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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AM 2:00 외로움을 엄지로 쓸어올리며
가만히 있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015 뻔하고 당연한 것 020 사랑은 언제나 애증의 왼쪽 얼굴 024 그곳에 빼빼로가 있었다 028 이딴 걸 대체 왜 쓰는가 041 대충 봐야 사랑스럽다 043 너무 요란한 쓸쓸함 048 쌍코피가 터져도 051 2장.AM 8:00 일찍 일어나는 새가 일찍 피곤하다 별수 있나 정신 055 엄마와 풀떼기 061 말이 많은 인간의 갈증 064 어떤 눈, 코, 입 067 팥죽댄스 075 멋지다 함정호 078 육식동물 최 082 체크남방이란 뭘까 086 너무 웃긴 일은 생각해보면 슬픈 일이다 089 내가 그것들을 계속 사랑할 수 있기를 094 상처의 연대기 098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면역력 101 인제터미널에서의 이별 103 하이파이브 106 3장. PM 12:30 내일은 또 누구랑 점심을 먹나 ‘기어오르지 말라’는 말 111 조금은 구닥다리인 사람이 좋다 118 락앤락의 여행 120 ‘해’보겠다는 것 124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127 치열해서 사랑스러운 131 옷의 생애, 그 쓸쓸함 133 졸업식 135 엄마, 기억나? 139 4장. PM 6:30 지하철은 사랑을 싣고 좀 이상한 이별 145 니가 싫으면 나도 싫어 151 깊은 밤의 연락 153 “전 일단 한번 사귀면 오래 만나요 ” 156 굿바이 마이 홍대 158 생활체육의 모순 161 연인들의 격전지 163 dPsk wlrmadlsk예나 지금이나 167 가난할 수 없었던 날들 169 2050년의 고전 영화 171 어떤 시한부 173 5장. PM 11:00 오늘도 심야식당에 간다 심야식당의 손님들 179 우리 집 강아지 뽀삐 188 당신의 OST 193 내가 멋진 사람이라더니 195 내가 상상했던 커피의 맛 197 3M 테이프로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200 기시감 202 단어의 무게 204 만선, hope 207 요정도 퇴근이 필요하겠지 210 남의 집으로 가는 치킨 냄새 212 너는 이 밤 어디에서 첫눈을 맞고 있을지 214 작가의 말 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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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나. 그 시작에는 빼빼로가 있다. 수연이는 진즉에 잊어버렸을 빼빼로. 나에겐 먹어도 먹어도 영원히 남아 있을 빼빼로. 난생 처음 느낀, 나도 관심받을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그 달달하고 길쭉한 확신을 기억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누군가에게 수연이였을 수 있다. 아마도 매우 높은 가능성으로. 이게 뭐라고 싶을 정도로 사소한 호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새롭게 열어주기도 한다. 누나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열등감에 구겨져 있던 낙제생을 래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려놓기도 하고, 태권도장에서 오줌을 지렸던 얼간이를 에세이 작가로 데뷔시키기도 한다. 정말로. 문득 지금 서른여섯 살일 수연이에게 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면 어떤 웃음을 보여줄지 상상해 봤다. 그때처럼 듣기 좋게 시원한 웃음이라면 좋겠다.
---「그곳에 빼빼로가 있었다」중에서 삶은 늘 어수선하다. 좀체 가지런한 법이 없다. 눈, 코, 입도 가구 배치도 인간관계도 모든 게 어쩔 수 없이 난잡하다. 알고 있는데도 한번 생각이 꽂히면 이것도 신경 쓰이고 저것도 신경 쓰여 도무지 진짜 중요한 일에는 집중이 안 되는 것이다(이를테면 지금은 책 쓰기). 삶에 임하는 여러 지혜로운 노하우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별수 있나 정신’은 참으로 중요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잡다한 요소들을 별수 있나 하며 내버려 두고 할 일이나 제대로 하는 것. 삶의 보푸라기들을 여기저기 붙이고도 그저 무심하게 지금에 집중하는 것. 삐뚤어지면 삐뚤어진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그런 단출한 마음가짐이 참 중요한 것 같다. 다시 이것도 신경 쓰이고 저것도 신경 쓰이는 때가 오면 어떡하지? 몰라, 별수 있나. 그런 때가 오기 전까지 밀도 있게 살고 있을 수밖에. 한 자라도 더 쓰고 있을 수밖에. ---「별수 있나 정신」중에서 “엄마도 강아지 키워보면 어떨까? 요즘 유기견 센터 이런 곳에 불쌍한 애들 많잖아.” 나는 발에 양말을 꿰며 말했다. 엄마는 한참 대답이 없다. 수도꼭지에서 다라이로 쏟아지는 물소리와 바가지에서 화분으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거실 TV에서 나오는 아침드라마 대사들과 섞인다. 지금 생각하니 그건 엄마를 위한 말도 버려진 강아지들을 위한 말도 아니었다. 그저 나와 사는 자식이 부모의 적적함이 신경 쓰여 제 맘 편하고자 한 말이지. 엄마가 계속 답이 없자 나는 무안해져서 한마디 더한다는 것이 그 말이었다. “엄마는 아들보다 풀떼기가 더 좋지? ---「엄마와 풀떼기」중에서 니가 싫으면 나도 싫어. 