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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 9
3주 하고도 5일 전 · 21 현재 · 123 2주 후 · 449 |
Antti Tuomai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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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이었으면 이런 상황에서 나는 빛이 갑자기 없어진 건 분명히 정전이나 전등 문제라고 추측했을 거다. 하지만 최근의 사건들 때문에 전에는 확률적으로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대체로 불가능의 세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확률과 위험분석이라는 단순한 계산을 통해서 무시했을 것들이 이제는 사실상 내 인생 전부였다.
--- p.12 경험적으로 내가 아는 건, 뭐가 아름답고 뭐가 아름답지 않은지를 가르쳐주는 것은 계산이라는 사실이다. (…) 마흔두 살인 내가 가슴 깊이 간직한 소원은 딱 하나였다. 모든 게 합리적이면 좋겠다. --- p.20 “당신은 무미건조하고, 신랄하고, 엄격하게 사무적이면서도 굉장히 공정하고, 상냥하고…… 믿음직스러워요. 그게 얼마나 드문지 알아요? 정말 내 그림이 좋았어요?” “아뇨.” (…) “난 당신 그림을 사랑해요.” 내가 우리 집 거실 한가운데에 서 있고 넥타이가 똑바르다는 것도 알았지만, 완전히 벌거벗은 채 어떤 방어막도 없는 상태로 새로운 세계에 뛰어든 것 같은 기분이었다. --- p.174 “비밀을 몇 가지 더 알려주지. 굽는 시간을 살짝 짧게, 버터는 살짝 많이 넣는 거야. 반죽 가운데가 약간 덜 익게 놔두는 데는 용기가 필요해. 그리고 시나몬은 신선해야 돼. 먹어, 얼른 먹어, 먹으라고.” 나는 먹었다. 그가 편안한 오른손에 쥐고 있는 검은색 권총이 커다란 남자의 요청에 따를 만한 의욕을 더해주었다. 시나몬 빵은 커다래서 양이 상당히 많았다. 나는 그만 먹으려고 했지만, 커다란 남자가 손목을, 그리고 권총을 슬쩍 움직이자 계속해서 씹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핀란드 남부의 시골 한가운데 있는 모조 농장 주택에서, 권총이 겨누어진 채, 주먹 두 개 크기인 0.5킬로그램짜리 시나몬 빵을 우걱우걱 먹고 있는 것이다. --- p.318 형은 어떻게 내가 간단한 논리를 이용해서 공원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거기엔 논리가 없었다. 어떤 것에도 논리가 없었다. 아무 데도 논리가 없는 이유는 아무도 그런 걸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 --- p.374 일하러 왔던 첫날이 떠올랐다. 공원을 영원히 없애고 싶었고, 매분 매초 거기서 보내는 시간을 낭비라고 여겼다. 내가 완전히 틀렸다. 지금은 전혀 다르게 생각한다. 보호할 가치가 있고 보호해야만 하는 대상이었다. (…) 여기는 내 탐험공원이다. 난 여기를 사랑하고 여기를 구하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것이다. --- p.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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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놀이공원 한가운데에 떨어진 수학자가
예측도 통제도 할 수 없는 엉망진창 현실에 맞서 싸우다! “그 토끼는 가끔 예측할 수가 없어요. 조심하세요.” 발소리. 왜 좀 더 빨리 저 소리를 못 들었을까. 남자는 나에게 멈추라고 외치지도 고함을 지르지도 않는다. 남자는 나를 죽이러 온 거다. 나는 곧장 토끼를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_12~18쪽 한 남자가 폐장 후의 놀이공원에서 칼을 든 괴한에게 쫓기고 있다. 낮에는 노는 아이들로 북적였을 곳에서 목숨을 건 추격전이 벌어진다. 둘은 회전 터널 안에서 뒹굴고 거대한 핀볼의 방 안에서 인간 핀볼이 되어 이쪽저쪽으로 던져지고 부딪혔다가, 밧줄로 만든 폭포를 통과하고 구불구불한 미끄럼틀을 타며 쫓고 쫓긴다. 이내 쫓기던 남자는 놀이공원의 마스코트인, 플라스틱과 철제 보강재로 만들어진 대형 토끼 앞에 도착한다. 토끼의 한쪽 귀가 떨어져 있다. 칼을 휘두르는 남자와 맞서기 위해 남자는 귀를 집어 든다. 시간은 3주 하고도 5일 전으로 돌아간다. 주인공 헨리 코스키넨은 수학과 확률 계산을 사랑하며, 수학을 통해 모든 일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보험계리사다. 