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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남자가 저렇게 가볍다니!”
세상에! 저렇게 위트 있고 똑똑한 남자를 가볍다는 한 마디로 폄하를 하다니! 나는 도저히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험프리 보가트나 알랭드롱 같은 왕년의 스타들을 흠모했던 엄마가 보기에 이 영화의 주인공인 해리가 가볍고 경망스럽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 가벼움 때문에 해리가 좋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험프리 보가트나 알랭드롱이 지나간 시대의 인물이라면 해리는 다가오는 새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코트 깃을 세우고 세상사의 고뇌를 짊어지기라도 한 것 같은 분위기의 남자들에게는 안녕을 고하고, 말발 좋고 유머 감각이 풍부하며, 여자를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그런 남자가 환영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걸, 엄마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아,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야. 언제 철이 들지....” 내가 해리 같은 남자를 이상형이라고 밝히자 엄마는 혀를 차며 충고를 했다. 슬프게도 엄마의 말은 틀린 게 아니었고, 더 슬프게도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엄마가 험프리 보가트나 알랭드롱 대신 근면 성실한 가구점 사장을 남편으로 선택했던 것처럼, 나 역시 눈앞의 현실에 좀 더 충실했더라면, 그 많은 날들의 방황은 없었을 것이다! --- p.11 왜 그러느냐고 묻는 편집장을 뒤로 하고 나는 발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걸어 나오기 시작했고 편집장이 나를 부르며 쫒아올 때는 뛰기 시작해, 건물 밖으로 나와 한참을 더 달린 뒤에야 멈춰섰다. 그 날 나는 집으로 돌아오며 내 행동이 잘한 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곳을 도망 나오기는 했지만 그곳에서 내가 해서는 안 되는 어떤 것의 증거라도 찾은 건 전혀 아니었다. 만일 내가 그때 순순히 촬영에 응했더라면 나의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 마음에 걸려 결정적인 순간에 그곳을 도망치고 말았던 것이다. 훗날 생각해보니 그것이 내 인생을 관통하는 나의 삶의 방식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 마다 회의하고 방황한 것은 아니었을까. 마치 이방인처럼..... --- p.59 그의 사랑 고백은 부드럽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선언을 하는 것처럼도 들렸고 절규를 하는 것처럼도 들렸다. 달콤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속에 담긴 진심이 나를 흔들었고, 또 나를 울렸다. 최기우의 손이 서서히 위쪽으로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손끝에서부터 기묘한 열기 같은 것이 전해져와 전신으로 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부끄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 감정에 휩싸여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자 그가 두 손으로 나의 뺨을 잡고 자신 쪽으로 당겼다. 그와 나는 잠깐 서로를 바라보았고 그다음에 그가 내 쪽으로 입술을 내밀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처음에는 입술이 닿았고 그다음에는 그가 혀로 나의 입술을 열고 들어왔다. 깊고 달콤한 키스였다.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나의 마음과 달리 나의 손은 그를 가만히 밀쳐내고 말았다. --- p.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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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세가 추세이니만큼 최근의 서점가에서는 실용서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책을 읽는 것에서도 관념적이기보다는 실질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책의 중요한 기능이기는 하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독자들이 문학에 기대하는 것은 문학적 감동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국내 독자들은 문학적인 향기와 감동에 목말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면에서 김광호 작가의 장편소설 ‘모나코’는 국내 문학계에서는 사라져버린 문학적 감동을 되살리는 반가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부터 2천년대와 현재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환경이 전혀 다른 두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게 되는 서사적인 이 소설을 읽다보면 아주 긴 러브 스토리의 영화를 한 편 보고 났을 때와 같은 묵직한 감동에 젖게 된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세대는 이 책을 읽고나면 ‘맞아, 우리는 이런 시대를 살아왔어’라는 생각을 하게될 것이고 젊은 세대는 책과 영상으로만 접한 과거의 시대상이 어떠했을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70년대와 80년대가 다르고, 80년대와 90년대도 다르며, 90년대와 2천년대는 또 다른 그러한 변화를 이 책은 잘 포착하고 있어서, 이 소설을 읽으면 마치 사진첩속의 지나간 사진들을 보는 듯 하다. 그것과 아울러 두 남녀가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로를 갈구하다가 마침내 그 사랑의 결실을 맺는 감동적인 스토리는 틀림없이 독자들을 매료시키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