그는 그녀가 싫어한다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척하다가 언젠가부터 진짜로 싫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그녀의 상사가 인격적으로 매우 하자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가끔 이름이 헷갈리지만 아무튼 그 동창은 평생 배려 같은 건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을 거라고 믿게 되었다. 사람은 입체적이지, 관계는 상대적이고. 친구들 앞에선 제법 현자 같은 얼굴로 그런 말도 하곤 했지만 그녀와 대화할 때면 자꾸 논리의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것이다. 몰라, 난 그냥 그 인간들 맘에 안 들어. 결국 두꺼비집을 내려둔 채 양초를 켠다. 모르겠고, 계속 모르련다. 내 유치한 편 가르기가 너의 미간을 펼 수 있다면, 섣부른 일반화가 너를 웃게 할 수 있다면 기꺼이 졸렬한 인간이 되리. 비워지는 술잔에 치사한 막말과 납작한 편견을 가득 채운다. 논리가 꺼진 어둠 속에서 촛불은 빛나고 둘은 마주 앉는다. 우리 계속 비열한 맞장구를 쳐요. 밤새 사랑의 뒷땅을 까요. ---「니가 싫으면 나도 싫어」중에서 불안해서. 사는 내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얼마나 재미있고 진지한 사람인지, 함께 시간을 쓸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끝없이 피력했다. 이제 와서 다 산 척, 그걸 모두 공허한 짓이었다곤 말할 수 없다.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사람, 그게 살면서 얻은 가장 큰 트로피이기도 하고, 정말로 그런 내가 좋기도 했으니까. 다만 요즘에는 그게 좀 피로하다. 예전엔 쉬지 않고 입을 놀리는(물론 위트는 있어야 한다) 친구들이 나 같아서 좋았다. 지금은 너무 나 같아서 별로다. 이전엔 그 친구들에게서 유쾌함을 봤지만 이젠 그 아래 깔린 불안을 보게 된다. 그래서 좀 피하고 싶다. 너무 징그럽게 나 같아서. 혼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기가 힘들다. 함께 있을 땐 말이건 행동이건 뭔가를 끊임없이 몸 밖으로 내놓아야 직성이 풀리고 혼자 있을 땐 계속 무언가에, 주로 화면 속 어떤 것에 정신을 내어주고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무엇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게 된 것 같다.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경우는 없다. 전혀 몰라도 좋을 정보나 사람들의 시답잖은 소식들을 끝없이 눈으로 빨아들여 머릿속에 꽉꽉 채운다. 어떤 빈 공간도 남겨두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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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른 그 신발? 밤 12시에 못 참고 시킨 야식?
…사실 다 외로워서 그래.” 집엔 가족이, 회사엔 동료가, 밖엔 친구가 있는데 사무치게 외로울 것까지 있을까. 이에 저자는 반문한다. “혹시 정신 차려보니 술자리에서 혼자 말하고 있었던 적 없으십니까? ‘참 애썼다, 장하다’는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 숱한 야근을 해낸 적은요? 누가 묻지도 않은 충고를 주절주절 해버린 적은 없나요? 남들 다 가지고 있기에 나도 있어야 하나 싶어서 장만한 명품, 집에 하나쯤 있지 않나요?” 제때 정리되지 못한 결핍과 인정욕구는 어느 구멍으로든 조금씩 새어나와 스스로가 원한 적 없는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가 온전히 ‘발견’되기를 바란다.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고 식사를 하고 술잔을 채우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빈 공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표현도 있고, ‘같이 있을 때 더 외롭다’는 사연도 흔하지 않은가. 보다 정확한 방식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 받아들여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소통하고 싶은 갈망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2022년 한 해를 풍미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사랑으로는 안 돼. 날 추앙해요.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라는 명대사가 널리 회자되고 사랑받았다. 그 빈 공간은 존재가 오롯이 인정받고 넘치게 추앙받을 때만 채워진다. 알고 보니 현대 사회의 자기관리란 외로움 관리였다! 이게 다 사랑받고 싶어서였음을 인정하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외로움과 인정욕구는 드러내기엔 어딘가 민망한 감정이다. 처치가 곤란한 음식물 쓰레기처럼 남에게 보이기 거추장스럽다. 결국 담백한 사람이 되는 것은 결핍을 얼마나 깔끔하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게 현대사회에서 타인에게 호감을 주는 자기관리법 아닐까. 