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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변호사라는 세계: 이쪽 업계가 이렇습니다 나는 글자가 싫다 / 보이스 피싱 당하는 변호사 / 글은 쓰는 게 아니라 찍어내는 것 / 내가 아는 변호사가 있는데 / 광고의 유혹 / 나쁜 사람을 변호한다는 것 / 그냥 평범한 일상 / 우리 직원에게 갑질을 한다고? / 판사도 줄임말을 쓴다 / 방송에 나가본 썰 / 변호사 vs 검사 vs 판사 / 어쩌면 키보드 배틀러일지도 2. 변호사의 1년: 사건, 사고, 사람이 만나는 시간 양치기 어른들 / 역전 재판! / 변호사의 1년 / 내 부모의 재산을 탐내지 말자 / 공짜로 해주세요 / 노 쇼, 어차피 안 볼 거니까 괜찮아 / 변호사님, 홍삼은 떨어지면 안 됩니다 / 사무실에 와서 조용히 카톡으로 대화합시다 /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 사랑과 금전 사이 /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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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출간 제의를 받았을 때 뭘 써야 할지 참 고민이 되었다. 그냥 출근을 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서면을 쓰다가 전화 응대를 하고, 재판에 나가고, 상담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 다들 그렇게 일하며 살지 않는가. 그래서 특별히 쓸 것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변호사가 특별할 것도 없다는 것을 쓰면 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이 글들은 그저 평범한 내 일상의 기록이다.
--- p.8~9, 「프롤로그」 중에서 변호사는 종일 글자, 숫자와 씨름을 하며 상대방과 싸운다. 싸움의 도구는 주먹이나 말이 아니라 대개는 글이다. 인터넷에서 소위 키보드 배틀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 글자를 읽는 것만큼이나 싫은 것은 따지고 싸우는 일이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켰는데 머리카락이 나오면 그냥 건져낸다. 손가락이 안 나온 게 어딘가. 매일매일이 싸움인데 싸움은 평일에만 하고 싶다. --- p.15~17, 「나는 글자가 싫다」 중에서 요즘은 변호사가 늘어서 좀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은 높다.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 변호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들 법률 상담을 요청한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 설치하는 것을 구경하다가도 법률 상담을 하고, 냉장고 설치하는 것을 지켜보다가도 법률 상담을 하고, 에어컨 수리하는 것을 보다가도 법률 상담을 한다. --- p.40, 「내가 아는 변호사가 있는데」 중에서 한번은 손님이 찾아와서 직원에게 대뜸 “아가씨, 여기 커피 좀 줘”라며 커피 심부름을 시킨 적이 있다. 아마 우리 직원을 커피나 타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혼 사건이었는데 회사 사장이라고 했고, 나는 사건을 맡기 싫었다. --- p.67, 「우리 직원에게 갑질을 한다고?」 중에서 김밥천국에 가서 김밥을 달라고 하면서 “여기는 천국인데 왜 돈을 받냐”라고 하면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 “공익 변호사라는 사람도 있잖아요.” 어디서 들었는지 ‘공익 변호사’는 소송을 공짜로 해준다면서 자신의 소송도 공짜로 해달라는 사람이 있다. ‘공익’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다. (……) 비슷한 예로 ‘인권 변호사’를 운운하며 공짜로 소송을 해달라는 사람이 있다. --- p.138~139, 「공짜로 해주세요」 중에서 객관적인 현실을 외면하다가 결국 변호사의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하나같이 드라마 주인공 같고, 라디오 사연 같다. 그런데 그 드라마는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되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누가 이긴지도 모르겠는 〈사랑과 전쟁〉이거나 〈그것이 알고 싶다〉일 때가 더 많다. 재미는 없더라도 그저 평범한 보통의 삶, 드라마 같지 않은 삶이 참으로 소중하다. --- p.173,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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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글을 50장쯤 찍어냈다……
어쩌면 키보드 배틀러, 가끔은 방구석 폐인 같은 생계형 변호사의 일상 일을 하는 괴로움과 피로감은 변호사 역시 피해 갈 수 없는 무게다. 법을 다루며 타인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직업적 무게는 차치하더라도, 매일같이 야근을 하며 하루 종일 모니터를 쳐다보는 직장인 또는 온갖 복잡한 인간사를 접하는 자영업자의 피로함은 모든 직종의 ‘일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어려운 법을 다루며 남들은 알지 못하는 전문성으로 무장했지만, 한 발 더 다가가 살펴보면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며 푸념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이 변호사에게도 가득하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페이지의 서류를 들여다보며 50장씩 글을 찍어내고, 퇴근한 후에는 누군가와 싸우기 싫어 주문한 음식에서 나온 머리카락을 조용히 덜어내고, 휴일에는 글자를 읽기 싫어 더빙 영화를 보는 모습은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다가 퇴근 후와 주말에 시체가 되어버리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 대학 졸업 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마음속에 품은 사직서를 실제로 내던지기 위해 ‘변호사가 되겠다’는 핑계를 댔는데 정말 변호사가 되어버렸다는, 조금은 특이한 이력을 소개하는 저자는 “제가 변호사가 되어봤더니 말이죠, 막상 그렇게 다른 것도 없던데요”라는 듯이 이야기하며 직업이 주는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 낀 대한민국 3만 변호사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거래처가 얼마나 이상한 요구를 하는지, 상사의 눈치는 또 얼마나 보아야 하는지를 푸념하는 직장인에서 거래처를 의뢰인으로, 상사를 판사로 치환하면 바로 변호사의 일상이 된다는 비유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거짓말 하는 상담자는 쫓아내고, 약속을 어긴 고객은 ‘노 쇼’로 박제해 버리는 다사다난한 사건 기록 변호사의 1년은 다양한 사건과 사람으로 가득하다. 앉은 자리에서 세상의 온갖 사연을 접하게 되는 특성상 만나는 사람과 사건마다 풀어내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를 대변한다. 원칙적으로는 검찰에서 유죄를 입증하고 무죄를 밝혀주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고발 당하는 순간 스스로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모순, 피고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절박한 사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법관의 수 등 사법 현실을 바라보는 업계 종사자의 시선은 ‘어째서 저런 판결이 나지?’라는 사법계에 대한 의문에 나름의 변명과 반성을 전달한다. 상담을 하러 와서 거짓말만 줄줄이 늘어놓고, 예약을 펑크내며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고객을 상대하는 모습에서는 ‘변호사도 진상 만나면 별수 없구나,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네’라는 공감이 절로 일어난다. 그러나 힘든 와중에 받는 승소 판결문 한 장과 의뢰인으로부터 받는 감사 인사에 다시 힘이 난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다들 그렇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며 오늘도 야근 지옥에 빠질 준비를 한다.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었지만 묵묵히 일상을 반복하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어쩐지 멀게 느껴지지만 결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어느 생계형 변호사의 다사다난한 일상이 『제가 변호사가 되어보니 말입니다』에서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