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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 기후 엔드게임, 이제 경제학이 답할 차례
1장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기후경제학 1. 기후대응 30년의 처절한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까? 2.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관점을 전환한 생태경제학 3. 생태경제학은 어떻게 태동했을까?(1960~1980년대) 4. 생태경제학의 정체성 만들기(1990~2000년대) 5.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침체, 탈성장의 등장(2008~) 2장 경제를 지구에 묶어둔 ‘엔트로피’라는 사슬 6. 두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의 오래된 경고 7. 재료 없이 레시피만으로 요리를 하겠다는 기존 경제학 8. 경제학에 잠입한 트로이 목마, ‘엔트로피 법칙’ 9. 엔트로피 이론에 대한 몇 가지 쟁점 10. 인간에 관한 생태학, 자연에 관한 경제학 11. 경제활동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3장 무한히 성장하는 경제의 종말 12. ‘카우보이 경제’에서 ‘우주인 경제’로 13. ’비어있는 세상’에서 ‘꽉 찬 세상’으로 14. 도전 불가의 성역 ‘경제성장 패러다임’ 15. ‘화폐적 성장’이 아닌 ‘물질적 성장’의 한계 16. 성장신화의 주역, 화석자본주의의 운명 17. 제로성장 시대는 이미 와 있다 18. 경제성장의 마지막 의지처, 기술혁신 4장 기후가 아닌 성장 시스템을 바꾸는 생태경제학 19. 성장주의 시대 이후의 대안, ‘웰빙경제’ 20. 오래된 대안 ‘정상상태 경제’ 21. ‘정상상태 경제’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들 22. 이미 현실에서 실험되고 있는 ‘도넛 경제’ 23. ‘성장 없는 경제’의 생존가능성. 생태거시경제학의 생각 24. 2020년대는 ‘탈성장의 시대’가 될 수 있을까? 25. 생태사회주의자들의 탈자본주의 기획과 한계 26. 한국 경제의 포스트성장 전략 5장 정의로운 분배개혁에 도전하는 생태경제학 27. 지속 가능한 규모, 정의로운 분배, 효율적인 배분 28. 생태경제학의 정의로운 분배 전략 29. 성장 없는 경제의 일자리 전략 30. 지구 생태계를 위한 시장가격 시스템 31. ESG와 RE100, “시장실패를 마케팅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32. 금융은 어떻게 지구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는가? 33. ‘효율성’보다 ‘충분성’을 지향하는 경제 결론 | 생태경제학의 경제개혁 전략과 정책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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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세계 곳곳에서 아주 특별한 시위가 있었다. 노동자나 여성, 학생들이 거리에 나선 것이 아니었다. 종일 실험실이나 연구실에 있을 법한 자연과학자들 1천여 명이 시위 참여자가 되었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일하는 기후과학자들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도 있었다. 이 시위를 기획한 것은 2021년에 결성된 과학자 멸종저항단체인 ‘과학자반란(Scientist Rebellion)’이었다. 도대체 왜 자연과학자들이 연구실을 뛰쳐나와 사회를 향해 직접 목소리를 내려고 작정했을까?
--- p.6 기존에 확립된 주류적인 관점과 정책들은 왜 기후위기 대응에 적절히 기여하지 못했는가? 만약 기존 관점이 기후위기와 생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면 이를 대신할 대안적 접근법과 방법론은 무엇일까?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기후를 위한 경제’는 없는 것인가? --- p.13 1972년에 앙드레 고르스가, “지구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물질적 생산에 있어서 무성장, 나아가 탈성장이 필요조건”이라고 선언하면서 탈성장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는 2002년 프랑스 잡지에 클레망탱과 셰이네 등이 ‘지속가능발전의 명시적인 대항용어’로 ‘지속 가능한 탈성장(decroissance soutenable)’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시작되었다. --- p.68~69 만약 기존 주류경제학 교과서에 엔트로피 법칙을 넣으면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허먼 데일리는 아주 적절하게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 우선 경제학 원론 맨 앞의 경제순환 모형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기존 모형은 “경제적 과정을 기업에서 가계로 이어지는 고립된 순환의 연속인 것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단선적 세계상을 전달한다. 여기에는 유지와 재충전이 내부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인다. 즉 환경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듯하다. 이것은 마치 생물학 교과서가 동물 연구를 제시할 때, 소화기관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순환계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화계는 없고 순환계만 있는 동물은 영구기관인 셈이다.” 이러한 “경제순환은 이론적으로 영원히 성장할 수 있다. 