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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줍고 고치고 나누는 소중함의 세계] 새로 물건을 사는 것보다 줍거나 고쳐 쓰는 게 익숙한 이건해 작가의 ‘아끼는 날들’이 담긴 이야기. 억척스러워 보이다가도, 물건들이 지닌 이야기와 관계들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에 아끼는 것이 별 것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된다. 가지고 있는 것들의 이야기를 다시 보게 되는 책. - 에세이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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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1부. 줍거나 혹은 고치거나 시계 약 바꾸기와 재주에 관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선풍기 보내기의 어려움 쓸모는 없지만 버리기도 아까운 새해와 맥북의 죽음 앞에 서서 내가 고칠 수 있으면 고쳐야지 뭐 신발의 수명과 관리와 나의 죗값 아껴 쓰려던 폰을 거의 죽일 뻔하고 프린터와의 전쟁 2부. 사고팔기의 미학 중고책과 하지 않는 게 나은 환경 보호 십수 년 전에 산 농구공을 팔아 치우며 로봇 청소기와 공생하는 법 그래도, 중고 거래 패딩을 사고파는 장인정신 3부. 돈 쓰는 일의 어려움 아무 슬리퍼나 신어도 될 줄 아셨습니까? 새로 나온 책 빌릴까 살까 난리블루스 식당 앞의 메뉴판 염탐자 돌리면 커피와 금은보화가 나오는 맷돌 써야 하는 돈이 보여준 동네 좋은 선물 주기의 난해함 그 택배는 어디로 갔을까 4부. 아끼는 마음으로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된다는 거짓말 기어서 호텔 속으로 기어서 카페 속으로 걷기만으로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루겠다는 야망 신 포도가 아닐 수 있으니 유행은 따라가 볼 것 맛있는 것 찾아 먹기를 더 열심히 할 걸 그랬어 인형에게 나를 부탁하며 몰려오는 아픔이 나를 괴롭힐 때 닫는 글 |
이건해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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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함만을 추구할 순 없는 세상,
줍고 고치고 사고팔며 가끔 나누는 ‘오래된 미래’ 같은 이야기들 “온라인 서점에서 200원이 입금되었다. 뭐지? 무슨 이벤트나 적립금인가? 의아해서 내역을 확인해 보니, 중고서적 판매 정산금이었다.” 판매금 2,700원에서 택배비 2,500원을 뺀 200원. 저자에게 이번 200원은 상처가 나름대로 각별했다. 그야말로 하등 쓸모없는 짓을 했구나 싶어 회한마저 느꼈다. 책 상태가 안 좋으면 그럴 수도 있는 법인데 가볍게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이번에 판 책들은 ‘굳이 주워 온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컴퓨터를 주워 와 부팅이 될 때까지 손본다. 문장으로 쓰면 지극히 간단하지만 여간 번거로운 짓이 아니다. “프랑켄슈타인 씨가 이 무덤 저 무덤을 파헤쳐 신선한 장기를 손에 넣은 다음 열심히 꿰매고 전기 충격을 가하는 것과 비슷한 짓이다. 심지어 십중팔구 멀쩡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것까지 똑같다.” (역시 주워 온) 로봇 청소기를 뜻대로 사용하기 위해 분투하는 저자의 모습은 과거에 쓰여진 근미래 SF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F에서 대개 그렇듯 이 책에 등장하는 로봇 청소기는 인간적이다. “만사 마음대로 되는 게 없고 상대에 딱 맞춰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렇게 정이 든 로봇 청소기 앞에 새로 주워 온 로봇 청소기가 등장했으니, 과연 그들의 운명은… 요즘은 전자제품이 고장 나면 공식 서비스센터에서도 잘 고쳐 주지 않고 새것을 사라고 유도하려 드니, 저자는 사설 수리점과 셀프 수리의 기나긴 여정에서 자주 고뇌하고 좌절한다. (영화 ‘애프터 양’의 주요 모티브다.) 이렇듯 저자 이건해는 “아무리 품이 들어도 내가 해서 아낄 수 있는 돈이라면 아끼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 산다. 그러자니 몸이 고단해지기도 하고 부끄럽다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2017)으로 데뷔했고, SF 단편 〈자애의 빛〉으로 황금가지 문학 공모전 우수상을 받은 이건해 작가는, 블로그 1세대로 오랫동안 본업 외의 다양한 글을 써 왔다. 그의 글은 『월간 에세이』에도 실리고, 인기 팟캐스트 ‘조용한 생활(슬퍼지려 하기 전에)’에서 김혜리/이슬아 작가를 배꼽 잡게도 하고, 스마트폰 등장 이전의 전자기기에 대한 수필 앤솔러지 『한때 우리의 전부였던』에도 수록되었다. 그가 아주 오래된 습관처럼 쓰는 일기와 수필은 종종 카카오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에 올라온다. 이 책 『아끼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은 브런치북 경쟁 부문에 출품된 8,150여 편(역대 최대 규모) 중 특별상을 수상한 원고를 개정 증보해 출간한 도서로, 이건해 작가의 첫 에세이집이다. 남겨진 물건에는 복이 있다 사실은 아니더라도 믿으면 아름다운 말 길에 버려진 물건조차 아깝고 마음이 쓰이는 (사용하는 물건은 오죽하겠는가) 저자의 일상은 합리적이며 철저하지만 자주 고단한 모습이라 ‘저러진 말아야지’ 하는 교훈을 얻기도 하고 ‘나는 약과구나’ 하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손목시계 약을 바꾸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고 중고 거래에 포함된 택배 노동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우리 사회를 성찰해 보게도 된다. 실용적이면서도 생각거리를 던진다. 