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근현대 역사의 배경에는 늘 비행기가 있었다] 인간이 하늘을 날기 시작하면서 욕망은 탐욕이 되어 전쟁을 일으켰다. 이윽고 비행의 역사는 세계사가 되었다.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하늘의 역사와 이 안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차원의 역사로 떠나는 탑승권이 되어 읽는 이들의 시야를 넓혀줄 것이다. - 안현재 인문 PD
|
프롤로그_20세기를 써 내려간 서른세 개의 인생
1부 하늘의 개척자들 1장 레드 제플린, 대서양을 건너라 - 탐욕의 바다 대서양 - 최초의 대륙 간 여객선 그라프 제플린 - 비행선 시대의 종말 2장 프랑스에서 칠레까지, 대장정의 시작 - 항공우편의 개척자 라테코에르 - 초장거리포를 찾아낸 정찰기 - 냉정한 열정가 디디에 도라 3장 지중해로 뛰어든 어린 왕자 - 개척 조종사를 동경한 보헤미안 - 영감의 근원 서사하라 사막 - 조종석에 앉은 작가 - 소행성 B-612로 날아간 파일럿 4장 세상 끝까지 날아간 조종사 - 파이오니어 파일럿 장 메르모즈 - 존재에 충실한 자, 두려울 것이 없다 - 남십자성이 되어 사라진 크루아뒤쉬드 5장 대서양 상공의 총성 없는 공중전 - 대서양을 서쪽으로 횡단한 세 명의 조종사 - 속도의 미국, 항속거리의 유럽 - 저무는 대영제국의 꿈 코밋 - 대서양을 장악한 보잉 707 2부 시대와의 불화 6장 식민지 조종사의 마지막 비행 - 경성 하늘에 뜬 비행기 - 파일럿이 된 식민지 청년 - 못다 이룬 꿈, 광복군 비행학교 7장 제국의 꽃인들 어떠랴, 날 수만 있다면 - 원통이로 살지 않겠다 - 고이즈미를 사로잡은 콤팩트 파일럿 - 시대에서 자유로운 삶은 없다 8장 민항기를 격추한 나카지마 전투기 - 주강에 추락한 퀠린호 - 일본의 광기를 무시한 아메리칸 캡틴 9장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 조종사가 되지 못한 소년 - 제국의 꿈을 위해 탄생한 제로센 - 가미카제 돌격의 허상 10장 태평양을 넘본 대가 - 저항할 수 없는 힘 리틀보이 - “때가 차매 그 아들을 보내사” - 꿈에서 깨어난 일본 제국 3부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서 11장 하늘의 기사, 파일럿 - 무기로 변신한 비행기들 - 그들만의 룰, 에어맨십 - 그로틀리 호텔의 만찬 12장 미군을 호위한 나치 공군 - 퍼플하트 코너의 ‘예올드펍’ - 탈출하는 조종사를 쏘지 마라 - 루프트바페 조종사의 명예 13장 전장의 영웅인가, 정치의 희생자인가 -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베트남의 해방 전쟁 - 체크인 하노이 힐튼 - 석방을 거부한 매케인, 징집을 거부한 트럼프 4부 1퍼센트의 꿈, 아메리칸 드림 14장 CIA 요원이 된 조종사 - 제트엔진을 단 글라이더 U-2 - 데탕트를 걷어찬 그랜드 슬램 작전 -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고결한 자살’을 거부한 대가 15장 자본주의 세계로 날아간 미그-25 - 궁극의 비행기 A-12 블랙버드 - 미사일을 따돌린 소련의 괴 비행기 - 수고한 그대 떠나라 16장 권력과 돈을 실어 나른 조종사들 - 대서양을 향한 ‘죽음의 비행’ - CIA의 무기를 수송한 민간 항공사 기장 - 운송비 1억 달러, 아메리칸 딜리버리 파일럿 - 루이지애나 법정의 대리 사형 선고 5부 하늘을 지배한 자본주의 17장 금단의 하늘 - 폴 버니언, 미루나무를 베어라 - 청와대 상공을 침범한 UFO - 여객기를 격추한 이스라엘 전투기 18장 비극의 근원 - 월스트리트 최고의 비즈니스 - 미국 방위산업의 최대 시장 중동 - 생존을 위한 본능, 두려움 - 끝나지 않는 우크라이나의 비극 - 마르지 않는 샘물 영공 통과료 19장 하늘에는 경계가 없다 - 카셈 솔레이마니를 참수하라 - 피의 복수에 희생된 여객기 - 목적으로서의 비행 에필로그_Souls On Board |
김동현의 다른 상품
근현대사를 대변하는 익숙한 사건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상식은 대부분 20세기의 승자인 서구인들이 찍은 스냅숏들이다. 사실 역사의 내면은 너무나도 구체적인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재단할 수 없다. 역사의 현장 위에 두 발을 딛고 살았던 사람들의 다양성과 해석의 주관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내면으로 한 발짝도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역사적 사건의 나열이나 일방적 해석 대신 그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자 했다. 