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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_ 아이들의 미래는 어른이 아니다 005
1부 동심과 말(언어)과의 연애라는 것은, 시보다 동시가 더 어려운 이유 013 환상은 찌릿찌릿 전기처럼 자란다 022 자전거를 기르자 035 난 늘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을 기다렸어 044 기척 055 생강밭 하느님과 ‘울 곳’ 062 발가락 073 2부 아름답고 또 아름답고 자꾸 아름답지만 아직 그 까닭을 잘 몰라서 고독 083 멀리 아주 멀리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살았던 곳이더군요 105 사랑, 상상, 질문 111 시인 김유진의 주술과 마법사 김유진의 힘 132 말의 뼈, 꽃의 몽상 142 인어공주 한정판 158 3부 모두에게 말을 건네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세계 숭어 169 동시 외전(外典) : 몸밖을 걸어 나온 ‘동심’의 경우 187 공기와 다투다 199 Inner Child 217 달걀 옮기는 쥐와 달을 옮기는 아이와 2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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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시각적 이미지들끼리 또는 서로 다른 청각적 이미지들끼리의 비밀스러운 조우를 시인들은 무심코 지나치지 않는다. 여기서 섬세한 감각의 서정적 세계가 탄생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잘생긴 거짓말 같은 이런 길이 생긴다. --- p.24 중에서
우리는 무작정 동심의 아름다움을 예찬할 것이 아니라 동심의 순수성과 그 꾸밈없는 거짓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해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욕망이 투사된 어떤 이상이나 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분명 아이들의 현실을 넘어선, 혹은 어른들에게 감추고 싶은 마음들이 숨어 있다. 그것이 진심(眞心) 아닌가. 아이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스스로의 현실을 넘어서거나 감추고 싶은 그 마음들이 진짜 동심은 아닌가. 그러니까 동심을 지배하는 것은 외연이 아니라 심연(深淵)이다. --- p.47 중에서 동시는 얼핏 어른들 손바닥 크기의 작은 지면 위에 글자들이 쭈뼛쭈뼛 몽당연필처럼 말없이 박혀 있는 메마른 풍경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 글자들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동시는 하나의 우주로 변해 꿈틀거린다. --- p.64 중에서 정말 그렇다. 살아갈수록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 작가로서 아이들을 “몰랐던 이야기”라고 쓴다. 그냥 그대로 하나의 우주에 담긴 이야기라고 읽는다. 이 세계에서 끝까지 존중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몰랐던 이야기” 즉 아이들의 마음이다. ‘최초의 밤’을 열어보듯 아이들의 마음을 가만히 열어본다. 어른 작가로서 끝까지 아이들에게 지켜줘야 할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고독’과 ‘유머’다. --- p.83 중에서 “난 어딨죠?” 이런 질문처럼 동시를 쓰거나 읽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다. 어른들이 동시를 쓰고 읽는 이유는 그럴듯한 언어로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거나 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냥 우리 모두를 위해 쓰고 읽는 것이다. 그것이 동시다. 잃어버린 무엇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이미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존재했던 사랑의 모든 시간과 장소들인지 모른다. 그 시간과 장소들은 우리 안의 아이들과 함께 있다. 따라서 동시는 희망과 동시에 절망을, 꿈과 동시에 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문학이 된다. --- p.97 중에서 아이들은 무지개 같은 존재다. 동시는 무지개 같은 이 아이들이 가진 몸과 마음을 탐색하고 나아가 어떤 존재인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보다 깊은 눈으로 아이들의 고독을 살펴야 할 까닭이다. 아니, 아이들에게도 고독이 필요한 이유라고 먼저 말해야 한다. 이 세계를 나의 세계로 바꾸는 것이 문학이라면 더더욱 이 고독은 중요해진다. 어쩌면 고독은 음악처럼 듣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악은 소리로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음악적 소리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는다. 소리들은 어떤 것의 표현이 아니다. 소리들 자체가 어떤 것이다. 몸짓으로 하는 아기들의 언어처럼, 그것은 ‘나에게 내 인생을, 내 사랑을 정직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책’인지 모른다. --- p.101 중에서 봄이 눈부신 것은 꽃이 피기 때문인데, 꽃이 핀다는 것은 꽃나무 여린 가지마다 망울이 둥글게 맺혀 사상(事象)과 교신하고자 하는 찬란한 투쟁이겠지요. 이때 투쟁은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자아와 타자의 차이를 감내하는 것은 물론 자아의 내면과 벌이는 고투를 동반한 삶의 형식이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마법의 순간’이 아닐까요. 