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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혼자 잘 살기 연구소, 2년의 회고
1 _ 혼자 사는 사람들 어느새 열 집 중 네 집은 혼족 그렇게 우리는 남이 된다 혼삶 속 문제들 2 _ 혼삶을 돕는 기술들 소형화 ; 작아지는 가전제품 효율화와 원격화 ; 한정된 시공간을 넘어 안전한 혼삶을 위하여 혼삶의 연결고리 3 _ 대안 주거를 찾아서 쪼개진 방 제3의 공간 ‘따로 또 같이’의 문법 4 _ 코리빙 하우스 탐방기 쉐어원 신림 ; 가성비 좋은 여성 전용 공간 맹그로브 ; 코리빙 속 웰니스와 게더링 홈즈 스튜디오 ; 기술을 입은 미래형 코리빙 셀립 순라 ; 종로의 아름다움을 담다 테이블 ; 코리빙에 멤버십을 더하다 코리빙의 장단점 5 _ 코리빙 하우스와 기술 코크리에이티브 워크숍 스피커 그리드 ; 말로 하는 지식in 이웃감의 재발견 프리핸션 ; 공용 공간 알리미 공간텍스트의 재발견 에필로그 ; 기술을 통한 새로운 관계 맺기 주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나의 자취방에 여전히 없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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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지상파의 유명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와 같이 사는 것은 아니다. 혼삶이 아무리 자유로워 보여도 완전한 자유가 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만만치 않다. 막상 가까이서 본 1인 가구의 삶은 바쁘고 고달픈 일과의 연속이었다. 요리, 청소, 세탁, 쓰레기 처리 등 모든 가사 노동을 혼자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 p.8 "고시촌 언덕은 거대한 벌집 같았다. 1인 가구의 셀cell들로 이뤄진 이 거대한 성은 낮 동안에는 슈퍼 주인과 부동산 사장님만 서성이는 조용한 곳이었다. 그들이 지키던 빈 성은 저녁이 되면 퇴근하는 사람들의 행렬로 잠깐 동안 붐비지만 그 분주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각자의 집으로 흩어져 들어간 사람들은 길 밖에 잘 나오지 않았다. 거리에는 삶의 활력이나 대인 간 교류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 pp.11~12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증가 현상에는 어떤 특수성이 있을까? 비율도 문제지만 관건은 증가 속도다.5년마다 약 3~5퍼센트포인트씩 증가하고 있는 꼴이다. 같은 시기 유럽 국가의 1인 가구 비중이 5년마다 약 0.5~2퍼센트포인트씩 증가한 것에 비하면 매우 가파른 속도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지금 열 집 중 네 집이 혼자 살고 있다는 점이 아니다. 열 집 중 다섯 집이 혼자 사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이다." --- pp.17~18 "혼삶 속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은 새로운 수요로 이어진다. 다인 가구에서 1인 가구로 거주 형태가 변했을 뿐 삶의 필수 요소들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사, 치안, 사회적 유대감은 여전히 필요하다. 많은 기업은 이를 겨냥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데, 서론에 말한 것처럼 4인 가구 전용 가전을 단순 소형화한 것부터 시작해 삶 전반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제품까지 있다." --- p.36 "1인 가구는 기술과의 분담을 통해 가사에 들어가는 시간을 절약하고 있는 셈이다." --- p.39 "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공간은 4인 가구에 최적화된 공간을 나눈 것이다. 이미 설계된 주택은 축소되거나 부분 제거된 형태로 1인 가구에 제공된다. 쪼개진 공간에서 1인 가구는 4인 가구와 동일한 삶의 질을 누리기 어렵다." --- p.55 "다인 가구에 맞춰 설계된 주택과 도시를 당장 바꿀 순 없다. 법과 제도도 빠르게 변하는 현실을 반영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주거의 개념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 이런 시도에서 나온 것이 바로 ‘공유 주거’다." --- p.57 " 친근함에 중점을 둔 쉐어원 위키의 발화 패턴이 입주민에게 그동안 느껴본 적 없는 ‘이웃감’을 선사해 준 것이다. 그동안 옆방 입주민과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 없는 한 입주민은 “쉐어원 위키를 사용하며 공동체적 친밀감을 느꼈다”고 했다." --- p.98 "프리핸션의 배경이 되는 근본적 문제 의식은 입주민 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이었다." --- p.104 "스피커 그리드, 프리핸션, 공간텍스트, 총 세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계가 관계를 대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리빙랩을 2년간 운영하며 얻은 답은 ‘그렇다’이다. 새로운 개인들이 연결되기 위해서는 관계 기계relationship machine가 있어야 한다. 개인의 파편화가 만연한 시대에 맞는 새로운 ‘관계 맺기’ 방식이 필요하다." --- p.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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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갈 것도 없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다. 스무 살이 되고 대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구했다. 아주 높은 언덕에 위치한 주택이었다. 계단을 오르다 멈춰 뒤돌아서면 도시의 야경이 보였다. 하늘이 가까워 서울에서도 별이 잘 보였다. 그렇게 숨을 고르고 남은 계단을 다 오르면 나의 첫 자취방이 보였다. 여기까지 들으면 꽤나 낭만적일지도 모르겠다.
