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잡아주지 못해서뿌리째 아름다운 일열 번 백 번의 프러포즈우산 위로 떨어지는 여름익숙한 맞은편 앞자리파도 소리를 베개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드는 당신과 나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겠는가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커다란 진동이우리는 사랑하면서도 여러 번 헤어지자 말했다가슴은 두근거리게 얼굴은 붉어지게아무 날도 아닌 날에당신은 잘 건너고 있는지나 당신을 만나 문명이 되리라나를, 당신을, 세상을, 세계를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당신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는나도 뒤집을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따로, 아주 멀리세상은 냉동칸에 든 열 칸짜리 얼음틀거짓의 뒷맛으로 꾸며진 콘서트어떤 날에 문득 그런 사람이라면왜 하필 나를 좋아하죠든든히 나를 오래 지켜줄 것 같은 사람당신 집에는 언제 갈까요모두가 여기에 있다그 사랑나는 돌려 말하지 않을 겁니다같이 할 수 없고 나눌 수도 없는당신이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마법사를 따라 들어간 호젓한 골목길크리스마스에는 사다리 타기불꽃이 몸에 박히는 작은 통증당신하고 하루라는 시간 동안허전하면 한잔하든지나 연애합니다사랑은 사다리 타기인가 파도타기인가전화를 걸기 전에 뭐라고 말할지 연습해본 적이 있나요이별은 도피의 다른 말이군요그 사람이 좋은 이유를 찾았다웃을 땐 이 여덟 개가 보이게편지의 나머지 부분체리가 익을 무렵당신을 운다활기는 안 바랍니다 생기를 챙기세요매일 정각 자신에게 꼭 한 번씩은 들르는
|
이병률의 다른 상품
|
사랑의 힘은 무엇도 될 수 있게 하고 그 무엇도 가능하게 했습니다말 속에 진심을 숨겨놓는 사람들, 사랑과 이별이 제각각 스며든 우산, 사랑을 배운 적 없어서 사랑 앞에서 주저하는 사람, 아무 날도 아닌 날 서로에게 특별함을 선물하려고 식물가게를 찾은 두 사람. 사랑한다고 말하자 “왜 하필 나예요?” 하고 되묻는 사람, 사랑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고백을 거절당한 사람, 계획 밖에 있던 눈물에 엄습당하는 누군가.이 여러 모양의 사랑을 자신의 사랑과 겹쳐보다 보면 우리는 ‘사랑’을 가리는 ‘실패’의 휘장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아름다운 것만 보려다가 안 보게 되는…… 아름답지 않은 건 어떡하라고요……”라고 말하는 인물 앞에서, 그 말이 너무 아름다워서 푹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떠나는 인물에게 손을 흔들며 그날을 아름답게, 말들로 잔뜩 어질러진 밤으로 기억하듯 말이다.그간 시인의 산문집이 여행을 떠나온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동행이 되어주었고, 갑작스럽게 맞이한 팬데믹 상황에서는 혼자로 오롯한 시간을 선사했다면 이번 산문집은 우리 훌쩍 떠나자고 슬쩍 내미는 손 같다. 그 손을 잡으면 다시 어딘가로 향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언젠가 낯선 국가의 우체국에서 막연히 보냈던 엽서 한 장처럼 혹은 문득 우편함에 꽂힌 아는 사람의 편지처럼 당신에게 설레고 반갑게 손짓할 테다.이 책을 다 읽어갈 때쯤이면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소식에 동행하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고,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당신의 작은 소식 하나도 전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떤 이야기일지라도, ‘요즘 어떻게 지내?’ 하며 평범하게 물꼬를 트더라도, 그 대화가 한줄기의 바람이 되어 당신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줄 것이다. 어떤 소식들은 말해야만 전해지고 그래야만 가닿을 수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