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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웨딩드레스
양장
서경희
문학정원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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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그 사람
잿빛 환상
어제와 다른 오늘
운명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15년 단편소설 「미루나무 등대」로 김유정 신인문 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주시립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했으며, 극단 다파 대표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수박 맛 좋아』 『복도식 아파트』 『하리』 『김 대리가 죽었대』, 연작소설 『옐로우시티』, 소설집 『밤의 독백』, 청소년소설 『경로이탈』 등이 있다.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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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3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35*195*20mm
ISBN13
9791198102454

책 속으로

창밖의 서울은 잿빛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 오후 도로는 차들로 빼곡했다. 시청 부근부터 밀리기 시작한 차량 행렬은 소공동 근처에서 아예 멈춰 섰다. 은주는 조급한 마음에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 차라리 걸어가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7

마흔 살이 되도록 신부가 아닌 하객으로만 결혼식장을 드나들었다.
--- p.8

지함에게 주희는 사랑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성공의 사다리였다. 그들의 관계는 처음부터 계산 위에 세워진 모래성이었다.
--- p.10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은 복수가 아니라 체념이었다.
--- p.13

은주는 마지막 인사를 하며 아버지의 뺨에 자기 뺨을 가져다 댔다. 섬뜩하게 차가운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것은 따뜻함과 차가움이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따뜻한 것에 집착하는지 알 것 같았다.
--- p.15-16

늘 비슷한 연애를 반복해왔다. 호감의 무게를 재고 썸을 타고 조건을 따져보고 적당한 타이밍에 마음을 내줬다. 그건 사랑이라기보다 비즈니스 같았다.
--- p.48

은주는 의아했다. 결혼을 확신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했는데 왜 그가 떠오른 것일까. 어쩌자고 이 새벽에 부산까지 달려온 것인지. 은주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고결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런 생각은 거의 종교적 믿음에 가까웠다. 4년 전, 겨우 이틀간의 짧은 인연이었지만 고결은 그런 강력한 믿음을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고결은 푸른 밤바다 라이브카페에서 노래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 새벽,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곳으로 달려온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 p.83-84

4년 전 부산 여행에서 고결이 선물해준 운동화가 떠올랐다. 그 운동화는 깨끗이 빨아 신발장에 고이 넣어두었다. 미봉은 금덩이도 아닌 걸 왜 신지 않고 모셔두느냐고 타박했지만, 은주에게 그 운동화는 곧 고결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함부로 신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아꼈건만 운동화는 어두운 신발장 안에서 조금씩 삭아갔다. 눈처럼 새하얗던 색은 누르스름하게 변했다. 주말마다 운동화를 꺼내 먼지를 닦고 신문지를 넣어서 수분을 날리며 관리했지만 소용없었다. 신지 않는다고 내내 새것처럼 남아 있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운동화가 낡아가는 게 못내 아쉬웠다.
--- p.104

은주의 눈빛이 번쩍였다. 은하수 마을, 하고 속으로 되뇌었다. 정말 아름다운 마을 이름이었다.
"고결 씨가 아직 저기 있을까요?"
"아까 봤잖아요. 형은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곳에 잠시 촬영차 간 거예요."
은주는 상심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도대체 고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 p.118

그녀는 이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꿈꾸지 않는다. 왜 그토록 여자들에게 화이트 웨딩드레스를 강요하는가. 순결, 순수와 같은 단어들은 더 이상 결혼에 어울리지 않았다. 너무나 깨끗해서 작은 티 하나만 묻어도 더럽혀지고 마는 것이 결혼이라면 그녀는 차라리 하지 않으리라.

--- p.155

출판사 리뷰

사랑이라 믿었던 것이 계산이었다면
희생이라 여겼던 것이 선택이었다면
그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블랙 웨딩드레스』는 복수극으로 시작해 자기 직면으로 귀결되는 소설이다. 7년 연인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선 은주는 관계의 파괴를 꿈꾸며 복수를 계획하지만, 복수는 처절한 실패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잔인한 폐허 속에서야 비로소 자신이 평생 외면해온 진실과 마주한다. 작가는 은주를 연약한 희생자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한 현실 속에서 사랑보다 안정을 갈망하고, 생존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결혼을 선택하려 한 인물로 그려낸다. 결혼의 조건을 치밀하게 계산하던 남자와 운명적 사랑의 환상을 심어준 남자, 두 갈래의 선택을 모두 놓친 끝에 남은 것은 오직 은주 자신뿐이다.

