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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급식의 세계 … 6
1장. 배식판에 맛있는 꽃을 피우기 위해 새벽부터 영양사는 그렇게 설쳤나 보다 이럴 줄 몰랐다, 영양사도 감정노동자! … 15 ‘소태 부장’의 갑질 사건, 긍정 영양사의 변신 … 23 최악의 잔반 사태, 순두부쫄면의 빛과 그림자 … 32 빈 그릇에 담긴 최고의 찬사 … 40 소수점 아래까지 내려앉은 영양교사의 고민 … 46 1이 아닌 99에 주목하는 세계 … 52 국과 찌개의 기준을 잡아라 … 60 2장. 최저 비용으로 최상의 맛을 구현하는 능력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랍스터 급식의 숨겨진 비밀 … 69 식단 ‘안 돌려쓰기’의 기술 … 76 물가 상승률과 입맛 기대치의 불편한 상관관계 … 83 도전과 시련 사이의 메뉴 개발 … 89 영양사의 자랑스러운 강박 … 96 모든 맛에는 때가 있다 … 105 3장. 사람됨의 출발점, 따뜻한 밥 한 끼 밥 있는 곳에서 인성이 드러난다 … 113 입맛 트렌드, 급식에도 반영하고 싶습니다 … 121 전직 영양사를 성장케 한 현직 영양교사 … 127 급식실에 온 의사 선생님 … 134 초등학생 식판 위에 올라온 과일의 비밀 … 140 4장. 배식판 너머, 이토록 정신없고 따뜻한 세계 팔자에도 없을 그 이름, 김치 영양사 … 149 끔찍한 직장 호러무비의 주인공 … 156 급식은 사람‘들’로 만들어진다 … 166 가장 나중에 건넬 수 있는 진짜 선물 … 175 밥벌이 너머 인생의 세계 … 182 어쨌든 냉면은 진리니까요! … 188 요리보다 해몽이 좋은 영양교사 … 195 에필로그_따뜻한 사람의 힘, 따뜻한 밥 한 끼의 힘 … 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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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제적 효율만 따져도 잔반이 없는 식단을 궁리해야 하지만, 버려지는 자원이 지구를 오염하고 게다가 어딘가에서는 굶주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니 식단을 계획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무겁다. 자본과 경제의 논리가 아니라, 이건 마치 누군가의 인생이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인과因果가 존재하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면 음식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다. 실연 혹은 취업 탈락 등 불운한 일을 겪더라도 따뜻한 국물이 든 음식은 당장의 위로가 되고, 밥 한 끼 나눈 관계는 왠지 조금은 살가운 사이가 된다. 자원을 조금이라도 아끼면 그 정성이 지구촌 반대편의 누군가에게 따뜻한 한 끼가 될 거란 희망을 품고, 오늘도 고민을 소수점 아래까지 가지고 내려가 본다.
---「소수점 아래까지 내려앉은 영양교사의 고민」중에서 신기하게도 우리는 월급을 30일로 정확하게 나눠서 하루하루를 똑같이 살아가지 않는다. 평소 달걀프라이와 나물 반찬을 먹다가도 기념일에는 랍스터를 먹는 날도 있다. 특별한 날을 정해놓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열심히 일하고 허리띠 졸라매는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오늘도 나는 ‘급식 플렉스’를 선사할 그날을 고대하며 현실적인 식단과 이상적인 식단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랍스터 급식의 숨겨진 비밀」중에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속담이 있다. 서로 격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어울리거나 수준이 비슷하여 기대 이하임을 이르는 말인데, 영양교사인 나는 이 속담이 은유처럼 읽히지 않는다. 타성에 젖은 어느 영양교사의 식단을 떠올리는 건 어쩌면 직업병인지도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도 크게 변하는 것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 직장에 나갔다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이 그닥 다르지 않더라도 우리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자신이 맡은 업무가 하루하루 조금씩 진척되고 있고,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퇴근 후에 운동을 하거나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우며 살아간다.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나날일지라도 ‘나물’이나 ‘밥’을 조금씩 바꿔서 마음의 밥상을 차리고 있는 것이다. ---「식단 ‘안 돌려쓰기’의 기술」중에서 직장 안에서 직장인이 그나마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나는 탕비실과 화장실 그리고 사내식당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장실이나 탕비실도 그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면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고 그 사람의 본래 모습이 나오는 것이 점심시간일 텐데, 사내식당에서 무의식 속에 나오는 다양한 표정을 보며 나는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 또한 고급 레스토랑이든 동네 분식집이든 과연 다른 이가 해준 음식을 건네받았을 때 “감사합니다”란 인사를 했던 적이 있었나 하고 말이다. ---「밥 있는 곳에서 인성이 드러난다」중에서 그런데 어느 날부터 김치가 맛이 없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최상의 김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매일 김치의 적정 염도와 산도를 체크하고 맛을 볼 영양사가 필요했다. 