추상적인 교환가치가 물질적 차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트로피 흐름 속의 성장은 고갈, 오염, 생태적 훼손이라는 물질적 장벽에 부딪힌다.” --- p.106~107 “경제는 지구 한계 안에서 머물러야 하는 동시에,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목표에 복무하는 방법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생태경제학자 리처드 하워스(Richard Howarth)가 허먼 데일리의 ‘목적과 수단 스펙트럼’을 아주 간명하게 요약했는데, 이 한마디가 생태경제학의 포괄적인 관점과 철학을 담고 있다. --- p.132 경제와 지구 생태계의 관계를 고민하는 많은 경제학자들에게 허먼 데일리의 ‘비어있는 세상-꽉 찬 세상’ 은유는 볼딩의 ‘카우보이 경제-우주인 경제’와 함께 지구 생태계 한계까지 팽창한 인간 경제의 현주소를 잘 이미지화해주고 있다. --- p.140 이 지표에 따를 때 전 세계는 현재 매년 7월에 이르면 이미 지구의 생태 허용량을 모두 소진하는 것으로 계산되고 있으므로, 1년 동안 인류가 사용하는 자원을 감당하려면 지구가 1.7개가 필요하게 된다. 한국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하다. 한국인들의 생태발자국은 4월이면 국토가 감당할 용량을 넘어서기 시작하므로, 한국인처럼 세계 인구가 살아간다면 지구가 3개나 필요하게 된다. --- p.160 물론 여전히 많은 국제기구나 정부들은 글로벌 경제가 앞으로도 매년 2~3퍼센트 정도씩 성장할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OECD는 세계성장률이 연평균 2.5퍼센트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러면 대략 28년마다 한 번씩 경제 규모가 두 배가 된다. 그리고 이번 세기 말인 2100년이 되면 경제 규모는 현재의 8배 가깝게 불어날 것이다. 이런 전망은 경제의 생물리학적 한계를 무시하는 발상이다. 지난 70년 동안 거대한 가속으로 폭발한 물질과 에너지의 양을 감안할 때, 앞으로 다시 8배가 불어난 경제 규모를 지구가 정말로 감당할 수 있을까? --- p.184 사실 허먼 데일리는 반복해서, 왜 기존 경제학의 거의 모든 곳에는 최적 개념이라는 것이 있는데, 유일하게 성장에만 최적 지점이 없이 무한히 성장하면 할수록 좋은 것으로 간주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래서 정상상태는 ‘최적 규모’라는 경제 목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대한 그의 은유가 바로 배가 선적할 수 있는 최대 화물의 양을 제한하는 ‘플림솔 라인(plimsoll line)’ 또는 화물 적재 한계선, 배가 잠기는 한계선이라는 개념이다. --- p.221 50여 년 동안 성장의존주의와 이론적으로 싸우면서 생태경제학을 발전시킨 허먼 데일리는 이 싸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지금 경제성 장이 결코 무한히 계속될 수 없다고 하는 ‘물리적 불가능성’과, 성장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지 멈출 수는 없다는 ‘정치적 불가능성’ 사이의 갈등을 목격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느 것이 이길 거 같은가? 허먼 데일리는 확신한 것 같다. 결국은 ‘물리적 불가능성’이 이길 거라고. 왜냐고? 자연은 우리와 타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p.228 생태경제학의 최대 난제는 분배 문제다. 왜 자연과 경제를 고민하는 생태경제학에게 사람들 사이의 생산물 분배가 최대 난제가 될 수 있을까? 간단하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기존의 경제학 대부분은 분배 문제를 ‘회피’하는 일종의 도피처가 있었다. 경제성장이라는 도피처 말이다. --- p.304 이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회사 블랙록에서 2018~2019년 사이에 지속가능투자 최고책임자를 맡기도 했던 타리크 팬시가 증언한 기업의 ESG 경영 실태다. 그는 기업들의 ESG 노력이 실제로는 온실가스 감축에 거의 무시할 만한 효과밖에 거두지 못했다고 냉담하게 평가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오직 정부만이 역량과 합법성을 갖고 기후위기에 집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데, ESG가 그런 정부의 노력이 마치 필요 없는 것처럼, 기업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 p.349 하지만 무한팽창을 속성으로 갖는 금융은 더 많은 성장, 무한성장을 강화하는 되먹임 회로를 촉진한다. 대출에 대한 복리 이자, 투자에 대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금융은 기업들에게 끊임없는 수익을 압박할 것이고 그 결과 전체 경제를 성장과 규모 팽창으로 몰아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생태경제학자들이 금융경제에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360 |
기후대응 30년의 처절한 실패가 일깨운 뼈아픈 교훈
기후위기 대응이 지금까지 실패를 거듭하여 급기야 최후의 방어선처럼 간주된 ‘1.5°C 가드레일’조차 이제는 지키기 어려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제 기후붕괴가 사회붕괴로 이어지는 ‘기후 엔드게임(climate endgame)'마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기야 2022년 4월 세계 곳곳에서는, 지금까지처럼 기후위기 대처를 계속 회피하거나 지연시키면 아무런 준비 없이 사회붕괴 상황을 마주할 것이라며 1,0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뉴스펭귄 2022년 8월 29일자 기사). 과학자들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지금 이 순간 기후위기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현실에서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매년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홍수와 태풍, 가뭄, 폭염과 열돔현상, 점점 더 거대해지는 산불 등이 그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가 관측 기록상 지구 평균 온도가 가장 높았던 시기라고 보고했다. 2022년만 해도 폭염으로 스페인에서 700여 명, 포르투갈에서 1,000여 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또한 파키스탄의 거대한 국토를 1/3이나 물에 잠기게 했던 대홍수는 1,500여 명의 사망자와 3,3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을 발생시키면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지경까지 몰고 갔다.