내 분야가 비행과 운항 시스템인 만큼, 이 책에 소개된 내용 역시 20세기를 관통한 하늘의 역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인류 최초의 비행선이었던 제플린으로부터 『남방우편기』와 『야간비행』의 주인공 포테즈 25, 제로센을 타고 가미카제 돌격대가 된 조종사들과 베트남전의 ‘영웅’ 존 매케인, 그리고 남미 카르텔의 마약을 실어 나른 CIA 조종사들까지, 나는 그들을 통해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버린 이 세상의 이면을 독자들과 함께 돌아보고 싶었다. --- p.6~7 19세기 아메리카 식민지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예민한 과학 기술의 거대한 실험장이었다. 유럽 학자들은 살충제나 비료와 같은 간단한 농약부터 백신, 피임약까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분야의 신기술을 아메리카 원주민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유럽에서는 결코 승인될 수 없는 방대한 인체 실험을 통해 축적한 높은 과학 기술력은 20세기를 유럽의 시대로 만든 힘의 원천이 되었다.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는 배에는 항상 유럽인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수만 통의 연구물과 표본, 서신들이 실려 있었다. 비행기가 탄생한 지 불과 십여 년 만에 프랑스 정부는 열차로 보름이 넘게 걸리던 아프리카 식민지의 우편물을 단 하루 만에 받아보았다. 비행기로 대서양을 횡단할 수만 있다면 두 달이 걸리는 아메리카 식민지의 우편물도 이틀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항공우편은 정부 문서뿐만 아니라 수표나 계약서 등 시간에 민감한 문서를 신속히 교환하는 데 있어서도 획기적인 운송 수단이었다. --- p.39~40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실제로 비행기를 타본 유럽인은 거의 없었다. 당시 비행은 자유 그 자체였고 낭만이었다. 비행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라테코에르의 젊은 조종사들은 매일 툴루즈의 호텔에서 광활한 사막과 들쭉날쭉한 산봉우리 사이를 누비며 겪은 아찔한 비행 이야기로 밤을 새웠다. 투숙객들은 물론 호텔 종업원들까지 조종사들의 무용담에 빠져 저녁 식사 비용을 청구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생텍쥐페리는 라테코에르 에어라인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는 루브르제에서의 추락 사고 경위를 비행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묘사해 라테코에르에게 입사를 희망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그의 편지에 흥미를 느낀 라테코에르는 도라에게 생텍쥐페리를 만나보라고 지시했다. 도라는 생텍쥐페리의 조용한 음성과 진지한 태도에서 묘한 매력을 느꼈다. 상상력이 지나치게 풍부해 보이기는 했지만, 사장인 라테코에르의 요청을 거절할 만큼 큰 단점은 아니었다. 생텍쥐페리를 정비고에 보낸 도라는 그가 일하는 태도를 유심히 관찰했다. --- p.53~54 금방이라도 전 세계 하늘을 지배할 것 같았던 융커스도 시대를 피해가진 못했다. 1933년 정권을 잡은 나치는 융커스에게 군용기 개발을 요청했다. 융커스는 자신의 비행기가 전쟁의 도구로 쓰이는 것을 거부했다. 나치는 융커스를 자택에 연금하고 그가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회사에서 물러났다고 발표했다. 2년 후 괴벨스는 융커스의 76번째 생일을 맞아 다시 그의 자택을 방문해 함께 새 조국을 건설하자고설득했다. 융커스는 이번에도 나치의 요구를 거부했다. 괴벨스가 다녀간 후 융커스는 자택에서 사망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나치는 자신들에 대한 융커스의 저항 사실을 극비에 부치고 그의 장례식을 국가장으로 거행했다. --- p.94~95 매리가 도쿄에 도착하는 11월 24일, 일본은 여자 조종사를 보내 도쿄 상공에서 매리를 환영하기로 했다. 비행에 있어 일본도 서구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웰컴 비행의 여자 조종사는 단연 일본 유일의 2등 여성 조종사 박경원이었다. 박경원은 일본 영공으로 들어온 매리를 유도해 나란히 하네다 비행장에 착륙했다. 환영식 행사에서 훤칠한 키의 박경원이 영국 여성과 당당히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은 유럽인들에게 열등의식을 갖고 있는 일본인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다음 날 매리의 환영 행사를 보도하는 신문 기사에는 박경원에게 늘 따라붙던 ‘반도 출신의’라는 형용사가 빠져 있었다. 