저성장, 기후위기, 빈부 격차, 인구 소멸…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풍족한 미래를 마냥 기대해선 안 될 것 같다. 당근마켓의 유행으로 중고 거래가 새삼 주목받는 요즘이기도 하다. 『아끼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은 이미 아주 보편적인 삶의 풍경이기도 하다. 이런 풍경들, ─ 나는 그 선량해 보이는 판매자, 정확히는 판매자의 남편의 도움을 받아 모니터를 내가 챙겨간 뽁뽁이로 감아서 쇼핑백에 넣고, 10만 원을 송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20분 정도가 걸렸다. 5킬 로그램이나 나가는 거대한 취급주의 물품을 한 팔로 들고 오기가 쉽지 않았다. 10분쯤 걸은 뒤에는 아예 모니터를 품에 안듯이 두 손으로 들어야 했다. 방에 돌아오니 얼굴에 땀이 줄줄 흘렀다.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이 아니라 모니터를 팔았으면 얼어죽진 않았겠구나 싶었다. - ‘여는 글: 남겨진 물건에는 복이 있나니’ 중에서 ─ 어떤 작업이든 눈에 드러난 부분은 아주 쉬워 보이더라도 그 이면에 어떤 밑준비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남이 하는 일을 보고 ‘그까짓 거 나도 하겠다.’ 같은 말은 쉽게 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손목시계 배터리를 직접 교체하면서 내가 얻은 소소한 교훈이다. - ‘시계 약 바꾸기와 재주에 관하여’ 중에서 ─ 동네 중고 거래가 활성화된 덕분에 …… 쇼핑백 같은 걸 들고 누군가를 만나면서 굉장히 반가워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요즘 세상에 생판 모르는 남을 만나면서 그렇게 반기는 모습이 또 있을까? 별 호들갑이라거나 어차피 잠깐 거래만 하고 헤어질 사이인데 그렇게까지 감정 교류를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로 짧고 간단한 교류도 갈라진 땅에 떨어지는 단비가 되기도 한다. 금문교에 자살하러 가던 사람 중에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내게 미소지어 준다면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사람도 있다지 않은가. - ‘그래도, 중고 거래’ 중에서 오래 쓴 물건이 고장나면 일단 고쳐 본다. 안 쓰는 물건은 팔까, 누구 줄 사람이 없을까 생각한다. 버려진 물건이라도 필요하다면 일단 고민한다. 식당에 가면 500원 비싼 밥을 먹어도 될까 자문하곤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관리하는 우리의 삶에 복이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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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은 물건을 통한 관계맺기의 기록이다. 이건해의 에세이 속에서 전자제품을 포함한 현대의 생활용품들은 저자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증명하고 정리하고, 낯선 이들 혹은 친숙한 사람들과의 관계맺기를 표상한다. 그래서 이건해의 에세이는 다정하다. 물건을 아끼고 고쳐 쓰고 소중히 다루는 이유는 저자가 단언하듯이 돈이 부족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건해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그 세상 속의 모든 존재를 기본적으로 소중하게 대한다. 오래된 관계를 아끼고 사랑하고 처음 보는 낡은 물건 안에서도 가치를 발견하거나 혹은 발견하려 애쓴다. 그 ‘애씀’과 ‘아낌’이 귀하다. 거기에 공감해서 나도 내가 아끼는 물건들, 아꼈던 물건들, 소중한 관계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시계 배터리 가는 법을 배우고 싶어졌지만…… 아끼는 시계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참으려 한다. - 정보라 (『저주토끼』 작가 /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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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떤 글에 있는가? 쏟아지는 소설과 수기를 보다 보면 다들 충격적이고 거창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경쟁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이야기가 너무 많아지다 보면 오히려 비슷비슷해지고 지루해질 때도 있다. 엄청난 사건, 금기라고 생각한 소재를 들이미는 것. 비슷비슷하게 엄청난 사건이 터지고 비슷비슷한 방식으로 금기를 깨려고 하니까. 나는 진짜 삶은 그런 곳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하루하루의 평범한 시간 속에 삶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낡은 물건을 보며 언제 새것을 살지 고민하고, 중고 물품을 사면서 얼마나 돈을 절약할 수 있을지 궁리하는 이야기 속에 현대인의 생활과 고민이 드러나고 한국인의 장점과 단점이 돋보인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가장 평범한 순간순간, 물건을 구하고 사용하고 버리는 이야기가 평화롭게 가라앉은 필치를 따라 부드럽게 가지각색으로 흘러간다. 읽다 보면 편안한 감상 속에서 잠시 쉬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어떤 진지한 조사 보고서 못지않게 2023년 현재 삶의 모습을 잘 드러내 지적한다. 그리고 그 느낌과 지적 속에서 자연스레 현대의 삶 속에 필요한 여러 고민과 질문을 밝히는 이야기다. 인생이 어느 정도 잘 들어 있는 글이다. -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작가 /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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