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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사르비아문고

저자 소개 1

1920년 평남 안주군 신안주면 운학리에서 태어나 고향의 청강보통학교와 진남포 공립상공학교를 졸업하고 평양, 만주, 풍천 등지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하였다. 해방 이후 월남하여 동국대학교 전문부 국문과를 졸업했다. 한국전쟁 중에는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가 거제도로 옮겨가서 거제고등학교 교사로 3년간 근무했다. 전쟁이 끝난 후 서울로 돌아와서 대광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했으며, 1955년에 『현대문학』에 단편 「암표」와 「일요일」이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등단하였다. 1957년에 「학마을 사람들」을 발표하여 서정성 짙은 작품 세계를 선보였으며, 1959년에는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오발탄」을
1920년 평남 안주군 신안주면 운학리에서 태어나 고향의 청강보통학교와 진남포 공립상공학교를 졸업하고 평양, 만주, 풍천 등지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하였다. 해방 이후 월남하여 동국대학교 전문부 국문과를 졸업했다. 한국전쟁 중에는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가 거제도로 옮겨가서 거제고등학교 교사로 3년간 근무했다. 전쟁이 끝난 후 서울로 돌아와서 대광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했으며, 1955년에 『현대문학』에 단편 「암표」와 「일요일」이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등단하였다. 1957년에 「학마을 사람들」을 발표하여 서정성 짙은 작품 세계를 선보였으며, 1959년에는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오발탄」을 발표하여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발탄」은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암울한 현실 속에서 존재 의의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주인공의 자의식을 사실주의적 필치로 그려낸 작품으로 유현목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1960년대 이후에는 한국외국어대학의 교수로 부임하여 후진 양성에 힘썼고, 수많은 단편과 15편에 달하는 장편을 연재하는 등 정력적인 창작활동을 펼쳤다. 만년에는 한국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1년에 예술원 회원이 되었고 대한민국 예술상을 수상하였다. 이듬해 1982년 2월 28일에 뇌일혈로 졸도하여 경희의료원에 입원한 뒤 3월 13일에 사망하였으며, 이후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용인공원묘지에 안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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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1991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9쪽 | 크기확인중
ISBN10
XX00106080

책 속으로

자동차 길엘 가재도 오르는 데 십리, 내리는 데 십리라는 영(嶺)을 구름을 뚫고 넘어, 또 그 밑의 골짜기를 삼십리 더듬어 나가야 하는 마을이었다. 강원도 두메의 이 마을을 관(官)에서는 뭐라고 이름 지었는지 몰라도 그들은 자기네 곳을 학마을(鶴洞)이라고 불렀다. 무더기무더기 핀 진달래꽃이 분홍 무늬를 놓은 푸른 산들이 사면을 둘러싼 가운데 소복이 일곱 집이 이 마을의 전부였다. 영 마루에서 내려다보면 꼭 새둥우리 같았다. 마을 한 가운데는 한 그루 늙은 소나무가 섰고, 그 소나무를 받들어 모시듯 둘레에는 집집마다 울안에 복숭아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때때로 목청을 돋우어 길게 우는 낮닭의 소리를 받아 우물가 버드나무 밑에서 애들이 부는 버들피리 소리가 피리피리 필릴리 아득히 영마루에 까지 아지랑이를 타고 피어올랐다. 이 학마을 이장(里長) 영감과, 서당의 박 훈장(朴訓長)은 지팡이로 턱을 고이고 영마루에 나란히 앉아 말없이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둘이 다 오늘 아침 면사무소 마당에서 손자들을 화물자동차에 실어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왜놈들은 끝내 이 두메에서까지 병정을 뽑아 내었던 것이었다.

두 노인의 흐린 눈들은 꼭같이 저 밑에 마을 한가운데 소나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아침부터 지금 낮이 기울도록 삼십 리 길을 같이 걸어오면서도 거의 한마디도 말이 없었다.
이윽고 이장 영감이 지팡이와 함께 쥐었던 장죽으로 걸터앉은 바윗 등을 가볍게 두들기며 입을 열었다.

--- p.3

부산은 강원도 두메보다 봄이 일렀다. 한겨울을 그 속에서 난 창고 모퉁이에 파릇한 새싹이 돋아올랐다. 그들은 잊어버렸던 것처럼 새삼스레 마을이 그리웠다. 저녁때 모여 앉으면, 그들은 은근히 이장 영감의 얼굴을 살폈다. 이장 영감은 그저 가느스름하게 눈을 감고 묵묵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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