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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섬 _ 010 소똥구리 _ 012 금달래 _ 015
해 _ 019 내 남편 내 낭군 _ 022
풀꽃 _ 024 칙칙폭폭 _ 027 아파트 _ 030
지남철 _ 032 플라스틱 숟가락 _ 037
토마스 아퀴나스 _ 042 가을 _ 047
제삿날 _ 048 바다 1 _ 049 통일교 _ 050
사도광산 _ 057 사람 _ 061 곡비 _ 062
바다 2 _ 064 눈 _ 065 바다 _ 066
시 쓰는 사람 _ 070 이상범의 산골집 _ 074
우포늪 _ 075 국조 _ 076 흥 _ 078
가체 _ 081 금발의 제니 _ 085 탈바가지 _ 089
쓰레기 _ 092 아무거나 _ 94 백록담 _ 96
그림자 _ 097 똥 덩어리 _ 100 아들아 딸아 _ 101
한 번뿐 _ 103 없다 _ 105 소리 _ 107
산대미 _ 110 은장도 _ 117 중학 2학년 _ 120
짝째비 _ 125 햄스터 _ 130 때죽나무 _ 133
쌍가매 _ 137 뚜레박이 잠자는 집 _ 140
못 볼 것 _ 142 황사 _ 147 반가사유상 _ 151
실버타운 _ 155 있을 것이다 _ 158
돌구름 _ 160 아내 _ 162 추석 _ 163
석남사 도토리 _ 164 몹쓸 풀 _ 168
어찌할꼬 _ 169 소리쟁이 _ 174 망초꽃 _ 177
백조의 호수 _ 180 비둘기 _ 183 어어이 _ 188
코 _ 190 가메루꾸 시메루꾸 _ 193
안 먹고도 _ 196 비 _ 198 고인돌 _ 200
아기 _ 203 북한 무인 드론기 _ 206 비 _ 209
잠 깨어 보니 _ 210 우습다 _ 211
까치 한 마리 _ 212

저자 소개 1

1939년 대구 출생 1959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수료 1981년 『허생의 살구나무』를 냄 1983년 대구문학상 수상 1998년 《현대문학》 등단 『떠리미』 『날은 저물고』 『헛간』 『보리곡식을 걷을 때의 슬픔』 『복개천』 『초가삼간 오막살이』 등 18권의 시집과 시 선집 『그리운 집이여』, 시·산문집 『석남사 도토리』, 동시 선집 『눈물 많은 동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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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13쪽 | 234g | 125*200*20mm
ISBN13
9791189847531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책 속으로

엄마는 그 무당이 오면 밥을 잘 차려주었고 우리들 모르게 용돈도 주었다. 엄마는 무엇인가 답답한 일이 있으면 누나에게 그 무당을 불러오게 했다. 그 무당은 우리 동네에서는 모두가 잘 아는 무당으로 ‘금달래’라고 부르며 천히 여겼다. 나는 그때 그 여인을 왜 금달래라고 불렀는지 지금도 모른다.
--- p.15

나는 해를 볼 때마다 생명은 해같이 아무 말 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명이 있을 때 생명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울지 말고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가 언제 나 하늘에 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오늘도 하늘에 있는 해를 보고 말한다. 나 없을 때 있으니 나 있을 때 오너라. 그리고 다시 말한다. 나 없을때도 오너라. 나 없어도 있는 것 같이 오래도록 하늘에 떠 있거라.
--- p.21

나는 그 풀꽃을 본 후 세상은 울며 사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억 만년 세월 속에 잠시 존재했다 사라져도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보여준 그 화안한 웃음. 나도 풀 같은 생명이지만 세상의 온갖 생명 속에서 웃으며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아직 그 풀꽃 이름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 풀꽃을 생각하면 살아있는 것이 행복하다.
--- p.26