이 소설의 정수는 계급을 외부의 폭력이 아닌, 내면화된 욕망의 구조로 풀어낸 데 있다. 은주가 가난한 무명 가수 고결이 아닌 변호사 지함을 선택한 것은 결국 안정과 생존을 향한 의지였다. 결혼제도 안에서 그녀가 택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숭고한 사랑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선택이 무너졌을 때, 은주는 자신이 견고하게 쌓아 올린 계급의 벽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가장 아픈 것은 결국 내가 나를 다치게 했을 때이다”라고. 은주의 여정은 단순히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내면화한 사회적 욕망의 초상이다.

부산에서 고결의 가족을 마주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통렬한 정점이다. 위태롭게 해라도 들던 기울어진 집에서 해조차 들지 않는 습한 지하로 추락할 아이의 예정된 내일, 그리고 조건 없는 사랑에 생을 걸었으나 현실의 결핍과 독박 육아라는 무게에 짓눌려 시들어가는, 은주가 가장 두려워했던 ‘순수함의 말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젊은 여자의 모습. 그 풍경은 은주가 평생 외면해왔던 가난의 그림자이자, 순수하게 사랑만 믿고 결혼했다면 자신이 되었을 수도 있었던 또 다른 삶의 실체다. 은주는 2천만 원이 든 봉투를 남기고 그 집을 빠져나온다. 그 수표는 선의가 아니다. 자신이 버린 과거와 선택하지 않은 가난에 대한 속죄이자, 그 불행이 자신의 것이 될 수도 있었다는 공포로부터의 절박한 도피다. 그녀는 타인을 향한 복수 대신, 끝내 자신을 옭아맨 두려움과 마주하며 달린다. 그 달림은 누군가로부터의 도망이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를 삶’으로부터의 탈출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은주는 순백의 드레스가 아닌 블랙의 드레스를 선택한다. 이는 더 이상 사랑이라는 이름의 위선 뒤에 숨지 않겠다는, 자신의 세속적 욕망을 투명하게 긍정하겠다는 당당한 선언이다. 은주는 이제 순진한 척, 착한 척하는 기만을 기꺼이 벗어던진다. 결혼이라는 거대한 거래 속에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안정과 경제적 이익을 더는 수치로 여기지 않는다. 조건 없는 사랑이라는 허구의 환상 대신, 자신의 욕망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제 몫을 당당히 계산하는 삶의 주체로 거듭난다. 작가는 이 블랙 웨딩드레스를 통해,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마주할 때 비로소 진짜 자유에 닿을 수 있다고 말한다.

『블랙 웨딩드레스』는 사랑과 욕망, 계급과 자아를 교차시키며 우리 시대의 가장 솔직한 자기 인식의 순간을 포착한다. 감정의 과잉 없이도 독자의 가슴을 서늘하게 울리는 문장력은 작가 서경희의 한층 성숙한 문학 세계를 보여준다.

■ 미리 읽은 독자의 말

결혼을 꿈꾸던 내 안의 소녀가 울었다. 책을 덮고 나서야 알았다. ‘부러움을 사는 여자’보다 ‘사랑받는 여자’로 남고 싶었던 내 마음을.
- 미혼, 30대 후반 직장인

웨딩드레스의 흰색은 결국 내 인생의 무게였다. 이 소설을 읽고 처음으로 결혼의 진짜 얼굴을 봤다.
- 기혼, 40대 초반 교사

이혼이 죄라 믿고 살았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나를 용서하지 못한 건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는 걸. 그런데도 여전히, 어떤 날은 그 죄책감이 다시 돌아온다.
- 이혼, 40대 중반 자영업자

하얀 드레스보다 검은 드레스가 더 예쁘다. 그 단순한 진실을 깨닫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 미혼, 30대 중반 디자이너

딸아이에게 물려줄 건 순백의 드레스가 아니라 이 책이어야 한다. 사랑보다 삶이 더 길다는 걸, 이제는 안다.
-기혼, 50대 후반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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