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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각자의 세계관에 완벽히 들어맞는 편견을 엄마에게 들이밀곤 한다.
그럴 때 엄마는 어떻게 하냐고? 무시한다. 남들이 뭐라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면 세상은 또 알아서 흘러간다. --- p.23 나는 나에게 해당하지 않는 말이라고, 왜냐하면 내가 여학생이 아니라 그냥 학생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그저 재미없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웃기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 우리더러 머리를 좀 쓰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 머리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 p.56 “미안해.” 엄마가 말했다. “열여덟 살이 얼마나 힘든 나이인지 가끔 잊어버려서 미안하다.” 이렇게 말하는 엄마를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그리고 내 인생이 여전히 형편없어서) 나는 그 자리에서 폭포처럼 눈물을 쏟았다. --- p.75 그 사람들이 카메라 앱의 필터 없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 성공적인 공연만 가치가 있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꾸며 내야 하는 무대로서 인생을 보지 않고, 모든 것을 잊을 만큼 순간에 잠겨서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을까? --- p.79 어떤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두 가지 범주로만 한정돼 있다. 동의 아니면 거부, 남자 아니면 여자, 뜨겁거나 차갑거나, 옳거나 그르거나, 검거나 흰 것으로. 하지만 나는 그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뉘앙스, 세세한 부분들, 삶에 조미료를 더하는 모순을 좋아한다. --- p.93 몇 년 전, 지그린데 할머니가 나에게 무엇을 가장 원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엄마가 집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바로 대답했다. 나는 이제 열여덟 살이지만, 다시 물어도 내 대답은 같을 것이다. 내 소망은 내가 아니라 엄마가 일을 덜 하는 것이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엄마가 있고, 게다가 즐거워 보이기까지 한다면 더욱 좋겠지. --- p.112~113 나는 거의 지친 상태로 벽에 기댔고, 다노도 내 옆에 기대어 섰다. 우리는 미소를 지었다. 마주 보지 않고 그냥 앞을 본 상태로. 우리는 이제 서로 뭔가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농담과, 동시에 터지는 웃음 같은 것. --- p.127 다른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일반적인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자기 모습 그대로, 자기 인생 그대로 만족했으면 좋겠다. 여기가 아닌 어디에서든. 우리가 아닌 누구더라도. --- p.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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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고도 씁쓸한 열여덟,
마이아의 꾸밈없는 이야기 묘한 표정의 소녀가 표지를 장식한 책 한 권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열여덟 살 마이아가 직접 쓰고 그린 다이어리 형식의 이 책은 개성 넘치고 감각적인 삽화와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글로 가득 차 있다. 오스트리아 아동청소년도서상을 수상했으며, 독일공영방송이 선정한 ‘젊은 독자를 위한 최고의 책 7’으로 선정되었고,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의 다양성을 위한 KIMI 인장을 받는 등 이미 많은 독자에게 아름다움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책이기도 하다. 다 읽고 나면 마이아에게 푹 빠지고 마는, 눈물이 맺히는 동시에 뿌듯한 마음으로 미소 짓게 하는 매력적인 다이어리가 우리를 한 걸음씩 행복으로 이끈다. 열여덟 살 마이아의 삶은 언뜻 보면 온통 불행으로 뒤덮인 것만 같다. 집이 가난해 먹을 것조차 넉넉하지 않고, 엄마는 너무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 동생 둘과 마이아는 각각 아빠가 다르다. 그리고 아빠들은 모두 떠났다. 그 와중에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던 윗집 할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마이아의 가족은 충격에 빠지고 만다. 88 사이즈를 입는 마이아는 종종 외모로 조롱당한다. 학교에서는 ‘특이한 애’로 불리는데, 마이아의 둘 뿐인 친구들 또한 특이하긴 매한가지다. 마이아는 ‘스무디 파라다이스’라는 주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환상적이고 달콤한 이름과는 다르게 지루한 노래가 흐르고, 주인이 CCTV로 일하는 사람을 감시하는 가게에서 마이아는 따분함을 견디며 돈을 번다. 그곳은 갑갑한 동시에 마이아의 그림 실력을 마음껏 자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쩌면 인생을 닮아 있는 주스 가게에서, 우리는 마이아를 만날 수 있다. 