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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재 희곡선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목차

작가의 글 …………………………………… 006
코스모스: 여명의 하코다테 ……………… 009

저자 소개 1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6년 극단 76에 배우로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89년 「습관의 힘」을 연출해 연출가로도 데뷔했다. 1999년 「청춘예찬」으로 그해 모든 연극상을 휩쓸면서 연출가로서 이름을 알렸고,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비일상적 상황에서 일상을 포착한 작품을 다수 창작했다. 우울하면서도 희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어둡지만은 않은 연극 분위기는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특징이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극단 골목길 대표다. 대표작으로는 「쥐」(1998), 「청춘예찬」(1999), 「경숙이 경숙 아버지」(20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6년 극단 76에 배우로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89년 「습관의 힘」을 연출해 연출가로도 데뷔했다. 1999년 「청춘예찬」으로 그해 모든 연극상을 휩쓸면서 연출가로서 이름을 알렸고,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비일상적 상황에서 일상을 포착한 작품을 다수 창작했다. 우울하면서도 희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어둡지만은 않은 연극 분위기는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특징이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극단 골목길 대표다. 대표작으로는 「쥐」(1998), 「청춘예찬」(1999), 「경숙이 경숙 아버지」(2006), 「너무 놀라지 마라」(2009) 등이 있다. 희곡집으로 『박근형 희곡집1』, 『청춘예찬』, 『너무 놀라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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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88쪽 | 148*210mm
ISBN13
9791197089398

책 속으로

우주는 홀로 눈을 뜨고, 우리 인간들이 어서 눈 뜨길 기다리지. 그러나 인간은 절대 눈 뜨지 않고 귀 열지 않아. 그래서 우주는 외로운 거야. 자신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게 슬퍼. 우주는 하루 종일 괴롭고 슬퍼. 그래서 도는 거야. 가만히 견딜 수가 없어. 그래서 우주는 돌고 돌고 미치기 시작하는 거야. 우리 인간이 불쌍해서!
--- p.22

전쟁엔 미치는 순서가 있다고. 처음엔 적하고 싸우다가 미치고, 두 번짼 자기 주변 우리끼리 싸우다 미치고, 세 번짼 자기 자신과 싸우다 미친대.
--- pp.32~33

술은 꿈을 꾸게 만들어! 과거를 잊게 만들고! 상처를 중화시키고. 그리고 무엇보다 술 마시면 보고 싶은 사람 맘대로 다 꺼내 본다, 이 가슴 속에서 꺼내서 욕하고 울고 부둥키고………
--- p.34

그 사람들 토모보단 저를 많이 좋아했어요. 토모는 맞으면 무조건 비는데, 전 맞을수록 대드니까. 아무래도 저를 상대하는 게 신나겠지요. 사냥꾼의 심정이죠 (...) 똑같은 표적이라도, 얌전한 쉬는 짐승을 겨누는 것보다 미쳐 날뛰는 짐승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게 더 희열을 느끼지 않겠어요
--- pp.47~48

눈을 딱 떴는데, 집안이 조용한 거예요. 동생은 울고 새엄마는 아무 말씀도 없고. 김요한이 동생 이름 석 자 적힌 징용 통지서 방바닥에 놓여있고, 그래서 내가 동생한테 그랬죠. 요한아 내가 오늘부터 요한이 너 할 테니, 네가 나 수일이 하면서 어머니 잘 모셔라. 새엄마가 말은 없구 주먹으로 가슴 쿵쿵 치시더라구요. 그길로 이름 바꾸고 동생 요한이로 삼 년 살았네요.
--- pp.48~49

할아버지는 매일 같은 시간 되면 남의 집 담벼락에 기대 볕을 쬐는 게 유일한 낙이예요. 어느 날 할아버지 외동아들이 몹쓸 병 걸려 죽기 직전인데도 이 어른 벼째기하는 순간 죽고 말았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할아버지 그 담벼락 햇살 아래에서 슬픔 참고 계셨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은 제게 벼째기 할아버지의 햇살 같은데예요
--- pp.48~49

