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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7
작품 해설 | 김요섭(문학평론가) 313 개정판 작가의 말 327 초판 작가의 말 3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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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을 적군으로 간주하지 않나요? 근데 적군을 사살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겁니까? 물론 전시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습니다. 지금은 전시가 아니라 휴전 상태입니다. 문제는 휴전선입니다. 우리 측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사건이 난 곳이 바로 휴전선 이북이라는 겁니다. 한국군 병사가 이북에 넘어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p.84 꼭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같았다. 소리가 시작될 때 인식하는 것은 어렵다. 소리가 끝날 때 밀려오는 고요로 냉장고 소리를 인식한다. 대남 방송 대북 방송이라는 것도 처음 이곳에 부임했을 때는 못 견딜 정도로 시끄러웠는데 어느새 그 존재를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고 나서는 마치 냉장고 소리처럼 그 소리가 끝날 때 알아차린다. 소리가 날 때는 모르는데 소리가 없어지고 나면 그제서야 그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알게 되는 이상한 현상. 예전부터 궁금해하고 고민했다. 그건 내가 고민하고 있던 인식의 어떤 문제에 중요한 열쇠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 p.147 “거의 확실해지지 않습니까? 제 말 듣고 계셔요?” “무슨 이야기지? 미안, 딴생각을 하느라…….” “남 일병의 진술을 봐도 거의 확실한 게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뭐가 확실하다는 건가?” “납치설이요.” “납치설이라니?” “남 일병의 진술대로 김수혁은 대변을 보기 위해 잠깐 초소를 나갔던 겁니다. 뭐, 다른 이유일 수도 있겠죠. 하여간 그때 가까운 거리의 북측 가-1 초소 초병들에게 발견된 겁니다. 사건 당일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보름이었으니까요. 판문점에 근무하는 남한 병사의 귀순 조작을 노리던 북측은 초병들에게 기회를 보아 남한 초소병을 납치하라는 명령을 내렸겠죠. 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김수혁에게서 허점을 발견했을 겁니다. 그리고 납치한 거죠. 그러다 총격전이 벌어진 겁니다. 더구나 북측 초병 중 부상을 당한 놈은 특수부대원 출신이라고 하더군요. 거의 뻔한 스토리 아닙니까?” --- pp.163~164 남 일병은 이제 일병으로 진급한 지 고작 한 달이 채 안 되는 신참이다. 그는 NNSC의 합동 수사본부 수사 실무자인 소령에게 심문을 받았다. 그는 조금도 떨지 않았으며 한 번도 말을 더듬지 않았다. 마치 외워 놓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렸다면 단순히 내 착각이었을까? 그리고 열네 발의 탄환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 p.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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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북쪽, 북한군 초소병 정우진이 열세 발의 총알을 맞고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용의자는 한국군 판문점 경비대 소속 군인 김수혁. 하지만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는 계속되는 수사에도 침묵을 지킨다. 사건이 미궁에 빠진 사이 영토 침입이라는 북한 측 주장과 북한의 납치, 조작 사건이라는 남한 측 주장이 격렬하게 대립하며 한반도 전체가 시끄럽다. 사건 수사를 위해 중립국감독위원회에 소속된 한국계 스위스인 지그 베르사미 소령이 판문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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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라는 회색 지대
DMZ는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북 각각 2킬로미터에 걸쳐 형성된 국경선이다. ‘중립 지대’, 아름다운 생태 환경이 보존된 ‘시간이 멈춘 땅’으로 상상되기도 하는 DMZ는 남북 관계가 나아지고 나빠질 때마다 경계의 강도가 달라지고 대남·대북 방송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곳이다. 소설 속 DMZ에도 휴전 상태의 긴장감이 맴돈다. 훈련과 오발 사고로 인한 총소리가 울리고 확성기를 통한 선전전이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삼엄한 경계 지대에 머무는 남북한 군인과 주민들은 총소리와 위협적인 소음에 동요하지 않는다. 어느덧 너무 자연스러워 의식하지 못하는 소리가 된 것이다. 전쟁의 분위기가 만연하지만 평화롭기도 한 곳, 이 모순적인 공간이 소설의 배경이다. 문학평론가 김요섭이 해설에서 짚어 주었듯, 『DMZ』는 “한국 사회에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경계라고 여겨졌던 군사 분계선에서 비무장지대라는 회색 지대를 발견”(김요섭)하며 새로운 분단 서사를 만들어 낸다. 소설은 DMZ 북쪽에서 북한군 초소병이 살해당하는 사건에서 시작된다.