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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논쟁을 위한 혀 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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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첫 번째 시학 강의: 젠더 논쟁을 위한 혀 체조
두 번째 시학 강의: 3인칭의 부재
세 번째 시학 강의: 직물로서의 젠더, 풍경으로서의 젠더
네 번째 시학 강의: 거주할 수 없는 다양성

옮긴이의 말

작품 목록

저자 소개 2

다와다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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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Tawada ,たわだ ようこ,多和田 葉子

독일 베를린에 살면서 독일어와 일본어로 소설, 시, 희곡, 산문을 쓰는 작가다.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82년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러시아문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로 이주했다. 1990년 독일 함부르크 대학 대학원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2000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건너갔던 열아홉 살의 경험은 삶의 지축을 뒤흔들었다. 기나긴 기차 여행 동안 물을 갈아 마시며 서서히 낯선 세계에 가까워진 그녀는 독일에 도착하여 전혀 알지 못했던 언어를 새로 익히면서 그때까지 알았던 세상과 사물을
독일 베를린에 살면서 독일어와 일본어로 소설, 시, 희곡, 산문을 쓰는 작가다.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82년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러시아문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로 이주했다. 1990년 독일 함부르크 대학 대학원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2000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건너갔던 열아홉 살의 경험은 삶의 지축을 뒤흔들었다. 기나긴 기차 여행 동안 물을 갈아 마시며 서서히 낯선 세계에 가까워진 그녀는 독일에 도착하여 전혀 알지 못했던 언어를 새로 익히면서 그때까지 알았던 세상과 사물을 송두리째 다시 보는 전율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이 사건은 그녀로 하여금 ‘언어’ 자체에 천착하도록 했고, 언어가 지닌 ‘매체’로서의 불안한 혹은 불편한 속성은 다와다 문학의 일관된 주제가 되었다.

다와다에 따르면 언어는 자아와 세계를 매개하는데, 평소에는 실감하지 못하다가 새로운 언어를 새로운 매개로서 사용할 때 비로소 우리가 이 언어(매개)를 통해 생각하고 발화해 왔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머릿속에서 아무런 성찰의 과정 없이 흘러나오는 말들은 세계의 진면목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므로, 그녀는 이에 안주하려는 인식의 자동화에 제동을 걸고 세상의 잊히고 버려진 또 다른 측면을 다른 방식으로 다르게 보고자 부단한 문학적 시도를 아끼지 않는다.

1987년 시집 『네가 있는 곳에만 아무것도 없다』로 데뷔했는데, 일본어로 쓰인 시가 번역되어 책에 일본어와 독일어가 나란히 실렸다. 이듬해 독일어로 처음 쓴 단편소설 『유럽이 시작하는 곳』이 출간되었고, 1991년에는 일본어로 쓴 단편 「발뒤꿈치를 잃고서」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받았다. 다와다 요코는 독일에서 샤미소상, 괴테 메달, 클라이스트상 등을, 일본에서 아쿠타가와상, 이즈미 교카상,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요미우리 문학상 등을 받는 한편 독일 문학을 공부해 1990년 함부르크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2000년 취리히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작가가 30여 년간 쓴 작품은 약 30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1천 회 이상 낭독회가 열렸다.

