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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ard Jacob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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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나오는 질문. 닳고 닳은, 진부하고 케케묵은, 웃기면서 슬픈 질문. ‘그리고 그래서 그다음엔……?’ 도저한 철학자와 문맹의 바보가 똑같이 던지는 질문. ‘그리고 그래서 그다음엔……?’ 질투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처럼, 질투는 들쑥날쑥한 인간 군상을 다림질하듯 평준화한다. --- p.305
섹스는 만물의 본질이다. 물론 책도, 그 역사도 섹스를 내포한다. 인간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다. 버스나 기차에서 독서 중인 사람들을 보라. 관능적인 기대에 부풀어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꼭 누군가의 옷을 벗기는 동작 같지 않은가? 하물며 세월과 경험이 책의 가치를 정하는 곳에서는 어떻겠는가. 이제까지 그 책장에 닿았던 손가락 수를 생각하면, 책장 넘기는 일이 더더욱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래, 인정은 한다. 이게 모두의 취향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표지에서 풍겨 나오는 새것의 냄새를 선호할 것이다. 누군가가 뚫리지 않은 처녀막을 선호하듯이. 우리 모두는 나름나름으로 환자다. --- p.108~109 어떠한 감정의 맥박과 영혼의 동요가 있었기에 그녀는 우리 결혼생활의 올곧은 길을 벗어나 불륜의 어귀로 들어갔을까? --- p.165 마리사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없을 때, 그녀의 영혼에게 물었다. 이런 식의 집요한 물음은 엄연히 사랑의 행위였다. --- p.166 우리 둘 다 사랑은 결국 죽는다는 걸 알아요. 뜨겁던 사랑은 식어버리고, 열렬했던 사랑은 습관이 돼버리죠. 한갓 의리와 온정으로 추락하죠. 그 안에 잔혹성이 있지 않다면. 신체적 위해나 폭력이 아니라, 잔혹성 말이에요. --- p.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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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아름다운 여자, 마리사를 다른 남자로부터 빼앗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마음을 채울 수 없는 남자. 그녀를 또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주고 나서야, 그리하여 지독한 질투와 상실감을 온몸과 마음으로 체감하고 나서야 자신의 사랑을 완성할 수 있다고 믿는 남자. 그런 펠릭스의 앞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죽음의 향기를 풍기는 매력적인 남자 마리우스가 나타난다. 펠릭스는 두 남녀를 서로 사랑하게 만들기 위한 계획을 실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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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외도를 바라는 남편, 과연 사랑일까?”
《영국 남자의 문제》맨부커상 수상작가 하워드 제이콥슨의 섹시하고 도발적인 문제작 “‘그를 사랑하라’고 했을 때, 당신의 진심은 무엇이었나?” 그녀가 없을 때, 그녀의 영혼에게 물었다. 이런 집요한 물음은 엄연히 사랑의 행위였다. ‘정상이란 없다, 우리 모두는 나름나름으로 환자라고 믿는 남자의 한 여인을 향한 가장 불온하고 숭고한 사랑의 찬가.’ 하워드 제이콥슨의 대표작 《사랑의 행위》는 ‘자신의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내어주는 남편’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로 인해 출간 당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문제작이다.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녀를 언젠가 잃는 것이 두렵고, 그렇기에 오히려 ‘상실’의 시기를 앞당기려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제이콥슨의 작품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사랑과 상실’이라는 주제가 가장 전면에 드러난 작품이다. 출간 직후, [가디언]의 두 문학기자로부터 각각 “맨부커상을 수상했어야 할 작품”, “그저 한 편의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작품”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이 소설은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엇갈린 평을 들으며 그해에 출간된 소설 중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다. “가장 불온하고 숭고한 사랑의 찬가” - 사랑하기에 자신의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내어주는, 역설의 사랑법 어쨌든 4시였다. 양도의 시간. 음란한 계약의 미덕은 모두에게 이로운 무언가가 그 안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아내, 연인, 남편. 나는 남편이었다. - 본문 중에서 여기 사랑과 상실이라는 대립되는 개념에 골몰하는 펠릭스라는 남자가 있다. 