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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 6
1장. 먹거리엔 진심, 오지게 고집 센 식품 MD의 탄생 이 모든 시작은 지하 식품매장의 ‘오뎅’으로부터 … 19 개나 줘버려, ‘폭포 이론’ … 27 ‘초록마을’로 이어진 빵 반품 사건의 나비효과 … 36 2장. 식품을 통해 알아버린, 쓰고 달고 맵고 오묘한 기획의 세계 재고만 쌓이는 ‘뒷다리살’의 변신 … 45 사표를 썼다 … 52 기록적인 성공을 이룬 기획의 어두운 그림자 … 59 고급스러운 PB 상품을 고집했다 … 65 마진 없는 ‘대왕 랍스터 완판’이 남긴 것 … 73 식품 MD를 사로잡는 진짜 상품성 … 80 백문이 불여일식1: 꼬여버린 닭 숯불구이 일본 원정 … 87 백문이 불여일식2: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맛의 세계 … 95 3장. 식품 MD의 까칠한 미각 입맛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절대 … 103 돼지갈비는 갈빗살이어야 제맛 … 110 라면집과 오징어덮밥집 사이의 출장길 … 117 천상의 밥맛 … 125 토종 농산물의 은밀한 매력 … 131 레시피에도 ‘꼰대’가 있다 … 136 4장. 이 순간에도 온갖 먹거리와 돈 그리고 인생이 돌고 돈다 계절을 느끼는 그곳이 현장 … 147 새로운 식재료로 맛을 그리는 희열의 순간 … 155 MD를 움직이게 하는 힘 … 162 어쨌든 출장 간다 … 170 고기도, 사람도 숙성하면 달라진다 … 178 향으로 먹는 음식, 향으로 남는 사람 … 186 건강보조식품의 욕망 … 193 해보면 안다 … 200 에필로그_시장을 바꾸는 사람 …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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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꼬이려고 했는지 국내에서 사 간 와이파이 중계기와 유심이 말썽이었다. 공항에서 나고야 도심으로 가는 내내 낑낑거렸다. 선반 위 두었던 카메라 가방을 그대로 놓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바디 두 개, 렌즈 네 개 포함 대략 1,200만 원짜리 가방을 와이파이와 씨름하느라 잊은 것이다. 개찰구를 빠져나올 때까지도 몰랐다. 호텔 방향 출구 표지판을 찾다가 등이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다. 느낌의 실체를 아는 순간 “헉” 소리도 안 나왔다. “띵” 하는 고주파 음만 뇌 속을 오갔다.
---「백문이 불여일식1: 꼬여버린 닭 숯불구이 일본 원정」중에서 순댓국을 대학교 입학해서 처음으로 먹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순대는 부평시장 포장마차나 순대골목에서 소금 찍어 먹는 것으로 알았다. 처음 본 순댓국은 낯설었다. 나는 순대 먹을 때 나오는 내장을 먹지 않았다. 오로지 순대만 먹었다(지금은 아니다). 꼬릿한 냄새 풍기는 국물에 빠져 있는 내장이나 머릿고기는 당연히 안 먹었다. 시간이 쌓이고 계절이 바뀌면서 마신 소주의 양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낯설었던 순댓국은 친숙한 안주나 해장국이 되었다. ---「입맛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절대」중에서 그토록 빛나는 밥은 처음이었다. 밥 향이 주방 가득 퍼졌다. 밥을 주걱으로 뒤집지도 않고 떠서 입에 넣었다. “아, 흐흐흐, 뜨거. 뜨거” 하면서도 밥을 뱉어내지 않았다. 처음 맛보는 밥맛이었다. 10년도 전에 이야기만 들었던 자연 건조 쌀을 이렇게 맛봤다는 사실에 혼자서 감개무량에 빠져 있었다. ---「천상의 밥맛」중에서 홈쇼핑에 누구누구 요리사나 요리연구가 이름을 단 육가공품이 많다. 갈비탕, 양념 고기, 스테이크, 떡갈비가 주 상품군이다. 그들은 방송에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잡내’를 잡기 위해 여러 재료를 넣었다고 한다. 없는 잡내를 ‘굳이’ 잡기 위해서 말이다. 고기의 잡내라는 것은 상태가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상하기 직전이거나 시작한 고기라면 잡내가 있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사육하고 도축을 했다면 잡내 날 일이 없다. ---「레시피에도 ‘꼰대’가 있다」중에서 요리를 하다 보면 음식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종국에는 상품을 기획하는 생각이 달라진다. 가격보다는 맛을 우선하는 순간 MD는 성장한다. 식품 MD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삶에서 능력자를 이기는 것은 꾸준함이다.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다고 해서 금방 알게 되는 건 아니다. 시간을 쌓고 쌓아야 달라진 걸 깨닫는다. ---「고기도, 사람도 숙성하면 달라진다」중에서 좋은 김은 입에 넣으면 침에 바로 녹는다. 입천장에 달라붙지 않는다. 붙더라도 이내 떨어진다. 김이 침에 녹으면서 가지고 있던 단맛과 향을 내뿜기 시작했다. 향이 너무도 좋았다. 입안을 맴돌던 김 향이 콧속을 마구 헤집고 다녔다. 다시 김을 맛보고 또 맛봤다. “와, 우와, 이야!” ---「향으로 먹는 음식, 향으로 남는 사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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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대한민국 구석구석 발품을 팔며 가성비 최고 먹거리를 찾습니다”