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한국 역시 집중호우로 서울 일부 지역이 완전 침수되는 대재난을 초래했는가 하면, 강력한 태풍이 포항제철소를 덮쳐 용광로를 꺼뜨리고 2조 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발생시켰다. 제철소 용광로가 가동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 통제 범위를 벗어나 폭주할 기후붕괴와 재난, 그리고 사회붕괴라는 용어를 더 자주 더 많이 미디어에서 듣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기후 위험을 평가하는 조직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가 설립되고 1990년 첫 보고서가 발표된 이래 인류가 기후위기를 명백히 인지하고 대처하기 시작한 지도 30년이 넘었는데 도대체 그동안 어떻게 대처했기에 해결은커녕 훨씬 더 악화되었을까? 마침 이 의문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여 실패의 원인을 해부하여 교훈을 찾고자 했던 학자들이 있었다. 2021년 클라이브 스패시(Clive L. Spash)를 필두로 한 세계의 저명한 생태경제학자와 기후과학자 23명이 “기후완화 30년:왜 글로벌 탄소 배출 추이를 꺾지 못했나?”라는 논문을 공동 집필한 것이다. 이 논문은 기후변화 대응 실패의 원인을 크게 3가지 묶음 즉, ‘화석연료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권력의 문제, ‘잘못된 지식과 정책 패러다임’에서 비롯한 지식인 그룹의 문제, 그리고 ‘익숙한 관성에 안주’하려는 시민들의 습관으로 구분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을 집요하게 방해하고 지연시키려는 화석연료 기득권이 기후위기 대처에서 거듭된 실패를 불러온 제1원인이라는 논문의 주장을 비롯하여 3가지 원인에 대해 조목조목 살펴보며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남긴다.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산업화 문명의 역사가 이미 경제와 사회, 문화, 심리에서 ‘강력한 경로의존’을 만들어냈기에, 이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집단적으로도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이러한 경제문명을 뒷받침했던 경제학을 비롯한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이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이 패러다임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 수단 개발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화석연료 기득권에 의해 기후위기 대응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정당화 논리로 이용되기도 했다. 또한 시민들이 탄소집약적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탈탄소문명을 꿈꾸고 실현하려는 동기를 갖도록 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화석연료에 의존한 경제 시스템의 무한팽창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기존 경제학이야말로 패러다임에서의 궤도 탈출이 절실할지 모른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이 책은 생태경제학이라는 우리에게 아직은 낯설지만 새롭고 실천적인 경제학 전통으로 관심을 돌리게 한다. 기후와 생태, 불평등 위기의 시대에 꼭 필요한 생태경제학 이제 기후과학자, 자연과학자들이 아니라 사회와 경제를 연구하는 이들과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이 나설 차례다. 자연과학으로 기후의 심각성을 되풀이하여 설명하고 있을 시점이 아니라, 어떻게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사회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사회과학의 지식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껏 사회과학의 중심을 자처한 경제학은 기후위기를 무시해왔거나 인정했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 경제성장과 기후위기 사이에 놓인 딜레마를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이유다. 이에 반해 생태경제학은 그 시작부터 “지구 생태적 한계 안에서 인간의 경제가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인간 경제활동에서 과도하게 사용된 화석연료, 그로 인한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온도를 상승시켜 지구의 탄소 순환체계를 교란하고 지구 안의 생태계를 위험에 몰아넣어 나타난 현상이 바로 기후위기다. 생태경제학은 우리 경제가 어떻게 지구 생태 한계선 안에서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지혜를 줄 수 있다. 최근 무한 경제성장, 무한한 물질소비 확대에 대한 점점 더 커지는 비판적 문제제기나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탈성장’도 모두 생태경제학이라는 접근법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 책은 생태경제학이 기후와 생태 위기 대처를 위해 더 나은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이 학문이 어떤 문제의식으로 출발했으며 기존 경제학과 다른 원칙은 무엇인지를, 그리고 그것이 제시하는 주요한 이론 틀, 다양한 주장들과 특별한 정책 수단들을 차례로 검토한다. 1장은 생태경제학이 탄생한 배경과 역사를 되돌아본다. 