하지만 그는 예기치 못하게 불합리한 방식으로 일하던 보험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곧이어 형이 사망했다는 갑작스러운 부고와 함께 형이 운영하던 놀이공원을 자신이 물려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하루아침에 놀이공원을 운영해야 하는 황당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책임지게 만든 일들이 갑자기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곳과 그 외의 다른 수많은 것들……. 모든 것이 갑자기 통제 불가능하고, 예측 불가능해졌다. 나는 보험계리사다. 원칙적으로 나는 탐험공원을 운영하지 않고, 절대로 거대한 플라스틱 토끼 귀로 사람을 죽도록 내리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내 인생은 벌써 한참이나 확률론을 따르지 않았다. _20쪽 토끼를 따라 토끼굴로 들어간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도착하듯 형의 유언장을 따라 거대한 토끼가 명랑하게 방문객들을 맞아주는 이상한 놀이공원에 도착한 헨리가 그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의 수상한 빚과 돈을 회수하러 불쑥불쑥 나타나 협박을 일삼는 험악한 남자들, 공원의 전반적인 운영과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순수 미술 전공자 라우라 헬란토와 그녀를 만날 때마다 느껴지는 달콤하고 비논리적인 감정들. 명쾌하고 정확한 숫자의 세계에 살던 헨리는 형의 놀이공원과 자기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살인, 살해 협박, 대금업, 놀이공원 운영, 예술, 사랑의 위험하고 혼란스러운 세계로 뛰어들어야 한다. 북유럽 최고 이야기꾼의 장르를 초월한 스릴러·블랙코미디·로맨스 어둡고 신랄하면서 유머러스한 안티 투오마이넨 스타일의 정수 “이처럼 불안한 시대에 보험계리사보다 나은 영웅이 어디 있는가?” 과거와 현재 시점을 오가며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도록 노련하게 조절된 페이스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서스펜스와 웃음, 감동을 모두 담고 있다. 끔찍한 범죄를 둘러싼 우스꽝스러운 상황, 왁자지껄하고 알록달록한 놀이공원 이면의 어두운 그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서서히 피어나는 인간적인 감정과 같이 극단적인 요소들을 작가는 완벽한 균형으로 조합해내며 “가장 훌륭한 재즈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어떤 것에도, 아무 데도 논리가 없는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모든 것이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세상과 끝없이 갈등을 빚는다면, 이라는 가정에서 헨리 코스키넨과 그의 기묘한 모험이 시작되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헨리의 기상천외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스릴 넘치는 블랙코미디와 별난 로맨스 속에 숨겨진 인생에 대한 메시지를 만나게 된다. 수학적 계산과 논리, 거대한 플라스틱 토끼 귀로 무장하고 세상에 맞서 터무니없는 싸움을 벌이는 보험계리사의 어둡고 유머러스하면서 따뜻하게 인간적인 이야기는 불합리하고 불안한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깜짝 선물처럼 예상치 못했던 웃음과 위로를 가져다준다. 추천의 말 “유럽에서 가장 웃기는 작가.” _〈더타임스〉 “나보코프에 버금가는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가진 스릴러.” _〈텔레그래프〉 “신선한 재치와 지혜로 가득하다. 보통의 북유럽 누아르로부터의 이 익살스러운 일탈은 선물 같다.” _〈퍼블리셔스위클리〉 “안티 투오마이넨은 현실적이면서도 아주 별나고 기이한 분위기와 세계를 창조해내는 것의 대가다. 이 책은 수학과 논리적 사고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_〈크라임픽션러버〉 “독자들은 북유럽 누아르라면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안티 투오마이넨은 이 모든 것을 근본부터 뒤엎는다.” _〈가디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