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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말: 삶의 재발견
프롤로그 1장 죽음의 풍경을 둘러보러 나서는 길 제1부 마침내 죽음을 만나다 2장 삶에서 죽음으로 3장 죽음의 예감 4장 마침내 죽음이 찾아와 5장 묘지의 풍경들 6장 묘비명 7장 죽음의 세계에서 내가 존재하는 방식 제2부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 8장 내가 죽고 나면 세상은 9장 남겨진 사람들 10장 어린아이의 죽음은 더 슬프다 11장 때 이른 죽음은 언제나 슬프다 12장 다시 사는 삶 제3부 이 삶에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13장 삶을 위한 조언 14장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15장 이렇게 죽음을 맞으리라 16장 백조의 노래 에필로그 17장 삶에서 죽음이, 죽음에서 삶이 이 책에서 소개한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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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죽음을 의식 밖으로 밀어내고, 어른이 되어서는 삶이 다채롭게 펼쳐 보이는 기쁨과 고통 속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선 나이가 되어도, 어쩌면 살아 있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탓에 죽음을 잊고 지내기 쉽다.
--- p.15 시간은 죽음의 또다른 이름이다. 시간이 흐르면 죽음이 찾아오고, 죽음은 시간을 보내어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킨다. --- p.21 내일의 운명을 모르고 오늘을 사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일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삶을 계속해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죽음이 계곡 위에 드리운 삶의 외줄 위를 눈 감고 태평하게 걷는 데 익숙하다. --- p.25~26 생명 있는 존재에게 죽음이 찾아오는 일에는 변함이 없다. 죽음이 언제나 자기 일에 충실하다는 것, 그것이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이리라. --- p.30 죽음을 예감하는 순간 우리는 더없이 숙연해지고 연약한 생명을 짓누르는 온 우주의 무게를 실감한다. 우리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우리를 짓누르게 될 흙의 무게가 이런 것일까? --- p.46~47 사람이 죽을 때마다 그것이 우주에 커다란 구멍을 내지는 않지만, 잔잔한 호수에 던져지는 조약돌처럼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죽는 이는 곧 물속으로 가라앉아 보이지 않게 되지만, 그가 사라지면서 남기는 작은 물결은 한동안 남는다. 머지않아 그 물결마저 가라앉게 될지라도. --- p.65 내가 죽어 사라지고 난 후에도 세상은 아무 변화 없이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아니면 나를 잃은 슬픔으로 무너져내릴까? 돌아보면 이 궁금증은 세상이 어떻게 될지에 관한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내가 없는 공백과 허전함을 세상이 느끼기를 무의식적으로 바랐던 것이다. --- p.120 우리가 죽은 후 이 세상을 다시 찾아와, 무대에 선 배우가 아니라 객석에 앉은 관객이 되어 세상이라는 무대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리라. 행복했던 삶의 자리는 아련한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웠던 자리는 그 고통에서 벗어난 자의 안도감으로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삶의 모든 의무로부터 해방된 자유는 그런 것이어야 하니까. --- p.133 모든 죽음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자그마한 균열을 만든다. 한 존재의 죽음은 그것을 겪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달라지는 우주의 대격변 같은 것이고, 그를 품었던 세상에도 작은 균열을 만든다. 한 사람의 존재가 사라지고 나면 세상에는 되돌릴 수 없는 미묘한 차이가 생겨난다. 때로 그 차이 때문에 세상이 다시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 p.135 죽은 이가 떠나며 당신의 삶에 영원히 메울 수 없는 구멍을 만든다면, 당신은 이제 다시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죽은 이가 당신 삶에 만드는 변화는 격렬하게 쏟아붓다 그치는 소나기처럼 찾아오기보다는 그치지 않고 내리는 보슬비처럼 당신의 삶에 스며든다. --- p.137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부모는 자식을 땅만이 아니라 가슴에도 묻는다. 아이는 부모 가슴에 깊은 구덩이를 파고 자리잡는다. 아이는 그곳 깊은 어둠에 쪼그리고 앉아 부모의 한숨을 먹고 눈물을 마시며 떠나지 않는다. --- p.151 만일 시가 부당한 차별을 받으며 주변부로 내몰리는 사람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슬픈 일이다. --- p.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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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삶의 풍경이 보여주는 것들