자신감이 부족했던 나머지 화장실에 가겠다는 말을 못 해 태권도장에서 오줌을 쌌던 꼬마아이는, 학교에서 옆자리에 앉은 수연이가 자신의 농담에 웃어준 순간 웃음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짝꿍의 소소한 인정과 관심은 먼 훗날 저자가 어른이 되어 랩의 가사를 쓰게 했고, 유튜브 콘텐츠의 대본을 쓰게 했고, 에세이스트가 되게 했다. 외로움이 통장 잔고의 문제인 줄 알았던 미숙한 시절도 있었다. 한때 여유가 없어서 말싸움에 지지 않으려 자존심을 부렸던 저자는 일단 유명해지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얼굴이 알려졌는데도 똑같이 열 명 중 둘은 악플을 달고 하나는 열광하고 일곱은 관심도 없더라는 에피소드가 공감 섞인 웃음을 자아낸다. 통장 잔고에 0이 몇 개 더 찍혀도 달라진 점은 술자리에서 술병 수를 세어가며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것뿐, 여전히 사랑받는 일은 달콤하고 미움받는 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저자는 이에 대처하는 자세로 ‘별수 있나 정신’을 꼽는다. 애초에 삶은 어수선하고, 인정도 평판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삶은 늘 어수선하다. 좀체 가지런한 법이 없다. 눈, 코, 입도 가구 배치도 인간관계도 모든 게 어쩔 수 없이 난잡하다. (중략) ‘별수 있나 정신’은 참으로 중요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잡다한 요소들을 별수 있나 하며 내버려두고 할 일이나 제대로 하는 것. 삶의 보푸라기들을 여기저기 묻히고도 그저 무심히 지금에 집중하는 것. 삐뚤어지면 삐뚤어진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중략) 다시 이것도 신경 쓰이고 저것도 신경 쓰이는 때가 오면 어떡하지? 몰라, 별수 있나. 그런 때가 오기 전까지 밀도 있게 살고 있을 수밖에. 한 자라도 더 쓰고 있을 수밖에._본문 59~60p 사실 외로움은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 치열하게 하루를 마친 뒤에 올려다본 밤하늘은 뿌듯했고, 혼자 시원한 맥주로 갈라진 마음을 축인 뒤엔 한층 여유로운 태도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었다. 가족과 친구와 애인은 떨어져 지내는 만큼 애틋해졌다. 외로움은 종종 우리가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동력이 되고, 콤플렉스를 갈고닦아 빛내는 연마제가 된다. 타인과 부대껴 살다가 소진된 다정함을 충전해 주기도 한다. 이 책은 외로움의 긍정적인 역할을 조명한다. 당신이 그만큼이나 괜찮은 사람이 된 건 그간 버텨온 외로움 덕분이라고. ‘아, 나만 이런 게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다!’ 예민한 사람의 센스와 관찰력이 주는 이상한 속 시원함 저자의 유튜브 채널 「오마르의 삶」은 일상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상황에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그 지혜를 주로 이야기한다. 반면 이 책은 일명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을 배제하고 오롯이 공감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의 글을 읽은 독자들은 처음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공감의 충격이다. “애매하게 불편하지만 왜인지 알 수 없었던 기분을 명쾌하게 풀어내서 속이 다 시원하다”, “남에게 비칠 내 모습을 걱정하며 속에만 담아둔 이야기들을 동네 친구와 수다 떨듯 읽었다”라는 서평들이 증명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관찰을 즐겨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그만의 뚜렷한 시선이 퇴적되어 왔기에 저자의 글은 비슷하게 섬세한 독자들에게 독보적이다. 이 겨울 보통의 외로운 사람들이 절절하게 공감할 산문집이 감염병의 시대를 통과해 마침내 우리에게 도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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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어쩌면 너무 잘 숨겨서 도리어 외로운 걸 수도 있겠다.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 집에 남은 김치 같은 것들. 나도 아직 집에 김치가 남았지만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다. 천천히 떠나도 될 것을 괜히 재빨리 기차를 잡아 서울로 향한다. 도착한 집에서 고독을 감각하며 안도를 찾는다. 그런 날은 꼭 새벽 4시 같은 이상한 시간에 깬다. 그때의 외로움은 할머니 집 목화솜 이불보다 덥고 무겁다. 이 책을 읽으며 이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위로를 얻었다. 그 사실이 너무도 안도가 되어 조금 울고 싶었다. - 이연 (작가,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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