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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어머니들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회귀 나의 디지털 호스피스 신의 소스코드 콧수염 배관공을 위한 찬가 발문 | ‘존 프럼 월드’라는 행복한 미로 작가의 말 추천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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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일은 8월 17일입니다. 진짜 생일은 아니에요. 그날은 아버지가 저를 처음으로 품에 안았던 날이죠. 저에겐 세 가지 다른 생일이 있어요. 저는 그날의 비극으로부터 살아남은 아기 중 하나입니다. 그날의 비극으로부터 살아남지 못한 아기 중 하나입니다.
---「노아의 어머니들」중에서 인간은 자신과 완전히 이질적인 존재는 내버려두는 반면, 고작해야 피부색이나 머리 색이 조금 다를 때는 그 사소한 차이에 주목하곤 한다. 즉, 자신과 닮은 존재일수록 역설적으로 사소한 차이점이 크게 부각되고 마는데, 복제되면서 서로 다른 줄기로 분기한 두 인간은 사소하고도 미묘한 차이점이 극대화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중에서 “현서 씨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많은 불행을 겪어야 했죠. 하지만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오현서 씨가 자초했기 때문이죠. 오현서 씨는 ‘어려움’보다 몇 배는 까다로운 ‘지옥’ 난이도를 고르셨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어렵게 플레이하길 바라셨으니까요.”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중에서 만약 DU 속에서 우리의 우주와 동일한 역사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와 같은 소우주를 발견한다면, 미래가 정확히 어떻게 흘러갈지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소우주 밖의 관찰자는 DU를 통해 미래를 관측할 수 있으므로 자신이 속한 우주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회귀」중에서 레이첼은 나의 진짜 인생이 시나리오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었다. 시나리오 속에서 나는 숱한 명곡을 히트시킨 거물이었지만, 현실의 나는 〈뷰티풀 어스〉 단 한 곡만을 성공시킨 ‘원 히트 원더’였다. 그녀가 몇몇 기사를 인용하며 들려준 나의 일대기는 형편없는 실패로 점철되어 있었다. ---「나의 디지털 호스피스」중에서 우리의 세계가 시뮬레이션 속 세계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때 우리 세계가 시뮬레이션 안에 있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을 음모론자라고 불렀죠. 그러나 오늘날에는 우리 세계가 시뮬레이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음모론자라고 부릅니다. ---「신의 소스코드」중에서 “나는 덧니가 난 걸어 다니는 버섯과 부딪혀 죽고, 거북이 등껍질에 맞아 죽고, 파이프에서 미끄러져 구멍에 빠져 죽고, 시간제한에 걸려 죽었어. 실패하고 또 실패했지.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다음에 조금만 더 잘하면 된다고, 아니 다음에 더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고 꾸준히 도전하다 보면 어느새 다 잘 풀릴 거라고 말씀해주셨어.” ---「콧수염 배관공을 위한 찬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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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면 나르시시즘도 자기혐오도 아닌 태도로
자신의 분신을 대할 수 있을까?” 우주 너머를 상상하고 상식의 한계를 고찰하는 정통 SF의 매력 끝나지 않는 역설의 항로 속에서 나는 분해와 재생을 거듭하는 테세우스의 배를 타고 영원히 헤매이게 될까. 혹은 어딘가에서 마침내 삶의 안식처를 발견하게 될까.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p. 130 미국의 SF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어느 인터뷰에서 “SF는 가장 깊은 철학의 심연을 두려워하지 않는 장르다. 단지 괴물이나 우주선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직시하는 이야기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그가 주창하는 좋은 SF의 기준일 것이다. 존 프럼은 이 명제에 정확히 응답하는 작가다. 소설집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의 수록작 7편은 세계와 그 안의 인간에 대해 질문하는 철학적인 테마에서 출발하여, 이와 긴밀하게 얽힌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복제인간을 다루며 자아의 범위에 대해 묻고(〈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우리 우주와 동일한 소우주를 설정한 다음 자유의지와 결정론에 대해 질문한다(〈회귀〉). 가상현실 속 인물들을 보여주며 세계의 실재에 대해 탐색하고(〈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나의 디지털 호스피스〉), 우리 세계의 상위 차원을 이야기하며 우주 너머를 상상한다(〈신의 소스코드〉). 이처럼 존 프럼은 정통 SF의 가치를 고수하면서도 제재에 대한 색다른 해석, 추진력 있는 서사와 위트 넘치는 대사들로 깊이 있고 풍성한 작품 세계를 이룩한다. 대도시적인 감각으로 각자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인물들 그녀를 쫓아서라면 세상 끝까지라도 갈 생각이었지만, 상위 차원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니까요. 〈신의 소스코드〉, P. 304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의 수록작은 모두 과학기술이 크게 발전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존 프럼은 초끈이론, 시뮬레이션 우주론, 메타버스 등 과학적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죽음을 극복하고 우주를 탐험하는 세계를 정밀하게 설계해둔다. 그렇지만 이 같은 최첨단 사회에서도 인간은 인간이다. 7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의 사랑과 행복을 좇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처음에 이들은 세계 질서를 내면화하고 개인적 삶에 집중하고 있는 대도시적 감각을 지닌 개인들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이나 뜻밖의 경험을 계기로 세계에 의구심을 품으며, 세계의 거대한 질서에 맞서기 시작한다. 표제작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의 화자는 원본을 위해 기꺼이 죽음을 선택하는 복제인간이다. 그는 자신과 똑같은 의식과 신체를 가진 원본을 확장된 자아로 받아들이고, 그를 위해 자신은 한 개체로서 소멸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수많은 SF 소설 속 복제인간들이 원본의 그늘에서 벗어나거나, 노동이나 장기 이식 등을 위한 기능적 생존을 넘어서길 꿈꾸는 식으로 그려졌던 것을 살짝 비틀어, 다른 출발점을 갖게 한 것이다. 