사랑은 누군가에게는 기쁨만을 선사하겠지만, ‘한 여자를 사랑하면 할수록 상실에 대한 두려움도 더 커지는’ 펠릭스에게는 필연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감정이다. 그렇기에 그는 ‘비극과 파멸에 대비하고, 보험에 가입하고, 자신을 단련’하는 것처럼 사랑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사랑하는 이를 상실하는 시기를 앞당기려 한다. 그 자신도 다른 남자로부터 쟁취해낸 이상적인 미(美)를 지닌 아내 마리사, 그녀의 마음이 먼저 떠나거나, 혹은 둘 사이의 사랑이 ‘한갓 의리와 온정으로 추락’하기 전에 그는 스스로 ‘뻐꾸기 남편’이 되어 사랑과 상실, 질투 간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려 한다. 한 여자를 사랑하면 할수록 상실에 대한 두려움도 더 커진다. 그러니 그녀의 상실을 당신의 상상과 마음이 함께 연습한다면, 그야말로 합리적인 전략 아니겠는가? 당신의 심장이 한갓 물렁살에 지나지 않는다면, 미래가 당신을 놀라게 하기 전에 당신이 미래를 놀라게 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극적인 사건 전개보다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 위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일반적인 시선으로 볼 때 ‘비정상’이라고 밖에는 느껴지지 않는 펠릭스의 사랑론을 치밀하게 탐구해나간다. 사랑이 변질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잃는 것에 대한 불안함, 사랑하는 이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 등 사랑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감정이 한없이 다양한 색채의 스펙트럼으로 펼쳐진다. 《영국 남자의 문제》에서도 다뤘던 ‘사랑과 상실’이라는 주제가 더욱 전면에 드러나 있는 이번 소설은 사랑에 관한 상념이자 탐구를 담은 일종의 철학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관찰과 심문, 이것이 우리가 빈약한 관계에서 사랑을 아는 방식이다. 그 대상을 집어삼키고픈 욕망, 사랑하는 이를 온전히 소화해내기 전에는 결코 가라앉지 않는 그 욕망을 통해 우리는 사랑을 배운다. ? 본문 중에서 “욕망이 사는 곳은 성찬과 진창 사이, 주인 없는 비좁은 땅” - 성(性)과 속(俗), 사랑과 욕망, 정상과 비정상에 경계란 없다! 너무 잔인하다, 우리 사회가 행복한 부부의 이상향을 도매금으로 팔아치우는 방식은. 이 사회는 사람들에게 독특해질 여지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대체로 우리는 독특해야만 일정 수준의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 소외당하고 외로워서 죽을 수는 있어도 변태여서 죽지는 않는다. 변태는 이따금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감을 품기도 하지만, 자기가 살아 있음을 안다. ? 본문 중에서 소위 ‘변태’적인 취향을 지닌 남편 때문에 괴로워하는 비서 덜시에게 펠릭스는 “덜시, 정상이란 건 없어.”라고 충고한다. 정상은 무엇이며 비정상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 둘의 기준을 가르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대신 ‘변태들은 정상인보다 행복하다’는 엉뚱한 대답을 하며 사랑과 욕망이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인 것처럼 모든 예술과 문학에는 성(性)과 속(俗), 정상과 비정상, 고급문화와 저급문화가 뒤섞여 혼재할 수밖에 없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제인 에어》는 진지하게 쓰인 소설인가 감상적인 음란물인가? 안나 카레니나가 브론스키에게 실연당하고 섧게 흐느끼는 순간, 우리가 보는 것은 위대한 비극작품인가 싸구려 통속소설인가? 정답은 ‘둘 다’다. 욕망이 사는 곳은 성찬과 진창 사이, 주인 없는 비좁은 땅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펠릭스가 예시로 삼는 각종 명화와 학설, 논거, 문학적 수사법에 힘입어 그의 사랑과 욕망을 ‘온갖 문학과 예술적 알레고리가 꽃피는 고문의 정원’으로 그려내기에 이른다. 아내와 그 연인을 훔쳐보는 그의 관음증은 ‘관능적인 기대로 가득 차’ 책장을 넘기는 독자의 호기심으로 치환되고, 그와 마리사는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칸다울레스 왕과 뤼디아 등 질투로 사랑을 표현하는 문학 속 등장인물에 비교되며, 프라고나르의 [그네], 로렌스의 [블레싱턴 백작부인의 초상화] 등의 예술 작품에서 사랑과 질투의 공생관계를 찾아내는 식이다. 오디세우스, 당신이 거친 파도 위에서 꾸물대는 사이 당신의 아내 페넬로페를 넘보는 작자들이 무척 많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엔 그녀의 두 귀가 모자랄 지경이라고. 그러니까 잘 들어봐, 그 수많은 구혼자들이 당신 아내한테 뭐라고 얘기하는지. 이렇듯 문학이란, 우리의 부정한 욕망에 영합하는 뚜쟁이. 이렇듯 독자란, 뻐꾸기 남편만큼이나 부정한 존재. 다음, 그다음을 끝도 없이 듣고 싶어 하는. ‘그래서 다음엔, 그다음엔 어떻게……?’ ? 본문 중에서 사랑과 욕망, 예술에 관한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고찰과 제이콥슨 특유의 재치 넘치는 입담과 위트, 탐미적이고 수려한 문장이 한데 어우러진 《사랑의 행위》는 가히 제이콥슨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출간 당시 신랄한 혹평과 열광에 가까운 찬사를 한몸에 받은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각자의 사랑, 애정, 욕망에 관해 다시금 고찰해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