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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길엘 가재도 오르는 데 십리, 내리는 데 십리라는 영(嶺)을 구름을 뚫고 넘어, 또 그 밑의 골짜기를 삼십리 더듬어 나가야 하는 마을이었다. 강원도 두메의 이 마을을 관(官)에서는 뭐라고 이름 지었는지 몰라도 그들은 자기네 곳을 학마을(鶴洞)이라고 불렀다. 무더기무더기 핀 진달래꽃이 분홍 무늬를 놓은 푸른 산들이 사면을 둘러싼 가운데 소복이 일곱 집이 이 마을의 전부였다. 영 마루에서 내려다보면 꼭 새둥우리 같았다. 마을 한 가운데는 한 그루 늙은 소나무가 섰고, 그 소나무를 받들어 모시듯 둘레에는 집집마다 울안에 복숭아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때때로 목청을 돋우어 길게 우는 낮닭의 소리를 받아 우물가 버드나무 밑에서 애들이 부는 버들피리 소리가 피리피리 필릴리 아득히 영마루에 까지 아지랑이를 타고 피어올랐다. 이 학마을 이장(里長) 영감과, 서당의 박 훈장(朴訓長)은 지팡이로 턱을 고이고 영마루에 나란히 앉아 말없이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둘이 다 오늘 아침 면사무소 마당에서 손자들을 화물자동차에 실어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왜놈들은 끝내 이 두메에서까지 병정을 뽑아 내었던 것이었다. 두 노인의 흐린 눈들은 꼭같이 저 밑에 마을 한가운데 소나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아침부터 지금 낮이 기울도록 삼십 리 길을 같이 걸어오면서도 거의 한마디도 말이 없었다. 이윽고 이장 영감이 지팡이와 함께 쥐었던 장죽으로 걸터앉은 바윗 등을 가볍게 두들기며 입을 열었다. --- p.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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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강원도 두메보다 봄이 일렀다. 한겨울을 그 속에서 난 창고 모퉁이에 파릇한 새싹이 돋아올랐다. 그들은 잊어버렸던 것처럼 새삼스레 마을이 그리웠다. 저녁때 모여 앉으면, 그들은 은근히 이장 영감의 얼굴을 살폈다. 이장 영감은 그저 가느스름하게 눈을 감고 묵묵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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