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코로나19 이후를 윤리에 묻자1 K-방역에 질문하기2 마스크 쓰기라는 건강행동3 환자에도 순서가 있는가4 가족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5 백신과 인권6 노인을 위한다는 것7 의료는 있으나 돌봄은 없다8 감염병의 공포9 누가 학교 폐쇄를 결정하는가10 코로나 시대의 죽음11 코로나19 감염에 자원하는 사람들12 인간 너머의 건강13 의료에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기14 데이터 보호보다 중요한 것보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면나가며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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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의 눈으로 탐구하는 팬데믹 대응, 그리고 그 이후저자는 코로나19가 바꾸어버린 세계, 결코 ‘과학만의 일이 아닌’ 문제를 무엇보다 윤리의 눈으로 살펴야 한다고 역설한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인류세의 위기, 전 세계가 연결돼 있는 생활 조건 속에서 팬데믹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또 다른 팬데믹이 닥쳐와 다시금 문제를 일으킬 때, 윤리는 어느 쪽이 옳고 좋은 것인지 따질 수 있도록,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준과 방향을 마련해준다. 이뿐 아니라 보건을 더 이상 국가만의 일로 치부할 수 없게 된 지금, 시의적절한 문제의식과 접근법을 제공하는 것도 윤리라는 학문이다. 특히 의료윤리는 우리 생명, 건강과 직결된 다양한 사안과 쟁점에 대한 판단의 기준과 근거를 제시해준다. 의생명과학(biomedicine)의 지식이 올바르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컨대 의료윤리는 한정된 의료 서비스를 누구에게 먼저 분배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를 논의한다. 또 가부장적·후견주의적 보건의료 정책의 문제점을 짚는 동시에,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실행되는 정책의 강제성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의료윤리의 시각으로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던져진 논쟁거리들을 하나하나 재검토하기를 요청한다. 의료윤리적 접근은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삼는 방역 정책이 건강을 가정의 문제로 귀속시키고 국가에 보건의 책임을 지우는 국가주의적 노동관과, 질병의 원인을 개인의 습관 및 활동에 돌리는 질병의 ‘개인적 책임’ 담론을 전제한다는 것을 보인다. 또는 “자신의 행동을 통해 타인을 보호할 의무를 지지 않는” 청소년에게 방역 패스를 적용했던 정부 방침이 윤리적 관점에서 옳지 않았음을 성찰하게 한다. 한편 의료 개인정보 수집·활용에 있어 데이터 보호보다 데이터 활용에 관한 역량강화를 추구하는 상보적 정책 방향도 제시된다. 백신 분배를 둘러싼 백신 국가주의(vaccine nationalism)과 인권 원칙의 대립은 건강의 측면에서 고려된다. 더불어 저자는 자원자가 있다고 해도 ‘휴먼 챌린지 연구(건강한 연구 참여자를 모집해 코로나19에 의도적으로 노출시켜 통제된 상황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비윤리적이라는 판단이 ‘윤리적 직관주의’에 기대고 있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연구 윤리의 갱신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정부의 감염병 대응과 코로나19로 비롯된 사건에 대한 톺아보기는 팬데믹이 던진 화두를 구체적인 삶, 선택과 연계된 문제로 다뤄나간다.건강을 다시 정의할 때 우리에겐 미래가 있다다시 건강해져야 할 ‘우리’는 누구일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해 기존의 건강, 의료, 돌봄,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답한다. 건강의 구성 요소에 질병의 유무나 혈압, 혈당, 체질량 지수 등의 정상 측정치보다는 손 씻기, 실내 환기, 운동 같은 건강행동(health behavior)의 수행 여부를 포함시키자고 주장한다. 이런 전환이 이뤄질 때 가령 헬스장에 갈 만한 경제적, 사회적 여력이 없는 사람에게 건강행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일은 ‘공정’한 것이 된다. 나아가 저자는 ‘인간’중심주의의 근대적 기획에서 배제된 비서구인,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어린이와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초청”하는 탈인간중심주의를 말한다. 이런 주장은 당위로만 제시되지 않는데, 건강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이론 틀로서 내가 건강하려면 “상호연관성을 지닌” 인간, 동물, 환경 세 영역이 모두 건강해야 하고, “그 건강은 올바른 생물학적 실천을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을 소개한다. 또한 이 책은 돌봄 없는 복지, 돌봄 없는 의료의 한계와 문제점을 검토한다. 그와 함께 장애인과 노인의 (탈)시설화를 주요하게 다룬다. 격리시설은 고질적인 인권 침해 문제를 안고 있을뿐더러, 시설 내 코로나19 집담감염 사태처럼 안전과 보호라는 명분이 지켜지지도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탈시설화는 단지 지역 바깥의 시설에서 지역 내 돌봄시설로의 전환”이 아니라, 사회가 “장애인, 노인과 함께 살 수 있는 장소로 바뀌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함께 사는 법은 곧 “함께 돌보는 법”이다. 이러한 건강, 돌봄, 트랜스휴먼 개념의 확산과 실천은 곧 초유의 재난을 야기한 ‘이전’의 세계로 역행하지 않고 ‘이후’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에 값한다.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 사회의 생생한 민낯을 종합적으로 성찰하는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에서 건강과 질병이라는 인간 삶의 기본 조건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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