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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대화
추천사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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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꽃 요리로 저녁상을 차려놓고 기다렸다. 치자 물을 넣고 빚은
꼬마 만두에는 담벼락에 핀 살구꽃이 콕콕 박혔다. 텃밭에서 따 온 싱싱한 호박꽃에 밀가루 반죽을 입혀서 노릇하게 부침개를 부쳤고, 쌈 채소 옆에는 새하얀 고추 꽃이 빠지지 않았다. --- p.9 서울 아이들은 손에 흙이 묻는 걸 싫어했다. 모래와 꽃으로 만든 비빔밥은 반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나는 의기소침해졌고 말수가 줄어들었다. 집에 돌아오면 베란다에 나가 꽃부터 뜯어 먹었다. 그 시간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 p.16 나는 엄마를 위해 예쁘고 건강한 밥상을 차리려 노력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알았다. 맛있는 요리를 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를. --- p.28 “오빠, 일어나봐. 작가님 입술에 진달래꽃이 피었어.” 혜나는 개구쟁이처럼 좋아했다. “와, 예쁘다.” 벌떡 일어나 앉으며 규가 감탄했다. --- p.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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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조화로운 꽃밭 같은 하나의 세계,
단편소설이 한 권의 아름다운 책으로 탄생했다! 단편소설은 대부분 소설집에 속한 형태로 다른 여러 단편들과 함께 독자들과 만난다. 단편소설 역시 작가가 창조한 하나의 세계인데, 어쩐지 그렇게만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게 작가로서 못내 아쉬웠던 것일까? 저자는 단편소설 한 편을 한 권의 완성된 책으로 선보이는 출판 실험을 시도했다. 정사각형 판형에 본문의 문단을 나누고 컬러 일러스트도 함께 담았다. 나누어진 문단은 얼핏 시(詩)처럼 보이기도 하고,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일러스트는 그림책을 보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단편소설을 이런 방식으로 출간하는 건 나의 오랜 꿈이었다. 나는 내가 쓴 단편소설에 제대로 된 표지와 함께 온전한 세계를 선물하고 싶었다.” 섬세한 작가의 오랜 꿈이 마침내 실현된 것이다. 저자는 앞서 ‘하우스 마루타(부실시공된 아파트에 들어가서 사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를 소재로 청년들의 눈물 나는 생존 투쟁을 그린 장편소설 『수박 맛 좋아』을 출간한 소설가 서경희. 그는 단편소설 「미루나무 등대」로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독자들과 처음 만났다. 「미루나무 등대」는 원전마을을 둘러싼 주민들 간의 갈등에 다문화가정의 문제를 겹쳐놓은 작품으로, 초등학생 소녀를 내세워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낮게 설정해 오히려 어른들의 위악을 부각시킨 점이 높게 평가됐다. 필리핀 사람인 엄마와 그런 엄마를 ‘이천만 원’이라고 부르는 할머니 사이에서 사라진 엄마를 그리워하며 “내가 등대였다면 엄마에게 길을 가르쳐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소녀의 마음은 애잔하게 독자의 마음에 와닿았다. 이번 『꽃들의 대화』에도 세상에 태어나 처음 “꽃”이란 말을 내뱉은 소녀가 등장한다. 「미루나무 등대」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역시나 엄마와 할머니가 등장해 작가가 소녀, 엄마, 할머니까지 여성들의 관계에 관심 갖고 창작 세계를 넓히고 있음을 드러낸다. 소설가 윤영수는 이 아름다운 책과 책을 탄생시킨 서경희에 대해 “그녀는 작가다. 자신만이 아는 은밀한 재료와 귀한 향료를 섞어 한 방울의 마약을 짜내는 마녀처럼, 그녀는 글 한 줄 낱말 하나를 찾아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아름다운 글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준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내는 일이 헛되지 않음을 알려준다. 마치 한 송이 꽃처럼.” 하고 귀한 추천사를 보탰다. 산뜻하고 화사한 그림과 함께 전해지는 이야기 속에서 화자는 사람을 꽃에 비유한다. “인동꽃”을 닮은 아빠, “작약꽃”처럼 예뻤던 엄마, “새침한 능소화” 같은 동생. 연출은 “어떤 꽃보다 크고 화려하며 고개를 들어야만 볼 수 있는 해바라기”, 볼품없어진 자신의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어주는 규는 “여름철 장독대 옆에 피어 있던 봉선화”다. 그렇다면 화자 자신은 어떤 꽃일까? “꽃보다 예쁜 밥상을 차리길 좋아하던 할머니, 본인이 꽃보다 아름다워지고 싶었던 엄마”라고 설명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쓴 희곡의 두 주인공 배우와 같이 꽃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으며 그녀는 혼자였던 지난날의 아픔 위에 새로운 추억을 포갠다. 꽃 같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진짜 원하는지 알아갈 것이다. “외롭고 곁에 아무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고 싶다.”는 작가의 각오처럼 이 책 역시 혼자인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이다. 이제 꽃을 마주하는 날이면 한 송이 아름다운 꽃 같은 이야기 『꽃들의 대화』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당신은 어떤 꽃을 닮았나요?” 꽃을 만나면 떠올리게 될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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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에 숨은 작가. 글을 써야 하는 작가.
자신의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작품 속의 작가는 자신의 연극 주인공인 규와 혜나를 바라본다. 한 줄기 바람처럼, 먼 하늘처럼 말없이. 글 속의 그녀는 꽃이다. 어쭙잖은 말 대신 진하고 선명한, 향기로운 꽃을 피워 온 세상에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화사한 봄꽃, 향기로운 여름꽃, 때로 너무나 외롭게 피어나는 가을꽃. 그녀는 작가다. 자신만이 아는 은밀한 재료와 귀한 향료를 섞어 한 방울의 마약을 짜내는 마녀처럼, 그녀는 글 한 줄 낱말 하나를 찾아 자신의 숨결을 불어 넣는다. 아름다운 글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준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내는 일이 헛되지 않음을 알려준다. 마치 한 송이 꽃처럼. 민들레, 벚꽃, 원추리, 장미, 코스모스. 꽃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이제 작가 서경희가 떠오를 듯하다. - 윤영수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