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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PART 1. 사랑하면 보이는 것들아버지의 라디오 | 대우전자 라디오목숨 값과 바꾼 광부의 라디오 | 화신-소니 CF-570사회주의 표정이 담긴 ‘소련제 라디오’ 추적기 | 셀레나 B210 & 러시아 303세월을 간직한 라디오의 변신 | 제니스 835라디오의 집, 모던춘지수리의 희열오디오하기와 라디오하기주파수 창 도시 여행 | 그룬딕 새틀라이트 2000PART 2. 라디오 신세계자그마한 부품이 바꾼 라디오 역사 | 리전시 TR-1 불굴의 라디오 장인 | 모델 20 & 다이나트론 노마드 시계 회사가 몰랐던 ‘라디오의 시간’ | 부로바 250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하이브리드 | 톰섬 TT-600 60년간 살아남은 디자인 | 부시 TR-82 파랑을 탄 자동차 라디오 | 블라우풍트 더비 예술 작품이 된 라디오 | 브리온베가 TS-502 라디오 간판스타 | 브라운 T-22 ‘번안 라디오’의 아이러니 | 골드스타 A-501 사실 이만하면 족하다 | 사바 트랜잘 오토매틱 199Video Killed the Radio Star? | 샤프 트라이메이트 5000PART 3. 라디오 밖 세상‘국민 라디오’의 배신 | 지멘스 VE301 왜 라디오에 전쟁의 옷을 입히는가 | ICF-5800 세상의 종말을 대비한 라디오 | 실베이니아 U-235 ‘저항의 상징’ 붐 박스의 부활 | 빅터 RC-550 우리 동네 라디오 | 사바 린다우 독일 라디오 방송이 부럽다 | 텔레푼켄 유빌라테 단파 라디오 단상 | 노드멘데 갤럭시 메사 6000 바다 위 레지스탕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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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물건, 라디오를 다시 불러낸 이유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 중에는 스마트폰에 있는 통화 아이콘이 왜 전화기 모양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집에서 사용하는 유선 전화기를 사용해 본 적도, 눈으로 본 적도 없어서다. 그들에게 전화기는 스마트폰의 직사각형이 더 적절한 상징이다. 전화는 스마트폰에 이름이라도 남겼지만, 라디오는 이름조차 사라졌다. 지금의 라디오는 방송 콘텐츠를 의미할 뿐, 물건으로서의 흔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라디오 방송도 주파수를 수신하는 게 아니라 앱을 통해 듣는다. 라디오의 물성은 이제 우리 생활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 라디오라는, 수명이 다한 기계를 수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집가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든다. ‘아름다운 물건이다.’ ‘소리가 좋다.’ ‘역사가 묻어 있다.’ ‘스토리가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좋은 것은 알겠지만 수집하는 진짜 이유에 대한 답이 되기는 어렵다. 『만년필 탐심』에 이어 『라디오 탐심』을 내며 우리가 내린 결론은 ‘불멸성에 대한 욕구’였다. 잘 만든 물건은 생명력을 가진다. 하물며 한 시대를 지배한 물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잉크병을 가지고 다니지 않고도 쓸 수 있는 만년필, 지구 반대편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라디오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최첨단 제품이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당대의 기술과 마케팅 철학, 미학이 집중된다. 그러는 와중에 걸작이 완성되면 그 제품은 불멸의 지위를 얻게 된다. 수집가들은 이 물건들을 수집하여 집어삼킴으로써 자신도 불멸이 된다. 불멸이 된 라디오의 매력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여러 국가의 라디오 청취율이 크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보편적이고 단순해 접근하기 쉬워서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가 격리 등의 고립된 상황에서 친밀감을 준다고도 한다.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해 준다는 것이다. 위기나 재난 상황에 대비할 때, 휴대용 라디오 수신기는 여전히 필수 준비물이다. 라디오 방송은 여전히 유용하지만, 라디오라는 물건 자체의 효용은 어떤가.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의 시대에 라디오는 장식품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라디오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예전에 유럽에서 만들어진 라디오의 주파수 창에는 유럽 도시 이름이 새겨져 있다.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는 방송 도시들의 이름이다. 이 창에 어느 나라의 언어로, 어떤 도시가 새겨져 있느냐에 따라 그 라디오가 만들어진 시기와 국가, 그리고 그 국가가 인식하는 세계의 범위를 알 수 있다. 옛 소련의 라디오의 주파수 창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아닌 ‘레닌그라드’가 적혀 있고,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라디오에는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3국이 적혀 있다. 전파에는 국경이 없지만, 사람들은 라디오에 시대의 흐름을 새겨 넣었다. 그래서 라디오는 대량 생산 공산품이지만 인간들의 삶의 흔적, 인문이 묻어 있는 물건이기도 하다.라디오에 묻은 인문의 흔적을 찾다 보면 뜻밖의 발견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관점을 얻기도 한다. 라디오와 방송은 처음부터 함께할 운명이었다. 라디오는 전파를 수신하는 기계다. 전파를 보낼 누군가가 필요하다. 초창기의 방송은 국가가 관리했고, 한때 나치는 국민들을 세뇌시키는 데 라디오를 이용했다. [BBC]가 상업 방송을 허용하지 않자 영국의 젊은이들은 공해에 배를 띄워 해적 방송을 내보냈다. 전파를 타고 흘러나온 해적선의 로큰롤은 해방구가 됐다. 이런 역사를 토대로 지금의 라디오 방송의 틀이 잡혔다.이런 역사가 묻어 있는 물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더욱이 잘 만든 물건이라면 이 책을 읽는 독자보다도 더 오래 생명을 이어나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라디오는 라디오 방송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나 유효하다. 장식장 안에 있어도 언제든 다시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물건이다. 시대의 흐름에 밀려 잠시 쉬고 있다 해도 라디오는 다시 우리에게 말을 걸 준비가 되어 있다. 사라지지 않을 물건을 보고 배우는 것, 그것이 라디오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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