그는 오로지 죽음을 위하여 영생이 보장되는 최첨단 문명사회를 벗어나 아날로그한 삶을 추구하는 ‘게토’로 망명하는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삶의 희로애락과 노동의 보람,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경험하며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거듭난다. 이렇듯 평범한 삶을 누리다가 세계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뜻밖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은 〈신의 소스코드〉의 주인공 안나도 마찬가지다. 이 세계가 상위 차원이 만든 시뮬레이션일 뿐이라고 판명 났을 때, 안나는 차원 이동을 꿈꾸는 대신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활용한 게임을 개발해 그 안에서 백만장자가 된다. 안나가 상위 차원으로의 여정을 결심하는 이유는 오로지 연인 쥬시를 되찾기 위해서다. 이밖에도 〈회귀〉의 주인공은 잃어버린 가족과 재회하고자 가상현실과 소우주라는 낯선 영역을 탐색하기 시작하며, 〈노아의 어머니들〉의 노아는 양모의 죽음을 계기로 친부모를 찾으러 고국으로 떠난다. 세계보다 자신의 내면과 개인적 목표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소위 ‘MZ세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각자의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숙명적으로 자신만의 울타리를 넘어서고, 뒤늦게 세계와 대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인간 복제와 다차원의 세계, 자유의지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시작한다. 존 프럼은 이렇게 인물의 성장을 통해 작품의 주제의식을 입체적으로 구현해낸다. 미래와 과거로 동시에 뻗어가는 SF의 시간 첨단 도시에서 발견하는 아날로그의 조각들 탈레반은 무덤가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지만, 제자들은 새 무덤을 세워 오늘도 꽃을 가져다 놓는다고 한다. 때론 붉디붉은 양귀비꽃이, 때론 솜털을 흩날리는 갈대꽃이 유해를 잃은 그 무덤가를 장식하리라. 〈노아의 어머니들〉, p. 56 소설집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의 또 한 가지 매력은 동시대적이고 아날로그한 감성이다. 수록작 중 가장 과학 소설에 가까운 〈회귀〉는 최신 과학 이론인 ‘초끈이론’을 중요한 제재로 삼는 한편, 이야기의 전개 방식에 있어선 필립 K. 딕을 연상시키는 레트로SF의 매력을 선보인다. 마지막 수록작인 〈콧수염 배관공을 위한 찬가〉는 고전 비디오 게임인 ‘슈퍼 마리오’를 주요한 소재로 다루며, 대부분의 작품에 1960~1970년대 록 음악과 클래식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가 등장한다. 각 수록작의 배경이 모두 미래이며, 현대보다 과학 기술이 크게 발전한 세계를 상정하고 있기에, 이렇듯 작중에 불쑥불쑥 등장하는 과거 대중문화를 향한 오마주는 더욱 특별한 감성을 자아낸다. 한편 〈노아의 어머니들〉의 경우 과거가 아닌 동시대에 초점을 맞추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격 철수한 현실의 사건을 소재로 한 것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SF란 렌즈를 통해 현대의 비극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주인공 노아는 아프간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아기였을 때 철조망 너머로 미군에게 보내졌다. 그는 성인이 되어 고국으로 돌아와 친부모를 찾는데, 그의 여정에 있어 발전된 기술은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위협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딜레마를 통해 존 프럼은 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고찰한다. 존 프럼은 이처럼 기술이 발전된 미래의 상황을 상정하곤 하는 SF라는 장르에, 과거와 현대의 시간을 중첩하며 완성도 있는 작품 세계를 축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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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프럼은 현실을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이루어지는 일직선 위 단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의 집합체라는 복합적 관점에서 이해한다. 무한한 가능성과 변형과 변주의 세계 안에서는 나의 자아와 정체성도 수많은 버전으로 갈라질 수 있다. 그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고 받아들인다면 나의 삶과 정체성을 내가 선택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런 측면에서 존 프럼 작가의 작품들은 양자물리학적이면서 동시에 철학적이다. 원자와 우주,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 아프간 내전부터 곰둥이 외계인의 정신문명까지, 탄탄한 현실감각에 기반한 상상력으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독특한 액션누아르하드SF를 즐겨보시기 바란다. - 정보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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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 있게 드러나는 작가 특유의 주제의식은 독자의 뇌리에 깊이 새겨질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글자 그대로 ‘준비된 SF 작가’의 원숙미가 느껴진다. 나는 앞으로 가상과 실재, 그리고 세계와 우주의 본성에 대한 화두를 떠올릴 때마다 존 프럼의 재귀적 혹은 순환론적 아이디어들을 상기하게 될 듯하다. -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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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글이며 시작부터 독자의 마음을 홀려놓았다. 아이디어를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 김보영 (소설가,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심사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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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분량인데도 한눈팔지 않고 다음 이야기를 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 김초엽 (소설가, 제2회 문윤성SF문학상 심사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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