오롯이 ‘나’로 존재하려 애쓰는 모두를 감싸 안는 경쾌한 온기 그런데 불행을 한 꺼풀 걷어 내면, 평범하지 않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빛나는 사람들의 존재가 드러난다. 마이아의 엄마는 아빠가 모두 다른 세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온갖 수군거림에 시달리지만, 누가 뭐라 하든 그저 무시한다. 하지만 마이아가 가시 돋친 말로 다친 마음을 표현할 때면, 마이아를 보듬으며 가만히 손을 잡는다. 마이아의 친구 ‘엥겔베르트’는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여자인 ‘카를라’로 살아간다. 남들이 자신을 멋대로 판단하거나 공격하더라도, 카를라는 꿋꿋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한다. ‘질’과 ‘외음부’의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남자는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는 친구 알렉스는 고집스럽고 가끔은 제멋대로지만, 마이아가 어둠에 뒤덮일 때면 빛을 향해 시선을 돌려 주곤 한다. 마이아는 그 모두를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오직 엄마가 일을 덜 하기를, 더 오래 집에 머물기만을 바라면서 학교생활과 일을 병행하고 동생들을 돌본다. 때로 티격태격하는 동생 루트를 간절한 마음으로 위로하며, 피아노에 재능이 있는 하이디를 위해 기꺼이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리면서 돈을 모은다. 알렉스와 카를라의 아픔을 맞닥뜨렸을 때는 깊게 묻지 않고 그저 둘을 감싸 안는다. 그 모두의 소중함을 그림과 글로 남기면서 잊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서 초라하게만 느껴졌던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회복해 나간다. 마이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며, 소중한 사람들의 곁에 머무르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에게도 마이아를 둘러싼 경쾌한 온기가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다. 행복을 모아 만든 호수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자유롭고 용감한 마이아의 세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잃지 않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주변이 가난과 절망으로 둘러싸인 상황이라면 더욱 단단한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 잘못된 삶이라며 손가락질하고, 편견에 가득 찬 눈빛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휘청이고 쓰러질 때도 있지만, 작품 속 인물들은 다시 일어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기대고 때로는 품을 내어 준다. 마이아 또한 마찬가지다.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버림받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지칠 때도 있지만, 마이아는 다시 스무디 파라다이스로 향한다. 그리고 일상의 작은 행복을 조금씩 모아 간다. 때로는 함께 춤을 추고, 때로는 자신만의 세상 속을 유유히 헤엄치면서. 가장 깊은 밤에 별빛이 더욱 빛나듯, 절망으로 둘러싸인 삶 속에서 마이아가 건져 내는 행복들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뭉클하다.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마이아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의미를 찾아 나간다. 그러면서 편견 없이 자신을 바라보며, 둘만 알 수 있는 미소를 공유하는 특별한 사람을 찾아내기도 한다. 마이아의 재능을 알아보는 선생님에게서 힘과 희망을 전달받기도 한다. 그 모든 이들과 함께하며 어둠이 뒤덮어도 마이아는 춤을 추고, 행복을 멈추지 않는다. 책장을 넘긴 우리의 앞으로 마이아의 세계가 서서히 펼쳐질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하이디와 함께 얼룩말을 쓰다듬으며 아련한 미소를 짓고, 다노와 함께 “빙고!”를 외치며 킥킥 웃어 댈지 모른다. 그리고 행복을 모아 만든 호수가 우리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지, 망설이다 돌아설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비밀스럽고 유쾌하며 사랑스럽고 벅차오르는 민트빛 호수가 이제 우리의 용기 있는 한 걸음을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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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 손을 올리고 있을 당신이 부럽다. 이제 곧 마이아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아름답고 감각적이고 아프고 유쾌하고 사랑스럽고 슬프고 절망적이고 희망적인 마이아의 세계. 그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존재들은 저마다 특별하고 유일한 색으로 빛난다. 그 빛들이 뒤섞인 세계가 얼마나 혼란하고 아름다운지.
책을 덮으면 분명 누구든 붙잡아 입 맞추고 사랑한다 말하고 싶어질 것이다. - 조우리 (『오, 사랑』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