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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 다투고 나서 001 - 청등靑燈 002 - 구룡포 003 - 산속 마을 004 - 강가에서 005 - 다투고 나서 006 - 비빔밥을 먹다 007 - 불쌍하다 008 - 묵어 깊은 맛 009 - 기다리다 010 - 하늘 두레박 011 - 구름 속에서 012 - 달팽이, 집을 지고 길을 가다 013 - 다담茶談 014 - 무심無心 2. 울어 보리라 015 - 한 생生을 묶어 내다 016 - 대한大寒 017 - 멀미 018 - 물어보다 019 - 울어 보리라 020 - 미타암 스님 021 - 화장 022 - 나팔꽃 023 - 동안거 024 - 폭설暴雪 025 - 만나다 026 - 해인海印 027 - 대책 없이 착한 마음[善意] 028 - 대가리 3. 모레무지의 명령이다 029 - 그늘 깊은 솔숲길 030 - 곰탕 031 - 그랬다 032 - 봄날 033 - 모래무지의 명령이다 034 - 이 봄에 035 - 처음 가는 길 036 - 늦은 오후, 겸상 037 - 쑥스러웠다 038 - 서시序詩 3 039 - 중심 040 - 형제 041 - 호래~이 형님 042 - 옛날을 꺼내어 본다 4. 깊은 밤, 비에 젖다 043 - 이순耳順 044 - 나뭇잎 편지 045 - 깊은 밤, 비에 젖다 046 - 파문波紋 047 - 배려配慮 048 - 우수, 청류동천 049 - 자본주의 목소리 050 - 돌아가다 051 - 구절초 052 - 입춘立春에 053 - 꾸미다 054 - 봄이다 055 - 떨림 056 - 연인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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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의 나에게 닿고 싶다.
허물어지지 않는 완고한 벽을 간장막야(干將莫耶)로 단도직입(單刀直入) 시의 심장에 닿고 싶다. 펄떡이게 하고 싶다. [ 덤 하나 ] 간장막야(干將莫耶) - 중국 고대의 두 자루 명검 - 초나라 ‘간장’이 왕의 명령에 따라 아내 ‘막야’와 더불어 양검 ‘간장’과 음검 ‘막야’를 만들었다. 남편이 집을 떠나면서, “나는 ‘음검’ 한 자루를 왕에게 바치고자 한다. 이런 명검이 또 만들어지는 것을 걱정하여 왕이 틀림없이 나를 죽일 것이니 출산할 아이가 사내아이이면 남산에 묻어 놓은 ‘양검’을 찾아 그 검으로 내 원수를 갚아 주시오.”라고 했다. 예측대로 간장은 왕에게 죽었다. 사내아이로 태어난 ‘적비’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결국 왕을 죽인다. [ 덤 둘 ] 날 들어 햇살 쏟아지자 사흘 밤낮 술렁이던 떡갈나무 숲은 가슴속 깊이 갈무리해 두었던 등불마다 기름 부어 가지 끝 끝 연둣빛 불길 밝히고 퇴색한 마른 풀대 아래 납작 엎드렸던 쑥, 냉이, 벼룩이자리 어린 순 머리 풀어 기지개 켠다. 민들레 길다랗게 목 뽑아 올려 멀리 살피고 벚나무 꽃맹아리 팝콘처럼 하얗게 가슴 부풀 듯 재깔재깔 와그르르 짝짝이 쏟아져 나오는 토요일 한낮. 큰놈 버들치가 중치 버들치 좇아 짓궂게 군다. 피라미 피라미끼리, 참마주 참마주끼리 어울리고 장난치고 짝짓는다. 계곡 물속만 그러랴. 범나비 범나비끼리, 노랑나비 노랑나비끼리 어울리고 춤춘다. 봄맞이꽃 봄맞이꽃끼리 피어 서로 반갑다. 마흔에도 쉰에도, 예순 넘어서도 사월은 첩첩 불길 더 환하여 지상이 천상보다 향그럽다. (「사월」 전부) ---「서시(序詩) 3」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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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소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펼쳐 보이는
담백하고 간결한, 그래서 쉽게 음미하고 긴 여운이 남는 글” 현실과 소설, 2020년대와 일제강점기, 두 개의 세계를 핏빛 서사로 엮어 낸 장편소설 『황산강』으로 대중에게 낯섦과 익숙함의 경계에서 새로움을 선사한 문학철 작가가 8년 만에 네 번째 시집 『산속에 시 들다』를 펴냈다. 제목에서 보듯 작가는 가장 가까운 이를 떠나보내고 산속에 세를 들어 살고 있다. 그렇게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이 시의 곳곳에 묻어 있다. 지천명과 삶의 근원을 묻기도 하고, 일상에서 쉽게 지나쳐 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표하기도 한다. 특히 ‘덤이 있는 시 읽기’라는 부제처럼, 각 시에 두 개의 덤이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수필처럼 붙어 있어 읽는 즐거움과 생각의 확장을 더한다. 시 같기도 하고 수필 같기도 한, 그래서 지난번 소설에서 현실과 소설의 경계에서 소설을 썼다면 이번에 작가는 시와 수필의 경계에서 시를 쓴다. 그런데 문학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펼쳐 보이는 그의 글쓰기는 멋을 부리거나 묘기를 부리기보다는, 오히려 담백하고 덤덤하고 간결하다. 그래서 쉽게 다가가 음미할 수 있고, 더 긴 여운을 남긴다. 우직하고 투명한 시인의 삶의 태도가 면면이 드러나는 이 시집을 읽다 보면, 산속에 세 들어 사는 작가의 삶이라는 기나긴 여정에 어느덧 함께 동참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를 옭아매는 도시의 모든 것들을 내려두고, 이 시집 한 권을 손에 들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