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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_당당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1부 말 잘 듣는 아이 말 잘 듣는 아이 / 흙 101-넉넉한 품 / 여유 3 최혜정 선생 목소리 / 사자로 태어난다면 코로나19-시간 / 우리말과 외국 말 지금 아빠는 겨울나무 / 몸말로 말을 하는 나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다 / 여유 2 / 편다는 말 2부 참 좋은 세상 그냥 즐거운 날 / 참 좋은 세상 / 행복한 고구마 돌도 웃는다 / 한 자리 차지한 민들레 내 짝을 떠나면서 / 넝쿨손 손잡이 / 고마운 운동기구 입춘 추위 / 오늘 / 구글에게 / 새 잎이 눈 뜰 때 3부 뿌리가 없어 불편하겠다 뿌리가 없어 불편하겠다 / 기상대 기념공원 버텨주는 것 / 가을 강물 / 대단한 무화과나무 주사위는 대단해 / 정월 대보름 / 세월이 약이다 내리막길 / 참을성 있는 지구의 / 강물의 말씀 나를 돕는 세상 4부 눈 속의 꽃 한 송이 눈 속의 꽃 한 송이 / 동기동창생 / 새가 놀랄까봐 까치밥이 된 지렁이 / 반려견과 함께 친구가 많은 조팝나무 / 고래도 춤춘다는데 강아지와 정이 드는 것은 / 부지런한 바람개비 말이 하고 싶은 플라타너스 / 첫 경험 겨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11월 5부 상상하는 재미 상상하는 재미 / 아름다운 인물은 배경이 만든다 생각이 없는 바람개비 / 내 생각 / 구름이 부럽지 않을까? 기상대 기념공원에서 만난 생각들 / 산책길에서 사귄 마로니에 시침 떼고 있는 어둠 / 꽃이 되고 싶은 나무 / 오월이 없다면 나무 울타리에서 만난 생각들 / 길거리에서 만난 생각들 |
혜암兮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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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는 나를
먼 데서부터 알아보고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든다. 가까이 다가가서 “마로니에!”하고 이름을 불러주면 얼굴이 환해지는 마로니에. --- 「산책길에서 사귄 마로니에」 키가 너무 크다고 팔다리를 잘린 저 가로수는, 목줄을 맨 채 사람 품에 안긴 저 강아지는 때로는 솜처럼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이 되고, 때로는 새털구름이 되는 저 자유로운 구름이 부러운 나처럼. --- 「구름이 부럽지 않을까?」 원추리 새싹이 돋았다, 어제도 안 보였는데 명자나무에도 새잎이 돋았다. 새싹, 새잎 첫 경험 가슴이 설레겠다. --- 「첫 경험」 징그럽다고 흉보지 마세요. 어떻게 사는가를 보세요, 겉모습보다는 숨 막혀 허덕이는 흙이 안타까워 숨구멍을 틔워주던 엄마는 배고파 허덕이는 풀뿌리, 나무뿌리를 위해 먹이를 마련해 주고 비 오는 날 잠시 가로수 길에 나갔다가 까치밥이 되었습니다. 죽어서도 밥이 되었습니다. --- 「까치밥이 된 지렁이」 저 바위가 저렇게 닳도록 오로지 한 길로만 흐른다. 한 우물을 파라는 강물의 말씀. --- 「강물의 말씀」 티눈 때문에 걷기가 불편했는데,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아픈 마음 힘 들었는데, 티눈도 없어지고 아픈 마음도 아물었다. --- 「세월이 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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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밥이 돼 주십시오.”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최춘해 선생은 구순을 넘긴 세월을 살고 있지만 원로라는 말을 진작 걷어내고 흙을 다지고 일구고 또 다지듯이 동시의 흙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길을 감에 있어서 흔들리는 일 없이 간다는 건 더욱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고 그 일에 매몰돼 앞뒤 상하 구분을 못 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렇게 선생은 동시의 길을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1967년 첫 동시집인 『시계가 셈을 세면』을 내고 5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후배 시인들을 위한 무료 문학 교실을 열어간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런 일을 아무런 동요 없이 바라는 것 없이 해내고 있는 선생입니다. 서로에게 밥이 돼 주라는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처럼 생명들에게 밥이 되고자 하는 흙의 마음을 담아 시집을 내놓습니다. 동시집 이름을 ‘말 잘 듣는 아이’로 정한 것도 방정환 선생님의 뜻을 받드는 생각입니다. ‘말 잘 듣는 아이’란 쑥쑥 자라야 할 나무를 자르고 비틀고 철사로 감아서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게 한 분재처럼 어린이를 어른이 윽박질러서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는 말 잘 듣는 아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어린이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의 생각을 존중해야 합니다. -「시인의 말」 부분 선생은 “어린이를 어른이 윽박질러서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는 말 잘 듣는 아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분재 키우듯 키워서야 어떻게 무한 가능성의 꿈을 영글게 할 수 있겠는가하고 일갈하고 있습니다. “새가 앉을 많은 의자를 원하면 가지 많은 나무로, 작은 벌레를 돕고 싶으면 쇠별꽃처럼 작게” 그렇게 각자의 생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자고 조용한 목소리로 제안하기도 합니다. 또한 사자의 힘과 용맹을 가진 채 여린 동물과 어울려 노는 상상은 힘센 사람들이 어떻게 힘을 쓰고 어디에 힘을 써야 하는지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현실에서의 상실감은 일터를 잃은 아빠는 겨울나무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일을 잃는다는 것은 사게절 중 어느 때라도 한 가족을 금세 겨울로 데려가 버리고 말 테니까요. 이런 세상에 대한 냉철한 시선과 함께 선생은 오늘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산책길에 마주치는 마로니에 나무에게도 인사를 하고 친구가 되자고 합니다. 끝으로 “죽어서도 까치밥이 된 지렁이” 앞에서는 경건한 마음에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시인의 말 당당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올해가 어린이날을 만든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올해에 동시집을 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어린이’라는 말을 방정환 선생이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린이날을 만들고 어린이 헌장도 만들었습니다.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고 있을 때 어린이에게 희망을 걸었습니다. 위대하신 분으로 제가 가장 존경하며 우러러 받들고 있습니다. 동시집 이름을 ‘말 잘 듣는 아이’로 정한 것도 방정환 선생님의 뜻을 받드는 생각입니다. ‘말 잘 듣는 아이’란 쑥쑥 자라야 할 나무를 자르고 비틀고 철사로 감아서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게 한 분재처럼 어린이를 어른이 윽박질러서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는 말 잘 듣는 아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어린이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의 생각을 존중해야 합니다. 1부에서는 이웃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았고, 2부에서는 감사하는 생각을 그렸습니다. 3부에서는 삶의 뿌리 즉 밑바탕이 되는 생각을 찾으려고 했고, 4부에서는 아름다운 마음을 나타내려고 했습니다. 5부에서는 어린이가 품고 있는 소중한 재산인 꿈, 즉 상상의 세계를 그리려고 했습니다. 구작을 개작한 작품도 섞여 있는데, 신작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제가 평소에 개작을 했던 것입니다. 그늘진 곳에 있는 어린이들도 기죽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당당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려고 했습니다만……. 2022년 가을 최춘해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