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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쉿, 악어들이 식사 중 내 입속에는 휘파람새가 산다/비는 양철지붕을 좋아해 쉿, 악어들이 식사 중/말맛에는 속도가 있어요 눈물의 말/장독대 위에서 탭댄스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도망치기/사이 기분의 흔적/야생말 길들이기/진짜 달아나고 싶어 잠의 문턱 넘기/코로 웃는다 몽키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방법/종이거울 2부 키스와 뽀뽀 가끔 팔짱을 끼어야 해/걱정 인형 키스와 뽀뽀/빗방울 신호/대장간 앞에서 꽃멀미 하는 봄날/쌓여있는 말들 햇빛은 그늘을 좋아한다/천개의 손, 천개의 눈 아버지의 다리/좁쌀도 쌀이야 할머니가 꽃신을 신고 오셨네/빨래판 젖어있는 사람이 많다/연기 먹는 코끼리 3부 윙크 어머니가 잔다/윙크/간을 본다 내 안에 누가 있는 것 같아/팝콘 터지듯 넓은 호박잎이 감추는 것은/비의 맛 손쉽게 하네/주먹 감자/미꾸리 걸상과 의자/먼지 속에 반짝이는 말은 바다와 바람/눈말/햇빛 세수 4부 그림자의 그림자 햇빛도 쉬고 싶다/간지러운 봄날/소금아버지 그림자의 그림자/버리는 것/꿈꾸는 초록집 차가운 친절/시간을 오늘 기분 좋게 썼다 기차와 들꽃/할미꽃이 왔네/톱의 밥 수련과 연못/비가 할머니 몸속으로 들어갔다 내, 그리고 갈대/아무것도 없어요 해설_놀라운 상상력의 보물창고_김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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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말했지요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맛있는 군것질로부터 도망치기 재미있는 놀이로부터 도망치기 컴퓨터게임으로부터 도망치기 그보다 좋아하는 사람으로부터 도망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했지요 내가 도망치는 힘이, 좋아서 끌리는 힘보다 턱도 없이 약하니까요 어머니가 말했지요 그때는 그 사람 마음속으로 도망치면 된다고 했어요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도망치기」중에서 기분의 흔적인 낙서 종이를 보았다 뾰족하게 그은 것 콕 콕 콕 찍어 놓은 점 둥글거나 실타래로 엉켜 있거나 쭉 벋어간 직선도 있다 굵거나, 가늘거나 거칠거나 부드러웠다 구불구불하거나 나란하거나 짙거나 연하기도 했다 낙서 속에는 분노, 미움, 사랑, 즐거움인 내 기분의 흔적들이 뒤엉켜있다 --- 「기분의 흔적」중에서 우리는 좀 떨어져 있어야 해 너무 가까이 있으면 안 돼 너와 나 사이 나와 너 사이 친구와 친구 사이 서로 좀 떨어져 있어야 해 사이가 없으면 그리움이 들어갈 틈이 없어 사이가 떨어질수록 보고 싶은 마음과 그립다는 마음이 더 생기지 너무 가까이 있지 마 그리움이 생기려면 사이가 있어야 해 그렇다고 마음이 떨어져 있으면 안 돼 --- 「사이」중에서 생일날 새 자전거를 받았다 올라타자 이리저리 비틀거리더니 사정없이 내동댕이쳤다 -이건 분명 길들지 않은 야생말이야! 무릎이 까지고 아팠다 갈기를 잡고 다시 올라탔다 야생말은 더욱 흔들며 날뛰었다 몸이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떨어지면 타고, 또 타고 고삐를 잡아줄 사람도 없다 저녁 무렵이다 야호! 드디어 야생말을 길들였다 머리칼을 스치는 바람이 상쾌했다 저 멀리서 아버지가 환히 웃으며 오고 있다 --- 「야생말 길들이기」중에서 글자에서 달아났다 책상에서 달아났다 교실에서 빠져나와 학교에서 달아났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아무 간섭도 없는 놀랍고 재미있는 곳 상상이 샘 솟는 곳 글자 없는 책을 읽고 책상 없는 교실로 교실 없는 학교로 내 안에 숨겨진 곳 그러나 내가 달아난 곳은 글자의 숲속이다 한 발짝도 달아나지 못하고 글숲을 맴돌았다 --- 「진짜 달아나고 싶어」중에서 입이 웃는다 소리도 같이 웃는다 기쁨이, 즐거움이 튀어나온다 눈이 웃는다 은근슬쩍 웃는다 마음이 따듯해진다 코가 웃는다 코로 웃다니 코웃음이다 웃지 말아야 할 웃음이다 --- 「코로 웃는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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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호 시인의 『내 입속에는 휘파람새가 산다』는 동심의 눈으로 세계를 새롭게 발견하고, 언어와 상상력으로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는 동시집이다. 시인은 일상 속 평범한 장면을 신선한 발상과 따뜻한 서정으로 다시 엮어낸다.
표제작 「내 입속에는 휘파람새가 산다」는 시집 전체의 상징과도 같다. “내 입속에는/ 아름다운 소리를 가진/ 휘파람새가 산다 … 그러나 내가 아프고 슬프면/ 입속 깊이 들어가 웅크리고 숨을 죽인다” 휘파람새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화자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내면의 존재이자 언어의 은유다. 이 시는 곧 동시의 본질이 감정의 울림을 품은 노래임을 보여준다. 「몽키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방법」에서는 아이들이 정글짐을 정글로 바꿔 버리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몽키바나나는 정글에서 먹어야 제맛이 나요 … 정글에는 어둠이 일찍 찾아와요/ 새들은 잠자러 가다가 빽빽한 검은 잎에 구멍을 뽕뽕 뚫었어요, 별빛이 구멍으로 가끔 새어나왔어요” 현실의 놀이터가 곧바로 상상의 숲으로 변모하는 순간, 동시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마음을 생생하게 구현한다. 가족의 삶과 애틋한 정을 담은 시편들도 눈에 띈다. 「아버지의 다리」에서는 농사일에 지친 아버지의 다리가 “대장간에 붉게 달군 쇠처럼” 단단해지는 장면을 그린다. 육체의 고단함을 견디며 단단해진 아버지의 삶이 곧 가족을 지탱하는 기둥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할머니가 꽃신을 신고 오셨네」는 그리움과 부재를 어린 시선으로 따뜻하게 바꾸어낸다. “베란다에 있는 할머니의 신발에/ 할미꽃 두 송이가 정답게 피어있다” 죽음과 이별의 슬픔이, 꽃신을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동심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말해준다. 언어와 사물의 관계를 탐구하는 시편들도 돋보인다. 「말맛에는 속도가 있어요」에서는 단어의 리듬과 억양이 ‘말맛’을 좌우한다는 발상을 보여준다. 이는 언어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감정과 삶을 담는 그릇임을 알려준다. 「사이」 역시 “너무 가까이 있으면 안 돼/… 사이가 없으면 그리움이 들어갈 틈이 없어”라는 구절로, 관계의 철학적 성찰을 짧고 명료하게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잔다」에서는 일상의 순간을 정지화면처럼 잡아내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겨울 볕이 창으로 들어와/ 어머니 몸 위를/ 꽃잠으로 덮어준다 … 어머니가 잔다/ 꽃잠을 잔다/ 우리 집이 잔다” 어머니의 휴식이 곧 집 전체의 평화로 확장되는 장면은, 모성이 곧 우주라는 보편적 진리를 동시적 언어로 형상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