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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카 (큰글자책)
김지현
호밀밭 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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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카
[도서] 파브리카
김지현 저 호밀밭
10% 11,520
파브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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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파브리카
흰 콩떡
누수

구인
뒷이야기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소설가. 201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파브리카』, 『문밖에 누군가가』, 산문집 『비-풍경』 『유년시절』 『덴마크 우핑 일기』 등이 있다. 제30회 부산소설문학상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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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210*297*15mm
ISBN13
9791168260863

책 속으로

새 얼굴을 드릴게요.
--- p.12

아버지의 가출은 쉰 떡 한 팩 때문이었다.
--- p.17

“떡 무라.” 아버지는 내 쪽을 쳐다도 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눈물을 소매로 훔치고 떡 비닐을 뜯었다. 아이 주먹만 한 콩떡을 한 입 베어 우적우적 씹었다. 텁텁한 콩 잔해가 쫀득한 떡에 비벼져 고소했다. 한 개를 모두 삼키고, 다시 한쪽을 베어 물었다. 아무 생각도 차오르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가 떡 무라, 해서 떡을 먹었다.
--- p.40

“아이고 아무리 오래된 집이라 케도 누수 안 나는 집은 평생 가도 안 나는데. 진짜 재수 안 좋으면 난다 카든데.”
--- p.58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도무지 상식과 교양이라고는 없는 것 같은 사람들. 그들이 지나온 시간을 내가 왜 이해해야 하는가. 왜 그들이 내 일상과 삶을 헤집어 놓는 걸 견뎌야 하느냐고.
--- p.72

환하고 고요한 아침을 맞이할 때면 이 방으로 돌아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헤매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원이 있다면 이 방에서 이대로 계속 지내는 것이다.
--- p.82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니 오히려 전력을 다해 애를 썼는데도 한순간에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잠식했다. 와이셔츠에 잉크를 묻혀 가며 애를 쓰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새벽마다 무언가를 나르고 없던 공간을 만들어 냈지만 그걸 알아주긴커녕 언제라도 가장 먼저 내동댕이쳐질 수 있다는 걸 깨닫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p.98

악몽을 꾼다. 잘 아는 꿈이다. P는 꿈속에서도 그렇게 생각한다. 얼굴이 지워진 몸들이 누군가를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누군가는 형체도 없이 운다. P는 그것이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울음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데 P는 온 힘을 다해 운다. 얼굴 없는 몸들이 P를 둘러싸고 있지만 아무도 P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다. 울음소리 대신 목소리가 가득 울린다. 더러운 새끼, 쳐다보지 마, 꺼져, 죽어 버려.
--- p.126

다시 천천히 몸을 밀었다. 조금씩 가벼워진다. 숨을 들이마시지도 않는데 몸이 팽창하는 것이 느껴진다. 다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것만이 유일한 생의 이유인 것처럼. 그 어떤 목적도 없는 것처럼 배를 민다. --- p.135-136

모든 것이 의심스러울 때, 모든 장면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늘 하는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싶나. 나는 어디에 서서 이야기를 할 것인가. 그 자리를 고민하다 보면 고민을 받아먹고 만들어진 누군가가 어딘가에 서 있다. 나의 모든 이야기는 늘 거기에서 출발한다.

--- p.160

출판사 리뷰

질척거리고 지긋할지언정 우리는 가족이란 공동체에 종속되어 살아간다. 바로 거기서 인생의 비희가 비롯된다. (…) 그런데 그것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의 절망적인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 김지현의 소설집은 이런 ‘운명’에 관한 문학적 보고서다.
-추천사 중에서

“평온하던 일상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파헤쳐졌다.”

