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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다시 상상하는 세계의 생명성
유기쁨
눌민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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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9

서문 다시 호명되는 애니미즘 19
왜 애니미즘인가? 20

제1부 그들의 애니미즘: “무엇이 ‘그들’과 우리를 다르게 만드는가” 33

1장 차이의 물음 35
1. 새로운 세계와의 조우 37
낯선 존재들의만남 37
원주민이 낯선 백인을 만났을 때, “하늘에서 온 사람들”
침략자 유럽인들이 그 땅의 원주민을 만났을 때, 39
“영리하고 훌륭한 하인” 41
2. 근대 과학의 탄생 46
법칙에 지배되는 자연 46
인간, 자연, 초자연: 세 영역의 분리 48
과학적 접근법의 확산 51
3. 인류의 진보와 근대 문명 53
진보에 대한 낙관적 믿음 53
근대인의 자기 정체성 형성 58

2장 애니미즘 논의의 시작: 타일러의 애니미즘 61
1. 철로 위의 인간 63
2.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한 67
가설: 동일한 본성, 그리고 진화 67
문화과학, 종교과학의 시도 70
3. 타일러의 애니미즘 정의 75
바위에 올려둔 나뭇잎 75
참과 거짓의 문제? 77
그들에겐 종교가 없다? 79
최소한도의 종교 정의 86
오래된 물음: 무엇이 산 자와 죽은 자의 차이를 만드는가? 88
영혼의 물질성 92
영혼 교리의 확장 95
타일러의 “원시 종교”는 물리적 세계의 작용에 관한
(나름의) 합리적 설명이었다 102
4. 문화 발달과 잔존물 104
야만에서 문명으로 진화 104
잔존물: 현대 사회에 남아 있는 ‘무의미’하고 우스꽝스러운 관습 107
의미는 떠나고 형식만 남아 113
5. 계몽의 빛 114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타락한 현대인 대 고상한 야만인? 114
문명, 그녀는 앞으로 나아간다 118
문화과학은 개혁자의 과학 121

3장 낯선 타자에게 붙이는 멸칭의 꼬리표로서 애니미즘 127
1. 타일러의 유산, 그 선택적 전유 129
2. 애니미즘이란 꼬리표 132
3. 근대의 허구 136

제2부 우리의 애니미즘: “무엇이 우리와 그들을 연결하는가” 141

4장 애니미즘의 귀환 143
1. 배경: 생태 위기의 문제의식 확산 145
2. “다시 연결”의 희망과 애니미즘 153
3. 어쩌면 잔존이 아니라 생존, 살아남은 것 155

5장 “인간-사람”과 “비인간-사람” 157
1. 미래에서 온 물음: 인간이 사람일까? 159
2. 사람의 범위 162
사람의 의미 162
근대 서구의 “개인”이 사람의 보편적 기준은 아니다 168
비인간-사람 170
3. 새로운 애니미즘 176
투사가 아닌 존중 176
관계와 소통 178
4. 인간적인 것 너머의 세계 182
5. 우리의 물음: 지금 인간은 인간 외 존재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186

6장 인간과 동물 189
1.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부르는 자와
그가 동물이라고 부르는 것 사이의 관계 191
2. 인수공통 감염병이 퍼지는 시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함 200
3. 발견, 눈이 마주친 순간 204
보는 동시에 보이는 존재 204
다른 존재의 시점을 인정하는 애니미즘 210
4. 애니미즘과 동물-사람 217
동물의 영혼 217
토테미즘, 비인간 동물과 인간의 연결 222
비인간 동물을 사람으로 대한다는 것: 바바라 스머츠의 사례 227
5. 음식의 생명성과 “잡식동물의 딜레마” 231
사냥과 육식, 관계의 에티켓: 유카기르족의 사례 233
동물의 변형 240
죽이기를 은폐하지 않기: 마오리족의 경우 244
6. 어쩌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와 함께 살아가기 249