기차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 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 새벽 두 시 잠 깨어 창밖을 내다보니 아파트가 객차 같다. 대부분 불 꺼져 있으나 밤새도록 불 켜진 집도 있다. 참으로 먼길을 모두 객차 타고 온 것 같다. 불 꺼진 집은 손님을 내려 주고 온 빈객차 같다. 어디에서 환승하고 온 사람들 모두 고단한 것 같다.
--- p.27

안심이 됐다

바닷가에 서 있으니
바다가 세상 땅끝에 닿아있어
안심이 됐다

누군가
데려온 바다

세상 어디에고
안 가 본 곳이 없는 바다

그 끝에서
울고 있는 바다
---「바다 1」중에서

나는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원님 덕에 나팔 불다』라고 하고 싶었다. 시끄러워하는 줄도 모르고 평생 나팔을 불었으니 나 때문에 고생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부끄럽다. 그러나 다행히 나의 원님은 사람이 아니고 하늘이다. 평생을 쳐다보아도 아무 말도 소리도 없는 그 하늘을 보고 나는 나팔을 불었다.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나팔은 오래되어 고장이 나 불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찌그러진 헌 나팔을 어디 버릴 곳도 없어 할 수 없이 들고 있다. 내 원님은 끝이 없는 하늘이다. 못쓰는 헌 것을 가져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나는 처음부터 내가 나팔 부는 사람으로는 부적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도 나팔을 불었다. 세상에 난 것이 부적하고 사는 것이 부적하고 죽는 것도 부적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 나팔소리는 시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동시도 아니었다. 시끄러운 잡음이었다.

나팔은 원래 원님 있을 때 불어야 하지만 나는 언제나 원님 지나간 뒤에 혼자 나팔을 불었다. 그러니 불어도 소용없는 나팔이었다.

머리말을 쓰라고 하여 또 나팔을 불었는데 걱정이 된다.

---「머리말」중에서

출판사 리뷰

그가 서라벌 예대를 수료했다는 사실은 그가 청소년 시절부터 문학을 평생의 화두로 삼았다는 것을 일러준다. 전국에서 글 좀 쓴다는 사람이 몰려든 그 학교에서 그는 서정주 시인을 만났다. 첫 수업에서 시를 보여준 그는 당시 ‘한국 시의 정부’란 평가를 받던 미당으로부터 ‘자네를 올해 안에 시인으로 내세워줌세’란 말을 들었다고 한다. 동급생들의 부러움을 샀던 그는 서정주 시인의 손길을 뿌리쳤다. 지금 추천 받으면 평생 서정주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겠다는 자각이 들더란 것. 그 후 학교와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길로 나서게 되었는데, 평생 ‘시 같지 않은 시’를 쓰는 데 목표를 두었다. 산문과 운문이 다르지 않은 시, 시와 동시와 시조가 다르지 않은 보통 말로 쓴 시, 세상에는 없는 그런 시를 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가 펴낸 16권의 시집을 펼쳐보면 과연 산문과 운문의 구분이 없고 시와 동시와 시조가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화려한 기교나 기발한 발상에 눈 돌리지 않고 오로지 자연과 인간 삶의 궁극적 지점을 찾아가는 게 그의 시 세계이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으면 명치끝을 치받는 느낌이 든다. 우리 마음의 밑마닥에 자리하고 있는 근원적인 슬픔, 쓸쓸함, 적막함 따위의 감정이 그것이다.
―장옥관 시인 〈적막을 넘어가는 적막에서 만나는 동시〉中, 《동시발전소》2022겨울호

이번에 선보이는 이문길 시인의 시·산문집 『석남사 도토리』는 장옥관 시인이 밝힌 바와 같이 “산문과 운문의 구분이 없고 시와 동시와 시조가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화려한 기교나 기발한 발상에 눈 돌리지 않고 오로지 자연과 인간 삶의 궁극적 지점을 찾아가는” 이문길 시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담백한 산문 사이사이 숨구멍처럼 자리한 미발표 신작 시들은 독자로 하여금 한층 더 깊숙한 지점에서의 적막함에 사무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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