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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PART 1 지구의 동쪽, 제주의 동쪽 제주도로 갑니다 적당한 동네 순희식당 우리의 우주 옛집 오늘의 집 마을길을 걷는다 계절을 알리는 소리 토마토의 계절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아빠와 두식 인생의 개 기다려 산책 수첩 드림카 PART 2 개와 함께하는 시간 큰 개 두식 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 두식이와 두식이 바베시아 바베시아 야채수프 너무 다정해서 덕천에서 왔어요 개 두 마리를 찾습니다 나의 고양이 엄마점 고양이 슬기 똥개 예찬 우리의 견공 1 우리의 견공 2 동네 고양이 동네 개를 잘 아는 사람 우리가 고양이에게 배워야 할 삶을 대하는 태도 PART 3 다시 부는 작은 바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거리 소품 가게 헬로 인디아 오래된 가구들 목마르지 않도록 BAR 다테야마 잔디인 척 관광지에 산다는 것 접객 노안 휴일엔 숲으로 쓰쓰가무시에 걸리다 취미는 낚시 학꽁치와 블록 프린트 필로스 앤 소피아 |
황의정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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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지은 집에 산다는 것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한눈에 들어오는 집을 볼 때마다 원하는 것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던 시간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 집을 짓기 위해 우리의 시간을 한없이 썼다. 누군가 쌓아 올려놓은 거친 돌벽 위에 우리의 노력과 시간을 더했는데 모든 과정이 지층처럼 쌓여서 이렇게 빛이 나다니. 집을 짓느라 고생도 무지하게 했지만 우리는 젊었으므로 다 괜찮았다. 집은 사는 사람의 취향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 안에는 저마다의 세계가 담겨 있고, 사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마음이 곳곳에 놓여 있다. 얼기설기 지은 집이지만 꽤 우리답게 완성된 모습이라 맘에 든다. 집을 둘러싼 구석구석 모든 것들이 우리 두 사람을 보는 것 같아 봐도 봐도 신기하다.
---「오늘의 집」중에서 특히 사람과 함께 집 안에 사는 개는 사람 같은 표정을 지으며 사람처럼 늙어간다. 늙은 개가 소파에서 파묻히듯 누워 코를 고는 모습을 보거나 뿌웅 하고 방귀를 뀌고서 눈을 껌벅이며 모른 척하는 걸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개와 함께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으이그.” 하고 말하면서도 귀찮은 온갖 일들을 개를 위해서 척척 잘도 해낸다. 개가 리드 줄을 발밑에 물어다 내려놓고 하염없는 눈빛을 보내면 아무리 추운 날이라 해도 파자마에 겉옷을 대충 껴입고 현관을 나서야 하는 것이 개와 함께 사는 인간의 운명이다.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중에서 매일 해야 하는 산책이므로 조금 더 디테일하게 코스를 짰다. 비가 오는 날, 햇살이 뜨거운 여름,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안개가 많은 날, 눈이 쌓인 날, 한파가 몰아칠 때 각각 가야 하는 길과 갈 수 있는 장소가 달랐다. 그 덕에 우리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숨겨진 숲길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제주의 자연을 마주했다.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운 길을 참 많이도 걸었다. 마치 산책을 하려고 제주도에 이사 온 사람들마냥 산책에 중독되어 개들과 함께 걷고 또 걸었다. 두식이가 선발대가 되어 찾아놓은 길들을 다정이와 덕천이와 슬기도 함께 걸었다. 두식이도 똥강아지들과 함께 걸으면 더없이 신이 나는지 늙은 꼬리를 하늘로 힘껏 치켜올렸다. ---「산책 수첩」중에서 마을길로 두식이를 데리고 나가면 “개가 크기도 크다!” 하는 할망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산책은 해야 하고 불편한 시선을 피하고 싶으니 인적 드문 숲길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숲까지 가려면 반드시 마을길을 지나야 하는데 마을길을 통과하는 것은 산책을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미션 같다. 시골에선 ‘개=똥’이라는 공식이 있어서 ‘큰 개=큰 똥’ ‘더 큰 개=더 큰 똥’ ‘정말 큰 개=정말 큰 똥’이라는 자동등식이 성립되므로 두식이와 내가 마을길에 나타나면 동네 할망들의 시선은 우리를 따라 함께 움직였다. ---「큰 개 두식」중에서 “만약에 말이야. 지구에 대재앙이 와서 우리가 갑작스러운 식량난에 시달리게 되면 두식이가 우리의 비상식량이 되어줄 거야. 대단한 희생이지. 우린 두식이 덕에 적어도 일주일은 걱정 안 해도 돼.” 그 말을 들은 나는 며칠을 곰곰이 생각했다. 지구 대재앙의 시국이 닥쳐서 사람들이 모여 앉아 비상식량으로 두식이를 나눠 먹다가 나에게 살코기 한 점을 들이미는 장면이 자꾸만 연상되었다. 그는 그저 가볍게 한 말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내 머릿속에는 자꾸 그런 장면만이 상상되었다. 나는 두식이를 먹을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해야 한다. 아니 나에게 그런 말을 건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그 상황을 원천봉쇄할 수 있어야 한다. 고민은 심도 있게 며칠간 이어졌다. 