7장 인간과 식물: 숲과 함께 생각하기 255
1. 인간과 식물의 관계를 들여다본다는 것 257
2. 식물을 망각한 문화 260
식물의 존재론적 위치 260
식물맹 265
인간 생명의 모든 것은 식물과 연결된다 267
3. 식물의 생명성 272
식물의 지능 272
식물의 소통 278
식물의 공생 281
4. 애니미즘과 식물-사람 284
식물의 영혼 284
식물 숭배 288
식물-사람: 식물의 관여성을 존중하기 292
5. 식물-사람 논의의 곤경 298
6. 식물과 더불어 생각하기 306

8장 비인간 존재들과 관계 맺는 삶의 방식으로서 애니미즘 313
1. 시선을 되받는 존재들 317
2. 공존의 기술 320
세계의 생명성을 포착하기 320
시선의 존중과 번역 323
생명세계의 역동적 활기 327
3. 주고받는 세계 331
모스의 증여론 331
선물과 답례 333
생태계서비스 337
호혜적 주고받기와 공생 340

제3부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의 생명성에 대한 새로운 상상 347

9장 인간과 물체 349
1. 물질에 대한 생각 351
2. 물체의 영혼, 물체의 활력 355
3. “이 돌들은 모두 살아 있나요” 362

10장 기계의 아니마: 세 가지 풍경 365
1. 취약한 육체의 인간, 인간보다 더 활기찬 기계 367
2. 테크노 애니미즘 370
3. 트랜스휴먼의 꿈 378

11장 동식물의 생명성과 기계의 활력 389
1. 흔들리는 경계 391
2. 중립적인 기계와 기술의 환상 395

에필로그: 열린 세계 399
참고문헌 403
찾아보기 410

저자 소개 1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종교와 생태학 분야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생태철학과 환경윤리, 생활 속의 생태학을 강의하고 있다. 8년 전에 시골로 이주해서 농촌마을의 작은 집에서 개성이 뚜렷한 네 마리의 개들과 함께 살고 있다. 시골로 이주한 뒤 키우던 강아지, 닭, 꿀벌에게서도, 그리고 마당의 호두나무, 포도덩굴, 민들레, 잡초에게서도 생명 세계의 신비를 배우고 있다. 최근 발표한 논문으로는 「발 플럼우드의 철학적 애니미즘 연구: 장소에 기반한 유물론적 영성 개념을 중심으로」, 「잊힌 장소의 잊힌 존재들: 생태적 위험사회의 관계 맺기와 종교」,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종교와 생태학 분야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생태철학과 환경윤리, 생활 속의 생태학을 강의하고 있다. 8년 전에 시골로 이주해서 농촌마을의 작은 집에서 개성이 뚜렷한 네 마리의 개들과 함께 살고 있다. 시골로 이주한 뒤 키우던 강아지, 닭, 꿀벌에게서도, 그리고 마당의 호두나무, 포도덩굴, 민들레, 잡초에게서도 생명 세계의 신비를 배우고 있다. 최근 발표한 논문으로는 「발 플럼우드의 철학적 애니미즘 연구: 장소에 기반한 유물론적 영성 개념을 중심으로」, 「잊힌 장소의 잊힌 존재들: 생태적 위험사회의 관계 맺기와 종교」, 「핵에너지의 공포와 매혹: 한국인의 핵 경험과 기억의 정치」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생태학적 시선으로 만나는 종교』, 『아픔 넘어: 고통의 인문학』(공저), 『바이러스에 걸린 교회』(공저) 등이 있다. 역서로는 『원시문화: 신화, 철학, 종교, 언어, 기술, 그리고 관습의 발달에 관한 연구』,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트로브리안드 군도의 경작법과 농경 의례에 관한 연구』, 『세계관과 생태학: 종교, 철학, 그리고 환경』, 『문화로 본 종교학』 등이 있다. 현재 생태인문학의 지평을 확장해가며 나의 공부가 지역(사회, 생태계)과 잘 엮일 수 있는 길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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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526g | 145*205*20mm
ISBN13
9791187750666

