 엄마표 영어는 교재를 사용하고 학습했던 문장이나 단어를 흡수해 영어 실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재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과 문장과 단어를 ‘암기’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아이들의 학습 유형을 4가지로 나눕니다.
--- p. 61

행복이도 이 유형입니다. 암기를 해도 잘 잊어버리는 유형이라, 꾸준히 음원을 듣고 노트 정리를 읽게 했습니다. 4~6주마다 복습하는 주나 복습하는 날을 만들어 반복학습도 시켰습니다. 어떤 아이든 자신에게 맞는 암기 방법을 터득해 암기력이 발달하고 우리말 능력까지 더해지면,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영어를 더 좋아하게 될 겁니다.
--- p. 64

제2언어 습득 가설에 따라, 행복이와의 엄마표 영어는 관계 개선부터 시작했어요. 행복이는 영어거부감이 있던 아이라 정의적 여과막의 장벽을 더 낮추고 심리적으로 충분히 안정되어야 영어 습득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저에 대해 호감을 갖게 만드는 게 급선무였거든요. 아이가 코치인 나를 좋아해야 정의적 여과막이 낮아지면서 엄마표 영어가 성공의 길로 향하게 됩니다.
--- pp. 89~90

영어 교재보다는 영어 원서 위주로 아이의 영어 학습을 진행하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영어 원서 읽기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제 아이도 꾸준히 영어 원서를 읽었어요. 하지만 시험을 보는 우리 아이들은 영어 교재 학습도 필요합니다. 영어 교재란 학습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로, 학습 태도가 잡혀야 이 도구를 멋지게 사용해 비범한 결실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학습 태도는 공부 습관과 연결되고, 공부 습관은 공부 시간표나 공부 목록표로 잡을 수 있습니다. 결국 제 엄마표 영어는 올바른 학습 태도와 공부 습관을 잡음으로써 효과가 증대됩니다. 그리고 공부 습관이 길러졌다고 해도 독서 습관이 빠지면 영어 능력의 극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사실 제가 행복이에게 공부 시간표나 공부 목록표를 사용하게 한 가장 큰 목적은 ‘독서 습관 기르기’였습니다.
--- p. 102

알파벳 t는 우리말의 자음 ‘ㅌ’과 소리가 비슷하지만 우리말과 영어는 소리를 내는 음의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소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영어를 우리말에 대치시키는 설명을 덧붙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혹시 아이가 “b는 ㅂ과 같아요”라고 말한다면 “b는 ㅂ과 비슷하게 들리지만 영어와 우리말의 소리는 다르단다”라고 설명해주세요. 그러면 아이는 어떻게 다른지를 궁금해하며 더 주의해서 들을 겁니다.
--- p. 158

엄마표 영어 0단계 ‘영어 준비운동’ 하기에서는 영어권 국가 사람들과 사회, 문화 등을 이해시켰어요. 그리고 1단계에서는 역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저는 『영어 그 안과 밖』(한학성, 채륜)과 『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필립 구든, 허니와이즈) 등의 책을 읽은 뒤에 행복이에게 영어의 역사에 대해 알려주었어요. 그 당시 행복이는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영어의 역사도 흥미로워했습니다. 아이가 영어의 역사에 대해 알고 나면 영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겁니다. 단지 학문으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인문학으로서 영어를 대할 거예요.
--- p. 206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이는 방법의 원리와 문해력에 대해 설명을 할게요. 저는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첫 번째는, 일단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이며 의미를 파악하는 거예요.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추상적인 것을 시각화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을 말합니다. 두 번째는, 그렇게 파악한 내용을 지문이 끝날 때까지 이해하고 추론하고 정리하며 요약하는 것입니다. 파악한 의미를 재료 삼아 머릿속에서 잘 요리를 해서 나에게 맞는 요리로 재탄생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게 우리말 문해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