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이고은의 다른 상품
|
숲속 어딘가의
작은 새 누구를 그토록 그리워하나 --- 「작은 새」 중에서 그리고 여기 내가 있다.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죽는 이곳에서 저 빛처럼 아름답게 반짝이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에 여운을 남기고 싶다, 생각하며 사라지는 빛을 마음에 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빛」 중에서 벚꽃이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고 있어 아, 예쁘다! 나도 모르게 소리쳤지 드디어 내게도 온 걸까 벚꽃을 봐도 더 이상 슬프지 않은 날이 --- 「벚꽃」 중에서 개울에 은빛 물고기가 튀어 오르며 동그란 원을 그린다. 나는 온통 당신 생각뿐이다. --- 「동그란 원」 중에서 이 순간을 그리고 싶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아름다운 것을 그리고 싶다. --- 「아름다운 것을 보면」 중에서 텅 빈 공원을 걷자니 누군가를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립기 때문에 그리운 것이 아니라 그립고 싶기 때문에 그리워하는 여자의 마음을 바라보았다. --- 「여자의 마음」 중에서 하늘에 있는 그리운 이들이 생각났다.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내 마음속에는 아직도 커다란 슬픔이 남아 있다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불쑥 튀어나온다. 이토록 찬란한 순간에. --- 「이토록 찬란한 순간」 중에서 사람들은 햇볕을 피해 어디론가 들어가 버렸는지 텅 빈 공원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존재들의 사랑의 순간들을 보며, 이글거리는 햇빛 아래라도 좋으니 숨이 막힐 정도로,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강렬한 그런 사랑을 나누고 싶다, 그렇게 불타오르고 싶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 「한여름의 사랑」 중에서 막 샤워를 마친 꽃잎 위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물기를 다 털어 내지 못한 풀잎 위에도. --- 「비 온 뒤」 중에서 저 멀리 조명을 환하게 밝힌 오징어 배가 까만 하늘과 까만 바다의 경계를 가르고 있다. 밤낚시객의 실루엣과 바닷물 위에 떨어져 둥둥 떠 있는 야광 찌가 온통 까맣기만 한 배경 속에서 천천히 움직인다. 파도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 가운데 두 아저씨 곁 라디오에서 트로트 가수의 노랫소리만 울려 퍼진다. 아주머니 하나가 홀로 앉아 낚싯대를 던지다 담배를 입에 물고는 나를 바라본다. 오래전 기억 같은, 꿈속의 한 장면 같은 그런 기분으로 검은 물 위에서 춤추는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았다. --- 「밤바다」 중에서 아무도 오지 않는 구석진 연못가에 앉아 한낮의 햇볕에 녹아내린 풍경을 바라보며, 꿈속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눈물에 번진 사진 같기도 한,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 「늦여름」 중에서 그곳에는 벌써 매화와 목련이 피어나고 있다고요. 이곳은 아직 빈 가지들뿐이지만 얼마 전에 산책하다 막 피어나려고 하는 노오란 작은 봉오리를 만났답니다. 산수유겠지, 생각했어요. 꽤 부지런한 아이구나, 싶었지요. --- 「편지」 중에서 시는 짧을수록 좋고 여운은 길수록 좋아 --- 「연인」 중에서 하얀 아카시아 꽃이 콧노래 부르고 바람에 흩날리며 나를 둘러싸고 자, 이제 나의 노래를 부를게 --- 「산책가의 노래」 중에서 |
|
산책이 지닌 의미는 저마다 다르다. 누구에게는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주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또 누구에게는 걷는 행위 자체가 가벼운 운동이 되기도 한다. 잠깐 시간을 내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그동안 무심코 지나친 주변을 천천히 바라보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은 요즘,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만큼 소중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남들보다 열심히 하면, 지금 당장 닥친 일만 끝내면 더 큰 행복이 오리라 믿으며, 정작 소중한 자신을 외면하고 살아간다. 그러는 사이 몸과 마음은 언제 다가올지 모를 행복을 기다리며 서서히 지쳐 버린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리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이고 가만히 느끼면 알 수 있는 것을 담아 놓고 싶다. ―〈담아 놓고 싶다〉 중에서 어느 여름날, 갑자기 커다란 슬픔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연이어 또 다른 슬픔이 찾아왔다. 눈물을 흘릴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무작정 햇빛 속에 지친 몸과 마음을 맡긴 채 무언가에 이끌리듯 힘겨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모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환하게 웃는 얼굴을 똑바로 마주할 자신조차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사람이 적은 곳으로,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따라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해서 천천히 걷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걸으며 아직 슬픔을 가슴에 안은 채 첫 번째 여름을 보낼 무렵, 그동안 보이지 않던 작은 것들이 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빨리 걸으면 풍경이 보이지만 천천히 걸으면 그 풍경 안에 숨은 작고 소중한 것들이 보인다. ―〈천천히 걷는 산책〉 중에서 길가에 핀 한 송이 들꽃과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 바람을 타고 호수에서 반짝이는 햇빛과 저 멀리서 노래하는 새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강인하며 여유롭고 아름다운지를. 모두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조금만 걸으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작은 것들이었다. 그 작고 소중한 것들을 마주하고, 비로소 작가는 자기 마음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여름이 떠나가는 걸 지켜보면서 슬픔도 함께 떠나보낼 수 있었다. 하얀 구름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작아지는 비행기가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나비 한 마리가 비틀비틀 날아가고 개 두 마리를 산책시키는 아주머니가 지나가자, 교차로 한가운데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여름이 손을 흔들고는 뒤돌아 길을 건넌다. ―〈안녕, 여름〉 작가는 산책하면서 틈틈이 메모한 솔직한 감정과 직접 본 풍경을 그린 수채화를 담은 《산책가의 노래》를 통해 책을 읽는 이들 또한 저마다 소중한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말한다. 행복은 아주 작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온전히 바라봐 주기만 한다면 반드시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찾아 헤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바로 우리 곁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