책 속으로

인간들만이 무대 위 주인공이고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은 인간을 위한 소품이나 배경이라고 여길 때, 세상은 단조롭게 경험된다. 그러나 비인간 존재들의 생기와 활력을 민감하게 인식하기 시작할 때 인간적인 것보다 더 큰 다채롭고 풍부한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 p.17

애니미즘은 세계의 생명성, 공동체성을 다시 사유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된다. 무언가를 살아 있는 존재로 여긴다는 것은 관계로 들어가는 첫걸음이며, 고립된, 분리된 자아로부터 지역적 관계와 상호 관계 들의 열려 있는 그물 속으로 관심의 방향을 옮긴다는 뜻이다.
--- p.22

브뤼노 라투르는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여러 함의가 있는 말이지만, 무엇보다도 그 말은 객체의 세계와 주체의 세계가 분리 가능하다는 관념은 사실상 처음부터 환상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 p.27

자연의 법칙을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과학의 위상은 유례없이 높아졌다. 자연의 힘은 신비로움을 잃고 과학적으로 관찰되고 측정되고 예측될 수 있었고, 인간은 신성함을 잃은 자연을 거리낌 없이 정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에서의 근본적인 변화였다.
--- pp.47~48

타일러는 “만약 누군가 원시 시대에 인간의 사유와 행동은 현대 세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고 주장하려면, 그는 타당한 증거를 통해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태를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우리 눈에 낯설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개념이나 관습조차도 원래의 맥락에서는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형성된 개념이고 그에 따라 생성된 관습이라는 것이다.
--- p.69

영적인 존재들에 대한 믿음은 도처에서 나타난다. 이렇게 종교를 넓은 의미에서 정의하면, 타일러의 오만한 동시대인들이 비서구, 비근대 타자에 대해 증언하는 말과는 달리, 비서구, 비근대 타자의 문화와 근대 서구인의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 혹은 연속성이 눈에 들어온다. 타일러는 이러한 도처에서 발견되는 뿌리 깊은 영적인 존재들의 교리를 애니미즘animism이란 이름 하에 연구할 것을 제안하였다.
--- p.87

타일러의 눈에 비친 고대인 혹은 원시인의 영에 대한 믿음은 역사의 성장과 발전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즉 타일러는 원시인의 애니미즘에 점차 인격적인 속성과 신적 능력에 대한 관념들이 추가되면서 다신론polytheism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 p.99

타일러는 근대 서구 사회를 문화 발달의 최고점에 두고서, 야만에서 문명으로 진화해가는 인류 문화 발달의 기본 이론을 전개한다. 인류 문명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한 줄로 세우면, 가장 왼쪽에는 소위 야만인들이 자리하고, 가장 오른쪽에는 타일러 자신이 속한 근대 서구인의 문화가 자리한다는 것이 타일러의 생각이었다.
--- p.106

타일러는 아직도 잔존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인류의 유아기적 단계의 철학인 애니미즘이란 근대인으로서 극복해야 할 사고 체계로 보았다. 인류는 과거의 오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간다. 인류 문화의 역사는 그러한 진보의 흐름을 뚜렷이 보여준다. 야만인 철학자들은 생명이 없는 존재를 살아 있다고 믿었고 세계에 영들이 가득하다고 믿었지만, 결국 타일러가 볼 때 그러한 믿음은 극복되어야 할 잔존물에 불과하다.
--- p.120

그는 종종 인류의 역사에서 원시인의 시기를 유아기에 비유했고, 문화 발달의 초기 단계라고 보았다. 그리고 원시인은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본질을 인간이 아닌 다른 사물에게 그대로 적용한다고 생각했다. 원시인은 동식물을 포함해서 무생물에게까지도 영이 존재하며 이러한 영은 인간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숭배해야 한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 p.130

