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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쓰는 직업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원, 일과 유물에 대한 깊은 사랑을 쓰다
신지은
마음산책 202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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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박물관을 쓰는 직업 (큰글자도서)
신지은 저 마음산책
34,000
박물관을 쓰는 직업 (큰글자도서)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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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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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머리에 | 귀한 것을 보고 작은 글을 쓰다

1. 말 없는 것에 마음을 쏟는 일

화이팅을 외치는 사자상
박물관의 추억
달항아리에 실어 보낸 행복
작고 지혜로운 인터뷰이들
박물관의 여름
이 업계의 표준어
다시 매화를 보러 오신다면
패딩을 뒤집어쓴 나한상
박물관에 없는 분위기
신석기인을 위한 주의 사항
마음의 모양을 매만지는 시간

2. 유물 뒤에 사람 있어요

이 화음에서 도를 맡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석고상 데생기
작은 환대
진화하는 제너럴리스트
수장고 안의 검은 개
복도 저편의 굿모닝
사유의 조각
미술사 덕후의 미덕
하나를 보고 하나를 생각하기
흑백의 시간 vs. 컬러의 시간
유물은 질문하지 않나요?
첫째도 시의성, 둘째도 시의성
비스듬한 시선

3. 옛것에 담긴 온기

마성의 달항아리
내가 고른 외로움
바탕을 만나는 일
둥근 창 너머, 성실한 지향의 기쁨
기러기가 고개를 돌릴 때
금강산의 파도 소리
여름, 주전자의 호사
추위를 이기게 하는 그림
백자의 색
늦겨울 아침의 창
씩씩하고 좋은 기운
책상 위의 귀한 친구
윤기 없는 따스한 손
행향行香, 향기를 들고 오가다
임금님이 보고 계셔
자라는 마음
모자합의 가르침
삼색 크레파스의 나라
넘치도록 복을 빌어주는 그림
쌍둥이의 재회

저자 소개 1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원. 박물관에서 전시와 소장품을 소개하는 메일링 서비스 「아침 행복이 똑똑」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에서 예술학을, 대학원에서는 미술사를 공부했다. 좋은 걸 혼자 누리는 게 못내 아쉬워 박물관 전시와 문화재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침 행복이 똑똑」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 가장 기쁘다. 비 오는 날 낮잠 자기, 읽을 수 있을지 몰라도 우선 가방에 책을 챙겨 넣기를 좋아한다. 현재 한 일간지에 칼럼 「신지은의 옛날 문화재를 보러 갔다」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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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68g | 133*201*20mm
ISBN13
9788960907751

책 속으로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 산 밑에서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시포스. 딱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사자. (...) 일에 치여 납작하게 시들어가다가 이 사진을 보면, 목부터 허리까지 활짝 펴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게 된다. 구멍 난 고무바퀴에 휙휙 공기를 불어넣는 것처럼 마음속의 기압이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자, 일어날 수 있어! 일할 수 있다!
--- p.22

달덩이처럼 둥그런 모양을 지닌 백자 달항아리,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벽한 구형球形은 아니랍니다. 가마에서 구워지며 한쪽 어깨가 조금 느슨하게 내려앉았어요. 그러나 이 불완전함이 오히려 달항아리의 모양에 부드러운 여유를 더해줍니다. 우리 모두 알지요. 조금 모자랄 때 오히려 고요하고, 그래서 비로소 원만한 사람의 마음을요.
--- p.32

어쩌면 원래 좋아하던 유물에 대한 것이라, 마음속에 이미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쓰고 싶은 것이 남아 있었구나. (...)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건 그로부터도 시간이 더 지난 뒤였지만, 그건 그 자체로 내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일에서 재생되는 감각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 p.36

전시 기획자는 아니지만 기획자의 언어를 이해하는 관람객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것. 그럼으로써 누구와도 너무 멀지 않고, 누구와도 너무 가깝지 않은, 숨 가쁘지 않은 말들을 딛고 사람들이 박물관으로 찾아오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
--- p.115