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어떻게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까? 소설 후반부에서는 용의자인 한국군 김수혁의 시점으로 사건의 내막이 서술된다. 읽는 이에게 경계선 바깥에 서 있는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이 소설의 백미다. ■ 영화에는 없는 이야기 『DMZ』의 화자는 한국계 스위스인인 수사관 지그 베르사미이다.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판문점에 온 그는 용의자인 한국군 김수혁 그리고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인민군 오경필을 심문하며 진실을 알아내려 한다. 그런데 소설에는 영화에는 없는 또 다른 서사가 있다. 바로 지그 베르사미 자신과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으로 활동하다 휴전 이후 브라질로 망명한 베르사미의 아버지는 평생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베르사미에게 아버지와 그의 고향은 증오의 대상이다. 그런데 휴전 중인 한국 땅, 그중에서도 DMZ라는 특이한 장소에서 베르사미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 그는 외면해 왔던 아버지의 일기장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한국전쟁 당시 그리고 포로수용소를 거쳐 브라질로 망명한 시기의 기록이다. 어쩌면 그 일기장에서 풀리지 않는 살인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DMZ에서의 살인 사건 그리고 아버지의 이야기. 지그 베르사미를 중심으로 얽혀드는 이중의 이야기 구조는 세대를 건너 되풀이되는 분단의 비극을 그려 낸다. ■ 작가의 말 어쩌면 분단이란 것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을 어느 날에, 이 소설을 읽을지 모를 어느 독자에게 미리 말해 둔다. “옛날엔 이 땅에 우스운 선 하나를 그어 놓고 이렇게 심각했었답니다. 이젠 당신에겐 그다지 와닿지도 공감되지도 않겠지만.”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그 시절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80퍼센트 이상의 응답을 얻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소원은 바로 통일이었다. 내가 설문지를 받았더라도 당시엔 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기 때문에 설문 조사 결과가 조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는 사실 거대하고도 무서운 폭력이다. 그 시절 우린 장난감도, 돈도, 1등 성적표도 필요 없었고 좋아하는 가수도 탤런트도 없었으며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오직 통일 하나에만 절실했단 말인가. 고작 열한 살, 열두 살 때 말이다. 교과서에 실려 있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시작되는 노래 때문이었을까. 우린 이유도 모르고, 이유를 모른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통일을 이야기했고 ‘이 연사 힘차게’로 시작되는 정형화된 부르짖음에 익숙해져 있었다. 진실로 바라는 소원이 없지 않았을 텐데 우린 소원을 묻는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알 수 없는 통일을 적어 나간 것이다. 통일 이외의 다른 것을 적으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까, 선생님한테 혼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선생님이나 옆에 있는 짝을 신경 쓸 필요도 없었는데, 누구도 감시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새로운 슈퍼에고의 감시일까. 아무런 의식도 없이 반사적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다. 난 무서워졌고 우리를 옥죄는 이 거대한 시스템의 한 형태에 저항하고 싶었다. ―1997년 초판 작가의 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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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로부터 소설 『DMZ』의 영화화를 제안받는 자리에서 나는 줄거리만 듣고 바로 수락부터 했다. 책은 나중에 읽었다. 한 장 한 장 읽어 가면서 바로바로 이미지가 머리에 떠오르는 흥미로운 경험을 그때 처음 해 봤다. 「공동경비구역 JSA」로 제목을 바꿔 영화화된 이 소설에는 1990년대 후반 내가 관심 가졌던 두 가지, 분단 문제와 미스터리 구조가 나란히 엮여 있었다. 사회 문제를 장르적으로 풀어내는 일을 해낸, 당시로서는 아주 드문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 어찌 되어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 박찬욱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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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는 한국 사회에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경계라고 여겨졌던 군사 분계선에서 비무장지대라는 회색 지대를 발견하며 분단의 상상력을 갱신한 소설이다. - 김요섭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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