자연─인간 사회(문화)─초자연은 언제나 어떤 식으로든 뒤섞여왔다. 이를 무시하고 오로지 분리를 전제하고 강제하는 근대적 기획의 부작용으로, 현대 세계는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가장 큰 위기가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생태 위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연─인간─초자연 연결됨을 인정하는 것이 점점 더 요청되고 있다. 타일러의 애니미즘 논의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 p.139

서구─근대의 세계관이 생태 위기의 근본적 원인에 자리하고 있으니 멀리 떨어진 비근대(주로 전근대를 의미한다) 비서구 타자의 세계관에서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발상은 실은 근대인으로서의 “우리”와 전근대인으로서의 “그들”사이의 차이를 전제한다는 점에서는 “근대 지식인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 p.152

하비는 과연 사람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를 이야기하는 데 그 책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눈에 띄는 것은, 하비는 무엇보다도 “사람을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자”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곧, 사물을 논할 때에 비해 사람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성이다. 이러한 접근은 근대적인 인간 중심적 접근법과는 매우 차이가 있다.
--- pp.165~166

다른 종을 “사람”으로 부를 때, 자작나무 사람들, 곰 사람들, 바위 사람들로 일컬을 때, “다른 종을 주권자로 대우하고 하나의 독재가 아니라 종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세상, 물과 늑대에게 도덕적 책무를 지는 세상, 다른 종의 처지를 고려하는 법률 체계를 가진 세상”으로 향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 pp.173~174

오늘날 할로웰을 비롯한 많은 인류학자, 철학자, 종교학자 들은 애니미즘을 인간성의 투사가 아니라, 다른 존재들의 생명성을 (그리고 자신이 그것들을 다 알 수 없음을) 인정하는 존재론, 따라서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인간 중심적이지 않은 존재론으로 재해석한다.
--- p.176

비인간 동물과 눈에서 눈으로 만나는 경험이다. 브론 테일러는 그러한 경험들을 “눈에서 눈으로의 현현 eye-to-eye epiphanies”으로 명명한다. 눈에서 눈으로, 문화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생생한 만남의 경험은 많은 이들에게서 삶의 전환점이 되는 일종의 충격으로 작용했다. 동물의 눈을 바라보면서, 더 이상 어떤 사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로서 동물의 생명성을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 p.205

데리다는 벌거벗은 상태로 로고스의 시선을 받으면서, 나와 마주하고 나를 바라보며 심지어 벌거벗은 나를 바라보는 “대체할 수 없는 생명체”로서 그 고양이의 존재감을 새로이 느낀다. 데리다는 “바닥 없는 전적인 시선으로서, 타자의 눈으로서 ‘동물’이라는 이 시선”이 자신으로 하여금 “인간적인 것의 깊은 한계를 보도록”한다고 말한다.
--- p.207

우리는 동물을 발견하고 동물을 바라보지만, 동물도 우리를 발견하고 우리를 바라본다. 우리는 보통 동물을 바라보는 우리 인간의 시선에만 주의를 기울이느라, 인간을 바라보는 동물의 시선, 그 의미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쉽다. 그렇지만 대자연에 깃들어 살아온 많은 종족들에게 동물이라는 인간과 다른 부류의 존재들의 시선을 예민하게 인식하는 일은 생사를 좌우하는 일이었다.
--- p.209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애니미즘은 가령 인간이 숲에 대해─동물에 대해, 나무에 대해, 혹은 오히려 세계에 대해─어떻게 사유하느냐가 아니라 숲이─동물이, 나무가, 혹은 오히려 세계가─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묻는 일과 더욱 연관된다는 점이다.
--- p.213

우리가 루나족을 비롯한 애니미스트 원주민들과 함께 사유하다 보면, 우리는 인간 이외의 존재들과의 관계성을 의식하게 되고, 다른 존재의 시점을 의식하게 된다.
--- p.215