박경원은 이미 일본 최고의 신여성이었다. --- p.135 가미카제 공격이 시작된 초기, 미군은 엔진이 고장 난 비행기가 어쩌다 배를 들이받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곧 일본군이 자살 폭격을 하는 것임을 알게 된 미국은 일본 제국 수뇌부에 혐오감을 느꼈다. 미 본토에서는 일본에 항복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일본을 아예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가미카제 공격의 성공률은 극히 낮았다. 무거운 폭탄을 탑재하고 최고 속도로 급강하해 전함의 기관실을 정확히 들이받는다는 것은 20층 아파트 옥상에서 공깃돌을 떨어뜨려 지상에 있는 야구공을 맞히는 것만큼 어려운 기동이다. 간신히 비행기를 띄우는 기술만 배운 초보 조종사들이 극도의 공포와 스트레스 속에서 적함의 기관실에 정확히 충돌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 p.163 농축 우라늄 기반의 리틀보이는 물리학적으로 불안정한 폭탄이었다. 같은 중량으로 훈련을 하던 B29가 이륙에 실패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은 혹시라도 이륙 중 비행기가 추락해 티니안 기지에서 원자폭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509비행단의 지휘자인 윌리엄 파슨스 대령은 리틀보이를 분해해 이놀라게이에 탑재한 후, 일본 본토까지 날아가는 동안 폭탄창 안으로 들어가 직접 리틀보이를 조립하기로 했다. 판사님이 일하러 간다는 전문은 파슨스 대령이 원자폭탄을 조립하기 시작했다는 암호였다. 이놀라게이의 목적지는 일본의 히로시마였다. 미군은 일본 본토의 대도시들을 폭격하면서도 일본군의 군수물자 보급창 역할을 하던 히로시마는 일절 손대지 않았다. 트루먼 대통령의 어머니가 히로시마에 포로로 잡혀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실상은 리틀보이의 위력을 확인하기 위해 히로시마를 온전한 상태로 남겨둔 것이었다. --- p.173 독일의 루프트바페 전우회를 통해 쇼피스의 연락처를 알아낸 건 파트리지였다. 파트리지가 뮌헨을 방문한 날, 쇼피스는 그의 아내와 함께 공항에 나가 파트리지를 맞았다. 이들은 1990년 파트리지가 사망할 때까지 뮌헨과 런던에 있는 서로의 집을 오가며 평생을 친형제처럼 살았다. 한 사람의 인격과 가치는 직업으로 대변되지 않는다. 쇼피스와 파트리지는 군인의 임무와 자연인으로서의 인격을 혼동하지 않았다. 하늘에서 서로를 향해 총을 쏜 것은 영국왕립 비행단 대위와 루프트바페의 중위였으나, 동토의 설원에서 만나 서로의 손을 잡은 것은 자연인 파트리지와 쇼피스였다. --- p.206 정치인 매케인은 같은 공화당원인 도널드 트럼프와 평생 대척점에 섰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때 가장 노골적으로 트럼프를 비판한 사람이 매케인이었다. 사실 두 사람의 성격은 매우 비슷하다. 해군사관학교와 뉴욕군사학교 시절의 매케인과 트럼프는 거칠고 독선적인 행동으로 퇴학 위기까지 몰렸지만, 두 사람 모두 출신과 배경의 보호로 무사히 졸업장을 받았다. 그러나 삶을 대하는 두 사람의 가치관과 행동 양식은 판이하게 달랐다. 매케인이 베트남에 포로로 잡혀 있던 5년 6개월 동안, 트럼프는 포덤 대학과 와튼 스쿨을 전전하며 징집을 네 차례 연기해 베트남 파병을 피했다. 트럼프가 맨해튼의 낡은 호텔을 구입해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때, 매케인은 호아로 수용소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몰려 있었다. 베트민 측이 프랑스 정치인들의 면담을 주선했지만, 매케인은 혹시라도 자신이 정치적 선전 도구로 이용될 것을 우려해 일체의 면회를 거부했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트럼프는 매케인을 전쟁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는 포로가 되었기 때문에 전쟁 영웅이라고 불린다. 나는 포로로 잡히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라고 조롱했다. --- p.232 미국과 이스라엘은 다시 시나이반도에서 미그-25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미그-25가 레이더에 포착되자 이스라엘은 곧바로 요격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미그-25는 폭발적인 가속으로 눈깜짝할 사이에 미사일을 따돌렸다. 미국은 소련이 마침내 미국의 대공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전투기를 개발한 것으로 생각했다. 