근데 하루는 빨래를 하고 너는데, 하얀 광목 기저귀가 너무 많은 거래요. 그 관리인 부인꺼죠 다. 우리 조선사람들은 입을 옷도 없는데, 그 일본 부인은 뒷거리 광목천이 산더민 거예요. 몰래 하나 훔쳐 집에 와서 속옷 만들어 입으셨대요. 다음 날 관사에 나갔는데 그 일본 부인이 그 광목 기저귀 하나하나 세면서 엄마 보더래요. 얼굴 빨개져 아무 말 못 하고 있는데, 원래 한두 개 바람에 날려 간다면서 모른 척하더래요. 엄마는 그 집서 쫒겨날까 노심초사하는데, 그 일본 부인이 새 광목천 주면서 필요하면 언제고 말하라고 했대요

--- pp.76~77

출판사 리뷰

단선적 역사관에 대한 재고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 사이에 발견되는 일반적 구도가 있다. 가해자 일본과 피해자 한국의 대립이다. 당시를 배경으로 한 대부분 콘텐츠가 이러한 구도 안에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현실에서 한발 물러서, 서구의 문물이 들어오던 개화기를 낭만적으로 그리는 소수의 콘텐츠가 있다. 극단 골목길의 연극 〈코스모스: 여명의 하코다테〉(이하 ‘코스모스’)는 말하자면 전자의 구도 안에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취하는 태도는 여타의 콘텐츠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골목길의 전작과 맥을 같이 한다.

〈코스모스〉를 관통하는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은 7월 14일의 홋카이도 폭격과 7월 28일 아오모리 대공습이다. 주인공은 일제에 징용되어 홋카이도 유바리 탄광에 끌려간 수일(요한)이다. 본래 징용대상자는 수일의 동생 요한이었지만, 수일이 요한을 대신해 탄광까지 끌려오게 되었다. 이곳 탄광에는 강제연행된 조선인 노동자들과 일본인 범죄자들이 함께 강제노역을 강요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홋카이도 공습으로 갱도가 무너질 때, 수일은 일본인 토모를 구출해, 토모의 고향 아오모리로 향한다. 아오모리에는 토모의 누나 마유미가 있었다.

수일과 토모는 야음을 틈타 도보로 수일을 이동해 아오모리에 도착한다. 노리꼬의 선술집 마구로에서 일을 하던 마유미는 토모와 수년 만에 가족 상봉한다. 토모로부터 사연을 들은 그들은 떠나려는 수일을 붙잡고 몸을 추스를 시간을 준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대공습 경보가 울린다. 홋카이도 공습을 겪었던 토모는 말을 잃고, 마유미는 살길을 찾아 토모를 이끌고 길을 떠난다. 한편 둘만 남은 노리꼬와 수일은 지난 과거를 이야기하며,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들 앞에 마유미가 불에 타 숯이 된 토모를 데리고 나타난다.

이야기는 유바리 갱도와 선술집 마구로 두 개의 공간에서 진행이 된다. 공연에는 이들 주요인물 외에 탄광 노동자와 기차역 인부 등 밑바닥 인생들이 등장한다. 조선(인)에 대한 그들의 대사에서 당대의 잘못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코스모스〉는 당시 일본인들의 세계관이나 인식을 미화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단순한 이분적 구도는 탈피한다. 이는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태도와 비슷하다.

전작 〈만주전선〉에는 신분 상승을 꿈꾸며 일본인이 되고자 열망했던 조선인이,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에는 가족을 위해 가미카제 특공대에 자원한 조선인이, 〈해방의 서울〉에는 조선 청년들에게 태평양전쟁 지원을 장려하는 영화를 찍는 조선인들이 등장한다. 극단 골목길의 작품에서 정형화된 조선인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피해자로 박제화된 조선인이 없다. 그러면서 박근형 작가는 우리 안의 문제를 들여보는 듯하다. 〈코스모스〉에는 보다 시야를 넓혀 가해자 일본(인)의 모습까지 담으려 한 듯하다. 그렇다고 일본의 책임을 면책하거나 조선인들의 잔인한 희생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박근형의 작품은 단선적인 역사적 관점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는 듯보인다. 어쩌면 그와 같은 다성적 목소리가 우리의 역사를 보다 다층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을 아닐까.

_김일송, 〈Theatre Plus〉(20121.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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