이쯤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만 그럴 순 없었다. 내게 허락된 공간은 2층을 쪼개고 쪼개 만들어진 다섯 개의 방 중 하나였다. 약 여섯 평 남짓이었다. 화장실과 싱크대가 차지하고 남은 공간, 침대와 책상을 놓으면 끝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스무 살에겐 너무나 작은 공간이었다. 침대, 책상 아래가 됐든 싱크대 위 선반이 됐든 조금의 틈만 있다면, 그곳은 수납공간이 됐다. 침대에 누우면 방이 한눈에 보였는데, 구석구석에 들어찬 물건들이 언제 무너져 내릴까 불안했다. 조건에 비하면 턱없이 높은 월세가 빠져나가는 날이면 더욱 그랬다. 자려고 누운 머리맡에 바퀴벌레가 나타난 날, 처음으로 혼자 울었다. 그럼에도 첫 자취의 기억이 우울하지만은 않은 것은 주변에서 자취하던 친구들 덕분이다. 그들은 나와 비슷한 혼삶을 살고 있었고, 바퀴벌레 잡는 데 직방인 약부터 동네 맛집까지 혼자 사는 데 필요한 팁들을 공유했다. 그렇게 첫 자취방에서 3년을 살았다. 원룸 이사 팁에 따라 이삿짐은 박스 대신 일회용 종량제 봉투에 쌌다. 그렇게 하면 이사 후에 정리할 때도 쓰기 좋다는 것이었다. 버리고 버려도 줄이고 줄여도 3년 동안 쌓인 살림살이는 제법 됐다. 100리터짜리 봉투 두 개를 가득 채웠다. 그렇게 얻게 된 나의 두 번째 자취방은 열 평 원룸이었다. 침대를 놓고 소파를 놓고도 공간이 넉넉했지만, 문제는 벽이 정말 얇았다. 옆집에는 할머니가 혼자 사셨는데, 아침이면 할머니가 보시는 연속극 소리가 들렸고 밤이면 뉴스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와 난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생활 소음을 공유하며 사는 동안 딱 한 번 마주쳤다. 1인 가구로서 연차가 쌓일수록 바퀴벌레는 사라지고 방은 커지는 등 조건은 나아졌지만, 나의 자취방에 여전히 없는 딱 하나, 그건 바로 ‘관계’였다. 자취하며 가장 그리웠던 것은 하루와 끝에 자리한 인사였다. ‘좋은 아침’, ‘잘 자’와 같은 인사를 건넬 사람이 없으니 하루가 며칠이고 이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뜨고 지는 해만이 하루의 경계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혼사 사는 사람에게도 관계가 필요한 이유다. 각각의 혼삶은 벽을 사이에 두고 살아간다. 열 집 중 네 집이 1인 가구인 시대, 관계의 벽을 허물 필요가 있다. 1인 가구가 연결되어야 동네가 생기고, 동네가 유지되어야 로컬 나아가 우리 사회가 지탱되기 때문이다. 기술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기술의 객관성 또는 중립성이 새로운 ‘관계 맺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책 속의 문장에 기대를 품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