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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03 04 05 06 07 08 09 10 옮긴이 해제 |
Yoko Tawada ,たわだ ようこ,多和田 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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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신선한 느낌과 비교해 보면 거울 속 내 모습은 핏기가 없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그래서 거울의 액자 틀은 내게 관의 틀을 연상시킨다. 촛불의 불빛 아래에서 나는 내 몸의 비늘을 발견한다. 작은 풍뎅이 날개보다 더 작은 비늘이 피부를 뒤덮고 있다.
--- p.8 빛으로 된 피부와 물로 이루어진 살 이외에 또 하나의 몸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아무도 이 몸을 안아볼 수 없을 것이다. --- p.13 사람들은 머리카락이란 피부가 죽어 경화된 부분이라고 이야기한다. 내 몸 중 일부는 그러니까 이미 죽은 것이다. --- p.15 어쩌면 엄마는 아플지도 모른다.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 할까? 그렇지만 그걸 어떻게 해야 할까? 혀도 없는데. 크산더는 코를 골기 시작했고 나는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었다. 혀는 진짜로 없어졌다. --- p.57 처음에는 사람들이 모두 네 비늘을 보고 경탄할 거야.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너를 부러워하겠지. 너도 행복할 거야.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너를 죽여버리겠다고 말할 것이고 그러면 사람들이 느닷없이 모두 너를 미워하기 시작할 거야. 너는 겁이 나겠지. 그리고 네 척추가 약해지면서 더 이상 똑바로 서 있을 수 없게 될 거야. 네 머리는 앞으로 팍 꺾일 거야. 그러면 이미 때는 너무 늦은 거지. --- p.65 거울 속에 비친 여자, 그것은 내가 아니었다. 그 여자였다. 확실했다. 나는 거울을 돌려놓았다. --- p.72 “왜 너는 그런 아시아인 얼굴을 갖게 됐니?” “엄마, 말도 안 돼요. 당연한 것 아녜요. 나 아시아 사람이잖아요.”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 너는 낯선 얼굴을 갖고 있어. 꼭 미국 영화에 나오는 일본 사람들 같구나.” --- p.83 나는 갓난아이처럼 소리를 질렀다. 엄마의 질 속으로 빨려 들어가 죽어가는 갓난아이처럼 질렀다. 회오리바람의 검은 구멍으로 사라질 때 소리를 질렀다. 나는 마지막 힘을 다 쥐어짜 엄마를 저주했다. 비늘 달린 여자들아, 죽어라! 그때 나는 비늘 달린 여자로 변했고 나의 질 속으로, 회오리바람의 검은 구멍 속으로 떨어졌다. --- p.88 태양이 지구 뒤로 달아난다. 어둠 속에서 내 비늘 새는 더욱 빨라진다. 지구에서는 촛불 하나의 빛이 보인다. 도시의 사람들이 모두 다 잠든 후에는 그 여자 혼자만이 깨 있다. 그 여자의 머리카락이 하나하나 붓으로 변해 편지를 쓴다. --- pp.94~95 비늘 새는 죽었다. 그러나 칼은 쉬지 않고 공중에서 어지럽게 춤을 추고 내 오른쪽 눈을 찌른다. 안구의 거죽이 자두의 껍질처럼 찢어지고 내부에서 놀랍게도 빨갛고 연약한 것이 솟아 나온다. --- p.98 사람들은 손을 뻗어 어디에서 이 세계가 끝나는지를 느낀다. 거기가 내 피부다. 피부는 이 세계를 저 세계와 떼어놓는 막이다. 나는 피부가 투명해질 때까지 특별한 화장을 한다. --- p.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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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경계를 허무는 방식이 아니라
어쩌면 근본적으로 경계를 다르게 이해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 옮긴이 해제 중에서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 보이는 것들 『목욕탕』의 주인공인 ‘나’는 독일에 거주 중인 일본인 여성으로, 동시통역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한 일본 무역 회사가 독일 파트너를 초대한 모임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 간에 진정한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고, 주인공은 아무도 하지 않은 말로 통역을 하다 이내 말을 더듬고 위가 뒤틀린다. 정신을 잃은 그는 한 호텔 직원의 방에서 깨어나지만 자신이 먹었던 생선이 자신의 혀를 잡아먹은 꿈을 꾼 이후 더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인위적으로 설정된 언어 부재의 상황에서 주인공은 애인, 죽은 여자, 경찰관 등 다양한 인물을 만나며 “몸뚱이로 쉬지 않고 암석을 들이받”(10쪽)았던 ‘비늘 짐승’처럼 맨몸으로 세계와 맞부딪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선다. 소설 속에서 ‘언어’는 세계와 자아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아닌 진정한 정체성을 찾지 못하게 하는 방해물로 작동하며, 이런 인식은 추후 다른 다와다 요코의 작품에서도 꾸준히 등장한다. 『목욕탕』은 줄거리나 구성, 사건 등에 의존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언어를 없앤 상황을 혀를 없앤 환상적 사건으로 배치하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독자들이 ‘언어’와 ‘몸’ 그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이것은 다와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그가 가진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비늘 달린 여자들아, 죽어라! 소설에서는 과거의 비늘 짐승 설화와 현재 주인공의 이야기가 연결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비늘의 존재는 한편으로는 경계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비늘 때문에 마을에서 쫓겨난 여자와 이방인 여성으로 일본과 독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도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겹쳐지며 펼쳐진다. 이들 ‘비늘 달린 여자들’은 경계 밖으로 추방당하고 배척당한 사람들이며, 이들이 세계를 대하는 방식은 곧 작가가 경계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이해할 단서가 될 것이다. 다와다는 ‘경계’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경계에 대한 질문을” “몸(육체)을 가진 대상을 상대로 던진다.”(104~105쪽) 우리는 다와다가 던진 질문을 따라 경계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환상적이고 이상적인 세계 속에서 정답을 찾아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 다다르는데, 그때 비로소 “경계를 다르게 이해”(108쪽)할 수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