내가 모르는 유물을 보아도 두렵지 않다. 그냥 본다. 크기와 재질과 모양과 빛깔, 눈앞의 대상을 천천히 바라본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아닌 본 것과 못 본 것으로 다시 짜인 새로운 세계에서 나는 이전보다 보다 더 너그러운 목표를 향한다. 하나를 보고 하나를 생각하기.
--- p.143

세 줄 요약 기사, 고전 다이제스트, 요약본 드라마를 좋아하는 세상에서, 얼핏 ‘그게 그거 같은’ 유물들을 한 점 한 점 들여다보는 일은 어쩌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게 비효율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박물관 3층에 자리한 조선 백자와 중국 백자를 번갈아 보며 생각한다. 역시 많이 보는 수밖에 없다고.
--- p.200

누가 보아도 하얀색인데, 살짝 그늘지듯 비치는 파르스름함이 정말 한겨울 움푹움푹 발자국이 팬 눈밭의 빛깔 그대로이다. 바라보고 있으면 명치 부근까지 오스스하게 서늘한 기운이 끼쳐오는 것 같은 그 설백색에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시기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 p.202

내게는 잘 풀리기를 기원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힘이 날 만한 든든한 식사를 한 끼 같이하는 것, 그 외에는 오직 진심으로 기원해주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따금 이 철화백자를 볼 때마다 원숭이에게 부탁한다. 그 씩씩하고 좋은 기운을 부디 내 친구에게도 나눠주렴. 망설임 없이, 주저함 없이, 자기 기회를 잡아 날아다닐 수 있도록.
--- p.208

커다란 잎이 계속 자라나는 파초를 옛사람들은 쉼 없는 정진과 수양의 상징으로 여겼다. 이재관이 그린 회소의 그림은 재능을 버리지 않고 자기 길을 닦아가는 파초 같은 이들에 대한 격려와 위로처럼 보이기도 한다. 계속 자랄 수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 p.229

출판사 리뷰

“유물 뒤에 사람 있어요”
박물관의 일과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


박물관에서 잘 기획된 전시를 볼 때면 그 전시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과정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전시 또한 수많은 실무를 거쳐 선보이기 마련인데 『박물관을 쓰는 직업』에서 독자들은 그 호기심을 잠시 해소할 수 있다. 전시 기획과 설치에 참여해본 저자의 경험 덕분에 생생히 들려줄 수 있는 것인데, 일례로 〈창령사터 오백나한〉전을 위해 싸늘한 전시실에서 패딩 차림으로 바닥에 벽돌을 하나하나 깔고 인조 잔디를 손수 심은 일화를 들 수 있다. 또한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효율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경험-박물관 사이트에서 ‘풍속도’라는 키워드와 ‘풍속화’라는 키워드를 연결해, 둘 중 하나만 입력해도 두 가지가 다 검색되도록 하는 것-은 모든 일의 뒤에는 누군가의 손길이 자리하고 있음을 환기한다.

물론 유물 곁에 머무는 사람들의 일상에 고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복도에 동료들이 내놓은 책 더미에서 애타게 찾아 헤매던 도록을 우연히 구하기도 하고, 더위에 지친 한여름 시원한 풍경이 담긴 산수도를 보며 더위를 식히는 등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있다.

그중에서도 남송 시대 화가 마원馬遠의 화풍을 따라 그린 여름 산수도 하나는 성마른 마음을 착 가라앉혀주는 그림이다. 칼로 썩썩 베어낸 듯 날카로운 바위산 아래, 소나무 그늘에 걸터앉은 선비가 백로들이 오가는 얕은 물을 바라보고 있다. 무릎에 얹은 검은 고금古琴을 타던 손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든 이유는, 아마 지금 막 새 한 마리가 소나무 우듬지를 박차고 날아오른 기척을 느껴서인지 모른다. 차 한 잔을 내어가기 좋은 타이밍, 뒤에서 지켜보던 시동이 재빨리 차를 젓는다. 안개가 서린 여름날이라 차 향기가 벌써 저 앞까지 퍼졌을까. 돌아보지 않았지만 선비의 얼굴에는 벌써 선선한 기쁨이 퍼져가고 있을 것만 같다. _60~62쪽

『박물관을 쓰는 직업』에서 눈여겨볼 것은 그가 한 명의 연구자로 성장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이다. 학생 시절 예술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과 자기 자리가 없던 인턴 시절을 거쳐 문화재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까지, 그가 거쳐온 시간은 여느 사회 초년생의 타임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 스스로 “도자기로 치면 이제 막 물레에 올라간 흙덩어리 같던 시절”이라 일컫는데 그 시간에 그가 기댈 수 있는 것 또한 문화재였다.