어떻게 하면 될까. ---「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중에서 “개 죽었다. 뒷마당에는 가지 말라!” 내게 그 말을 하고 두 사람은 소리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앞집 삼춘도 어느새 사라졌다. 나는 이웃 할머니의 마당에 혼자 남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멈춘 듯 고요한 시간 위에 미동조차 없이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심호흡을 하고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지만) 정말로 개가 죽었다면 묻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뒷마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딘가 누워 있을 덕천이를 상상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고 정적만 흘렀다. ---「덕천에서 왔어요」중에서 삼순이는 이사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지 아기 고양이를 물어 나르며 이 집 저 집을 헤매고 다녔다. 며칠 후 퇴근길에 다시 마주친 삼순이는 다리까지 다쳤는지 절뚝거리며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초췌한 얼굴이 많이 지쳐 보였다. 나는 삼순이에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힘들면 새끼들 데리고 밥 먹으러 우리 가게로 와. 다 와도 되니까 괜찮으면 와.” 다음 날 아침,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삼순이가 다섯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모두 데리고 가구 매장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말을 대체 어떻게 알아들은 걸까. 고양이의 언어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는 그날부터 아침저녁으로 고양이 식탁을 차렸다. ---「동네 고양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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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동쪽, 제주의 동쪽
두식이, 다정이, 덕천이, 슬기, 그리고 미요까지 개와 고양이가 인간에게 전하는 의심 없는 사랑 이 책은 총 세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파트 「지구의 동쪽, 제주의 동쪽」은 10년 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로 오게 된 계기와 직접 집을 짓는 과정, 눈부시게 아름다운 제주이지만 삶의 터전으로서는 낯선 마을과 적응해나가는 고군분투가 들어 있습니다. 평소 어디에 살든 늘 집을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부부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든 지붕 아래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집은 제주 전통 가옥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낡은 슬레이트와 서까래를 걷어내고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마감하여 재탄생했는데요. 2014년에 출간된 작가의 전작 『여행하듯 랄랄라』가 제주에 막 내려와 터전을 마련하기까지를 담고 있다면, 이번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에서는 그즈음부터 새롭게 펼쳐진 인생 제2막을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계절마다 새로운 매력을 선사하고 가는 곳마다 온통 푸르른 초지와 바다가 펼쳐지는 제주에서 텃밭을 가꾸고, 오름과 마을길을 산책하고, 바다에 몸을 던져 수영을 하며 흠뻑 자연을 만끽하는 모습이 주로 도시에서만 생활하는 우리들에게는 꽤 신선합니다. 부부와 강아지들이 낡은 트럭에 몸을 싣고 털털털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풍경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하고요. 개와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최대의 난관은 털도 매일 반복해야 하는 산책도 아니다 인간과 개의 생물학적 시속이 애초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두 번째 파트 「개와 함께하는 시간」에서는 본격적으로 두식이, 다정이, 덕천이, 슬기, 그리고 미요와 함께하는 일거수일투족이 그려집니다. 털옷을 입었지만 반쯤은 인간과 다름없는 동물 가족들 틈바구니에서 인간의 하루는 매일이 바쁩니다. 다섯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고, 똥오줌을 치우고, 함께 산책을 다녀오고, 온통 털이 날리는 집도 청소해야 하죠. 바베시아에 걸려 빈혈 수치가 무섭게 떨어져 대학병원까지 데리고 가거나, 악성종양의 일종인 혈관육종 진단을 받아 지극 정성으로 야채수프를 끓여 먹이는 일도 있었고요. 이 아이들의 엄마 황의정은 동물과 진심으로 교감하고 보살피며 부지런한 사랑을 매일 더 크게 키워갑니다. 털 달린 동물들만이 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체온을 나누는 모습이 더없이 뭉클하고 따뜻한 위로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다섯 아이들 외에도 동네를 떠도는 똥개와 길고양이도 살뜰히 챙기며 커다란 애정을 쏟습니다. 