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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스님의 무소유는 ‘버리고 떠나고 나누기’1. 송광사 불일암에서대나무 그림자처럼, 달빛처럼 살아라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모란은 모란이고 장미꽃은 장미꽃이다홀로 마신즉 그 향기와 맛이 신기롭더라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아라2. 해남 우수영에서버려야만 걸림 없는 자유를 얻는다3. 진도 쌍계사에서필연은 우연이란 가면을 쓰고 손짓한다4. 미래사 눌암에서백 가지 지혜가 하나의 무심만 못하다동으로 흘러가는 저 물을 보라5. 쌍계사 탑전에서걸레라도 힘껏 비틀지 마라진정한 도반은 내 영혼의 얼굴이다6. 가야산 해인사에서흰 구름 걷히면 청산이라네펜대를 바로 세운 이는 법정스님뿐이다7. 봉은사 다래헌에서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8.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에서웬 중인고, 내가 많이 늙어버렸네!9. 길상사에서나쁜 말 하지 말고, 나쁜 것 보지 말고, 나쁜 말 듣지 말라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베푼 것만이 진정으로 내 것이 된다침묵에 귀 기울이라 한반도에 다시 오시어 못다 한 일들 이루소서 추천의 말- ‘무소유 성지순례길’의 길벗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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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염(無染), 벽록檗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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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걸음으로 순례하는 법정스님의 수행처‘무소유’의 길을 걸어온 스님의 자취를 따라 걷는 영혼의 여정정찬주 작가는 대원사를 찾아 법정스님의 속가 조카인 현장스님을 만나 이 책에 대한 영감을 떠올렸다. 작가와 현장스님 모두 법정스님께서 수행했던 암자와 절을 순례하며 글을 써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공감대를 가졌던 것이다. 실제로 정찬주 작가는 스님과 도타운 인연을 맺어온 재가제자이기도 하지만, 10여 년이 넘게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암자나 절을 찾는 암자 전문가이기도 했다. 작가는 곧바로 작은 카메라와 수첩 하나만을 들고 법정스님의 수행처를 고스란히 순례하기 시작했다. 법정스님의 제자인 상좌 스님들과도 이미 친분이 두터웠지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법정스님의 흔적이 새겨진 수행처들을 찾았다. 법정스님의 고향인 해남 우수영으로 향할 때는 스님이 출가하던 날 그랬던 것처럼 일부러 눈이 오는 날을 택하기도 하고, 수행자로서 법정스님이 가장 원숙했던 불일암을 찾아서는 스님이 여전히 옆에 계시는 것 같아 스님이 사용하시던 앞문을 사용하지 못하고 부엌문으로 드나들기도 한다. 진도 쌍계사에서는 스님이 쌍계사로 수학여행을 왔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미래사 눌암에서는 효봉스님을 스승으로 모시던 행자 시절의 스님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또 가야산 해인사에서는 문재로서의 스님의 흔적을 더듬고, 봉은사 다래헌에서는 일부 몰지각한 신도들의 ‘봉은사 땅 밟기’를 떠올리며 스님의 마음처럼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쌍계사 탑전에서는 법정스님이 앓아누웠을 때 80리 길을 걸어 약을 구해 왔던 도반 스님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진정한 도반이란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한다. 또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을 생각하며 산중에서 홀로 묵묵히 정진하셨던 법정스님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길상사를 찾았을 때는 스님이 영화 「서편제」를 보고 나서 속가의 여동생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러한 작가의 조용하고 차분한 순례길이 여전히 법정스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더디지만 실로 놀라운 반향을 일으킨다.법정스님의 자기다운 영혼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작가 정찬주의 순례는 ‘자기다운 영혼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법정스님은 최소한의 것으로 단순하게 사는 것이 곧 수행자로서 지향해야 할 무소유의 삶이며, 나아가 “나도 없는데 하물며 내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무소유만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일이라고 했다. 작가는 스님의 체취가 남아 있는 수행처를 느린 걸음으로 순례하면서, 또 스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짚으면서 ‘자기다운 영혼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끊임없이 궁구한다.법정스님이 쌍계사 탑전 시절 걸레 하나를 짜더라도 힘껏 비틀어서는 안 된다는 소소하지만 위엄 있는 깨달음을 얻었던 것처럼, 작가는 법정스님의 흔적을 나지막이 좇음으로써 독자들을 자신만의 영혼을 찾아가는, 혹은 자신만의 꽃을 피워가는 구도의 길로 안내한다. 아울러 독자들은 작가 정찬주가 안내하는 이 순례의 길을 통해 법정스님의 무소유 사상의 근원과 그것이 어떻게 스스로의 삶으로 용해될 수 있는지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심지어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물신주의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때론 엄한 할 같기도 하고, 때론 고요하고 은밀한 비밀 같기도 한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영혼을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하고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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