모자합母子盒은 엄마합과 아이합이라는 뜻이다. 모합母盒 안에 여러 개의 작은 자합子盒이 담겨 한 벌이 되는 그릇이다. (…) 빛나는 이 자합을 보았을 때, 세상 어딘가에 있었을 이 합의 모합과 다른 자합들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더 큰 그릇 안에 온전히 담기는 작은 그릇 여러 개가 눈길을 끌었다. 작은 그릇 하나하나에 담긴 마음들이 작지만 또렷한 팔레트처럼 나를 만들고 있었구나 깨달았다. 내 삶 자체가 아주 많은 합들을 채워나가는 더 커다란 합이 되면 되는 것이다. 여럿이 모여 하나가 된 모자합에 어떤 이름을 붙이는가는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세상이 알아서 해줄 일이다._231~233쪽

옛것에 담긴 마음을 찾아서
덩그러니 놓인 유물 속에서 자신 안의 시간을 발견하다


〈금동 반가사유상〉이 국보 몇 호라는 둥, 이 책에는 유물에 대한 백과사전식의 지식은 드물다. 저자는 그저 유물을 찬찬히 보고 자신의 마음이나 기억을 포개어보거나 옛 사람의 마음을 짐작해볼 따름이다. 얼마 전 BTS의 리더 RM이 SNS에 올리며 화제가 된 〈금동 반가사유상〉에 대해서도 저자는 불상의 옷차림 등 그 양식을 설명하되 이런 정감 어린 비유로 둘의 차이를 짚는다.

“78호는 맑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조리 있게 이야기할 것 같은 인상이라면, 83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이야기를 실컷 들어주고는 ‘그래, 잘했네’ 하고 싱겁게 웃어줄 것 같은 모습이다. 똑 부러지는 조언이 필요할 때는 78호 앞으로, 바보 같은 이야기지만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는 83호 앞으로 가고 싶어진다.”_128~129쪽

위쪽과 아래쪽을 붙여 이음매가 보이는 〈달항아리〉에 대한 비유는 어떤가. “겨울에 붕어빵을 살 때 바삭한 가장자리가 많이 달려 있으면 신이 나는 것처럼, 보기에 덜 말끔한 그 부분이 오히려 달항아리에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조선 백자 같은 공예품에서 김정희의 〈세한도〉 같은 회화, 영조가 내린 현판까지 저자가 아끼는 유물들을 골라 소개한 3부 「옛것에 담긴 온기」를 보노라면 그에게 유물을 보는 시간은 옛 사람을 만나는 시간 여행이기도 하고, 힐링 타임이기도 하며, 성장판이 열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각자의 자리를 돌아보게 한다. 박물관을 ‘쓰는’ 일이 지금을 쓰는 일인 이유다.

이 세상에는 물건에 무슨 마음이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물건이기에 만든 사람, 사용한 사람, 간직하고 고친 사람의 마음이 다 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사람의 눈길과 손길이 닿은 물건에 깃든 마음을 들여다보면, 거울처럼 지금의 자신이 비친다. 그러므로 유물에 담긴 시간을 바라보는 이는 자기 안의 시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유물이 놓인 공간들 속에서 나의 자리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박물관을 쓰는 일도 그러하다. 열 손가락으로 헤아려지지 않는 수백, 수천 년 너머의 옛날로 출발해도, 글의 끝은 늘 우리가 살아가는 나날이 얼마나 애틋한지로 돌아오곤 한다._「책머리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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