작품으로 『눈 속의 에튀드』, 『여행하는 말들』, 『헌등사』, 『용의자의 야간열차』, 『영혼 없는 작가』, 『목욕탕』, 『경계에서 춤추다』 등이 있다. 그 밖에 중편집 『세 사람의 관계』, 『개 신랑 들이기』, 단편집 『고트하르트 철도』, 『데이지꽃 차의 경우』, 『구형 시간』, 장편소설 『벌거벗은 눈의 여행』, 『보르도의 친척』, 『수녀와 큐피드의 활』, 『뜬구름 잡는 이야기』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3부작 중 『지구에 아로새겨진』과 『별빛이 아련하게 비치는』, 시집 『아직 미래』 등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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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恒均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부퍼탈대학교에서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을 바탕으로 한 폰타네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세기 독일 사실주의 문학과 독일 현대소설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시시포스와 그의 형제들』(2009), 『자본주의 사회와 인간 욕망』(공저, 2007), 『므네모시네의 부활』(2005), 『대화의 개방성. 테오도르 폰타네의 소설 연구Dialogische Offenheit. Eine Studie zum Erzahlwerk Theodor Fontanes』(200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부퍼탈대학교에서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을 바탕으로 한 폰타네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세기 독일 사실주의 문학과 독일 현대소설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시시포스와 그의 형제들』(2009), 『자본주의 사회와 인간 욕망』(공저, 2007), 『므네모시네의 부활』(2005), 『대화의 개방성. 테오도르 폰타네의 소설 연구Dialogische Offenheit. Eine Studie zum Erzahlwerk Theodor Fontanes』(2001)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커플들, 행인들』(2008), 『악마의 눈물』(공역, 2004)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페터 바이스의 작품에 나타난 기록 문학적 요소와 초현실주의적 요소의 기능에 관하여」(2000), 「역전의 미학. 보토 슈트라우스에 관한 고찰」(2004), 「미로 속 나비의 날갯짓: 포스트모던 시대의 카오스 이론의 문화적 의미 연구」(2005), 「추리소설의 경계 변천 1, 2」(2006), 「엘프리데 옐리네크의『피아니스트』에 나타난 차가움의 미학Die Asthetik der Kalte in Die Klavierspielerin von Elfriede Jelinek」(2007) 등이 있다. 최근의 주된 관심 주제는 ‘고향’이며, 현재 다와다 요코에 관한 저서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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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115*188*14mm
ISBN13
9791199245402

책 속으로

한 남자의 얼굴에 있는 부드럽고 살짝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나, 매운 태국 음식을 먹고 나서 새빨개진 입술은 분명 여성적으로 여겨질 만한 매력을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오해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아야 하며, 심지어 그중에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게이 혐오적인 농담을 하는 겁쟁이들도 있어요. 전형적인 자기방어죠. 하지만 저는 궁금해요. 오해받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일까요? 우리의 몸은 늘 오해받기 마련이고, 바로 그 착각과 혼란 속에서 몸의 매력이 더 커지는 법인데요.
--- p.18

혼종적인 존재이자 사잇공간에 위치한, 정의 내릴 수 없고 억압된, 불편하기까지 한 용의 몸은 저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성별들을 위한 장소처럼 보여요. 하지만 저는 새로운 젠더 정체성의 발생을 용의 신체적 부활과 비교하지는 않을 거예요. 새로운 성별들은 용이 아니라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해 그리고 인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으니까요. 인권이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침해당하고 훼손되고 있기에, 우리는 그것을 지켜내야만 해요. 하지만 이때 강조점은 ‘인간’이 아니라 ‘권리’에 놓여야 합니다.
--- p.39

문법적 남성을 모든 인간을 대표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진 않지만, 공정하지 못한 배제의 문제가 생겨난 것은 언어 때문이 아니고, 오히려 그 문제가 언어를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준 것이죠.
이를 바꾸기 위해 꼭 언어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제가 언어를 바꾸는 일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에요. ‘변해야 하는 것은 언어가 아니라 사회다’라는, 이제는 상투적으로 굳어버린 주장은 우리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 p.70

저는 지금에서야 독일로 이주한 게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복잡한 기존의 문법 외에 추가로 젠더 에스페란토어를 배워야 했을 테니까요. 혹은 그것을 배우는 대신, 젠더 논쟁보다 다른 문제들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의 한 부분 안에서만 계속 살아가고 있겠죠. 그렇게 되면 저는 아마 대학에서도, 관청에서도 일자리를 얻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이러한 관점이 모든 언어 개혁에 반대하는 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언어의 혼란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다양성을 다룰 수 있는 법이니까요.
--- pp.72-73

바로 허구라는 점에서 〈대니쉬 걸〉은 ‘물질성’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유의 형상들을 제공합니다. 지난 50년간 이루어진 이른바 여성 문학, 이주민 문학, 포스트식민주의 문학에 대한 연구는 당사자의 진정한 목소리라는 유령을 쫓는 일이 생산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분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어요. 저는 그 유령을 쫓아다니지 않을 거예요. 허구라는 숲에서는 재료의 물질성에 매혹되는 편이 더 나으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재료는 옷을 만드는 천을 뜻하기도 하지만, 작품을 구성하는 소재를 의미하기도 하죠. 이 재료는 당사자와 비당사자 사이에 경계를 긋지 않아요.
--- pp.103-104

