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1. 자기만의 방이 필요할 때내 방 아니고 우리 방자기만의 방스물셋, 독립 2. 마음을 둘 수 있다면 어디든4층 동쪽 집자취 밥상갈매기가 나는 곳 실내의 사계창가 앞에 앉아사는 것과 살아지는 것 3. 집이 생겼습니다인생 가장 큰 쇼핑인테리어의 세계예쁜 게 취향입니다 몸에 꼭 맞는 집초록 친구들쓸고 닦는 일그리고 남겨진 것들 4. 좋은 곳에 산다는 건사람은 변하기 힘들다지만변하지 않는 것 혼자 있는 방나 전시장안전에는 돈이 든다 5. 그리고 필요한 것들동네 친구와 단골집산 혹은 바다나의 전부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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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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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한가득 써 내려간 일기장을 꼭꼭 감추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책상이 필요했다. 친구와 이야깃거리가 떨어질 때까지 편하게 통화를 할 나만의 침대가 필요했다. 정말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내 방에 들어와 모든 걸 내려놓고 펑펑 울고 싶었고, 잠이 올 때 스위치를 끄고 싶었다. ‘우리 방’은 그 역할을 하나도 해내지 못했다.
--- p.17, 「내 방 아니고 우리 방」 중에서 내 집이었다면, 처음부터 내가 이 모든 물건을 내 선호에 따라 살 수 있었다면. 가족들의 의견 없이 내 마음대로 주방부터 화장실까지 집 안 전체를 손댈 수 있다면. 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히곤 했다. 언젠가 내 집이 생겨 작은 방 하나를 넘어 집 안 곳곳에 손을 댈 수 있기를 바랐다. --- p.25, 「자기만의 방」 중에서 잠이 오지 않으면 밤을 새우고, 그러다가 혼자 견딜 수 없는 날이 오면 친구들을 잔뜩 불렀다. 모두가 돌아간 새벽엔 침대에 누워 공허한 천장을 보며 울었다. 벽을 보고 돌아누울 필요가 없는 방이었다. --- p.29, 「스물셋, 독립」 중에서 그즈음 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익숙하고도 지겨운 동네를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삶을 환기하길 바랐다. 버스 정류장에 가득 붙어 있는 노선표를 보지 않고도 어디든 갈 수 있고,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 굳이 휴대폰을 붙잡고 지역 맛집을 찾아보지 않아도 맛이 보장되는 단골집을 찾아갈 수 있는 생활은 편리했지만 권태로웠다. 추억이 많으면 잊고 싶은 기억도 덩달아 늘어나는 법이었다. --- p.55, 「갈매기가 나는 곳」 중에서 나는 아주 오랫동안 내가 살아지고 있다고 느꼈다. 삶에 목표라는 게 없고, 태어났지만 죽지는 못해 그저 하루하루 살고 있는 ‘살아지는 삶’. 나의 전부이자 내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인 베베가 세상을 떠난다면 나도 주저 없이 함께 이곳을 떠날 거라고 한동안 입버릇처럼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녔다. --- p.84, 「사는 것과 살아지는 것」 중에서 집에 식물이 있으면 조금 더 부지런해지고, 조금 더 책임감이 생기고, 조금 더 환기와 채광에 신경을 쓰게 되고, 조금 더 행복해진다. 특히나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몹시 긍정적인 경험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 p.155, 「초록 친구들」 중에서 누군가의 기분을 맞출 일도,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를 듣느라 진이 빠질 일도, 상태를 살피며 눈치를 볼 일도, 예의나 격식을 차릴 일도, 멀쩡한 척할 일도 없다. 화나면 화나는 대로, 늘어지면 늘어지는 대로 다 표현해도 괜찮다. --- p.202, 「혼자 있는 방」 중에서 |
95만 명의 구독자가 사랑한 일상 유튜버 슛뚜공간의 중요성을 한 권의 에세이에 담다“당신의 집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공간이 인간을 애정하고 있다는 감각그로부터 우리는 문을 열고 나갈 용기를 얻는다사람마다 유달리 애착을 두게 되는 장소가 있다. 누군가에겐 집이, 누군가에겐 학교가, 누군가에겐 직장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애착은 ‘나’라는 사람이 공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만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그곳으로부터 충분히 사랑받고 있기에 그 자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진다. 그러나 종종 우리에겐 필시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 생긴다. 누군가 사랑하는 공간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힘들고 어려운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때 저자에게 집은 벗어나고픈 공간이었고 그래서 자신만의 방을 가지는 것을 꿈꾸었다. 크고 넓을 필요도, 원하는 가구들로 충분히 꾸며질 필요도 없었다. 그저 울고 싶을 땐 벽을 보고 숨죽이지 않아도 되는, 친구와 편히 통화를 할 수 있는 그저 자신만의 방을 원했다. 사람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위로와 충전을 위해 집을 찾을 때, 저자는 집에서 더 소모되지 않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밖을 서성였다. ‘집’을 가장 애정하고, 스스로 ‘집순이 끝판왕’이라고 칭하는 저자에게도 ‘집’이 어렵고 싫었던 시간이 있었다. 삶은 변화의 연속이기에 때로는 싫었던 것이 좋아지고, 좋았던 것이 싫어진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성장의 여정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스스로 쟁취하고 만들어가는 삶 깊이 뿌리 내리고 있던 삶의 태도를 바꾼다저자는 크리에이터로서 취향이 주는 기쁨과 취향이 억눌릴 때의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취향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사실 생각보다 많지 않다. 취향이라는 것은 종종 우리가 직면한 삶에 떠밀려 약화되고, 부득이하게 외면당하고 만다. 견고하게 커튼을 쳐둔 어두운 집을 좋아하는 줄 알았던 저자가 사실은 집 안으로 스미는 햇빛을 좋아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나의 것이었던,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나의 것이 아니었던, 그 미묘한 경계를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취향을 가진 사람이 된다.취향을 찾아가고 발전시키기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주체적인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자신을 확립하고 만들어가는 쟁취의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선별할 수 있는 시선이 생기고, 때로는 편리함보다 불편함을 감수한다. 집은 ‘나’의 가치관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다. 미니멀리즘, 비거니즘, 페미니즘 등등 사람마다 해당 사항이 달라질 것이다. 냉장고 혹은 화장대가 단출해지고, 소비의 패턴도 달라진다. 저자는 물건을 줄이고 화장품을 줄이면서 집 안에 식물을 들인다. 굳게 쳐둔 커튼을 걷고 매일 아침 청소를 하고 취향이 묻은 공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삶의 균형을 유지하게 되면 집은 전처럼 더러워지지 않는다. 또한 나를 지키기 위해 일상의 소중함을 한 번 더 돌아본다. 이를테면 반려견, 식물, 일, 책임감, 그리고 자신을. 이 책은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저자가 지나온 시간의 흔적, 감각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로서 센스가 돋보이는 취향과 인테리어, 나아가 나를 지키기 위한 삶의 태도를 담았다. 그런 의미에서 『가끔 집은 내가 되고』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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