그 업무는 자연스럽게 막내 영양사인 나에게 떨어졌다. 나는 얼떨결에 ‘김치 영양사’가 되고 말았다. 김치 영양사라니! 흔한 말로 “멘탈이 붕괴될” 만큼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말 못 할 이유가 있었다. 비록 영양사라고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김치를 먹어본 적이 열 손가락 안에 들 만큼 김치 맛을 전혀 몰랐다. 매일매일 김치가 입고되면 검식을 해야 하는데, ‘맛있는’ 김치 맛을 모르는 나는 맛을 판단할 기준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팔자에도 없을 그 이름, 김치 영양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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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짓고 밥 먹는 곳”에서 마주하는 사람과 삶의 원초적 민낯
단체식 전문 차림꾼 영양사가 겪는 이토록 정신없고 따뜻한 급식의 세계 영양사는 시시포스와 같은 숙명을 안고 살아간다. 회사에 고용된 입장에서 이윤을 추구해야 하지만, 식사를 제공하는 이들의 영양과 기대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급식을 대하는 고객들의 반응은 영양사에게 과도한 부담이자 크나큰 동기 부여가 된다. 랍스터 같은 특식을 제공하고 싶고, 요즘 음식 트렌드를 급식에 반영하고 싶지만 그 계획을 세우다 보면 뾰족한 산 위에 둥근 바위를 올려놓아야 하는 시시포스의 심정이 되고 만다. 가뜩이나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상승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그 꿈은 요원하기만 하다. 하지만 저자는 포기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축적되어 특색은 없지만 무난하게 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예전 식단을 탈피하기 위해 일부러 백지에 식단을 작성해서 조금이라도 신선한 식단을 구성하고, 하루 이틀 조금씩 경비를 줄여 어느 날은 특별한 음식으로 고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식사를 선사하기도 한다. “영양사와 영양교사가 기존 식단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다는 건 한편으론 자신의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일”(81쪽)이다.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나날일지라도 ‘나물’이나 ‘밥’을 조금씩 바꿔서 마음이 밥상을 차리”(81쪽)도록 하는 저자의 태도는 읽는 이로 하여금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묵직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양사만큼 업무가 복합적인 직업인은 드물다. 한정된 예산에 맞춰 이리저리 식단을 기획하며 백 원 단위 숫자까지 체크하다 보면 행정직 사무원인 것 같고, 사내식당에서 고객과 소통하고 응대하다 보면 영업사원이 되어 있고, 조리사?조리원과 팀을 이뤄 내기 위해서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일부 몰지각한 고객들에게는 음식이 짜다는 불평도 모자라 심지어 욕설을 듣기도 한다. 경력 있는 조리사의 텃세 또한 정신적인 고통이다. 저자가 영양사가 되어 가장 먼저 봉착한 것은 ‘사람’ 그리고 ‘관계’에 따른 문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지독한 ‘진상’ 고객 그리고 행동뿐 아니라 입까지 거친 조리사와의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갈등을 통해 환경을 받아들이면서도 주관을 확실히 세우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영양사로 거듭난다. 먹는다는 건 주린 배를 채우는 행위로 원시사회에서 문명사회로 발전한 현재도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하면서도 원초적인 일이다. 저자는 이러한 본능과도 같은 행동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의 사람다움, 즉 인성이 드러나는 것을 읽어낸다. 배식대에서 음식을 받는 행동, 밥 먹을 때 모습에서도 사람다움을 발견한다. 그러곤 자신을 성찰한다. “화장실이나 탕비실도 그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면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고 그 사람의 본래 모습이 나오는 것이 점심시간일 텐데, 사내식당에서 무의식 속에 나오는 다양한 표정을 보며 나는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116쪽)” 도태되지 않고 오랫동안 영양사와 영양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힘은 바로 삶에 대한 긍정과 일상의 사소한 경험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부단히 자신을 성찰할 줄 아는 힘이다. 갖가지 제한과 사람 사이의 갈등 속에서도 누군가의 허기를 책임지는 업무를 ‘이토록 정신없고 따뜻한 일’로 받아들이는 저자는 직업인이자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동력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