유카기르족은 이와 달리, 사람이 여러 형태를 취할 수 있으며, 인간은 수많은 사람들 중 단지 하나일 뿐이라고 여긴다. 비슷한 맥락에서, 유카기르족은 “세계가 눈eyes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강이나 호수, 나무로부터─동물은 물론이고─심지어 그림자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모든 존재는 우리의 시선gaze을 되받는 자신의 시점을 가지고 있다. 나는 바라보는 동시에 누군가에게 보이고 있다. 일방적인 관찰은 불가능하다. 관찰하는 나는 동시에 내가 관찰하는 대상으로부터 관찰되고 있다. 그러니 유카기르족의 세계는 매우 감응적인 세계이다.
--- p.235

사실 현대 세계에서 베어지는 나무를 자신처럼 여기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오늘날 생태 위기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동인이 있지만, 식물을 주로 수동적인 자원으로만 간주하는 세계관과 인간 중심적 존재론이야말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왔을 것이다. 그러한 세계관과 존재론은 식물에 대한 보살핌과 존중의 결여라는 결과로 나타났고, 이는 자연 서식지 파괴로 이어졌다. 그러한 세계관과 존재론에서 흔히 생명의 연속성은 무시되고, 인간, 비인간 동물, 식물 사이의 뚜렷한 단절이 가정된다.
--- p.261

에두아르도 콘은 숲의 여러 존재들의 생명성에 주목해온 루나족에게 애니미즘이란 “생명과 사고의 중요한 속성들을 증폭하고 드러냄으로써 세계 속에서 살아있는 사고에 주목하는 한 가지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 p.293

식물과 동물과 인간과 암석 등이 공통의 친족 관계를 맺는 “친족 중심적 생태학kincentric ecology”에 주목한다. 많은 애니미즘 문화에서 서로 다른 종들 사이의 공통의 친족 관계가 가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인간과 식물은 흔히 공통의 조상을 공유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 p.294

오래된 숲에 가본 적이 있는가? 생명을 다해 쓰러져 죽은 나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명이 다한 나무는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진다. 그 썩어가는 줄기는 수많은 동물, 균류,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그리고 주위에서 어린 나무들이 자라난다. 이렇게 식물 공동체가 이어지게 된다. 식물세계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이다.
--- p.310

만약 루나족이 숲의 무수한 비인간 존재들을 인간과 마찬가지로 주체적으로 생동하는 생명체로 여기지 않게 된다면, 그래서 비인간 존재들의 관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민감하게 대응하는 일을 멈추게 된다면, 더는 그들과 관계를 맺을 수도 없고, 그들을 사냥하거나 수확할 수도 없게 될 것이며, “관계의 그물망에서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이다.”
--- p.322

라투르에게서 “번역”이란 기본적으로 연결을 통해 관계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인간과 비인간 등 서로 다른 부류의 존재들은 끊임없는 번역 작업을 통해 낯선 존재와 관계를 맺고 의미를 창출한다. 라투르의 말을 빌리면, 관계 맺기의 과정에서 핵심은 그들의 낯선 시선을 번역하는 일이다.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과 공생을 위한 길을 모색할 때, 우리 인간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멀리 떨어진 높은 곳에서의 관찰과 조망이 아니라 종을 가로지르는 번역 작업인 것이다.
--- p.324

애니미스트들은 뒤얽혔다가 풀리고 풀렸다가 다시 얽히면서 움직이는 세계 속에서 얽기도 하고 풀기도 하면서 세계의 흐름에 동참하며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 p.328

낡은 애니미즘 이해를 버리고 인간과 비인간 세계를 다시 연결하는 어떤 태도, 존재론, 생활 방식으로서 애니미즘에 새롭게 접근할 때, 애니미스트들이 생명을─불어넣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감지하는 민감한 감수성, 생명 세계 속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반응하며 번역하는 방식에 주목하게 되고, 그들이 경험하는 역동적인 세계의 활력에 관심을 갖게 된다.
--- pp.329~330