한달에도 수차례씩 백악관과 크렘린에 상대방의 핵미사일이 발사되었다는 오경보가 울리던 시기였다. 미그-25가 미국의 대공 방어망을 뚫고 들어와 워싱턴에 핵미사일을 떨어뜨린다면 어찌할 것인가? 미국은 미그-25가 블랙버드도 요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백악관에서 열린 안전보장위원회에서 미그-25를 막을 대공 방어 수단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자 국방부는 초비상이 걸렸다. 1976년 9월 6일 홋카이도의 하코다테 상공에 지축을 울리는 폭음이 울렸다. 잠시 후 구름 속에서 이제껏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거대한 제트기 한 대가 나타났다. 꼬리에는 소련을 상징하는 붉은 별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미그-25였다. 전투기를 몰고 온 조종사는 29세의 소련 공군 중위 빅토르 이바노비치 벨렌코였다. 미국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소련의 비밀 전투기가 제 발로 서방 세계로 날아든 것이다. --- p.258~259 B52가 한반도 상공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한 북한은 크게 당황했다. B52는 미국이 유사시에 소련을 즉각적으로 마비시키기 위해 개발한 핵 공습 작전용 고고도 전략 폭격기였다. B52가 투입된다는 것은 미국이 계획하고 있는 보복 작전이 단순한 무력 시위가 아니라 전면전까지 고려한다는 의미였다. 북한은 다급히 소련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브레즈네프는 김일성의 모스크바 방문을 거절했다. 미군 장교를 도끼로 살해한 북한의 행위에 질려버린 마오쩌둥 역시 북한을 두둔하는 형식적인 메시지조차 내지 않았다. 중국과 소련이 미국의 보복 작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백히 하자 북한은 전군에 준전시 태세를 발령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미국은 중국을 통해 “북한이 만약 폴 버니언 작전에 조금이라도 대응할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 p.297~298 미 해군이 여객기를 격추시켰다는 소식은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국제 사회의 비판이 잇따르자 미국은 빈센스함의 승조원들이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이지스 레이더의 데이터를 잘못 읽는 실수를 했다고 물러섰다. 적기의 공습에 선제공격을 하도록 훈련받은 승무원들이 비행기의 강하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곧 이마저도 거짓 변명임이 드러났다. 빈센스함의 레이더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이란항공 655편은 강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승하고 있었으며, IRA655라는 트랜스폰더 식별 코드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빈센스함의 승조원들이 이런 명백한 정보들을 모두 잘못 해석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미국의 설명은 너무 옹색했다. --- p.323 전쟁 중인 나라에서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영공 통과료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항공사 역시 직접적인 위협이 확인되지 않는 한 직항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항공 017편이 미사일에 맞고 떨어진 날에도 소위 선진 항공사라고 하는 전 세계 37개 항공사가 도네츠크 항로를 비행했다. 민항기가 미사일에 격추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다. 여객기에 미사일을 발사한 대원들은 모두 상대의 임박한 보복 공격에 대한 두려움으로 레이더에 비행체가 포착되자마자 미사일을 쏘았다. 죽음의 공포 앞에 놓인 사람들에게 논리와 이성을 들이대는 것처럼 허무한 것도 없다. --- p.343 |
“흥미로운 지식을 넘어
