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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까마귀 복덕방 패강량 돌다리 해방전후 작가 알아보기 |
李泰俊,, 상허尙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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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은 세상이 각박하고 경쟁적으로 변하다 보니, 순수나 순박함이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데 대해 유감스러워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북동에 이사 온 ‘나’는 신문 보조 배달원인 ‘황수건’을 만나고 순박한 시골의 정취를 느낀다. 시골과 서울의 차이는 반편이나 못난이들이 밖으로 나와 행세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편인 ‘황수건’은 열심히 살고자 하는데 인생이 점점 풀리지 않고, 달밤에 술을 마시며 눈물과 한숨을 쏟아낸다. 더 이상 시골, 즉 순수함은 존재할 공간이 없음을 의미한다.
「까마귀」는 죽음에 대한 사유를 서정적인 문체로 써내려간 소설이다. 인기 없고 가난한 작가와 폐병에 걸려 죽어가는 여인은 우연히 만나서 죽음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다. 까마귀는 외로운 작가에게 친구가 되는 반면, 병에 걸린 여인에게는 죽음의 상징이 된다. 소설 속에 에드가 앨런 포의 시 「레이번」(“The Raven”, 갈까마귀)이 나오는데, 시와 이 소설의 내용이 많이 중첩된다. 작가가 포의 시에서 모티프를 얻어 소설로 창작한 것이라 추측된다. 「복덕방」은 과거의 가치관을 지닌 노인들이 근대화한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주인공 ‘안초시’는 불만이 가득한 채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대무용가인 딸에게도 짐이 되자, 결국 자살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다. 반면 ‘서참위’는 과거의 지위를 잊고 복덕방을 열심히 운영하며 웃으며 살기로 한다. ‘박희완 영감’은 대서업을 하려고 일본어를 배우러 다니며 새로운 생활을 꿈꾸는데,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적다. 이 작품은 전근대에서 근대로 옮겨간 세상에서 노인들이 자존심과 싸우는 모습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패강랭」은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버리고 현실을 따라가는 시대를 비판하는 소설이다. 소설가 ‘현’은 친구 ‘박’을 위로하러 10여 년 만에 평양에 간다. 평양의 옛 모습이 많이 사라져 있어서 ‘현’은 매우 아쉬워하는데, 부회의원 ‘김’은 ‘현’에게 지금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두 사람이 크게 싸운다. 소설의 제목에서 ‘패강’은 대동강의 옛 이름이고, ‘랭’은 대동강의 물이 ‘차다’는 뜻이다. ‘현’은 『주역』에 나오는 ‘이상견빙지(서리를 밟으면 그 뒤에 얼음이 올 것을 각오하라)’라는 구절을 인용하여, 옛것을 무시하는 현실추수주의에 경고를 내린다. 「돌다리」는 땅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의사인 아들은 병원 증축을 위해 땅을 팔자고 하고, 아버지는 아들의 제안을 조심스럽게 거절한다. 땅은 만물의 근거이며 땅이 없다면 집과 나라가 존재할 수 없으니, 땅을 이해타산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아버지의 이런 생각은 오래된 돌다리를 고치는 과정, 돌다리에 얽힌 역사를 통해 구체화된다. 「해방 전후」는 작가가 해방 직후에 발표한 작품으로 해방 이전의 소설과 사상적 경향이 매우 다르며, 역사적·정치적 서사성이 강하다. 주인공 ‘현’은 소설가인데, 일제강점기 말 일본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려고 낙향을 했다가, 해방 이후 미국과 소련의 신탁통치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을 좌익작가의 입장에서 대변한다. 「패강랭」의 주인공인 소설가 ‘현’과 같은 인물이며, 두 인물은 모두 자기 자신이라고 작가가 밝힌 바 있다. 이 작품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역사적인 날인 1945년 8월 15일과, 그 전후 며칠간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