길에서 지내는 평범한 아이들마다 개별의 특징을 포착해 한 마리 한 마리 이름을 지어 불러주고, 먹을 것을 챙겨 배를 곯지 않도록 하고, 직접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받게 해준다거나, 유기견 보호소로 잡혀간 강아지를 구조해 오는 등, 보통의 인류애 아니 견(犬)류애 혹은 묘(猫)류애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넓고 깊은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습니다. 길에 방치된 아이들의 목을 옥죄는 노끈 대신 튼튼한 애견용 목줄을 사다 걸어주고, 정처없이 방황하는 아이들의 임시보호를 자처했다가 좋은 가족이 될 입양처를 찾아 입양키트까지 꾸려 보내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동네 강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하면 가장 먼저 전화하게 되고, 과연 부동산 사장님에게 ‘동네 개를 많이 아는 사람’으로 불릴 만도 하네요. 공장 생산의 전형적인 물건을 지양하며 사람의 손끝을 거쳐 시간과 마음을 담아 만드는, 제주 여행 필수 스팟 ‘파앤이스트’가 전하는 가치 세 번째 파트 「다시 부는 작은 바람」에서는 제주의 명소가 된 ‘파앤이스트’의 시작과 현재를 통해 작가의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철학 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우직하게 한다는 스스로의 다짐에 충실하고, 나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일을 즐겁게 도모해 나가는 과정은 단단하면서도 유쾌합니다. 여기에 하늘길이 막혀버린 일본과 인도 등 출장과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처음 시도해본 밤낚시의 즐거움에 빠져 고기를 줄줄이 낚아 올리던 제주 바다, 생명력 강한 잡초를 뽑다 뽑다 겨울을 맞이하던 날들,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소회까지 담고 있습니다. 첨단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매일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 현대사회에서 느리고 투박하지만 손으로 만드는 ‘핸드메이드’ 방식이 품고 있는 가치를 새롭게 알리고자 하는 노력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손수 가게를 꾸려가면서 몸에 익히는 접객의 태도 등을 통해 작지만 알찬 브랜드 ‘파앤이스트’의 경영 철학까지도 엿볼 수 있고요. 언제나 스스로 근사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며 일생의 인연이 될 손님들을 기다리는 곳, 그곳에서 황의정 작가의 젊은 시절이 하루하루 쌓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쌓아 올린 언덕에 누워 양떼구름을 올려다보는 상상이라니, 정말 근사하지 않나요. ‘파앤이스트’가 위치한 송당마을 주변에는 크고 작은 오름이 유난히 많고, 비자림이나 스누피 가든과 같은 알려진 관광지도 있으니, 제주에 방문할 예정이 있다면 이곳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두식이와 아이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똥꼬 발랄하게 걸었을 산책길마다 봄꽃의 아름다움과 가을 억새의 장관이 펼쳐진다고 하니까요. 인디고 블루 손그림으로 재현한 제주의 오름과 바다, 사랑스러운 개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평화로운 일상, 사철노출제본으로 한 땀 한 땀 꿰어진 아름다운 만듦새 이 책은 실로 꿰매어 제본하는 사철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사철 방식으로 만든 책은 내구성이 뛰어나며, 책장이 잘 펼쳐집니다. 제주의 풍경은 물론 개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일상을 담은 아름다운 그림들을 가운데 물림 없이 전체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그림은 모두 작가가 직접 그린 것으로 수년에 걸친 제주 생활 틈틈이 포착한 장면들을 인디고 블루 컬러로 구현했습니다. 제주의 깊고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하면서도 실제 작가가 작업한 잉크의 색을 진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종이묶음을 실로 꿰매 합친 뒤 책등에 표지를 붙이지 않고 마무리해 제본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것도 이 책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더불어 책을 꿰맨 푸른색 실도 고스란히 노출되어 훌륭한 디자인 요소가 됩니다. 책등에 제목이 인쇄되지 않는 단점을 보완하고 책장에 꽂았을 때도 금세 찾을 수 있도록 재킷을 한 번 더 덧씌웠습니다. 재킷을 펼치면 책의 주 무대가 되는 제주 중산간 마을 소담한 집의 전경이 파노라마로 이어집니다. 책의 만듦새도 요모조모 감상하는 공감각적 독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제작했습니다. 이 무해하고 유쾌한 제주의 평온한 풍경이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오늘도 이곳에서는 표지의 그림과 크게 다를 것 없이 멍멍 야옹야옹 작은 소란이 벌어지고 있겠죠. 두식이는 배를 땅에 대고 앉아 포플러 나뭇잎처럼 접힌 두 귀를 펄렁이며 헤실헤실 웃고 있을 거고요, 다정이는 커다란 귀를 쫑긋 세우고 언제 담장을 넘어 동네 마실을 나갈까 궁리하고 있을 거예요. 덕천이와 슬기는 단짝처럼 함께 다니며 주변을 둘러보곤 작은 소리에도 경계 태세를 발동하겠죠. 이 상황을 마치 구경이라도 하듯 미요는 따뜻한 집 안에 웅크리고 앉아 모두를 지켜보고 있을 테고요. 이제 저녁 시간이네요. 엄마가 돌아와 모두에게 밥을 챙겨주고 나면 제주의 집에도 어둠이 내려앉을 겁니다. 자,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감입니다. 각자 원하는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