전쟁과 사건으로 세계사를 풀어낸 비행 이야기” 세상을 뒤흔든 권력과 탐욕, 기술과 자본을 넘어선 모든 이야기를 꿰다 비행과 인문학을 연결한 김동현 기장의 두 번째 책 『세계사를 뒤흔든 19가지 비행 이야기』는 단연코 첫 책의 놀라움을 뛰어넘는다. 세계사의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하는 이번 책에서 저자는 28년간 전 세계 곳곳에서 탐닉한 역사와 현장의 소리를 페이지마다 생생하게 살려냈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방대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시대를 넘나들며 역사의 속살 같은 스토리로 책을 채웠다. 상상한 것 이상의 몰입감으로 역사의 궤적을 한눈에 살펴보게 될 것이다. “18세기 영국은 대서양의 패권을 놓고 프랑스와 벌인 네 차례의 전쟁에서 모두 승리했다. 1805년 넬슨 제독이 이끄는 영국 해군이 프랑스와 스페인의 연합함대를 격파한 이후 영국은 두 번 다시 누구의 도전도 받지 않았다. 대서양의 제해권을 장악한 영국은 노예무역을 독점했다. 오늘날의 영국을 만든 자본의 원천은 이들이 노예를 팔아 챙긴 돈이었다. 부자가 된 영국인들은 육체노동 대신 문화 예술과 금융업에 종사하며 품위 있는 삶을 영위했다.”_20쪽 처음 인류가 배를 타고 대서양을 넘어서는 장면에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식민지 개척과 노예제도의 시작을 알린 탐욕의 항해는 곧 공중으로 이어졌고 날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실현하게 한 최초의 발명품 비행기는 전쟁의 도구로서 그리고 개척의 근원으로 자리 잡게 됐다. 피의 역사로 돌진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피의 역사 속에서 비행과 관련한 19가지 장면을 선별해 권력과 탐욕, 기술과 자본을 넘어선 거의 모든 비행의 세계사를 담았다. 장대한 역사를 한 권으로 압축해낸 이 책은 지금껏 다른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주제를 연결해 기존의 역사서와 확실한 차별점을 두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단연 비행이라는 주제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를 볼 때 습관적으로 살폈던 완벽한 승리, 혹은 패배를 가늠하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 살펴봄으로써 역동적인 역사의 그 이면을 명확하게 마주할 것이다. “글 쓰는 조종사 김동현 기장의 지적인 비행! 지금껏 본 적 없었던 새로운 세계사를 읽다” 시대를 종횡무진 활약하는 비행의 역사,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우리의 이목을 잡아끄는 이야기엔 늘 사람이 있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시대의 배경에서 인간은 늘 선택을 강요당한다. 하늘의 길이 개척된 이후 비행기의 기술 발달은 곧 끔찍한 전쟁을 일으켰고 그 한가운데서 많은 조종사가 사라졌다. 비행사 속 권력의 도구는 사실 비행기가 아닌 인간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 모든 역사를 관망한 권력자들은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의 생의 면면을 지운 채 역사를 써 내려갔다. 저자는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서른세 명의 삶을 복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가장 객관화된 시각으로 보일 수 있는데 힘을 썼다. “나는 이 책에서 역사적 사건의 나열이나 일방적 해석 대신 그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자 했다. 내 분야가 비행과 운항 시스템인 만큼, 이 책에 소개된 내용 역시 20세기를 관통한 하늘의 역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인류 최초의 비행선이었던 제플린으로부터 『남방우편기』와 『야간비행』의 주인공 포테즈 25, 제로센을 타고 가미카제 돌격대가 된 조종사들과 베트남전의 ‘영웅’ 존 매케인, 그리고 남미 카르텔의 마약을 실어 나른 CIA 조종사들까지, 나는 그들을 통해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버린 이 세상의 이면을 독자들과 함께 돌아보고 싶었다.”_7쪽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는 우리를 쉽게 획일화된 세계관에 빠뜨리게끔 만든다. 이 책은 그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인물을 이끌어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개인의 선택을 그 시대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우리는 지금 어떤 역사를 지나고 있는지, 지금의 역사를 해결할 실마리는 사실 과거를 통해 알 수 있지 않을지 등등 수많은 의문에 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