니콜라스 조르제스쿠-로겐, 허먼 데일리 등 생태경제학의 선구자들이 활동했던 1960년대의 태동기, 1990~2000년대의 정체성 확립기, 최근의 탈성장론 등장과 급부상 시기까지 생태경제학이 어떤 문제의식을 발전시켜왔고 기존 경제학과 어떻게 차별화되어 왔는지를 크게 세 가지 시대 구분을 통해 확인한다. 2장에서는 생태경제학을 다른 모든 경제학과 구분을 지어주는 생물리학적 기초를 확인한다. 모든 생명현상이 작동하는 방식과 다름없이 인간의 집단적 생명을 유지해주는 경제활동 역시 자연과 끊임없이 물질대사를 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경제활동 역시 당연하게도 자연계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열역학 법칙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 보존 법칙)이 기존의 생산함수를 어떻게 수정하도록 만드는지, 그리고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 법칙)은 경제의 무한성장에 어떻게 한계를 지우는지에 대해서 살펴본다. 3장에서는 기후위기와 인간 경제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점인 ‘경제의 무한성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지구의 한계를 이미 부분적으로 넘어버린 인간 경제는 ‘꽉 찬 세상’으로 진입하였고, 무한성장은 기술혁신이나 다른 수단으로도 더 이상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게 되었다. 현실에서도 이미 1980년대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로성장에 수렴하고 있으며 한국 경제도 이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살펴본다. 이 책의 중심 주제를 다루는 4장에서는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넘어서지 않기 위해 무한성장을 제한할 경우 우리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고 유지될 수 있을지 짚는다. 달리던 자전거가 멈추면 넘어지듯, 무한성장을 그만두면 실업과 혼란을 수반하는 경기침체나 공황 상태에 빠져들지 않을까? 이에 대해 생태경제학자들이 해법으로 제시한 ‘정상상태 경제’, ‘도넛 경제’, ‘잘 설계된 성장 없는 경제’, ‘탈성장 경제’, ‘생태사회주의’ 등이 각각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경제성장과 자본주의에 새로운 관점과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세부적으로 비교한다. 그리고 OECD 국가의 일원이 된 지 27년이 넘은 선진국 한국 경제가 어떻게 무한성장 궤도에서 빠져나와 생태경제로 전환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짚어본다. 5장은 생태경제학의 분배정책을 소개한다. 특히 경제의 기본 주제인 성장-분배-시장정책에 대해 생태경제학이 기존 경제학과 달리 어떤 접근을 하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왜 파격적인 분배정책을 요구하는지도 알아본다. 나아가 기존 경제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시장가격 메커니즘을 어떻게 수용하는지, 또 시장가격을 기후위기 해결에 어떻게 활용하려 하는지 알아본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ESG나 RE100을 생태경제학이 평가하는 방식과 금융에 대한 독특한 접근법도 함께 짚는다. 결론 부분에서는 지금까지 정리한 생태경제학의 관점과 정책들을 종합하여 새로운 경제개혁 전략과 정책을 어떻게 구성해낼 수 있을지 시론적인 모색을 한다. 그리고 생태경제가 추구해야 할 7가지 개혁 과제와 기후위기 대응이 안고 있는 2가지 난제인 ‘규모’와 ‘속도’의 문제를 환기하고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에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생태국가를 호명하고 시민의 행동을 촉구한다. 국내 저자가 집필한 최초의 생태경제학 입문서 한국에서 생태경제학은 연구하는 사람도 극소수이고 번역된 출판물도 매우 적다. 최근 들어 탈성장 관련 서적들이 꽤 번역되기 시작했지만, 대체로 그 내용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생태경제학의 원리나 이론체계를 충분히 소개해주고 있지는 않다. 그렇기에 이 책은 생태경제학에 관한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는 목적으로 집필되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분야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사기업과 시민사회, 공공영역을 모두 경험한 저자가 다양한 문헌과 자료를 바탕으로 생태경제학의 발상과 문제의식, 기본원리들이 어떻게 기존 경제의 관점이나 정책과 확연히 구분될 수 있는지 독자들에게 쉽고 분명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이 책은 생태경제학이 지구 생태계와 경제를 관계 짓는 방법, 다른 관점으로 재해석된 경제성장과 분배는 물론이고, 시장 이론이 어떻게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생태경제학의 기본원리들이 우리 사회경제의 대전환 과정에도 훌륭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그 시작점이 어디일지 찾기 위해 모색했다. 그러한 의도 아래 녹색성장에서 생태사회주의까지 생태경제학을 둘러싼 다양한 주장들을 폭넓게 소개하고 있지만, 특히 성장 패러다임을 거부하면서도 생태거시경제적 접근법으로 정책 설계를 모색하는 허먼 데일리, 팀 잭슨이나 ‘도넛 경제학’으로 유명한 케이트 레이워스 등의 견해에 무게를 싣는다. 