게르다라는 여성에게는 숨겨진 소망이 있어요. 그녀는 남성을 욕망하지만, 어쩌면 여성을 욕망하는 여성일지도 몰라요. 그녀는 한 남성에게서 여성을 찾는 여성이에요. 그녀는 여성이 되고 싶어 하는 남성을 이해하는 여성이기도 해요. 또한 남성이 아닌 남성을 사랑하는 여성이죠. 그녀의 젠더 정체성, 아니 더 정확히 ‘젠더 정체성들’은 매우 유동적이고 다층적이어서, 지금까지 그것을 딱 짚어 부를 이름이 없어요. 아무튼 저는 게르다를 단순히 ‘시스젠더’나 ‘이성애자’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게르다를 연기할 여자 배우를 찾는 일은 매우 어려웠을 거예요. 게르다 역시 에이나르처럼 복합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젠더 정체성을 지녔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것을 지칭할 이름조차 없죠.
--- p.121

만일 우리가 릴리에게 물어본다면, 그녀는 자신이 트랜스 여성이 아니라 여성이라고 말할 거예요. 어쩌면 그의 뜻에 따라 생물학적 여성인 배우가 그녀의 역할을 연기해야 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것 또한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에요. 문학, 연극 또는 영화는 언제나 실제 삶에서보다 젠더의 경계를 좀 더 쉽게 넘어설 수 있는 특별한 영역이었어요. 그곳에서는 이성애자 남성이 레즈비언 여성이 되거나 동시에 둘 다일 수 있어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우리는 이 소중한 자유의 공간에 정체성 정치의 규칙을 들여와야 할까요?
--- p.123

거주가 하나의 예술이라면, 퍼포먼스는 또 다른 예술입니다. 우리의 생물학적 몸은 우리가 꿈꾸는 모든 젠더가 거주할 수 있는 집이 아니에요. 현대 의학은 우리에게 몸을 집처럼 개조하자고 제안하죠.
물론 거기에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어요. 집은 수리를 통해 점점 완벽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정말 우리의 몸에 거주할 수 있을까요? 몸은 우리가 거주하도록 주어진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춤추고 노래하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 p.182

출판사 리뷰

젠더 논쟁의 격전지 너머에서 울리는 새로운 목소리

낯선 언어와 세공된 기호로 환각에 가까운 문학 세계를 펼쳐 보인 샤먼, 경계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글쓰기로 변신의 미학을 설파한 작가, 다와다 요코의 『젠더 논쟁을 위한 혀 체조』가 문학 출판사 미간행본의 첫 책으로 출간되었다.

오늘날 반젠더 이데올로기의 불씨가 위협적으로 번지고 있는 한편, 다양성을 지향하는 젠더 운동이 여러 현장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다와다는 달아오르는 젠더 논쟁의 전선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시학을 선보이며 새로운 진지를 구축한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도 그녀도 아닌, 트랜스도 인터섹스도 아닌, 명명과 규정과 정체화로부터 해방된 존재가 이곳에 있다. 『젠더 논쟁을 위한 혀 체조』는 다와다의 작품 세계를 관류하는 젠더 의식이 응축된 목소리이자, 끊임없이 변화하는 젠더 정체성들의 만신전이다.

혼종적인 몸, 유동하는 젠더, 거주할 수 없는 집

다와다의 목소리는 현대를 관통하는 주제인 젠더 문제와 공명하며 매끄럽게 뻗어나간다. 신체, 언어, 옷이라는 소재를 가로질러 다양성이라는 동시대적 화두에 이르기까지. 먼저 다와다는 젠더 중립적이고 에로틱한 신체 기관인 혀를 조명한다. 남성적인 팔과 여성적인 다리처럼 거의 모든 신체 부위를 성별과 연결 짓는 현대 사회에서 혀는 그 그물망에 걸려들지 않는 독특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여성적인 혀도 남성적인 혀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피어싱조차 혀에 젠더적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죠. 반면 귀걸이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여성적인 것으로 여겨져왔고, 립스틱을 바르는 것도 오늘날까지 주로 여성들이죠. 혀만큼 젠더 중립적이면서도 에로틱한 함의를 지닌 신체 기관은 없어요.”