시의 입장에서는 동심이 발화하는 지점이겠지요. --- p.133 중에서 시인의 몽상과 그 몽상의 동력으로 부리는 말과 어떤 이미지 속의 이 어린 시절은 우리의 어린 시절의 추억보다 훨씬 아름다울 수 있으며 보다 더 멀리멀리 나아갈 수 있다. 시인의 몽상은 어떤 모험담의 줄거리를 따라가고자 하는 동화 작가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냥 불쑥, 사로잡은 사유의 덩어리들을 구름처럼 이동시킨다. 몽상이 꿈과 변별력을 가지는 지점 중의 하나다. --- p.153 중에서 동시는 이른바 동심에 다가가려는 노력, 이해하려는 노력, 사랑하려는 노력, 이 노력들로부터 온다. 이런 노력들은 하늘에서 오는 것처럼 편안하게 오지 않는다. 꽃이 올 때 겨울의 모진 칼바람 속에서 생살들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p.174 중에서 아이들에게 시를 조금만 생각하고 읽도록 하면(누군가가 권하면) 어떤 비유나 꾸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느낄 새도 없이 서사를 따라간다. 실제 동시를 공부하려는 어른들보다 읽는 눈이 정확하고 주제를 신발처럼 꿰차 놀랄 때도 많다. 시인이 시에 숨겨놓은 느낌이나 분위기에 금방 녹아들며, 특별히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실감한다. 따라서 굳이 작품에 어떤 설명을 필요로 하는 것은 어린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어른, 나아가 어른 작가인 우리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 p.177 중에서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고 아무것도 말해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우리가 쓰는 말처럼 언제나 다시금 존재하며 언제나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은 내 안에도, 내 밖에도 그리하여 모든 곳에 있다. 그렇다면 나는 아이들 속에 있고 아이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 아닌가. 해서, 동시를 쓰거나 읽는 사람은 어린 시절 잃어버린 비밀번호부터 찾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시는 어른이든 어린아이든 제각기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 p.187 중에서 좋은 동시는 우리 안의 상처받은 아이, 영원히 이해받지 못할 슬픔으로 가득한 채 숨어 있는 내면의 아이를 사랑으로 일깨우는 거죠. 내면의 아이는 끝없이 다른 곳을 꿈꾸는 자,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오직 닿을 수 없는 아득한 미래의 나를 꿈꾸는 우리 모두의 ‘존재’이자 ‘실존’이니까요. 내면의 아이가 어릴 때부터 겪는 불안, 근심, 고뇌의 언표로 놓인다면 그 아이를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고 사랑할 수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동시가 가진 진정한 힘이 아닐는지요. --- p.225 중에서 동시는 어른 작가로서 돌이킬 수 없는 삶을 거울로 놓고 행하는 자기반성의 길고 깊은 여정이다. 시(동시)가 고백의 장르라면 그것은 미래의 것이다. --- p.243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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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걸어온 14년, 김륭의 첫 동시 평론집
‘동심 여행자’ 눈에 비친 우리 동시의 현재 “동시에서 아이들의 미래는 어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시인이 있다. 동시가 보여주는 아이들의 미래는 “아이임을 잊거나 잃지 않고 가는 길이며, 그 길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 하여 그는 동시는 단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유치한 말놀이가 아니라 어린 시절을 가진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하는 문학이라고 단언한다. 동시를 쓰는 창작자이자 동시를 읽는 독자이며, 이미 훌쩍 커버린 어른이면서 마음속에 아이를 품고 사는 김륭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눈에 비친 우리 동시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2007년 신춘문예에서 시와 동시에 각각 당선되어 어른 시와 동시를 함께 쓰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륭 시인이 데뷔 14년 만에 첫 동시 평론집을 펴냈다. 새로운 동시의 출현을 가로막는 ‘동심’에 대한 오류를 짚어내고 동시 비평 활성화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이번 평론집에는 그럼에도 보석처럼 빛나는 동시 작품들에 대한 소개는 물론 신춘문예 수상작을 중심으로 우리 동시의 현 주소를 진단할 뿐 아니라 우리 동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까지 담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 동시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길어 올린, 예리한 분석과 냉철한 고민의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 한 편의 시 속으로 불러들인 아이들을 어른 작가로서 나는 얼마나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 글은 제대로 된 비평문이 아니다. 창작자로서 개인적인 견해를 앞세운 어쭙잖은 산문이나 ‘동심 여행기’라고 해야 옳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동시를 읽는 일’과 ‘인간다움을 묻는 일’, ‘동시를 쓰는 일’과 ‘아름다움을 묻는 일’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책머리에) 「책머리에」에서 시인은 이 책에 묶인 글들이 “제대로 된 비평문이 아니”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지만, 작가와 작품을 분석하여 어떤 ‘론’을 펼치는 것만이 비평의 일은 아닐 것이다. 