특히 이 책은 모두 53개의 그림과 표 자료를 통해 흥미를 배가하고 독자의 이해를 도움으로써 입문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후와 경제에 관한 객관적인 현황을 근거로서 보여주는 기초자료는 물론이고 효과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가 공들여 직접 구성한 개념도 형식의 그림 자료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순환계에 소화계가 덧붙여진 경제 시스템”, “생태경제학의 다양한 대안들의 상대적 위치”, “생태경제와 생태사회주의의 상대적 위치”, “정의로운 사회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동시에 만들기 위한 전략들의 위치”, “기업이 생태적 책임을 지는 방식에 대한 유형 분류와 국가의 역할”, “부침을 겪어온 성장주의 신화”,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 관점들의 구성” 같은 것들이다. 환경주의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생태경제학 저자는 생태경제학의 관점을 빌려 다음의 세 가지 주장을 독자들에게 전하려 한다. 첫째, 무한한 경제성장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생태경제학이 명확히 입증했다. 둘째, 글로벌 경제는 이미 지구 생태계의 경계선을 넘었으므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무한 경제성장을 멈추고 에너지와 물질자원 처리량 규모를 줄여나가야 한다. 물론 한국도 이를 따라야 한다. 셋째, 경제 규모 팽창을 멈추는 대신 사회구성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분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모든 정책과 실천들은 위의 세 가지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 책은 기후와 환경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생태경제학 교양서일 뿐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경제의 전환을 상상하고 재설계하려는 기후운동가나 정책 담당자들에게 풍부하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이론적, 실천적 통찰력을 크게 넓혀줄 것이다. 특히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의 지속과 기후위기 해결의 가능성, 성장주의 이후의 웰빙경제 대안, 정의로운 분배개혁의 과제, ESG와 RE100을 어떻게 볼 것인지의 관점,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에너지 대란을 바라보는 기본 관점 등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향후 생태경제학의 관점에서 한국 경제와 기후위기에 관한 더 많은 논쟁과 토론을 벌이기 위한 촉진제로 활용될 수 있고 그리하여 더 나은 경제정책 설계와 기후대응 실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천 없는 사상은 좌절을 부르고, 사상 없는 실천은 실패를 부른다”면서 기후운동 실천과 이를 뒷받침할 경제학 이론을 모두 강조한 생태경제학자 피터 빅터의 조언이 이 책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생태경제학의 다소 낯선 이론들을 쉽고 간결하게 요약해줄 뿐만 아니라 생태경제학 태동부터 최근까지 방대한 레퍼런스를 충실히 소개해주어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생태경제학에 입문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상당히 절약해준다는 것이다. -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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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모든 것을 바꾸어놓을 것이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물적 성장을 더는 할 수 없기에…. 희망은 욕망으로 은폐되어 끝없이 성장해야 하는 지금 체계를 긍정하지 않고, 부수고 나가는 데서 열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더 커지는 세상이 아니라 더 좋아지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까?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저자의 치열한 학습으로 이루어진 풍부한 내용에 감탄하게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읽은 책 중 내게 통찰력을 가장 크게 넓혀준 책이다. - 조천호 (대기과학자, 경희사이버대학교 기후변화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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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하 안정화도 탄소중립도 지금 상태라면 불가능하다.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싶을 때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다른 경제학이 필요하다. 이 책은 지구 생태계와 인간 경제를 연결하고, 성장이 아니라 지구 한계 안에서 필요를 모색하며,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들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어떻게 구현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한다. 이 끝없는 질문 속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와 한국 사회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고 싶은 책이다. -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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