1부 ‘마침내 죽음을 만나다’에서는 죽음의 의미와 속성을 되새기며 죽음의 모습을 확장해나간다. 죽음은 어떠한 차별도 없이 모두를 방문하기에 죽음의 시들이 보편성을 획득하는 한편,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흥미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죽음이 삶에서 배운 것을 잊고 새로운 것을 배우러 가는 과정이라 표현했고, 에밀리 디킨슨은 관 속에 누워 있는 화자가 감각을 잃는 과정으로 죽음을 표현했으며, 헨리 반다이크는 수평선 너머로 사라진 배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계속 존재하는 것처럼 죽음도 마찬가지라고 표현했다. 2부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에서는 죽음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죽은 뒤의 세상 혹은 내가 죽어서 가게 될 곳은 어떤 모습일지, “그 누구도 다시 돌아와 죽음의 세계가 어떤 곳인지 말해줄 수 없기에” 문학적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알프레드 하우스먼의 시는 ‘떠나는 자’가 친구에게 사랑했던 여성이 잘 지내고 있는지 물으며 자신이 없는 세상을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에드나 밀레이의 시는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남겨진’ 가족이 유품으로 삶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떠나는 사람은 자신의 빈자리를 세상이 느끼기를 바라고, 남겨진 사람은 “영원히 메울 수 없는 구멍”을 안고 살아간다. 당신이 없다는 것이 나를 지나갔네 마치 실이 바늘귀를 지나는 것처럼. 내가 하는 모든 것은 그 색으로 꿰매진다네. _윌리엄 스탠리 머윈, 「이별」 3부 ‘이 삶에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에서는 죽음의 시를 감상함으로써 더 또렷하게 떠오르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늘을 살라’ 혹은 ‘오늘을 즐기라’는 뜻의 ‘카르페 디엠’을 다룬 시부터 안락사와 존엄사의 문제를 다룬 더들리 랜들의 「안락 살인자들에게」, 낮보다 밤, 삶보다 죽음이 보여줄 것들을 기대하는 월트 휘트먼의 「초원의 밤」까지.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에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죽음이 오기 전까지 삶은 계속되므로 살아 있는 자들은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 “모든 삶은 죽음의 자리에서 생겨나고, 그렇게 생겨난 삶은 때가 되면 죽음의 자리로 가서 다른 생명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죽음의 풍경을 둘러보러 나섰던 저자가 산책을 마치고 알게 된 진실은 ‘삶에서 죽음이, 죽음에서 삶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홀은 「내 아들, 내 사형집행인」이라는 시에서 아들을 사형집행인이라 부른다. 아이가 성장한다는 것은 “시간이라는 사형집행인”이 형을 집행하러 오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모의 죽음 위에 자식의 삶이 세워”진다. 자식이 자라 부모가 되면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서 사형집행인의 모습과 불멸의 생명을 동시에 보게” 된다. 삶-죽음의 순환 관계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재고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죽음은 유한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된다. 내가 연인을 꼭 안고 있을 때 그녀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고 있었네. 나는 우리 밑에 평화로이 누워 있는 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네. 불쌍한 사람들! 무례한 짓을 하려 하지 않았으니 용서해주기를 바란다네. 우리는 죽은 이들이 살아 있는 이들의 환희에 화내지 않기를 바랄 뿐. 나 또한 죽어 누워 그래서 나를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질 때, 지나가는 두 연인이 내 위에서 약혼을 맹세하기 바라네. 오 내가 그들이 속삭이는 맹세를 듣고 슬퍼하리라 생각하지 말게. 그들의 사랑이 새 생명을 잉태한다면 나는 기뻐하겠네. _로버트 윌리엄 서비스, 「죽음과 삶」 “이 책이 일깨우는 중요한 점은 죽음의 의미를 소멸의 미학 속에 밀봉하지 않고 삶의 새로운 창조를 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 오직 “삶과 죽음에서 밝혀야 할 비밀이 있다면 이것뿐이다.” 이것이 죽음의 구원일 수 있다.” _「추천의 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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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이 피해 갈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죽음이다. 육체가 쇠약해지고 병치레가 잦아지면 누구나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지만, 대개는 슬픔과 탄식으로 그것을 맞이한다. 죽음을 반기는 이는 없다. 삶에 있어 죽음은 무례한 침입자이고, 낯선 타자일 뿐이다.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시를 통하여 죽음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꿔놓는다. 죽음은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며, 일상 속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친숙해지는 것이 삶을 충실하게 사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넌지시 일러준다. 저자의 폭넓은 인문적 사유를 바탕으로 시의 길을 따라 죽음의 풍경을 둘러보는 이 역작은, 단순한 시 해설을 넘어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색의 교양서로 읽혀도 손색이 없다. 또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짧은 인생의 덧없음을 깨닫는 게 아니라 생의 아름다움과 인간을 좀더 이해하는 지혜를 얻게 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결국 삶의 이야기이고, 죽음이라는 이정표가 있어 삶이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라는 오래된 진리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 송찬호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