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르는 날아가고구름해석전문가완전한 집만주귀가내 가슴은 돌처럼 차갑고 단단하다해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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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늪에 가라앉아움츠리고 서성이고 스스로가 보아도 낯선복잡한 인연으로 쌓인 업을 스스로 풀 길이 없음을 깨닫게 되면,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미움받지 않게 해달라고, 간신히 빌 수 있을 뿐이다. (…) 소망이 소중한 이유는 노력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_「완전한 집」 84-85쪽부희령의 인물들은 반복하는 관계의 순환 속에 존재한다. 일부는 이별하지 못한 채 운명에 갇혀 있고 일부는 이별로 관계를 벗어난다. 「콘도르는 날아가고」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소녀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집을 떠나자 현관문에 방범문을 덧달고 담장 위에 쇠창살을 빙 둘러 박는다. 「만주」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 조선 농민들이 땅을 빼앗기고 만주로 강제이주 되던 때이다. 주인공 임돈은 “세상과의 아득한 거리를 모르핀 삼아 자기만의 세계로 달아나”(127쪽)려 하지만, 죽음에 이른 순간 자신이 세상과 한 번도 분리된 적이 없음을 깨닫는다. 「귀가」에서는 과거의 온갖 형상과 얽혀 이 세계와 이별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끝내 닿지 못하는 ‘나’가 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여기는 밖이고, 지금은 밤이고, 집에는 내가 없다”(134쪽)고 하지만 “캄캄한 골목 어둠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면서” “신발이 벗겨질 것 같아 초조해하며” “온 힘을 다해” 달려도 골목은 영영 끝나지 않을 듯 이어진다. “귀가”하지 못한 나는 “이따금 옛집에 돌아가는 꿈을 꾼다”.(155쪽) 모두 떠나보낸 집안에는 생기가 없다. “이럴 수가 있나. 집이라는 건, 언제나 굳건하게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린아이인 나는 어른의 목소리로 중얼거린다.”(155쪽) 「내 가슴은 돌처럼 차갑고 단단하다」는 ‘무거움’을 덜어내고 이 세계에 붙박여 거듭나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교양과 품위를 지키며 사는 네 명의 중년은 주말이면 모여 자신들의 죄악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그것이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는다. 그들이 원하는 건 선한 삶이 아니라 ‘무거움’을 덜어내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구름해석전문가」의 이경은 선우가 준 노트북을 들고 소설을 쓰기 위해 포카라로 간다. 하지만 노트북의 암호를 몰라 한 글자도 쓰지 못한다. 게다가 노트북을 준 선우는 다시 돌려달라고 계속 카톡을 보낸다. 「완전한 집」의 금희 역시 관계의 늪에 빠져 있다. 포카라에 온 지 사흘째 되는 날 9년 만에 승문에게 메일을 받은 금희. “승문은 10여 년 전 인도와 네팔을 오래 떠돌다가 석 달 정도 한국에 머물면서 금희와 함께 살던 집을 팔았다. 그리고 문서와 현실 속의 모든 인연을 정리하고 떠났다. 미얀마로 가서 단기 출가할 작정이라고 했다.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66쪽) 금희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알게 된 윤의 권유로 포카라에 왔지만 정작 승문의 자취를 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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