여성적이지도 남성적이지도 않은 혀처럼 우리 몸이 성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다양성이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 다와다는 정교하게 빚어낸 이 믿음을 기축으로 몸의 혼종성과 젠더의 유동성이 지닌 매력을 끈질기게 역설한다.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몸’이라는 환상은 이 책 속에서 서서히 일그러진다. 다와다는 이렇게 묻는다. “몸은 우리가 거주하도록 주어진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춤추고 노래하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다와다에게 몸은 수리와 개조를 통해 거주할 수 있는 집이 아니라, 다양한 성별을 연기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무대다.

문화와 예술의 세계에서 선사하는 해방적 세례

국가, 문화, 언어, 종, 정체성의 경계를 자유롭게 뛰어넘는 작가 다와다는 『젠더 논쟁을 위한 혀 체조』에서도 어김없이 월경(越境)한다. 첫 번째 장에서는 인간의 몸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피다가 파올로 우첼로의 그림으로 건너가 혼종적인 용의 몸에 머무른다. 두 번째 장 「3인칭의 부재」에서는 언어와 관련해 독일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논의를 소개하고, 독일어와 일본어의 문법 체계를 상호문화적인 관점에서 짚어본다. 세 번째 장 「직물로서의 젠더, 풍경으로서의 젠더」에서는 영화 〈대니쉬 걸〉의 등장인물들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다와다의 시선은 지정 성별에서 다른 성별로 이행하는 에이나르 베게너를 쫓아가고, 뒤이어 그의 아내 게르다에게서 다층적이고 유동적인 젠더 정체성을 포착한다. 또한 책 전반에 걸쳐 고대 문화, 근현대 독일과 일본의 문화, 가부키, 중세 문헌, BL 만화, 괴테와 첼란의 시, 오페라 〈장미의 기사〉 등 종잡을 수 없이 다채로운 문화와 예술 작품의 경계를 넘는다.

“문학, 연극 또는 영화는 언제나 실제 삶에서보다 젠더의 경계를 좀 더 쉽게 넘어설 수 있는 특별한 영역이었어요. 그곳에서는 이성애자 남성이 레즈비언 여성이 되거나 동시에 둘 다일 수 있어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우리는 이 소중한 자유의 공간에 정체성 정치의 규칙을 들여와야 할까요?”

다와다는 문화와 예술의 언어뿐만 아니라 LGBTQ 당사자들의 목소리까지 그러모아 이분법적 젠더 체계와 성별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이때 다양성에 관한 진보적인 논의와 구호들마저 함께 비틀리고 재해석된다. 단일한 정체성에 안착하려던 존재들은 오해와 혼란 속으로 홀연히 끌려들어간다. 이 책은 불안의 운무로 자욱한 그 미지의 영역을 향해 매혹적인 해방의 빛줄기를 선사한다.

추천평

나는 무엇인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둘 다인가, 둘 다 아니라면 무엇인가. 어떤 이들은 이 질문에 유년기에 의심 없이 확고한 답을 얻는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에게 이는 마치 스핑크스 부대의 사열과 같아서 생의 매 순간 다시 물으며 새 답을 구하거나 답이 아예 없는 채 살아가야 한다. 양분적 명명 체제에서 나의 지칭어가 유동적이거나 부재한다는 것은 고통 못지않은 희열과 향락의 원천이다. 나의 경우, 일상의 삶에서는 여성의 가능과 한계를 수용하되, 문학과 예술 안에서는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아무성, 무엇이든성, 어떨지라도좋은성이다. 나는 특히 오비디우스, 롤랑 바르트, 마르그리트 뒤라스, 귀스타브 플로베르,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앤 카슨, 앨리 스미스, 한강, 진은영의 세계에서 나의 동류를 발견한다. 다와다 요코에게서도 그렇다. 다와다의 글쓰기는 바로 그런 아무성들이 기거하며 사랑을 발명하는 장소다. 정체화, 규정, 명명의 이전과 바깥에서 생성하는 성들이 그런 체제와 언어의 이전과 바깥에서 생성하는 독자들을 열렬히 환대한다. 너도 이곳으로 오라. - 윤경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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