소비자, 생산자, 유통업체 모두가 만족할 만한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꿈꿔야 하는 식품 MD의 숙명 식품 MD는 영원히 풀지 못할 과제를 늘 떠안는다. 회사의 이익과 직결되는 ‘마진’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생산자(생산업체)의 고충에도 귀 기울여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무엇보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새롭고 신선한 식재료를 발굴해야 한다. 유통업체, 생산자,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야 하는 숙명에 처한다. 그 불가능한 미션은 ‘차별화’라는 구체적인 단어가 되어 식품 MD를 옥죈다. 저자는 “MD는 평생 저놈의 차별화를 찾아 매주 헤맨다(163쪽)”고 고백한다. 이 고행과도 같은 여정에서 저자는 끝없는 시행착오를 겪지만,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식품 MD로서 저자가 지금도 철석같이 지키고 있는 두 가지 철칙이 있다. “전국 어디든 아침 9시부터 업무를 개시(170쪽)”할 것 그리고 “MD가 현장을 떠나서는 가격 흥정꾼밖에는 안 된다(176쪽)”며 무엇이든 현장에서 답을 찾을 것. 이 철칙을 지키기 위해 저자는 내비게이션도 없고 서해안 고속도로도 준공되기 이전 시절, 김?미역?다시마를 공급해 줄 완도 읍내에 있는 생산업체를 찾아가기 위해 밤 12시에 집을 나서기도 한다. 국내 토종닭(청리닭)을 우연찮게 맛보고 뜻밖의 맛에 놀라워하면서도 단순한 요리법에 아쉬워하다가 1960년대부터 토종닭을 찾아 먹은 일본 시장을 궁금해하며 나고야의 요식업 현장을 찾아간다. “생각해 보면 새로운 식재료는 없다(135쪽)”고 하지만, 저자의 이러한 노력은 대한민국 식품유통업계에서 저자를 특별한 식품 MD의 위치로 자리매김하게 해주었다. 상품 출시와 함께 센세이션을 일으킨 ‘곱창 김’, ‘쿠팡’의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시킨 ‘대왕 랍스터’, ‘싸구려’로 인식되는 PB상품의 개념을 바꿔놓은 초록마을의 1호 PB상품 ‘미숫가루’ 등은 저자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항상 달콤한 성공만 맛본 것은 아니다. 생산업체에 마진 조정을 강요하는 직장에 강하게 반발하며 사표를 내던지고 막막한 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버크셔 돼지고기로 만두소를 만들면 대박이 날 것이란 기획은 평범한 상품이 되고, 숙성육이 앞으로 대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상품화하지만 참담한 실패를 겪기도 한다. 희열 넘치는 성공담과 뼈아픈 실패담은 단짠단짠의 맛에 감칠맛을 더하며 식품 MD의 세계로 독자를 점점 끌어들인다. 입으로 들어갈 ‘식품’에도, 살아가야 할 ‘인생’에도 빠트리지 않아야 할 ‘본질’과 ‘가치’ 온갖 먹거리와 돈 그리고 인생이 돌고 도는, 쓰고 달고 맵고 오묘한 식품?유통의 세계 저자가 30년 가까이, 현재도 꿋꿋하게 식품 MD의 감각을 유지하며 현장을 누비는 저력은 무엇일까? 그 원동력은 ‘본질’을 꿰뚫어 볼 줄 아는 안목과 이익을 초월하여 ‘가치’를 추구하는 태도에 있다. 저자는 “모름지기 MD는 상품의 본질에 대해 궁금해야 한다. 궁금함이 모든 일의 시작이다(79쪽)”고 강조하고, “가격보다는 맛을 우선하는 순간 MD는 성장한다(185쪽)”고 단언한다. 이러한 가치관은 비단 식품 MD의 업무 분야뿐 아니라 직업인이자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은은한 음미를 선사한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여운 가득한 메시지가 배어 있다. 저자는 책날개에 “글은 엉덩이의 힘으로 쓴다고들 하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기획도, 글도 매일매일의 발걸음으로 채워왔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 문장처럼 이 책에 담긴 갖가지 에피소드와 인생에 대한 짧은 성찰은 매일매일 내딛는 발걸음처럼 생생하고 묵직하다. 온갖 먹거리와 돈이 돌고 도는 식품·통업계 현장에서 저자는 인생 또한 돌고 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여운 깊은 필치로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안겨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