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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희망 / 물 / 베스트셀러 /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 / QUEST / 헤밍웨이는 여름 시즌 투우를 기다리고 / 얼음 / 시내에서 시간이 남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하십니까 / 연금술사 / 정신과 병동에서 / 대전역에서 / 시험 / 수인(囚人)의 노래 / 살의(殺意) / 지귀(志鬼)에게 / 살로메 / 멋진 저녁 / 등화관제 / 시인 / 일하는 여자 / 서울대공원의 동물들 / 사우나에서 / 불을 피우며 / 저녁 / 남자들에게는 그럴듯한 명분이 많아요 / 책 / 일기 / 자전(自轉) / 풀섶 / 씁쓸한 생각 / 더위 / 구겨진 꽃다발을 보고 / 사랑 / 동양백화점 건널목에서 / 산책 / 웃음 / 식사 초대 / 신부 / 독감 / 첫 만남 / 장사를 하며 / 봄에 내리는 눈 1 / 봄에 내리는 눈 2 / 봄에 내리는 눈 3 / 진눈깨비 / 열 / 체르노빌 이후 / 저녁 태양 / 문명 / 태풍 / 유령 / 늦가을 저녁식사 / 현관에 앉아 / 회복 / 장미 / 아침 / 빙판 / 지귀 / 새 / 무너지는 도시 / 방 / 나비 / 빛 / 신도안 / 화요문학 사람들과 헤어지며 / 그해 겨울 귀뚜라미 / 거울 / 관음(觀音) / 비 / 참새 / 안개꽃 / 산책하는 분, 뜰에 잠깐 머물렀다 가세요 / 연시(戀詩)를 쓰기 위한 연습 |
양애경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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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현관에서 무심히
한 걸음 내디디다 쿵 동네 보도에서 주루룩 마음놓고 디딜 때마다 쿵 또 눈이 내린다 햇빛 밑에서 녹으며 내리고 그늘에서 얼며 내린다 바람 불면 날리면서 내린다 재채기를 하며 눈을 맞는다 눈물을 흘리며 눈을 맞는다 아이를 업고 눈을 맞는다 아이는 잠들어 돌같이 가라앉는데 또 눈이 내린다 마음놓고 기댈 때마다 허물어진다 사랑하는 일같이 믿을 때마다 넘어진다. --- 「빙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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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 시인의 말 초판 시인의 말 제 시의 첫번째 독자이신 어머니께 첫 시집을 드립니다. 1988년 6월 양애경 개정판 시인의 말 첫 시집인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게 되었죠. 그랬더니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이십대의 제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어요. 어찌나 기특하고 가여운지 어깨를 두들기며,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 거야”라고 격려해주고 싶었어요. 그후 몇십 년, 정말 괜찮았거든요. 지금의 내게 다시 미래의 내가 찾아오는 일이 생길까요? 그때도 미래의 내가 “괜찮아, 넌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기를. 2021년 11월 양애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