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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1st Destination 표정과 말에 마음을 얹다 승무원인 우리는 행운아였던 모양이다 외로이 불을 밝히는 이들에게 빛을 더해 “무엇이 필요하신가요?”라고 물을 수 있는 직업 그렇게, 먼저 정 주는 일 우리는 서로를 응원한다 최첨단 공항이 두려운 사람들 - 나의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 탑승자 1명 내가 떠난 자리를 마주하는 누군가 2nd Destination 외모를 관리해야 하는 업무에 대하여 날라리 승무원으로 거듭나려다가 벗어날 수 없는 ‘승무원상’의 늪 유니폼이 허락하지 않으면 입을 수 없다 손거울보다는 승객의 안색을 볼 수 있다면 - 역대급 방송 실수 다 들립니다 자주 만나는 퍼스트 & 비즈니스 클래스 풍경 매우 자주 일어나는 분실 시술받는 시간 3rd Destination 비행기로 출근하는 마음 난기류가 휩쓸고 간 후 시선에 마음을 담을게요 진상 승무원이 나타났다 손님, 저도 처녀 귀신은 되기 싫습니다만 우리가 더 유연하게 존재할 수 있는 상대 컴플레인과 승무원의 상관관계 - 서로에게 위협이 아닌 위로로 남을 수 있다면 가위바위보 할래요? 명절 비행 공부 못하면 하는 직업 하루에 네 번 비행기를 타면 출근하니 컴플레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잘못은 날씨가 했지만 타인을 생각하는 시간 4th Destination 비행하는 일에 여행하는 설렘을 더하여 선물을 고르는 승객의 표정은 모두 똑같다 지금 당신이 떠올리는 그 사람에게 애쓰고 깨지던 시간이 버티는 힘이 되어준다면 운명을 비껴간 그 사람 내게 다시 비행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사직서를 품지 않았지만 퇴사를 했다 - 같은 마음 하늘 위에서, 하늘 위라서 - Behind the Scene 비행기에서 일어나는 일이 궁금하다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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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사탕 하나를 입에 물었다. 내 돈 주고 사 먹어본 적 없는 홍삼 사탕. 캐리어 끄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리에 할머니가 해주신 말이 작게 깔리는 듯했다.
“먼저 정 주는 겨. 먼저 잘해주고, 정 주고 그랴.” 누군가는 그렇게, 그 사람이 했던 말이나 이야기로 기억에 남는다. 그날의 할머니 승객은 내게 이 대사로 남아 있다. 나는 누군가의 기억에 어떤 말을 한 사람으로 남을지 잠시 생각했다. ---「그렇게, 먼저 정 주는 일」중에서 승객이 드디어 슬몃 미소 지으며 “예쁘네요” 하고 말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비행기가 크게 흔들리자 이성을 잃은 승객이 앞좌석 위로 솟아 있는 남성 승객의 머리칼로 손을 뻗으며 외쳤다. “악! 나 이 아저씨 머리 잡을래!” 앞좌석 승객의 머리는 탈모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나는 너무 놀라 내 정수리를 들이밀었다. “아니에요! 제 머리 잡으세요! 제가 머리카락도 더 길고 잡기 편해요!” 다른 승객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뭐라고 지껄이는지도 모른 채 일단 내뱉고 본 거다. 옆에서 승객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그제야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우리는 서로를 응원한다」중에서 국내 한 신생 항공사는 2020년 젠더리스 유니폼을 도입하며 성 상품화를 지양하고 안전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9년 영국의 A 항공사는 승무원이 화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그리고 내가 면접을 봤던 국내 한 항공사는 여전히 최종 면접에서 자사의 치마 유니폼을 입혀 지원자를 같은 기준으로 두고 면접을 진행한다. 유니폼을 입은 다음 면접관들의 가까이 오란 말에 반 팔 간격으로 다가가 멀뚱히 서 있던 나는 나의 생각과 의지가 아니라 몸뚱이로 평가받고 있다 느꼈다. ---「벗어날 수 없는 ‘승무원상’의 늪」중에서 서비스 최전선에서 일하는 우리에겐 웬만한 소리에도 끄떡없는 맷집이 생긴다. 어서 자고 다음 날 출근하기 위해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폭언에 집중하기보다 외면하고 덮어버리는 기술을 나름 터득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무릎 꿇어라. 다음엔 칼 들고 찾아가겠다” 같은 말에 완전히 괜찮을 사람은 없다. 고객이 길길이 날뛰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대응하는 요령은 익힐지라도, 내 안위까지 위협하는 말은 들을 때마다 마음이 싸늘하게 식는다. 가슴살을 저미는 듯한 잔인함에 얼굴에서 표정이 지워지면 그것이 또 폭언을 들어 마땅한 이유가 되어버린다. 저 사람은 모른다. 우리가 얼마나 두렵고 쓸쓸한지. 닿을 수 없는 거리감에 얼마나 막막한지. 일관된 웃음을 지어 보이기 위해 실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모르니까 저럴 수 있다. 모르니까. 알려고도 하지 않으니까. ---「서로에게 위협이 아닌 위로로 남을 수 있다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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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 책에 실린 이야기를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삶의 어느 곳에나 희노애락이 있지만 기내라는 공간은 어딘가 특별한 구석이 있다. 비행기가 이륙하여 하늘을 나는 동안 승무원은 승객과 꼼짝없이 함께 있어야 하며, 서비스업의 특성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에 좀 더 드라마틱한 면이 있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발생하면 출발지로 돌아가거나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곳에 착륙해야 할 수도 있으며 사람을 살렸다는 안도감도 잠시, 저마다의 일정에 차질이 생긴 사람들이 쏟아내는 날것 그대로의 반응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도 신사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험한 말을 퍼부으며 거칠게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런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몇 시간 동안 한 공간에서 지내며 쌓인 유대로 따뜻한 말을 주고받기도, 서로의 안전을 신경 쓰기도 한다.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때로는 마음이 서늘해지다가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깔깔대며 웃게 된다. 외모를 관리해야 하는 직업에 대하여 ‘승무원’이라는 단어는 ‘외모’라는 표현과 붙어다닐 때가 많다. 면접 준비에서도 외모 관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렇기 때문에 대학의 관련 학과에서는 외모 지적을 서슴지 않는다. 외모를 중시하다 보니 일터에서의 환경은 열악해진다. 유니폼은 일하기 편하고 실용적이기보다 예쁘게 보이도록 디자인되었고, 구두를 신고 장거리 비행을 하고 나면 발은 퉁퉁 붓게 마련이다. 항공사에는 외모 및 복장 규정이 있어 항상 매니큐어를 발라야 하고, 머리도 정해진 방법으로 스타일링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승객의 편안하고 안전한 비행에 충분히 신경 쓸 수 있을까? 저자는 승무원으로 일하는 자신뿐 아니라 승무원이 되어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후배와 준비생을 위해서도 전현직 승무원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외모 관리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