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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꽃잎에 베이다 소나무와 도끼날 입술을 훔치지 않았다 막차가 떠날 즈음 페르소나 그 민낯 침묵에 주목하다 민달팽이는 나의 성자다 꿀밤묵을 먹으며 그냥 살았다 시간에 맞서다 마당 쓸기 풀의 눈 미완의 가을 가을과 광장 나무로 서다 소리의 혀는 귀다 제2부 늙은 어머니의 오줌값 눕는 풀 품삯으로 감 껍질을 받다 낡은 길마 바다에 메밀꽃 피다 겨, 그리고 개떡 용이 할매 지렁이의 기도 늘 바깥에 있었다 시래기 톱밥 금반지를 낀다 렌즈로 세상보기 시계의 잠 아버지와 구두코 콩의 모정 제3부 가을 엽신 동강할미꽃 종이 사슬에 묶이다 매화 붉은 뺨 냉이야 봄의 캔버스 당신의 이름을 지웠습니다 앵두나무의 말 봄, 그대 사랑하는 법 꽃 속에 갇히다 아직도 그 자리에 있나요 ‘그립다’는 말 가을 노래 그대 목소리 슬픔의 둥지 제4부 바다의 뼈 돌아가는 계절 밥 한번 먹자 책, 그리고 착각 시간 죽이기 투구꽃과 철모 큰 돌 바람의 옷 요양원에서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칡 개구리의 경 읽기 ‘코로나19’와 삼식이 물이 깎은 곰 빈 그릇 배밀이와 달팽이 작품해설 그리움, 애정, 언어에 대한 외경畏敬_박남일 |
하청호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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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네 잊힌 뒤꼍에 벚꽃이 활짝 폈네 그대가 좋아하던 그 꽃이네 그대는 없고 웃음소리만 꽃잎처럼 날리네 그대 생각에 눈자위가 젖네 흩날리는 꽃잎에 마음이 베였네 --- p.12, 「꽃잎에 베이다」중에서 어머니는 감 껍질이 가득한 등짐을 지고 늦은 밤에 돌아왔네 하루 종일 감을 깎은 품삯으로 껍질을 받아 왔네, 입에 단내가 나는 힘든 품의 대가였네 어머니는 속살을 내어준 붉은 감 껍질을 안쓰러운 가을볕을 깔고 마당에 널었네 그래도 껍질에 남은 단내가 마당에 가득하네 그해 겨울, 창밖엔 흰 눈이 고봉으로 쌓이는데 우리는 쫀득한 감 껍질로 긴긴 겨울의 허기를 채웠네 어머니의 고단한 사랑을 질겅질겅 씹었네 말린 감 껍질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네 텔레비전에선 붉은 감 껍질이 좋은 먹거리라고 참 물색없이 얘기하네 --- p.32, 「품삯으로 감 껍질을 받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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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며 아동문학가인 하청호 씨가 시집 『나는 아직도 그리움을 떠나보내지 못했다』를 출간했다.
197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이후(아동문학은 1972년 등단) 세 번째 시집이다. 등단 50여 년 만에 세 권의 시집을 펴냈다. 매우 과작이다. 이것은 그의 시에 대한 절제와 진중함의 성정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된 작품집은 그의 주된 관심사인 한국적 서정을 바탕으로 개인과 시대적 아픔을 곡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지금까지 그는 암울한 시대적 아픔을 몸으로 맞닥뜨렸으며, 한때는 질곡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하청호의 시는 이 모든 것을 포용하며 토속적 정서와 그리움으로 용해하였다. 문학평론가 김상환 씨는 하청호의 시를 ‘그리움과 한恨의 정서’라고 했다. 이것은 그의 투명한 슬픔과 피할 수 없었던 가족사적 회한이 깊고 서러운 충만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집 역시 이런 정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시적 대상에 대한 유현한 사유와 성찰이 더해져 시의 향훈을 짙게 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박남일 씨는 하청호의 시를 관류하는 것은 ‘그리움과 애정, 언어에 대한 외경’으로 보았다. “봄날이네 / 잊힌 뒤꼍에 / 벚꽃이 활짝 폈네 / 그대가 좋아하던 / 그 꽃이네 // 그대는 없고 / 웃음소리만 / 꽃잎처럼 날리네 // 그대 생각에 / 눈자위가 젖네 / 흩날리는 꽃잎에 / 마음이 베였네”(「꽃잎에 베이다」) 아물아물하는 그리움이란 탈의지적脫意志的인 존재여서 끈 끊어지지 않는 한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 인용 시의 배경은 ‘봄날 잊힌 뒤꼍’이다. 그래, 집의 숱한 공간 가운데서 뒤꼍만치 잊힌 데가 있을라고. -중략- 그곳은 우리의 어머니 누나들이 사분사분 찾아들어 옷고름으로 연신 눈물 찍어내던 은밀한 장소 아니던가. 시인인들 예외랴, 흩날리는 벚꽃잎을 ‘그대 웃음소리’로 인식하는 그는 속절없이 마음 번지고 눈가장이 지적지적해지는 것이다. [머리말] 세 번째 시집을 엮는다 거의 반세기가 훌쩍 지나갔다 시를 생각할 때마다 아팠다 나는 아직도 그리움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2020년 초가을 하청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