과학소설, 로봇공학, 그리고 문화적으로 특수한 “사람다움”의 모델들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사람다움의 개념적 모델을 기술하기 위해 그가 사용한 용어가 과학기술적 애니미즘이다.
--- p.372

노블David F. Noble은 오늘날 테크놀로지에 대한 매혹은 종교적 신화와 오래된 상상에 기반한 것이라고 본다. 현대의 테크놀로지는 초자연적 구원에 대한 오래된 꿈, 영적 갈망에 붙들려 있으며, 테크놀로지의 발달을 추동한 힘은 다른 세계, 다른 현실에로의 초월과 구원에 대한 갈망이라는 것이다.
--- p.376

『영적 기계의 시대The Age of Spiritual Machines』(2000), 『특이점이 온다: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2020[2006]) 등을 집필한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인간이 생물학적 유산의 한계를 초월하는 “영적 기계의 시대”를 상상한다. 그는 인간을 초월하는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 앞으로 인간과 기계 사이의 구분이 사라지는 시대가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 p.383

인간 사회의 뒤틀린 욕망과 사회적 모순이 걸러지지 않은 채 테크놀로지의 산물인 기계를 통해 구현될 경우,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자신의 창조물과의 뒤틀린 관계 속에서 비참한 파멸을 향해 나아가는 암울한 미래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과 기계의 접합면에서 창발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윤리적 관심이 필요한 까닭이다.
--- p.398

오늘날 우리는 인간과 비인간 생명의 관계성에 충분히 천착하지 않고서 너무 쉽게 다시금 인간적인 것의 확장으로서 인공 사물, 기계와의 관계로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현대인은 비인간 동물, 식물과의 관계를 응시하고 다양한 연결을 시도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업을 뛰어넘어 너무 쉽게, 너무 매끈하게 컴퓨터 앞에 다시 안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 p.401

출판사 리뷰

세계의 일부분으로 살아가기: 생태 위기 시대에 재발견되는 애니미즘적 세계관과 삶의 방식

전 지구적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는 우리에게 낯선 말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일상에서 영위하는 생활 방식으로 인해 생태 환경이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공이며 다른 존재들은 모두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 여기는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과 문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생태 위기를 불러일으킨 당사자로서 우리는 인간이 지구를 독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으며, 인간은 더 다채롭고 커다란 세계에서 분리되지 않고 연결된 일원이라는 세계관과 삶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은 대학과 삶의 현장에서 생태철학과 환경윤리, 생활 속의 생태학을 연구하고 강의해온 유기쁨의 새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고, 인간과 세계의 분리가 아니라 연결을 상상하는 애니미즘적 세계관과 삶의 방식을 재발견한다. 애니미즘 이론을 처음으로 도입한 에드워드 타일러의 1871년 대작『원시문화Primitive Culture』를 완역한 바 있거니와 활발한 저술 활동과 실천을 통해 애니미즘에 정통한 저자는 이 책에서 타일러의 애니미즘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러 흐름들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함으로써 애니미즘이라는 개념이 어떠한 맥락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출현했으며 오늘날 생태 논의의 최전선에서는 어떠한 의미 범위에서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낡은 애니미즘에서 인간과 비인간 세계를 다시 연결하는 존재론, 생활 방식으로서의 애니미즘으로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 그들의 애니미즘: “무엇이 우리와 그들을 다르게 만드는가”에선 서구 근대 과학의 탄생과 더불어 타일러의 사회진화론적 애니미즘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저자는 인간과 자연의 분리, 우리와 타자의 분리, 우등과 열등의 구별, 야만에서 문명으로의 진보, 사회진화론적인 종교관 등 서구의 근대적 기획을 파고들어 서구가 보편적 기준이 되어 타자의 원시화를 추구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타일러는 언뜻 우스꽝스러워보이거나 이해하기 힘든 타자의 문화 현상에도 합리성과 일관된 맥락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류의 보편성을 논한다. 그와 동시에 역사의 성장과 발전 속도의 차이에 따라 진화의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애니미즘이 유아기적 단계이며 근대인으로서 극복해야 할 사고 체계로 여겨졌다.