예기치 않은 누수처럼 찾아드는 파열의 순간
꿉꿉하게 젖은 세계를 살아내는 다양한 상상력
단절과 이음 사이를 오가며 빚어낸 다섯 편의 소설


어머니 또는 아버지의 가출, 누수, 전염병, 대홍수… 집 안팎 모두 조각나고 파열되는 와중에 인물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한다. 집 밖으로 도망치는 이도 있고 역으로 집 안으로 숨어드는 이도 있다. 나름의 방식으로 새로운 집을 꾸리는 이도 있으며,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떠나는 이도 있다. 문제 상황에 대해 소설마다 보여주는 가지각색의 대응은 작가의 상상력이 한 축으로만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지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자기 자신, 단독자로 오롯이 존재하고 스스로 존재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얼굴을 만들어내는 인물들입니다. 그들이 갖게 될 얼굴은 기이하고 비정상적일-심지어 인간성을 포기할-지라도 스스로 선택하는, 자기 자신다운 모습을 찾아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뒷이야기 중에서

작가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방증하듯 소설집은 초단편 소설, 가족 드라마의 특색을 지닌 소설, 심리 소설, SF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소설 등 여러 형식의 소설로 채워져 있다. 게다가 종내에는 ‘연결’로 나아가는 다정한 작품부터 서늘한 ‘단절’을 예고하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각 소설에서 감지되는 온도 또한 다양하기에 한 작품집 속에서 여러 맛의 소설을 즐길 수 있다.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다섯 편의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소설에서 못다 한 뒷이야기가 독자들을 반겨준다. 작가와의 인터뷰가 담겨 있는 뒷이야기는 소설 속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다채로운 내용과 형식을 시도한 김지현의 첫 소설집 『파브리카』. 독자 여러분을 작가가 앞으로 만들어갈 세계의 출발점으로 초대한다. 이 출발점으로부터 펼쳐질 무궁무진한 세계를 기대하며!

‘소설의 바다’를 항해하는 호밀밭 소설선, 각기 다른 ‘사연의 고고학’을 꿈꾸며

김지현 작가의 『파브리카』는 소설의 바다로 향하는 호밀밭 소설선의 일곱 번째 작품이다.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는 한국 소설의 사회적 상상력을 탐구한다. 또한 문학과 예술의 미적 형식을 타고 넘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흔적을 새롭게 탐사하는 서사적 항해를 꿈꾼다.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아파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또 때로는 서로를 보듬으며, 난파한 세상 속으로 함께 나아가는 문학적 모험을 지향하는 것이다.
호밀밭의 소설은 우리가 상실한 생의 가치와 존재 방식을 집요하게 되물으며, 동시에 우리 삶에 필요한 따뜻한 자원을 발굴하는 ‘사연의 고고학자’가 되고자 한다. 소설이라는 사회적 의사소통 방식은 분명 오래된 것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 삶과 공동체의 가치를 새롭게 정초할 수 있는 ‘여전한 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소설의 바다’로 나아가려는 이유이다.
-호밀밭 문학편집부

추천평

가족은 우연히 발생한 강제적 공동체다. 아무리 노력해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특질들을 완전히 떨쳐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파브리카」). 질척거리고 지긋할지언정 우리는 가족이란 공동체에 종속되어 살아간다. 바로 거기서 인생의 비희가 비롯된다. 갑갑하다 느끼면서도 아버지를 이해할 수밖에 없게 되고(「흰 콩떡」), 불편하다 느끼면서도 어머니를 이해할 수밖에 없게 된다(「누수」). 그런데 그것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의 절망적인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압축되어 파괴되고 싶지 않다면(「방」), 환상의 힘으로 잠깐의 틈새를 찾아내야 한다(「구인」). 김지현의 소설집은 이런 ‘운명’에 관한 문학적 보고서다. 이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근사하게 맺어질지 아직은 모르지만, 결코 녹록지 않았을 작업을 시작한 것에 대하여 우리는 마땅히 격려를 보내야 할 것이다. - 한설 (평론가)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그냥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뿐이라고. 당신이 나쁜 사람은 아니듯 나도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답답한 걸까. 당신도 나처럼 느낄까. 내가 나 자신을 견디듯, 당신도 나를 참고 있는 것일까.
김지현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의 방을 가지고 있다. 안팎이 어둡고, 벽은 얇지만 불투명해 그 너머에 존재할 누군가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벽을 두드리며 출구를 찾는 인물들이 있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은 선물일까, 괴물일까. 힌트를 주자면, 단순한 낙관보다 섬세한 불행이 이야기를 빛내는 법이다.
- 박서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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