시인은 동시를 읽고 쓰는 일을 ‘인간다움을 묻는 일’ ‘아름다움을 묻는 일’과 나란히 두고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러기 전에 작품이 어떻게 쓰여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동시에 다가가는 첫 걸음일 테고, 그 걸음을 따라가다보면 인간과 삶의 본질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시인의 이러한 이야기는 그 어떤 비평문보다 동시와 삶을 향한 도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또한 이것은 “한 편의 시 속으로 불러들인 아이들을 어른 작가로서 나는 얼마나 책임질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하는, 창작자이자 동시를 사랑하는 독자인 시인이기에 가능한 글쓰기인지도 모른다. 동시 속에서 재발견되고 재해석되는 ‘어린이’라는 사람 미완성이어서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영혼의 집짓기 이 책에서 시인은 “아이는 사람의 처음 모습이며, 동심은 마음의 처음 모습”인데, “듣고 보는 것이 눈과 귀로 들어와 사람의 마음속에서 주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동심을 잃어버린다”는 중국 명나라의 사상사 이지의 「동심설」을 자주 언급한다. 동심은 아이의 마음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이지의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인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동시를 쓰는 시인들이나 동화를 쓰는 작가들에게 동심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역설한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뛰어난 아동문학은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말을 건네고 사랑을 건네는 것”이라는 데까지 확장된다. 아동문학이란 아이들에게 배달되는 어른의 마음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상상력이란 것도 대단한 창조력이 아니라 ‘나와 다른 세상과 사람이 되어보는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들의 세계에는 현실과 공상의 경계가 없다. 그 어떤 시공간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본문에서) 김륭 시인이 특히 경계하는 것이 동심을 핑계로 하여 어설픈 도덕이나 교훈으로 동시를 치장하는 것이다. 그는 이제 우리 동시가 “좀 불편하고 슬플 때도 되었다”고 말한다. “좀 불편하고 좀 슬픈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지키는 법을 배울 때”라고 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나와 다른 세상과 사람이 되어보는” 상상력일 텐데, 그것이 또한 어른 작가의 역할이라는 것이 이 평론집을 통해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질문은 답이 없는 동안 시가 된다” 내면의 아이를 만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돕는 책 김륭 시인은 동심에 대한 오류로 동심천사주의에 빠져 우리 동시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작품과 비평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일침을 전하지만,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진, 그래서 내면의 아이를 불러내어 재미와 새로움을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사랑과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특히 1부와 2부에 걸쳐, 진지한 비평의 글 뒤에 수록한 다른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에서는 이러한 시인의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다. 이안, 송찬호, 유강희, 이상교, 김유진, 안진영 시인에게 보내는 이 편지들은 독자들을 이들 시인의 동시 속으로 풍덩 빠지게 하는 마법의 문이 되어준다. 마지막 3부는 2018년 신춘문예 당선작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신춘문예와 각종 동시 문학상 수상작, 그리고 새로 발표된 동시들을 찾아 다양한 방식으로 읽어본다. 이를테면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가 쓴 일기 혹은 동시와 나란히 놓고 읽는다든가, BTS 멤버 뷔의 솔로곡 〈Inner Child〉와 함께 읽는 식이다. 이를 통해 우리 동시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것이다. 시인은 “아이들은 내 안에도, 내 밖에도 그리하여 모든 곳에 있”으므로 “동시를 쓰거나 읽는 사람은 어린 시절 잃어버린 비밀번호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평론집 『고양이 수염에 붙은 시는 먹지 마세요』가 독자들을 이끄는 곳은 바로 여기이다. 내면의 아이를 만나기 위한 각자의 마음 앞. 이젠 잃어버린 비밀번호를 찾는 일만 남았다. 그것은 좋은 동시를 간절히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그 비밀번호 또한 동시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동시를 쓰는 창작자들에겐 따뜻한 격려이자 엄중한 질문이고, 동시를 읽는 독자에겐 친절한 길잡이이자 정답이 없어서 더욱더 빠져드는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