1부에서 근대적 “우리”와 야만적인 타자를 구분하는 “그들의 애니미즘”을 다룬다면 2부. 우리의 애니미즘: “무엇이 우리와 그들을 하나로 묶는가?”에선 재발견되는 애니미즘을 소개하며 우리와 그들, 인간과 인간 외 존재, “인간-사람”과 “비인간-사람”의 연결성을 모색한다. 서구 근대적 기획의 한계를 생태 위기의 심화를 통해 경험하면서 인간과 세계 내 다른 존재와의 연결성과 관계성을 묻게 되면서 애니미즘이 재발견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을 다룬다. 이때에 관계적 존재론의 핵심 개념인 “사람person”이 등장한다. 저자는, 인간과 더불어 동물, 식물, 자연물이 “사람”이 되어 상호작용하는 세계의 생명성과 공동체성에 주목하고 애니미즘적 사유를 펼쳐나간다. 저자는 애니미즘을, “유아기적 야만인의 낡은 애니미즘”에서 세계의 생명성을 민감한 감수성으로 “감지하는” 애니미즘으로 재조명한다. 이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경계를 넘어 인간을 포함한 더 큰 생태계라는 틀에서 세계를 해석하고 행동하는 생태주의적 삶과 연결된다.

3부.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의 생명성에 대한 새로운 상상에선 현대 하이테크놀로지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과 사물, 특히 인간이 만든 인공물과의 관계를 고찰한다. 저자는, 첨단 테크놀로지의 산물에 둘러싸여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둔감해지는 현 시대에 애니미즘적 감수성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한다.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의 기계의 생명성에 대한 물음이 동식물의 생명성과 같은 전통적인 감각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탐구하고, 생태 위기를 경험하면서 생명성에 대한 감각의 조정이나 확장이 의미하는 바를 고민한다.

한 권으로 알기 쉽게 정리한 애니미즘의 흐름

또한 이 책은 자칫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저명한 외국 학자들의 이론서들을 적재적소에 인용하여 알기 쉽게 친절히 설명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애니미즘의 주창자인 타일러를 비롯하여, 관계적 존재론과 애니미즘의 중요한 논자인 팀 잉골드, 에두아르도 콘,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브뤼노 라투르, 바바라 스머츠, 애나 칭, 그레이엄 하비, 라네 빌레르슬레우, 알프 혼보리, 발 플럼우드, 자끄 데리다 등이 펼친 주요 논지를 이 한 권의 책에서 성공적으로 종합한다. 이들의 사유를 따라가면, 인간이 동물, 나무, 세계에 대해 어떻게 사유하느냐가 아니라 동물이, 나무가, 세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더 예민함을 알 수 있다. 또한 피터 고프리스미스, 크레이그 포스터의 생생한 바닷속 체험담이나 심너울, d몬, 앤 레키 등의 작품 들은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관계적 존재론 질문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완결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또한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연을 보호하고 동물을 사랑하자는 낭만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진다. 대신에 사유를 확장하기를 제안한다. 인간이 살아 있는 다른 존재들-사람들과 적절히 관계를 맺음으로써 더 큰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를, 다시 연결되는 세계를 상상하기를, 홀로 주인공이 아님을, 사물을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인간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사람들)로부터 응시되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의 삶을 살기를, 다른 존재들의 생명성을 인정하는 존재론,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인간 중심적이지 않은 존재론을 제안한다.

이 책은 복잡하고 다양한 애니미즘의 흐름을 정리하고 지식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싶은 독자와 인간 중심적인 문화를 넘어서 다른 생명들과의 관계를 고민하고 생태 위기 속에서 새로운 생명성을 다시 상상하려는 독자 모두에게 맞춤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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